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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독일> 학습권도 박탈하는 교사의 징계권

강력한 교권 어디에서 오나 ②

다수 학생 학습권 보장 우선
의무교육대상자 퇴학도 가능

학생의 인권이 철저히 지켜지는 학교, 체벌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나라. 이 나라에서 교사는 과연 어떻게 효율적으로 학생을 통제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독일 학생들은 가정에서부터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라고 어디서든 자기 의사를 당당하게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 이런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일 교사가 교실에서 권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장치는 페어바이중(Verweisung)이란 징계권이다. 이는 학생의 학습권을 박탈할 수 있는 권리다. 수업시간에 소란을 피우는 학생이 구두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수업을 방해할 경우 교실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가벼운 징계부터, 학교를 아예 못나오게 할 수 있는 정학이나 퇴학처분까지 모두 포함된다.

16개 주가 모두 같은 학교법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주가 이 징계권을 교사에게 주고 있다. 물론 짧은 시간동안 교실 문밖에 세워두는 페어바이중은 교사의 단독적인 판단으로 할 수 있지만, 퇴학처분과 같은 심각한 사안은 교사 혼자 결정할 수는 없다.

이때는 서면으로 학생에 대한 징계 내용을 작성해 교장에게 제출하면 교사회의가 소집돼 충분한 토론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린다. 교사회의가 퇴학처분을 결정하면 담당 교사는 교장의 승인을 얻어 학생을 퇴학시킴으로써 페어바이중 권한을 행사한다. 퇴학 처분은 과격하고 반복적으로 학교의 규율을 어긴다거나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 혹은 폭력 행위에 대해서 먼저 경고조치를 내리고 그래도 시정이 되지 않을 경우에 강력한 페어바이중의 일환으로 내릴 수 있다.

이 징계권은 10학년까지의 의무교육 학생에게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의무교육대상자를 퇴학시킬 때는 교육청 등 관할청 담당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의무교육대상자의 퇴학처분을 허락한 담당관은 해당 학생을 다른 학교에 전학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의 수업을 박탈할 수 있는 페어바이중 권한에 대해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운운하며 이의를 제기하는 부모들은 거의 없다. 과연 40명의 학생 중 1명의 문제아 때문에 교사가 수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고 나머지 39명의 학생이 학습권을 침해받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면 교사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현명할까? 당연히 다수 학생을 보호하고, 교사의 수업권도 찾아야 할 것이다. 독일사회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수업 박탈권을 한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기보다는 다수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징계라는 데 동조한다.

교사들이 페어바이중 권한을 고민 없이 행사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주의 학교법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법에 명시된 권리와 의무를 다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모든 주의 학교법과 조례에 명시돼 있다. 첫째, 학생은 좋은 수업을 받아야할 권리와 함께 수업을 방해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 둘째, 교사는 방해받지 않고 수업할 권리가 있고 수업을 혼란 없이 잘 유지할 의무가 있다. 셋째, 이런 학생과 교사의 권리와 의무는 우선적으로 보장되고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교실을 쫓겨난 학생을 방치한다면 또 다시 악순환은 계속 될 것이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많은 학교들이 징계 받은 학생에게 맞는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 예로 ‘트레이닝 교실’ 운영을 들 수 있다. 수업시간에 교칙을 어기고 교사와 다른 학생을 심하게 방해하는 사람은 교사로부터 트레이닝 교실 행을 명령 받는다.

트레이닝 교실이 없는 학교에서 보통 문제 학생을 훈육하고 벌을 주는 일은 교장의 몫이다. 이 역할을 학교폭력 전문교사가 담당하는 것이 트레이닝 교실이다. 트레이닝 교실에서 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 교실 안에서는 오히려 더 민주적이고 자율적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독일어나 영어, 수학이 아닌, 학교 부적응 학생에게 사회성과 인성을 키워 주는 또 다른 교육의 장이다. 이처럼 사후 대책까지 확실하게 준비돼 있기 때문에 독일교사의 징계권이 철저히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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