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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교복도입 논란

독일 정부 “종교․문화 갈등 없애고 학부모 부담덜어”
교육계 “빈부격차 갈등, 교복으로 해소될 문제아니다”
논란 불구 일부학교 도입, 시범 적용하는 학교도 증가

교복 착용을 엄격히 금지해 온 독일에서 최근 교복 부활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교복 부활논쟁의 발단이 된 것은 독일의 어느 중학교의 이주민 출신 여학생 두 명이 눈만 빼놓고 몸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라는 이슬람 여성의 전통의상을 입고 등교했던 사건이다. 이 두 여학생은 원래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차림으로 다니다가 갑자기 이런 의상을 입고 학교수업에 나타난 것이다. 이 학생들은 이를 종교적 이유라고 해명했지만 학교측은 그러한 차림으로 정상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이 여학생들에게 수업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자 독일 정부는 교복을 도입을 제안했다. 즉 이 사건과 관련해 브리기테 치프리스 독일 법무장관은“학생들에게 교복을 입게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독일 교육부 장관 아네테 샤반도“종교적 차이로 인한 갈등과 빈부 차에 따른 위화감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은 교복을 입히는 것“이라며 교복 착용을 지지했다. 샤반은 ”그러나 교복 착용 여부를 무조건 시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는 학부모, 선생님, 학생들이 협의하여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다. 중요한 것은 학교가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교복에 대한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정부 관계자와 몇몇 언론들은 이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교복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은 이주민 때문에 생기는 종교 문화적 갈등뿐만 아니라, 몇몇 학생들이 비싼 상표의 옷들을 입고 등교함으로 생기는 학생들간의 위화감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베를린 자유민주당 최고위원 마틴 린트너는 “나는 두 아이의 부모로서 독일 학교에서 비싼 상표의 옷 문제가 학부모에게 어떤 압박을 주는 지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많은 학부형에게 진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교복을 도입하면 아마 많은 학부형들에게 이런 부담을 덜어줄 것을 기대한다”며 교복도입을 환영했다. 특히 교복도입을 지지하는 이들은 여름에 여학생들이 허리와 배 부분이 나오는 짧은 티셔츠, 미니스커트 등 너무 노출이 심한 차림으로 학교에 나타나 생기는 문제도 교복착용으로 해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학생들간의 소속감과 연대 의식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교복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적지 않다. 우선 독일 교원 노조는 이에 대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독일 교원 노조 대표는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개성을 나타낼 권리가 있다. 게다가 교복은 나치시절 전체주의의 부정적인 면을 연상시킨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이에른 자민당 최고위원은 “교복도입은 교육정책의 무력함을 나타낸 것”이라고 비난하며 “교복은 사회적으로 소외당한 자들에게 이익을 주기보다 오히려 다양성을 말살한다.”며 교복 도입에 대해 경고했다. “통합문제와 상표제일주의를 교복도입 근거로 드는 것은 사회 지위상징의 역할에 대해 필요한 논쟁을 아예 없애는 것이다.”라며 교복도입의 무용성을 주장했다. 그는 비싼 상표의 옷이 사회 위화감 조성을 한다는 주장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이는 교내 문제가 아니라 부모들이 자동차를 고를 때 나타나는 사회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 가정의 소득격차로 인한 위화감은 교복을 도입함으로써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비싼 옷 대신 비싼 시계나 핸드폰으로 어차피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의 실러 인문학교 교사 카린 헤흘러는 "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교복이 아니더라도 옷은 거의 98% 비슷하다.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여학생들이 날씬함을 동경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교복이 해결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녹색당도 교복도입제안을 비판하고 있다. 녹색당의 교육정책대표 프리스카 힌츠는 “교복 도입이 통합문제와 기회 불균등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오히려 더 필요한 것은 이주민출신 학생들을 지원해줄 사회복지사, 심리 상담원, 교사 등이다.”라고 말했다. 헤센 지역 학부모위원회도 교복 도입보다는 학생들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 가치관에 대한 토론을 하게 하는 것이 교복도입보다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복도입을 받아들여 이를 시험 시행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이미 독일의 몇몇 학교는 교복 착용을 시행하고 있다. 물론 각 학교의 자율성이 크게 존중되는 독일에서는 교복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각 학교의 권한 안에 있다. 각 학교는 학부형과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교복착용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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