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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교내서 독일어만 사용’ 교칙 두고 논란

언론․시민단체 “외국인에 대한 차별” 성토
재학생들 “진학․취업에 유리” 긍정적 평가
서구-이슬람 갈등 표출 시점서 관심 집중돼


대다수가 외국인이 거주하는 베를린 베딩 지역의 헤버르트 호버 레알슐레라는 학교에서는 1년 전부터 교내에서 독일어만 사용하게 하는 교칙이 적용하고 있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덴마크 만평, 이란과의 핵 문제 갈등과 같은 이슬람과 서구세계간의 문화적 갈등문제가 연일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고 독일 내의 외국인 통합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 학교가 화제가 되고 있다. 즉 독일어 사용 의무화 방침이 차별인가 아닌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터키 유력 신문 ‘휘리예트’는 이 학교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하며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또 터키 교민 연합도 “학교 교장이든 교육청장이든 간에 아무도 다른 나라 언어사용을 금지할 수는 없다. 여러 가지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곳에서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데 금지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며 이 학교의 방침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베를린 터키 출신 녹색당 소속의원 외스카 무툴루도 “헤버르트 호버 레알슐레의 방침이 기본법에 위배된다”며 비판했다. 그는 “수업시간이 독일어로 진행되는 것은 물론 당연하지만 쉬는 시간까지 무조건 독일어만 사용하게 하는 것은 학생들이 더욱 자국 문화 안으로만 숨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교칙을 지켜야 할 당사자인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해하고 있는 편이다. 왜냐하면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학생들 간의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학교의 한 학생은 “선생님들이 이러한 교칙을 도입한 것은 우리를 화나게 하려는 게 아니라, 독일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학교 방침에 대한 이해심을 보였다.

학생회장이며 파키스탄 출신인 아사느는 “우리는 독일어가 필요합니다. 졸업도 해야하고, 진학하거나 직업도 찾아야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이러한 학교 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소수 민족 단체도 있다. 예를 들어 터키연구중앙회의 의장 푸르크 센은 “독일에서 출세하고자 하는 사람은 학교에서 독일어만 사용해야한다”며 지지의사를 표했다.

물론 100% 독일어만 사용하는 것이 완전히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쉬는 시간 학교 운동장에서 가끔 학들이 독일어가 아닌 모국어로 말하고 있으면 가끔씩 교사가 학생들에게 다가가서 독일어를 사용하도록 주의를 준다. 그러나 독일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벌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단지 공격적 욕설을 할 때만 벌을 받는다.

독일어만 사용하게 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이 학교는 베를린 문제 지역인 베딩(Wedding) 지역이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독일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이었으나 이제는 터키인을 비롯하여 외국인 이주민거주 비율이 매우 높다. 이 학교 주위에는 이슬람 회당이 있고, 터키, 아랍 상점들이 즐비하다. 이 학교 학생의 90%가 외국인으로 대다수인 터키출신 뿐만 아니라, 아랍어 사용학생, 폴란드, 세르비아 등 8-9개의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있다.

유타 슈타인캄프 교장은 “우리 학교 학생의 대다수가 집에서는 독일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만 이라도 독일어를 연습하게 해야 한다. 독일어만 사용하게 하는 방침을 적용한 이후로 학생들의 독일어 성적이 향상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이해 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예의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처음 이 교칙을 적용할 때 학교측은 학부형에게 협조와 이해를 바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냈었다. 학생들도 “우리학교의 학교언어는 독일연방 공화국 공식언어인 독일어다. 학교에서는 독일어만 사용하게 하는 것을 의무로 한다.”라는 교칙 조항에 대해 동의하는 서명을 했다.

그러나 독일 교원노조와 학부모 연합은 이러한 방법이 다른 학교들의 귀감이 되는 모범가치 있는 모델이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

브란덴부르크 학부모 연합의 대표 빌프리트 슈타이너르트는 “외국인 통합을 이루고 싶다면 이주민 자녀들에게 그들의 모국어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교원노조 부회장인 마리엔느 뎀머는 “독일에 사는 사람들은 앞으로 여러 가지 언어가 사용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데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청소년들이 앞으로 여러 가지 언어환경에서 자라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언어를 금지시키는 일은 교육적으로 잘못되었다.”며 쉬는 시간 독일어 사용의무화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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