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 똑! 똑!'
나른한 오후 시간을 깨우는 짧은 문 두드림. 우리는 일제히 그 소리를 향해 외쳤다.
"Who is it?" 교감 선생님이셨다. 교내 순시 중이셨는지 양손에는 아이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이것저것 들고 계셨다.
"저…. 이거 아이들이 찾아가지 않는 연필들을 모아 왔는데 황 선생님 반 애들 나눠줬으면 해서요…."
받아든 연필 꾸러미는 누가 깎았는지 똑같은 솜씨로 깎여있었고 빠꼼히 인사하는 검은색 연필심이 사랑스러웠다. 작은 것, 긴 것 등 몽당연필에는 어렸을 적 끼워봤던 볼펜 깍지가 끼워져 있었다.
순간 이리저리 발길에 채인 흙 묻은 연필들을 손수 닦고 말리시는 교감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슴 뭉클함을 뒤로하고 소중하게 그 연필 꾸러미를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잘 나눠주고 선생님 뜻 잘 전하겠습니다."
나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교단에 섰고 아이들은 찬찬히 연필들을 살폈다. 수업을 마친 후, 나는 우리 교실에 찾아온 연필가족을 소개했다.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도 더 배워야 하는 작은 것의 소중함, IMF에서 배우는 지혜들…. 또랑또랑한 눈망울에 진지함을 담아 교육을 심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 주세요." "전 이 연필 오래 간직할래요."
아이들은 저마다 한마디씩하며 좋아했고 그 날 연필들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교육자료가 됐다. 우리는 1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연필 이야기를 하며 그 때를 기억하곤 한다.
"선생님, 전 그 연필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아이들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면서 교감 선생님의 정성에 다시 한번 감동한다.
한 사람의 관심과 정성이 값없이 풍요로워진 아이들의 가슴에 '작은 것의 소중함'을 크게 심어준 것이다. 지금도 교내 이곳저곳을 살피며 주인 잃은 물건들을 닦고 말리시는 그 손길이 분주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