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초·중등 교육의 획일성을 지적하면서 `붕어빵 교육'으로 비난하는 보도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일면 수긍할 점이 있지만 대부분의 지적들은 초·중등교육의 특성이나 실상과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붕어빵 교육론은 보통교육에 대한 애착보다 경시 풍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 많은 교사들의 사기를 꺾고 학생들의 인성교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선 초·중등학교 교육을 사회적 논쟁의 대상으로 삼고 교원들의 부정적인 면을 확대·과장하는 보도는 자칫 어린 학생들의 정서에 심각한 상처를 줄 수 있어 자제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학교나 교사를 존경하지 않고 불신한다면 바람직한 인격 형성이나 가치관이 내면화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보통교육정책은 학교를 성역 그대로 보존하면서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교사를 특권계급화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올바른 인격자로 키우기 위해서다. 초·중등학교에서 교과서를 사용한다고 `획일화'라고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교과서는 역사적으로 검증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사실들 중에서 학생들의 정서적·육체적 성장단계에 따라 선정·배열해 만든 것이다. 학자들의 이론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에 의해 제정된 교과서 사용을 획
2002-05-06 00:00학교는 요즘 체험학습 시즌이다. 과거의 소풍이 지금은 체험학습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고적지나 산업체를 방문해 그곳의 설명을 듣고 돌아와서 소감문을 쓰게 하고 아이들은 소풍이라 해서 그날 하루를 밖에서 즐겁게 보냈다. 오늘의 현장 체험학습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운영 면에서 별로 달라진 게 없지 않나 싶다. 이름 그대로 무언가 가슴에 와 닿는 체험을 하고 생활에서 모습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는 그런 감동적인 체험이 드물다는 얘기다. 가족끼리, 친척끼리 방학이면 언제나 이루어질 수 있는 즐거움의 체험은 학교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어쩌면 휴일마다 맛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학교에서는 좀 다른 모습의 체험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테면 봉사체험이라든가 나눔체험이라든가…. 피서철이 끝나고 얼마쯤 뒤 바닷가에 흩어진 피서의 흔적들을 살피게 하고 쓰레기를 주우면서 나의, 우리가족의 흔적은 아닐까 반성해 보고 깨끗이 쓰레기를 치운 뒤, 가족과 서로의 다짐을 얘기해 보는 건 어떨까. 현장학습의 결과가 학부모들에게도 파급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또 책 한 권이나 장난감 한 가지씩을 준비해 시설을 방문해 나눠주고 그곳
2002-05-06 00:00얼마전 친구들과 식당에서 모임을 가졌다. 그런데 식당 안이 어찌나 시끄러운지 대화가 안 될 정도였다. 이유는 대여섯 살 정도의 아이들 6명이 괴성을 지르며 맨발로 뛰어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로 모이는 건너편 테이블의 젊은 부부들은 아이들 못지 않게 떠들며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참다못한 내가 조용히 하라고 아이들을 타이르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젊은 부부들은 기분 나쁜 어조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얘들아! 거기서 뛰지 말고 이곳에서 뛰어라!" 정말 어이가 없었다. 당신 자식이나 잘 기르라는 그 싸늘한 눈빛에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요즘 아이들은 운동장 한 바퀴를 제대로 돌기도 힘들다. 팔굽혀펴기나 턱걸이는 고사하고 간단한 일을 시켜도 버릇처럼 입에서는 "힘들어요, 못해요. 왜 그런 것을 해요? 안 하면 안돼요?"하며 이유만 늘어놓는다. 갈수록 나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날이 또 지났다. 어린이는 헌장 구절처럼 바르고 씩씩하게 키워야 한다. 물론, 내 자식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말을 들을 때 기분은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전에 내 아이가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스리는 것이 슬기로운 부모가 아닐까? 아이를 기죽지 않게 내
2002-05-06 00:00방학이 끝날 무렵 아들 녀석이 뜬금없이 나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어릴 때 꿈이 뭐였어? 선생님 되는 거였어요?" 꿈이라! 어린 시절 꿈이 무엇이었는지 잊고 산지가 오래였다. 나의 꿈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으로 커져갔지만 나의 초등학교 때의 꿈은 간호사였다. 사범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내가 교사가 된 것은 지금 돌아보면 암울했던 80년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서 나는 교사 초년 시절, 고학년이 될수록 부풀어만 가던 그 꿈을 버리지 못해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하며 방황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벌써 16년을 훌쩍 넘게 교사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도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꿈을 물으면 선생님이 되고자하는 어린이가 많다. 그것은 가식 없이 순수한 마음 그대로 자기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그 모습 그대로를 동경해서 일게다. 내가 간호사를 꿈꾸듯 말이다. 내가 대학시절 즐겨 불렸던 유행가 가사에 이런 내용이 있다. `난 어른이 되어도 하늘색 고운 눈망울 간직하리라던 나의 꿈 어린 꿈이 생각나네.' 지금 그때의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세상의 욕심과 가식을 버리고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선생님은 정말 눈이 맑아요'라는 말을 듣고싶다. 아들
2002-05-06 00:00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성교육과 열린교육의 정착을 위해 중간·기말시험 방식의 교육평가를 교육현장에서 아예 몰아내고 수행평가로 대체하자는 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요즈음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수행평가 바람은 힘을 잃고 종전의 교육평가 방식이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지필 위주의 현행 교육평가 방식은 부작용이 적지 않지만 하등의 비판이나 검증 없이 당연시되고 있다. 0점을 맞은 학생이 평가결과가 부모에게 통지돼 꾸중을 들을까 봐 시험지에 불을 붙여 일어난 모 초등학교 화재사건,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 학생들의 가출, 자살 등의 문제들이 아무리 큰 활자로 지상에 보도돼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학교교육에 대해 비판하는 학자가 많다. 그 중에서도 실버먼의 `교육의 위기', 일리치의 `학교 없는 사회', 라이머의 `학교는 죽었다'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콤보스는 평가에 대해 말하기를 출제와 채점이 경쟁심을 북돋우고 우월감과 열등감을 갖게 하며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위한 시험을 가르치고 언제나 정답을 맞추려는 습관을 기르는 교육에 치중하게 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는 평가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몸
2002-05-06 00:00교원을 포함한 공무원이 금고이상의 형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는 당연 퇴직된다는 현행 국가공무원법 관계조항이 공무원의 신분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 온지 오래되었다. 동법 33조 5항은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는 자 중에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 그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를 규정하고 있고 동법 69조에는 이 경우 당연 퇴직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사건이나 범행의 정황이 경미한 범인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기간을 무사히 경과하였을 때 그 죄를 불문에 붙여 면소되는 것으로 보는 선고유예제도는 범인의 자포자기와 다른 죄수들로부터의 나쁜 감화를 예방하고, 범인의 자성에 의해 형벌을 집행한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법원이 교원의 경미한 범죄사건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하는 것은 교원의 사회적 신분을 신뢰하여 반드시 형 집행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인격을 가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은 교원이나 공무원이 금고이상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를 당연퇴직 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은 법원이 선고유예 판결을 한 취지나, 선고유예제도의 목적에 배치된다고 본
2002-05-06 00:00지난달 27일 민주화운동보상심의회가 전교조 해직교사에 대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기로 결정한 것은 재고돼야 한다. 전교조 활동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되지 않아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교조 운동은 노동운동이라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88년 전교협이 결성되었을 때, 나름대로의 활동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 설립을 고집하면서 '89년,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이를 강행했다. 따라서 순수한 교육운동의 측면보다는 노동운동 차원의 노동세력 확산에 더욱 주안점을 둔 것을 지적한다. 둘째, 그들의 주장이 과연 민주화와 관련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전교조 출범 당시 그들의 핵심주장은 초·중등학교 교무회의의 의결기구화와 학교장 선출보직제였다. 교무회의 의결기구화는 학교를 주민의 통제가 아니라 교원 자치구로 변질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선출보직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 뿐만 아니라 학교현장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과연 민주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셋째, 다른 교사와의 형평성 문제다. 민주화 운동이 권위주의의 해소에 기여한 공로라면, 당시 법을 준수하겠다는 정신으로 노
2002-05-06 00:00최근 행정자치부가 교원 및 교육전문직의 신분을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전환키로 한 결정에 관해 교육현장에서 파문이 일고 있으며, 그 철회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내용인 즉 지난 4월 17일 행자부 '지방이양추진위원회'의 행정분과위원회에서 교육공무원 신분을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바꾸는 의결을 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본 위원회에서의 최종 과정은 남아 있는 듯하나 전례에 비추어 불때 추인의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거의 결말이 난 것이나 다름없는 듯하다. 이러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교육계는 철저히 배제된 듯 보도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 교육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는 중차대한 결정과정 임에도 불구하고 교육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생략되었다는 것은 아무리 타당한 결론을 도출했다해도 설득력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현장의 교원을 비롯하여 교직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그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이런 결정의 과정에는 교육계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될 수 있는 공청회, 토론회 등이 동원되었어야 옳다고 본다. 행자부 산하의 동 위원회에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지방단체마다 점진적으로 교원 보수의 차별화를 통한 경쟁을 유발하고
2002-05-06 00:00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초등부 고학년 통합교류 활동' 담당이 내 몫으로 돌아왔다. 통합교류 활동은 말 그대로, 생활연령이 비슷한 일반학교와 특수학교 학생들이 계획된 프로그램에 의해 통합 교육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생활하고 배움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편견 없이 상호 협조하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가장 좋은 교육환경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위해 먼저 손을 내미는 쪽은 항상 특수학교일 수밖에 없다. 교과교육을 배제할 수 없는 일반학교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계획되는 시간조차 `허용'하기가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한다. 또 일반학교에는 통합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뜻 있는 교사가 극소수여서 서로간의 협조체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심지어는 3월초 통합교류에 대한 연간 계획을 수립해 놓고도 정작 장애학생들이 일반학교를 방문하면 낯선 세상의 사람을 보는 듯한 분위기로 특수교사와 학생들을 당황하게 할 때도 있다. 다행히 우리 나라의 교육 정책은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이고 공동체적인 인간육성을 위하여 개혁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경기도교육청에서는 특수학교와 통합교류가 이루어지는 일반학교에 지원금을 줘…
2002-04-29 00:00초등학교 영어시간.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교실을 들어서는 내게 아이들은 인사를 한다. "Hi∼" "Hi !" "How are you?" 내가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아이들의 입에서는 한결같이 나오는 소리가 있다. "I'm fine thank you. And you?" "여러분∼선생님이 그렇게 똑같이 인사하지 말라고 했죠. 집에서 엄마한테 아침부터 밥 먹는 거라든가 다른 일로 꾸중듣거나 몸이 안 좋은 사람도 있을 텐데 왜 한결 같이 모두 fine이야? 자, 따라하세요. Not so good. Not so bad. So so. Very well." 그러면 학생들은 한결 같이 열심히 따라한다. 그렇지만 며칠후 면 또 Fine thank you로 돌아간다. 우리 나라 영어교육에서 틀에 박힌 인사말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나도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모두 그렇게 배웠다. 지난해 여름 영어 연수 중에도 갑자기 계단에서 원어민 강사를 만났다. 그 원어민 강사가 던진 인사말에 나도 기계적으로 "Fine thank you. And you?" 그렇게 대답했던 경험이 있다. 대답하고 나서 나도 그 원어민 강사도 같이 웃었다. 무의식중에 나의 입에서 튀어나올 정도라니. 가끔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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