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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뜨거운 감자'된 교육 기회균등

학업능력 저조에 학제 통합·전일수업제 도입 논의
인재양성 성과놓고 "기회균등" "엘리트주의" 맞서

올 가을 조기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의 사민당(SPD)에서는 ‘전일 수업제’를 선거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2000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OECD 회원국의 대상으로 하는 중학생 학습능력 평가에서 독일이 계속 중, 하위 성적에 그친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데 이러한 저조한 성적이 독일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피사(Pisa) 연구라고 불리는 15세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학력평가의 결과에 따르면 독일은 다른 어느 나라 보다 학생의 성적과 사회적 출신간의 상관관계가 훨씬 더 밀접하다고 한다. 즉,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은 부모의 자녀일수록 높은 성적을 보이는 정도가 더욱 뚜렷하다는 것이다. 특히 하위권학생들의 학습능력 수준 미달은 심각해서 5명중 하나는 독일어 독해능력이 떨어지고, 10명중 하나가 졸업을 못하고 학교를 떠난다고 한다(물론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언어문제에 따른 학습능력부족도 이에 한 몫을 한다). 이 때문에 교육과 기회균등이라는 주제는 현재 독일사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인문계와 실업계로 나눠지지만 실업계에서 인문계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제도적으로 충분히 열려 있어서, 언제든지 학생의 의지와 실력이 따르면 중간에 실업계에서 인문계로 전학할 수 있다. 또한 대학등록금도 지금까지는 무상이다.

현재 등록금이 도입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기한 안에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에 한한다. 이를 감안하면 독일에서 교육과 기회균등이 피상적으로는 잘 이루어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보다 교육을 통한 계층 간의 이동이 적다는 반어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는 반일 수업제와 너무 이른 시기에 인문계, 실업계로 분리되는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에 독일의 연정 정부는 전일 수업제를 권장하고 있다. 독일은 보통 오후 2시면 수업이 끝나는 반일 수업제가 일반화되어 있다. 그러나 전일 수업제라고 해서 계속 수업만 하는 것은 아니라 학교에서 체육, 음악 과외 수업 등 특별활동이 이루어지고, 방과후 학교에 남아 숙제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로써 경제적 이유로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도 공교육 안에서 과외활동을 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일 수업제가 이루어지면, 학생들은 오후 4시나 5시에 하교하게 된다. 특히 이 학습능력평가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핀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은 전일 수업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일 수업제 실시에 따른 문제점도 없지 않다.

우선, 재정적인 문제다. 즉 급식과 교사들의 노동시간 연장에 따라 교육예산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독일정부가 재정상태 악화로 사회보장제도 축소 개혁을 감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작스러운 교육예산의 증가는 큰 부담이 될 것이 자명하다. 또 학생들의 자유시간이 줄어들고,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밖에도 교사들의 업무과중도 전일 수업제를 반대하는 이들의 이유이다.

한편 교육 기회의 불균등을 줄이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김나지움(인문계) 레알슐레(인문계와 실업계의 혼합형)와 , 하우프트슐레(실업계)로 나뉘어진 3개의 학제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주장이 사민당 정치인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5학년에 이미 실업계와 인문계로 나눠지는 교육 제도가 계층에 따른 기회 불균등의 모순을 낳고 있는 큰 이유로 꼽히고 있어서, 10학년까지 인문, 실업계로 분리하지 않고 통합 수업을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러한 통합 수업방식은 발도르프 학교 등 비 제도권 대안 학교에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학제통합은 보수당인 기민련과 기득권 층의 학부모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현실화될 전망은 희박하다.

특히 이 중학생학습능력평가에서 독일의 지방 중 가장 높은 성적을 거뒀으며,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기사당(CSU)이 집권하고 있는 바이에른 주의 경우를 보면, 사민당이 추구하는 교육정책과 상반된다. 오히려 조기에 소수 정예학생들이 인문계로 나누어, 교사가 교단에서 설명하는 식의 엄격하고 권위주의적인 수업방식이다. 토론식의 창의적 수업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이처럼 보수당인 기민련은 기회균등, 사회적 평등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는 사민당과는 달리 엘리트주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더 높은 성과를 가져온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엘리트주의와 교육기회균등 중 어느 쪽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열쇠가 될까? 그리고 우리 나라가 줄곧 상위권 성적을 올리고 있는 피사연구 성적이 창의력과 학습능력을 측정하는 진정한 척도가 될 수 있는 지는 다시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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