서·논술형 평가로 가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대가 넓다. 문제는 교육 여건이다. AI 채점이 교사의 채점 부담을 덜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지금 학교가 가진 시간과 인력, 재정으로 그 기대를 감당할 수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업무보고가 남긴 과제 지난 8월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가교육위원회는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과 고교 내신·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 차정인 위원장은 “오지선다는 남이 쓴 정답을 고르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진단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객관식 중심 평가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논술 사교육이 커질 가능성과 제도 변경이 부를 혼란을 우려했다. 교육부는 평가전문교사 국가인증제를 2027~2028년 시범 운영을 한 뒤 2029년 도입하고, 2030년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교육평가출제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함께 내놓았다.국교위는 10월 말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공개하고 내년 3월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방향에는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교육 여건 때문이다. 여기서 여건은 시간과 인력, 예산, 그리고 교사를 지켜 줄 제도적 울타리를 뜻한다. 네 가지를 갖추지 못한 채…
2026-09-08 10:00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 아니냐’ ‘어른들이 채점하기 편하려고 아이들을 망가뜨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명쾌하다. 문제의 원인을 축소하고, 진단을 쉽게 내리며, 해결책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교사가 수학여행을 기피하는 이유는 ‘책임 회피’이고, 교육자로서 그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구더기가 무서워도 장을 담가야 한다’는 논리다. 교사와 교육을 바라보는 협소한 시각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객관식 시험을 치는 이유는 교사들의 ‘편리함’ 때문이니, 아이들을 괴롭히는 입시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단순함에 있다. 현상을 둘러싼 복잡다단한 실타래가 어떻게 엮였는지 들여다보지 않는다.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는 영리한 정치가의 화법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유능한 정책가로서의 세밀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문제는 형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교육당국은 서·논술형 시험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로 AI 시대로의 변화를 내세운다. 주어진 질문에 정확한 정답을 내놓는 일은 AI가 대신할 수 있으니, 정답 맞히기식 교육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인간에게는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2026-09-08 10:00
다시 떠오른 서·논술형 평가, 15년간 반복된 시도와 좌절 지난 8월 5일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서·논술형 평가가 교육 분야 핵심 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여러 정부가 반복적으로 시도했던 정책이라서 서·논술형 평가 도입의 타당성은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초학력·문해력·사고력 신장이라는 도입 취지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없다. 다만 단기간에 준비할 수 없고 면밀한 사전 장치가 많이 필요하다는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서·논술형 평가 전면 전환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초등학교 내신평가는 거의 모든 교육청에서 수행평가 100%로 시행되고 있으며, 서·논술형 평가는 교과목에 따라 수행평가의 한 영역으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그 비율을 하나로 정하기 어렵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내신은 수행평가와 정기시험(지필고사)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의 모든 교육청에서 수행평가는 40% 이상, 서·논술형 평가는 정기시험 혹은 학기 총점의 20~50%를 반영한다. 수치와 기준이 교육청별로 달라서 좀 복잡하지만, 서·논술형 평가의 비중은 대략 20~50%라고 할 수 있다. 15년 전에 발표된 당시 교과부의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2011.…
2026-09-08 10:00
사실 초등 교실에서 서·논술형 평가라는 단어가 낯설지는 않다.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평가 계획을 보면 대부분의 학교가 이미 수행평가의 형태로 서·논술형 문항을 오랫동안 운영해 왔다.국어 시간의 글쓰기 평가, 사회 시간의 서술형 문항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아이들의 수행평가 답안지를 앞에 두고, 채점 기준표와 아이의 글씨를 번갈아 들여다본 적이 있다. 표현은 서투르지만 핵심을 정확히 짚어낸 답안과, 문장은 매끄럽지만 겉도는 답안 사이에서 점수를 가르는 일은 조심스럽다. 정해둔 핵심어는 쓰지 않았지만, 자기만의 언어로 풀어낸 아이 앞에서 손이 멈춘다. 그런 순간마다, 이 채점 방식이 아이의 사고력을 온전히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다가올 변화 지난 8월 5일, 이 대통령은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현행 객관식 중심의 수능 평가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국가교육위원회 역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과 서·논술형 문항 도입을 포함한 중장기 대입 개편을 공론화하겠다고 했다.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33학년도 대입부터 새 제도가 적용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그렇다면 이 변화 앞에서…
2026-09-08 10:00
최근 드라마 참교육을 계기로 ‘교권보호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물론 현실의 교육행정이 드라마처럼 작동할 수는 없다. 교육활동 보호는 감정적 응징이나 즉각적 제재가 아니라, 법령과 절차에 따라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회복하는 공적 책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교사가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에 공감한 이유는 분명하다. 악성민원, 반복 민원, 생활지도 이후의 아동학대 신고,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뒤섞일 때 교사는 여전히 혼자 대응해야 한다고 느낀다. 제도는 늘어났지만, ‘내가 보호받고 있다’는 체감은 충분하지 않다. 최근 민주연구원에서 제안한 교육활동보호국 논의의 핵심은 별도의 ‘응징 조직’을 만들자는 데 있지 않다. 교사 개인에게 전가되어 온 민원·신고·분쟁 대응 부담을 학교·교육청·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책임지는 체계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교육활동보호국은 교사 대신 싸워주는 조직이 아니라, 교사가 혼자 싸우지 않도록 만드는 국가책임형 교육활동 보호체계의 상징이다. 서이초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서이초 사건 이후 정부는 교권 보호와 학부모 민원 대응을 위한 여러 대책을 추진해 왔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기 위…
2026-08-05 10:00
한때 학교는 작은 사회이자 풍요로운 무대였다. 아이들은 이른 아침 합창단의 화음 속에서 하루를 열었고, 오후에는 오케스트라의 활시위 너머로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며 음악의 결을 익혔다. 작품 한 점, 글 한 편에도 학교의 따뜻한 인장이 박힌 상장이 주어졌고, 학급 임원 선거는 어른들의 정치보다 한층 진지한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 되었다. 평가는 성장의 거울이었으며, 틀린 답 옆에 놓인 빨간 빗금은 부끄러움의 표지가 아니라 다음 발걸음을 위한 이정표였다. 그러나 지금, 이 풍경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사라지는 까닭은 교육철학의 진보적 변화도,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도 아니다. 다만 극소수에 불과한 일군의 학부모가 보내는 민원이 학교의 일상을 잠식한 결과다. 일본 교육계는 일찍이 이런 부모를 ‘몬스터 페어런츠(Monster Parents)’라 호명했고, 미국 사회는 같은 현상을 ‘헬리콥터 페어런트’와 더 공격적인 ‘잔디깎이 부모(lawnmower parent)’로 분류한다. 헬리콥터가 아이 머리 위를 맴돌며 위험을 감시한다면, 잔디깎이는 아이의 앞길에 놓인 풀 한 포기까지 미리 깎아 없앤다. 이름이 무엇이든 본질은 하나다. 자녀를 향한 사랑이 공동체의…
2026-08-05 10:00
‘심각한 폭력 사태만 아니라면 교사에게 어떤 민원도 하지 않겠다.’ 학부모가 되어 아이를 보육기관·교육기관에 처음 보내게 되었을 때 내 나름대로 세운 원칙이다.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로 15여 년간 근무하면서 많은 학부모와 교사를 만나왔다. 그때 체득한 것은 나쁜 학부모도 나쁜 교사도 사실은 전체 인원에 비하면 극소수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들 교육하기에도 바쁜 교사의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았고, 잦은 전화로 극성 학부모로 보이는 것도 피하고 싶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면 엄마도 초등학교 1학년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면 엄마도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법! 등굣길부터 화장실 사용하는 것 하나하나까지, 아직 어려 보이는 우리 아이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황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남자아이라도 걸핏하면 잘 우는데, 어려움이 있어도 말도 못 하고 있으면 어쩌나.’ 전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신학기 상담까지 기다렸다가 담임선생님께 궁금한 걸 여쭤보았다. 다행히 선생님은 친절하게, 저학년 아이들은 이래저래 잘 운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아이가 말로 표현할 수 있게 잘 지도해주시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2026-08-05 10:00
최근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는 학부모와의 관계다. ‘학부모’는 본래 학생의 보호자를 의미하지만,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이 단어는 종종 교권침해나 악성민원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와 연결되곤 한다. 현장에서는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라는 탄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오늘날의 학부모는 실제로 달라진 것일까? 달라졌다면 무엇이, 왜 달라진 것일까? 지금 필요한 것은, 현상의 표면 아래에 숨겨진 ‘요즘 학부모’의 본질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렌즈다. 이들의 정체성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학교가 나아가야 할 공존의 방향을 모색해 본다. ‘밀레니얼 세대’ 학부모의 등장 오늘날 유·초·중등학교 학부모의 주축은 1980년대생과 1990년대 초반생을 아우르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다. 이들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물질적 풍요 속에서 성장한 세대다. 핵가족 환경에서 개인주의에 익숙해졌고,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초기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서 정보탐색 능력 또한 매우 뛰어나다. 이러한 환경 속에 자란 요즘 학부모는 의문이 생기면 즉시 검색하고, 심지어 전문가의 말조차 검색을 통해 검…
2026-08-05 10:00
2010년 교육감 직선제가 전국적으로 도입된 지 16년이 지났다. 당시 제도 도입의 취지는 분명했다. 교육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주민들이 직접 교육행정의 최고 책임자를 선출함으로써 교육자치와 민주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방자치의 확대와 함께 교육자치 역시 주민의 손으로 완성하자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였다. 다섯 번의 선거가 남긴 불편한 질문 실제로 교육감 직선제가 남긴 성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과거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영향력이 강했던 교육행정이 일정 부분 독립성을 확보했고, 주민들이 지역 교육정책에 관심을 갖는 계기도 마련했다. 교육복지·혁신교육·고교학점제·미래교육 등 다양한 정책 실험이 가능했던 배경에도 교육자치의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교육을 국가의 하위 행정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결정하는 자치의 영역으로 인식하게 된 점 역시 직선제가 남긴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는 도입 취지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실제 운영 결과가 중요하다. 다섯 차례의 교육감 선거를 거친 지금, 우리는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는가. 아니면 정치적 갈등과 비효율만 키운 채 민주주의라는 명…
2026-07-07 10:00
이번 민선 5기 교육감 선거에서도 여전히 후보자의 정책과 전문성 검증보다는 정치 성향과 선심성 공약 중심의 조직적 선거운동이 당락을 결정했고, 후보들 사이의 고소·고발 등 4년마다 되풀이되는 이념 갈등이 지속됐다. 이번이 역대 가장 비교육적인 교육감 선거라는 평가도 있다.1 특히 이번 교육감 후보자들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믿고 10~100만 원의 현금 등을 지원하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 심지어 학부모 부담과 교육청 예산을 매칭해 최대 5,000만 원 펀드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등장했다. 재원조달의 책무 없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전해 주는 재원으로 운영되는 시도교육청의 교육자치를 위해, 추가로 엄청난 선거 비용과 혼탁한 혐오 경쟁으로 유발되는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직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글은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이라는 「헌법」 가치에 부합하는 교육감을 직선제로 선출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물어보고 개방형 공모제라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육감이 갖춰야 할 덕목 _ 무엇이 우선인가? 가장 먼저 갖춰야 할 덕목은 자주…
2026-07-0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