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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모든 학교를 사립학교로?

‘교육행동委회’, 학교별 교사 채용․실업계학교 단일화 제안
“교직 인기 떨어뜨리고 불평등 심화된다” 교육계 반발 확산

독일의 저명 교육학자 7명으로 구성된 ‘교육행동위원회’가 지난 8일 독일 교육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혁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교육 개선책을 발표했다. 교육행동위원회’는 일년 반전에 바이에른 경제 연합의 발의로 이뤄진 교육문제 연구 위원회로 중학생 학습능력 평가인 ‘피사테스트’를 분석에 집중하는 국가소속의 연구회와 달리 정치, 교육계에게 구체적 행동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총 160페이지로 된 ‘교육행동위원회’의 연구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교육의 질의 향상을 위해 모든 공립학교가 사립학교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 즉 각 학교의 재정은 국가로부터 지원받되 학교는 사유화하자는 것이다. 이로써 ‘교육행동위원회’는 각 학교의 자율성을 강화하여 각 학교가 교사채용, 교사의 능력에 따른 급여지불도 학교의 권한에 맡기자고 제안하고 있다. 또 이 ‘교육행동위원회’는 교사들을 원칙적으로 계약직으로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 개혁안에는 고용계약서는 교사 연수에 참가한 이후에 연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물론 교과 과정과 예산규모는 국가의 권한 안에 있다. 또 ‘교육행동위원회’는 교육기회의 균등을 위한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즉 이민 가정이나 빈곤 가정의 자녀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는 각 학교에 과제를 주고,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학교들에 대해 보상하라는 것이다. 그밖에도 ‘행동위원회’의 위원장 디터 렌첸 교수는 ‘모든 학교에 대한 투명한 정보시스템이 이뤄져, 학부형들이 각 학교의 수준에 대해 조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나지움(Gymnasium), 레알슐레(Realschule),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로 나뉘어져 있는 기존의 교육제도에서 벗어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독일의 학생들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인문계와 실업계 학교로 나뉜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성적에 따라 인문계인 김나지움과 실업계인 레알슐레와 하우프트슐레, 세 학교 중 하나에 진학하게 된다. 가장 성적이 낮고 학업 동기가 부족한 학생들이 다니는 ‘하우프트슐레'는 이미지가 나빠서, 졸업 후 진로도 좋지 않아, 학생들의 사기가 더욱 떨어지고,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수도 많아져서 급기야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교육행동위원회는 이러한 하우프트슐레를 아예 폐지하고 김나지움과 실업계학교 두 개로 나누는 제도를 택하라고 권하고 있다.

또 모든 유아가 만 4세에 유치원 입학을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 유치원의 교사들은 지금까지 대학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앞으로 대학교육을 받은 자를 교사로 채용해서 교사의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행동위원회는 대학교육에 대해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시험인 아비투어를 쳐야 대학입학자격이 주어졌지만 앞으로는 꼭 여기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비투어를 치지 않았더라고 전공에 따른 시험에 통과하면 누구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개혁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치인들은 회의적으로, 여러 교사협의회들은 분노하며 반응했다. 우선 아네테 샤반 독일 교육부장관은 “공교육의 가치를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사립기관이 더 나은 질의 교육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단체나 기관이 4만개나 되는 독일 학교들을 맡을 것인지도 문제“라고 회의를 표했다.

교육행동위원회의 발표에 대해 가장 분노하며 비판하는 것은 역시 여러 교사협의회들이다. 교육과 학문 노동조합은 이 개혁안에 대해 ‘내용이 모순적이고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뤄지지 못했다. 교육의 사유화는 독일의 교육불균등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고 비판했다.

독일 인문계학교 교사 협의회는 특히 아비투어 없이 대학입학이 가능할 수 있게 하는 안에 대해 비판했다. 이들은 그렇지 않아도 대학 중퇴자들이 많은 현실에서 대학 중퇴자만 더 늘 것을 우려했다. 교사들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안은 교사들을 계약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일 교사협의회 의장 요세프 크라우스는 “이는 학교 교육이 필요로 하는 지속성을 위협한다. 교사라는 직업의 인기가 더 떨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 교육협회는 “학교가 경제적 이익을 생각하는 회사같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격한 교육 개혁을 요구하는 교육행동위원회의 호소는 교육계 전체에 자극이 되고 있다. 특히 교육기회불균형에 초점을 맞춘 개혁안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특히 독일의 공립학교는 비효율적이고 교육기회가 불공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행동위원회의 개혁안은 학교를 사립화하여 효율성을 더 높이고 교육기회의 균등을 찾자는 취지를 갖는다. 이 개혁안들이 현 독일의 상황에서 100%받아들여지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독일 교육계에 반성의 계기를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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