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주주총회에서 얻은 깨달음 교직에 있던 시절 해보고 싶었지만, 해볼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 미국 오마하로 가서 워런 버핏의 주주총회에 참석해 보는 것이었다. 5월 첫째 주 토요일에 주주총회가 있고, 전날은 버크셔해서웨이의 계열사들이 부스를 여는 쇼핑데이가 열린다. 이날 연매출 20%를 기록하는 회사들이 있을 정도로 4만 명 넘는 관광객의 큰 손들이 기념품과 계열사 제품들을 사들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즈캔디·버핏 캐릭터가 새겨진 기념품·의류가 인기가 많고, 캠핑카·모듈하우스·타일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한다.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면 전날 쇼핑센터에서 잔고증명서 또는 증권어플을 보여주며 해당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1주당 4장까지 입장권을 준다. 다음날 주주총회에 제대로 된 자리를 앉으려면 5시부터 줄을 서야 한다. 입장은 아침 7시부터 가능하다. 이날은 미국에 있는 금융인들은 다 모였다 할 정도로 뉴욕에서 보던 월가 사람들을 미국 중부 시골 오마하에서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한국인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반면 중국인들은 패키지 투어로 올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버핏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발언권도 가지고 있었다. 버핏투어를…
2023-07-05 10:30박완서 작품 중 서 있는 여자라는 장편소설이 있다는 것을 몇 년 전에야 알았다. 박완서 관련 평론이나 대담집 등을 읽다 보니 이 소설이 자주 언급됐다. 특히 많은 여성이 이 소설을 80년대판 82년생 김지영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찾아 읽어보았다. 작가가 1982~1983년 주부생활에 ‘떠도는 결혼’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소설인데 제목을 바꾼 것이다. “앞으로 결혼생활에 있어서 자기와 나는 절대적으로 동등하기, 알았지?” 약혼식 후 주인공 연지가 철민에게 한 말이다. 연지와 철민은 이렇게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둘은 한 명은 일해서 돈을 벌고 한 명은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집안 살림을 맡기로 약속한다. 우선 철민이 공부하고 연지가 잡지사 기자로 일을 하는데, 하나씩 갈등이 쌓인다. 철민은 묵묵히 설거지 등 집안 살림을 하는 것 같지만, 일부러 주말마다 친구들을 불러들인다. 연지도 남의 이목을 생각해 손님이 오면 별수 없이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 장만을 도맡기 때문이다. 첫 번째 위기는 낙태 때문에 생겼다. 실수로 아기가 생기자, 연지는 남편과 의논하지 않고 중절수술을 한다. 얼마 후 철민은 이 사실을 알고 연지를 폭행하고 일을 그만두라며 연지의 중요한 원고마…
2023-07-05 10:30‘요리 보고, 저리 봐도, 알 수 없네. 둘리 둘리~’ 빙하를 타고 서울시 우이천으로 떠내려 와 심술궂은 고길동 아저씨 집에 더부살이하게 된 ‘아기공룡 둘리’의 노래가 귀에 익숙하게 감긴다면? 동네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호이! 호이!’, ‘짠!’, ‘깐따삐야~!’, ‘라면은 구공탄에 끓여야 제맛~~’이라고 외치며 해 질 무렵까지 놀았던 기억이 떠오른다면? 아마도 1980~90년대를 아기공룡 둘리와 함께 보낸 세대일 것이다. 어린 시절 추억 속에만 남아 있던 아기공룡 둘리가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아기공룡 둘리의 유일한 극장판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감독 김수정, 이하 ‘얼음별 대모험’)이 둘리 탄생 40주년을 맞아 극장에서 재개봉한 것. 어? 귀염둥이 둘리가 벌써 마흔 살이나 되었다고? 그렇다. 1983년 4월 22일생 둘리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주민등록증까지 발급받은 어엿한 주민이다. 둘리 시리즈는 만화잡지 보물섬 연재를 시작으로 TV 시리즈와 극장판 애니메이션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다.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계에서 둘리는 콘텐츠 산업의 태동기를 일군 캐릭터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스크림부터 시작해 팬시 제품까지 둘리 캐릭터 상품만 2천…
2023-07-05 10:30체코 프라하역에서 야간열차를 탔다. 부다페스트까지 약 9시간이 걸린다. 6명이 함께 타는 비좁은 쿠셋(침대칸) 꼭대기 칸에서 선잠을 잤던 것 같다. 덜컹거리는 소리에 가끔 잠에서 깼고, 지금쯤 국경을 넘어가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가끔 차창을 스쳐 가는 가로등 불빛에 눈이 부시기도 했다. 부다페스트역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였다.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역사 밖으로 나오니 이방인을 제일 먼저 반기는 건 역시나 잿빛의 하늘이었다. ‘동유럽표 가을 하늘’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의 우중충한 하늘. 어디에선가 잔뜩 몰려온 두터운 먹구름이 부다페스트 시내를 뒤덮고 있었다. 무거운 트렁크를 끌며 반질거리는 돌바닥 길을 가는 동안 귓전에는 내내 ‘글루미 선데이’의 아련한 선율이 맴돌았다. 헝가리 하면 반사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음악. 1935년 헝가리의 무명 작곡가 레조 세레스는 연인인 헬렌에게 실연당한 아픔을 담아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을 썼다. 그런 사연이 있어서일까? 음반이 출시된 지 8주 만에 헝가리에서만 187명의 자살자가 나오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젊은이가 이 노래를 들으며 목숨을 끊었다. 레조 세레스 역시 자기 노래 때문…
2023-07-05 10:30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휴양지 발리. 특유의 신비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여행자들의 인기를 얻는 곳이다. 바다를 즐기며 느긋한 시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번에는 발리의 예술도 함께 즐겨보자. # 바다 발리를 ‘신들의 섬’이라고 부른다. 그럴 만한 것이 약 2만 개의 힌두교 사원이 있고, 신과 관련한 다양한 축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전역이 이슬람교를 믿지만, 발리섬만은 특이하게 힌두교를 믿는다. 이는 인도네시아에 번성하던 힌두교가 16세기경 이슬람 세력을 피해서 발리섬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발리에는 힌두교의 전통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발리를 신들의 섬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순히 발리에 사원이 많고 발리인들의 삶에 신이 녹아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발리를 여행하다 보면 신이라는 절대자가 아니고서는 발리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창조해 내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신이 이토록 아름다운 섬을 만든 이유는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신이 인간세계를 다스리느라 피곤해진 자신의 심신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섬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아마도 쉬기 위해서일
2023-06-08 10:30우주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닐 암스트롱이 달 착륙을 할 당시만 해도 우주의 시대가 바로 열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 돈이 되지 않는 영역으로 치부되었습니다. 우선 달에 있는 자원이 돈이 되는지 알 수 없고, 달까지 가는데 기술과 비용이 상당했으며, 달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달의 광물을 우주선에 다시 싣고 오려면 엄청난 크기와 강력한 추진체가 있어야 하는데 손익계산을 단순하게 해도 적자가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후 나사(NASA)는 재사용우주선인 스페이스셔틀을 개발했고, 우주로 가는 비용을 낮추려고 노력했습니다. 우선 우주를 왔다 갔다 하는 비용이 낮아지면 우주 시장의 경제성이 생깁니다. 경제성이 생기면 민간기업이 들어오게 되고, 투자가 늘고 산업이 발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나사가 개발한 스페이스셔틀은 회당 발사비용이 계획했던 8천억 원보다 훨씬 많은 2조 원으로 일회용 우주선로켓 비용과 별 차이가 없었고, 수십 년간 정체기를 겪습니다. 그래서 일정부분을 민간기업에게 외주를 주면서 나사도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수혜를 얻은 기업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인데 로켓과 우주선을 재사용
2023-06-08 10:30어릴 적 고향 고모네 집 뒤뜰에는 제법 큰 석류나무가 있었다. 여름에 붉은색과 노란색이 묘하게 섞인 석류꽃이 피고, 석류꽃이 진 다음에는 석류 열매가 커지기 시작했다. 주먹만 해져서 붉은색을 띠기 시작하면 신 석류 맛이 생각나 따고 싶은 마음도 덩달아 커졌다. 하지만 꾹 참았다. 추석 즈음 석류가 다 익어 벌이지면 고모가 한 개씩은 줄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소설 토지에서 봉순네가 김 서방댁과 나누는 대화에 석류꽃이 나와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그런데 니 석류꽃은 머할라꼬 줏노?” “아까바서 줏소.” “아깝다니 그기이 어디 쓰이나?” “멍도 안 들고, 시들지도 않고 우찌나 이쁜지.” “미쳤다. 할 일도 없는갑다.” “해가 들믄 시들 것 아니요.” “사십이 넘은 제집이 그래 그 꽃 가지고 사깜(소꿉장난의 방언) 살 것까?” “애기씨 줄라꼬요. 바구니에 수북이 담아놓으니께 볼만 안 하요? 이런 빛깔 다홍치마가 있다믄 한 분 입어보고 싶소.” 토지 3권 석류꽃이 떨어졌으니 6월쯤일 것 같다. 봉순네는 시들지도 않고 떨어진 석류꽃을 줍고 있다. 벌써 바구니에 수북한 모양이다. 그걸 보고 김 서방댁은 나이 들어 소꿉놀이하려고 그러느냐고 놀리고, 봉순네는 애기씨
2023-06-08 10:30욕망의 뇌과학 (폴 J. 잭 지음, 이영래 번역, 포레스트북스 펴냄, 320쪽, 1만8,500원) 우리가 특별한 경험을 하면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이를 다시 경험하기 위해 행동하기로 설득된 상태를 ‘몰입’이라 한다. 저자는 몰입 시 혈액 내 신경화학물질 변화를 20년간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정보를 오래 기억에 남기는 법, 조직 전체의 능률을 끌어올리는 법, 타인을 설득하는 법 등을 안내한다. 알파의 시대 (마크 매크린들·애슐리 펠·지샘 버커필드 지음, 허선영 번역, 더퀘스트 펴냄, 368쪽, 1만9,800원) 아직 미완성인 알파세대에 대한 다각적 접근을 시도한다. ‘엄마’라는 단어보다 ‘알렉사’를 먼저 말하는 이들에게 현대 사회의 기술이 미친 영향과 앞으로의 삶을 단계별로 조망한다. 알파세대를 자녀나 학생·소비자·구성원으로 접하는 기성세대의 인터뷰도 함께 담아 균형감을 유지하고자 했다. 알파세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세 가지 키워드는 무엇일까? 교과서는 사교육보다 강하다 (배혜림 지음, 카시오페아 펴냄, 320쪽, 1만8,000원) 현직 교사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초·중·고 공부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21년간 학생들을 지켜본 결과 ‘교과서 한…
2023-06-08 10:30코로나19가 학생들에게 학력저하 문제만을 초래했다고? 기초체력 저하도 시급하다! 3년 동안 자의가 아닌 강제로 외부활동을 못하게 된 아이들은 어느덧 ‘집콕’ 생활에 익숙해졌다. 거리두기가 해제되었지만, 여전히 여가시간은 게임과 유튜브 시청으로 보내는 것이 일상. 운동장에서 뛰며 친구들과 부딪히고 땀 흘렸던 기억은 잊은 지 오래다. 이에 교육당국에서도 학생들의 기초체력을 일깨우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최근 전교생이 참여하는 ‘0교시 운동시간’을 운영한다. 학교 운동장에서 줄넘기는 기본이고, 축구·농구·탁구·티볼 등 다양한 운동을 한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뛰어노는 아이들의 입가에 웃음이 가득하다. 이른바 ‘아침 체인지’로 불리는 운동시간은 참여학교 신청이 쇄도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학교체육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적용된 등교시간 자율화에 맞춰 ‘등굣길 아침운동’을 활성화했다. 각 학교에서 스포츠 동아리를 운영하거나 건강체력교실, 학급·학년별 아침운동을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2018년 이후 중단된 ‘경기도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도 부활해 전국대회와 연계되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맞…
2023-06-08 10:30[교사] 마음을 사로잡는 말센스의 비밀 (장차오 지음, 하은지 번역, 미디어숲 펴냄, 256쪽, 1만7,800원)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한마디 말에 인간관계가 크게 변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말 센스는 배려이며 습관이다.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지만,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상대의 관심을 어떻게 끌 것인지, 상대의 성향이나 성향에 따라 어떤 대화법이 적합한지 등 감각 있는 말센스 기술을 알려준다. 아주 세속적인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강정선 번역, 페이지2북스 펴냄, 331쪽, 1만3,500원) 400년 전 스페인 수도자가 쓴 인생에 관한 글 300편을 엮었다. 각 한 페이지 정도의 짤막한 글에 인간에 대한 정확한 통찰과 지혜가 녹아 있다.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마라’, ‘이해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당신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동료는 멀리하라’ 등 현실적 조언을 통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가꾸도록 안내한다. 과학의 반쪽사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번역, 블랙피쉬 펴냄, 536쪽, 2만1,000원) 뉴턴·갈릴레이·다윈…. 왜 유명한 과학자는 모두 유럽인일까? 정말 과학은
2023-05-08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