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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춘기 시작 학생들의 교실 밖 수업

'학교 밖 삶 속에서 배우기 프로젝트'

“13세에서 15세까지의 사춘기 청소년들은 교실보다 식당을 운영하거나 집을 수리하거나, 농장을 운영하는 삶의 현장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독일의 대표적 대안학교 빌레펠트 라보아 학교 설립자인 개혁교육가 하르트무트 폰 헨팅의 말이다. 즉, 이 연령의 학생들의 교육은 ‘탈 학교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20세기 초 마리아 몬테소리의 교육모델이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선 교사들은 폰 헨팅의 교육 모델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교사, 교육학자, 두뇌연구학자까지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 수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춘기를 겪고 있는 13에서 15세 사이의 두뇌는 공식을 억지로 외우고 문학 작품을 해석하는 것에 적합하지 않다. ‘함부르크 학습시작여건 연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뇌는 전전두엽 코텍스의 성장폭발에 집중되어 있다. 즉, 이 전전두엽은 감각인지와 기억내용을 조정하고, 감정에서 행동으로 넘어가는 것을 담당하는 대뇌가 된다. 감정과 사고의 혼란이 생길 뿐 아니라 멜라토닌 호르몬이 더디게 형성된다. 결국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이 과정의 결과로 불면증과 건망증을 겪는다.

이런 연구 결과를 믿고 포츠담과 베를린에 있는 두 학교는 7학년에서 9학년까지 ‘교실을 벗어난’ 개혁교육적인 길을 모색하고 있다. 2009년 중반부터 시작된 이른바 ‘학교대신 삶 속에서 배우기’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사춘기는 ‘공사 중 폐쇄’라고 적힌 판자를 눈앞에 걸어두고 사는 삶에 비유할 수 있다”고 옌스 그로스피치는 말한다. 그는 베를린 모아비트 지역의 개혁 교육적 성향의 하인리히 폰 슈테판 학교의 교장이다.

이 학교는 독일 언론들의 보도에 의하면 ‘문제학교에서 모범학교로’ 거듭난 곳이다. 그로스피치는 중등교육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리고 그와 뜻을 같이하는 동지도 찾았다. 그 동지는 바로 포츠담 몬테소리학교를 이끌고 있는 교장 울리케 케글러다. 케글러 교장은 개혁적인 학습콘셉트로 2007년 독일 학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몇 년 전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슐레니츠 호수에 있는 농장지역에 약 3㏊ 가량의 대지를 얻었다. 동독 시절 슈타지 요원들이 휴양지로 이용하던 곳이었다.

이곳에 과수원, 작은 가축농장, 목재작업장, 기상관측소 등을 세워 이 두 학교의 7학년에서 9학년까지의 중등과정 학생들에게 운영을 맡길 계획이다. 소설 ‘15소년 표류기’처럼 아이들 스스로 삶의 현장에서 일을 분담하고 생활해 나가는 것이다. 이들은 직접 지은 오두막집에서 지낼 것이다. 케글러 교장은 이를 ‘현장 교육’이라 부른다. 몬테소리에 따르면 ‘생활공간을 학습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육체노동을 통해 잠자고 있는 두뇌를 일깨우는 것이다.

이들의 슐레니츠 호수 근처의 학습공간엔 아직 나무로 만든 재래식 화장실 하나만 서 있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며칠 간 프로젝트 수업을 할 때 몇 번 이곳에 왔을 뿐이다. 이들은 아직 많은 계획을 앞두고 있다. 2008년과 2009년 동안 7~9학년 학생들은 함께 미래에 이곳이 어떤 모습이 될지 설계를 했다. 대지를 직접 측량하고, 설계도를 만들었다. 이제 이곳의 공사 일정이 다가오고 있다.

물론 이는 모두 이들 학생의 몫이다. 이들이 손수 땅을 개척해서 만들 것이다. 조를 분담해 일을 나눴다. 가령 17명의 학생들이 2주간 먹으려면 얼마만큼의 빵을 구워야하며 얼마만큼의 재료가 필요할까?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건축쓰레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린벨트란 것이 무엇일까? 동독시절 슈타지란 무엇인가? 등 학생들에겐 작업하는 중에 부딪히는 여러 가지 의문점과 모든 과목들을 아우르는 학습과제들이 생긴다.

케글러 교장은 “인류사의 문화사적 단계에 대해서도 공동생활의 형태에서 자신의 몸으로 느끼며 생각하며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과정 중에 수업과 관련된 중요한 소재들이 쌓인다. 어떤 것들은 학생들 간에 서로 질문하며 해결한다. 교사가 어려움에 빠질 때도 이 프로젝트를 돕는 농장전문가가 한 명 있어 해결해 준다. 농장전문가 말고도 카누제작공이 프로젝트 교사로 학생들의 작업을 돕는다.

특히 도시생활에서만 익숙하고 시골생활을 겪어보지 못한 학생들에겐 ‘학교 대신 삶 속에서 배우기’ 프로젝트는 더욱 새롭다. 하인리히 폰 슈테판 학교의 교사 안케 마로코프스키는 “아이들이 변한 모습이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아마도 아이들이 관심이 가는 것을 배워도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질문을 자신의 문제로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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