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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소외된 아이들에게 희망을"

학습부진 '하우프트슐레' 학생대상 여름캠프
심신 단련 등으로 자신감 길러…성적도 향상

보통 독일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여름 방학은 그야 말로 해방을 뜻한다. 가족,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거나, 집에서 자유를 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지난 여름방학 때 독일에서 이런 자유를 포기하고, 한 달 동안 여름 캠프에서 뒤처진 학교 공부와 직업 준비교육을 하며 땀 흘린 청소년들이 있다. 특별한 사설학원도 아니고, 학업에 매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올 여름 방학 때 북부 독일의 작은 마을 브라운라게(Braunlage)에 청소년 여름 캠프가 있었다. 여기에 하우프트슐레 8학년(중학교 2학년)학생 60명 모였다. 이들은 성적이 가장 부진한 학생들이 가는 하우프트슐레에서도 성적이 나쁘거나 문제 졸업여부가 불투명한 학생들이다. 그래서 사회 낙오자가 되기 더욱 쉬운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겐 졸업까지 아직 1년의 시간이 남았다.

독일에선 한 과목이라도 낙제 점수가 나오면 졸업을 할 수 없다. 독일 학교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성적에 따라 인문계나 실업계 학교로 나뉜다.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김나지움(13년), 실업학교인 레알슐레(10년)와 하우프트슐레(9년) 등 세 종류의 학교가 있다. 그런데 최근 하우프트슐레에 다니는 학생 중 학습 의욕이 떨어지고, 범죄에 빠지는 학생들이 늘어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독일의 문화부의 교육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우프트슐레 학생들의 장기 실업과 사회적 소외에 빠질 위험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 이 졸업장마저 없는 학생은 직업교육 자리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로 사회진출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 캠프에 참여한 비욘(16세) 학생은 지난 6개월 동안 학교 수업을 빠졌었다. 그런데도 비욘의 부모님은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형제가 14명이나 돼서 부모님이 그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비욘은 나중에 건축시공 기술자가 미장이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직업교육 자리 역시 졸업장 없이는 얻기 힘들다. 이곳에 모인 학생들 대부분의 부모, 조부모 세대가 실업자다. 빈곤과 실업이 대물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여름 캠프에 모인 60명의 학생들은 15명의 교사들과 함께 한 달 동안 기본과목 보충 수업을 받고, 책도 한권 공동으로 읽었다. 보통 또래 학생들이 읽는 베스트셀러 청소년 소설이다. 이들 중 지금까지 책을 한권을 끝까지 제대로 읽어 본 적 없는 이가 대부분이다. 오전에는 독일어, 영어, 수학, 수업을 받는다. 체력 단련도 빠질 수 없다. 오후엔 태권도, 뮤지컬 연습을 한다. 이를 통해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갈등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배운다.

이번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쿠르트 체르뱅카씨는 “태권도를 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공격성을 어떻게 조절할지를 배운다”고 말하며 태권도를 프로그램에 넣은 이유를 밝혔다.

학생들 개개인은 심리 상담사로부터 개인 고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여름캠프에선 사람 사이에서 지켜져야 할 예의범절도 배운다. 취업을 위해 면접할 때 어떻게 임해야 할지 말하기, 자세 연습도 한다. 가정에서 관심을 못 받고 자란 이 아이들은 학습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예의가 부족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름 캠프 교사 야스민 될링뵐름은 아이들에게 나중에 직업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어느 정도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녀는 “아이들이 예의를 지키기를 배우며, 자신감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여름 캠프는 로이파나 뤼네부르크 대학의 심리학 교수 쿠르트 체르벵카가 기획해 작년부터 실행돼 올해 두 번째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이곳에 온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건강한 자의식으로 미래에 대한 전망을 찾게 하는 것이다”라고 프로젝트의 취지를 밝혔다.

그의 교육 콘셉트는 학교 공부와 심리 치료적이며 사회 교육적 요소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학생들은 실용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능력을 인식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학습부진으로 인해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는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체르벵카 교수는 “나는 참여 학생들이 앞으로 직업 세계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현실적인 미래상과 긍정적 자아상을 갖게 될 것을 기대한다. 작년에 우리 여름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 중 90%가 하우프트슐레 졸업을 해냈다. 그리고 참가자 60% 이상의 성적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독일 노동부 소속 기관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로이파나 여름캠프 프로젝트’에 드는 비용은 12만 유로에 달한다. 이에 대해 독일연방 노동부 소속 기관의 대변인은 “이 학생들이 졸업과 취업에 실패하면 결국 우리한테서 실업수당이 나간다. 이를 고려한다면 우리가 투자하는 비용은 결코 많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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