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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주민 2세 교육의 반면교사, 독일

한국 이주민 인구가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5% 수준인 126만 명을 넘어섰다. 바야흐로 이주민 2세를 위한 교육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야할 때다. 이주민 2세 교육정책이 후에 한국교육의 대외적인 경쟁력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한국보다 노동 이민의 역사가 빠른 독일의 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독일 내 이주민은 8200만 전체 인구 중 1500만, 대략 20% 정도를 차지한다. 이주민의 비율이 이렇게 높다보니 2세 교육도 피해갈 수 없는 이 사회의 화두다. 대외적인 독일 교육 수준이 저평가되는 이유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도 알고 보면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시와 민간단체가 연계해 이주민 2세들의 사회 적응력을 키우고 취업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들이 역부족이었다는 결과가 여러 통계에 의해 나타나고 있다.

최근 25%의 터키계 이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조사한 알렌스바흐 설문기관의 발표에 의하면 설문에 응한 학부모 69%가 이주민 2세들이 학교에 원만하게 적응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터키계 학부모들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아이가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차별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63%의 터키계 학부모가 외국인 2세에 대한 교사의 편견 때문에 같은 수준의 독일 아이들과 경쟁할 경우 더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또한 그 모든 책임은 교사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독일교사연합회의 요셉 크라우스 회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설문 결과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독일 교사들은 객관적인 척도에 의해 평가할 뿐"이라면서도 "그러나 교사들이 인내가 필요한 이주민 2세 교육에 남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가장 심각한 애로사항으로 이주민 자녀들의 부족한 독일어 수준을 들었다. 독일어를 못하면 사회 과목은 물론, 수학이나 물리 문제까지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독일 학생보다 성적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이 교육후진국으로 전락했다고 자평하는 근거인 OECD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독일 학생의 성적이 저조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도 시험에 참가한 이주민 자녀의 수준이다. 피사 성적을 기준으로 한 자체 비교에서 외국인 자녀의 비율이 높은 학교일수록 평균성적이 낮게 나타났다. 지난 2005년 국제학력평가 결과도 수학부문에 참가한 학생 중 터키 출신 자녀가 독일인보다 평균 100점이나 낮게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문제는 캐나다, 네덜란드 등에서는 이주민과 자국민의 성적 차이가 독일만큼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사 쇼크 이후 독일 교육계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주민 자녀 교육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학교교육의 가장 기초가 되는 유치원부터 외국인에게 맞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 중이다. 현재 3세~6세 아동의 유치원 진학률이 독일인은 93%인데 비해 이주민 자녀는 8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출발부터 차이를 보였다. 가장 차이가 큰 슐리스빅홀스타인 주는 독일 아동이 91%인데 비해 이주민 자녀는 60%에 그쳤다.

교육전문가인 요르그 드래거는 “유치원이 이후 학교교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이주민 자녀들의 원만한 학교교육을 위해서는 유치원 입학률을 일반 독일인과 같은 비율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유치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주민 자녀들이 유치원 입학을 포기하는 이유는 야외학습비 등 경제적인 부담과 언어에 대한 어려움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독일 연방교육부는 2013년부터는 조기교육 재정을 높이고, 이주민 출신 유치원 교사 양성에도 적극 투자할 예정이다.

한국도 지금 같은 추세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대외적인 교육수준이 이주민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 때를 위해 이주민 노동자 자녀들을 원만한 한국인으로 키우는 일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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