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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독일내 이슬람 ‘귈란’ 학교 확산

이주민 통합에 기여…독일학생 유치 노력
정치·종교 비분리 비판도…“지원 말아야”


이주민의 통합 문제는 다문화 사회의 숙제다. 독일의 이주민들은 주로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함부르크 등 독일의 대도시에 게토(ghetto·소수 인종이나 소수 민족, 또는 소수 종교집단이 거주하는 도시 안의 한 구역)를 형성하며, 독일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따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특히 베를린에는 터키인이 제2의 이스탄불이라 불릴 만큼 많다. 거리를 활보하는 10명중 1명이 터키인이다. 또 이주민의 저학력, 저소득층, 실업자 비율도 높다. 이 때문에 독일 사회에서 이주민 통합문제와 관련된 사회적 논쟁도 끊이질 않는다. 평행사회 논쟁, 주도문화, 윤리수업 의무화를 둘러싼 공방 등이 바로 그 예다.

이제 터키 이민세대는 3세대로 넘어가고 있지만 대부분 부족한 독일어 실력 때문에 상급학교 진학에서 좌절한다. 이주민 출신이 대학자격시험인 아비투어(Abitur)를 보는 경우는 독일의 전체 이주민의 7%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자신의 출신국가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이들이 모여 사는 게토는 우범지대로 악명이 높고, 청소년 범죄 문제도 심각하다. 이 때문에 ‘터키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차별이나 편견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이러한 가운데 독일 사립학교 설립 붐과 더불어 터키계 사립학교가 2006년부터 운영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학교의 설립자들은 이슬람교 성직자인 페툴라 귈란의 사상을 이어받고 있다. 귈란의 사상에 따르면 인류의 불행은 무지, 반목, 빈곤에서 비롯됐다. 교육, 대화, 경제성장이 이를 극복하는 처방이라는 것이다. 또 귈란은 현대사회의 학문적 기업적 성공은 전통적 이슬람 교리와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귈란의 추종자들은 터키에서는 박해받아 대부분 미국으로 망명했지만 이들은 대개 높은 노동윤리와 건전한 생활 방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무슬림식 칼뱅주의자다. 역설적이게도 이 학교의 설립목표는 설립 무슬림들의 독일사회에의 성공적 통합이다. 현재 귈란의 사상을 이어받아 설립한 사립학교는 쾰른, 베를린, 만하임, 하노버 등 독일뿐 아니라 옛 소련의 터키어 사용 지역, 파키스탄, 러시아, 폴란드, 중국, 미국까지 있다.

그러나 터키 내에선 귈란 학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지 않고 뒤섞는다는 이유에서다. 귈란의 추종자들은 터키 내에서는 극렬 이슬람주의자로 낙인 찍혀 외국으로 망명하고 있는 신세다.

귈란의 사상을 모범으로 하는 ‘디알로그(대화) 인문 학교’는 쾰른에 자리하고 있다. 이 학교는 2006년에 설립돼 아직 졸업생이 없지만, 더 많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학교 소개의 날’을 정해 공개 수업을 한다. 이 학교는 터키 출신 이주민뿐만 아니라 독일학생도 끌어들이려고 한다. 터키어로 지구화된 경제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독일 학부형들을 설득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현재까진 이 학교에 다니는 독일 학생은 없다.

학교 설립은 ‘터키 독일 대졸자 연합’이라는 단체에서 비롯됐다. 1994년에 독일의 터키계 대학생들과 대졸출신 터키학부형들이 자녀들의 과외지도 교사를 위해 모였다가 사립학교를 설립한 것이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독일에서 독일어 구사가 부족해서 생기는 차별이었다. 이 학교에서는 터키어를 제 2외국어로 선택할 수 있다. 자식들에게만은 이런 차별을 물려주지 않고, 독일어뿐만 아니라 터키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하게 해서 터키출신이라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 되도록 하겠다는 야심이다. 이슬람주의를 내세우는 학교지만 이슬람 종교 수업은 과목에서 빠져있다. 대신 윤리과목은 필수다.

하지만 지역에서 학교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가령 쾰른 출신인 사민당 전 독일 연방의원 랄레 아크귄은 “터키인들만 모아 놓고 통합을 지향한다니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한다. 쾰른시의 사민당은 이 학교 확장에 대한 지원에 비판적 입장이다.

반면 보수적인 기민련은 이 터키계 사립학교의 입장을 잘 이해하며 지지하고 있다. 이 사립학교 이사장 휘세인 카라쿠쉬는 “지금은 과도기 기간이지만 독일 학부형들이 우리학교 교육의 수준을 알아게 독일 학생들도 다니게 된다면 통합적인 교육 방침이 이뤄질 것이다. 또 한편으로 이로써 높은 교육을 받고 터키인의 대학진학률이 높아진다면 이것도 통합의 한 방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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