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피우지 못한 또 한 명의 어린 꽃봉오리가 끔직한 성범죄의 희생물이 됐다. 열 살 아름이는 늘 혼자였다. 집에는 먹을 것조차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아버지는 전국의 건설현장을 전전했고 열 살 위의 오빠도 새벽까지 알바를 하느라 바빴다. 가족의 따뜻한 정이 그리웠던 아름이는 동네에서 음식을 얻어먹었고 학교에 늦으면 차를 얻어 타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아버지뻘 되는 이웃 아저씨의 마수에 걸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아름이 같은 나 홀로 아동 수는 현재 100만 명이 넘는다. 특히 먹고 살기 바쁜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은 사실상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나 다름없다. 소중한 딸들을 잃을 때의 학습효과는 매년 되풀이 되고 있으나 사회적인 시스템은 아직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등굣길에 참혹한 성폭행을 당한 여덟 살 나영이(2008년), 살해돼 물탱크에 버려진 열세 살 유리(2010년) 등 피지도 못한 채 범죄자에 의해 스러져간 딸들에 대한 아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도 유사 사건이 반복되고 있으니 딸 가진 부모들은 답답할 따름이다. 살인범 김점덕은 이미 성폭행으로 4년간 복역한 위험인물이었다. 이런 시한폭탄 같은 인물이 아무런 감시나 제재 없이 돌아다니며
2012-07-27 01:10지난 25일로 수석교사제가 법제화된 지 딱 1년을 맞았다. 지난해 6월25일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수석교사 관련법이 통과된 이후 1년이 지난 것이다. 법 공포 1주년을 맞아 기념식까지 열렸다. 법제화 원년을 기념하고 앞으로 수석교사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교직사회의 학습조직화를 촉진해 수석교사의 발전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미였다. 수석교사제는 교육계의 30년 숙원이었고 관련법 입법 발의에 여야를 망라해 56명의 국회의원이 동참했으며, 정권의 변천에도 흔들림 없이 추진된 대표적인 교원정책이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로 평가할 만하다. 실제로 수업개선을 위한 솔선수범과 동료교사 컨설팅, 신규교사 연수 등 적극적인 수석교사 활동이 교직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수석교사의 역할과 직위에 대한 법률과 시행령이 일치하지 않는 등 법령 미비로 인해 수석교사의 역할 발휘 여부가 관리자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수석교사의 역할과 지위에 따른 혼란은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저해하고 교감 등 관리직과의 갈등을 초래해 학교에서 수석교사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수석교사 직무 매뉴얼 재정비를 통한
2012-07-27 01:09학교로 향하는 길을 걷다 보면 이내 반가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코레아, 코레아, 여네 구와뎅냐!” ‘한국, 한국, 우리의 친구’라는 뜻이다. 이 소리에 발걸음을 학교로 재촉하곤 했다. 그러면 이내 길거리의 어르신들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으며 공손히 인사를 건내곤 했다. 한국 선생님이 에티오피아 빈민촌의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 대한 그들의 감사의 표시였다. 그들도 교사 된 보람 느끼도록 최근 동료 선생님 한 분이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왜 굳이 오지랖 넓게 아프리카 교육에 대해 신경 쓰시나요?” 그 질문도 일리는 있다. 우리 교육현장은 학업부담, 학교폭력, 자살 등 당면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그렇게 보면 머나먼 아프리카의 교육현실을 걱정하는 교사는 신기한 존재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은 달라도 교육자로서 직면한 문제들은 공통점이 많다. 우리에게는 저개발국들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을 충분히 고민하며 해결한 경험이 있다. 게다가 이 경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훌륭한 교사들이 있다. 한국 교사들이 저개발국들의 일을 남의 일이라고 외면하는 것은 해외원조를 받으며 전쟁 폐허에서 국가재건을 이뤄낸 고
2012-07-27 01:08‘인성이 진정한 실력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인성교육실천 범국민운동을 주도하는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이하 인실련)이 24일 출범했다. 교총이 주도한 인실련은 청소년의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의 확산에 발맞춰 사회 각 분야에서 160여개 단체가 함께 발족한 실천연합으로 인성교육을 한국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실효성 없었던 처벌 중심의 대책 학교현장에서 인성교육이 부재하거나 미흡하다는 주장들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운동이 간간이 있어 왔지만 민간주도로 범국민적 인성교육 실천운동을 이렇게 대규모로 전개하는 것은 대한민국정부 수립 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 운동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12월 친구들의 폭력에 시달리던 대구의 한 중학생이 자살한 이후 부각된 학교폭력과 따돌림 등으로 인한 학생자살 사건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출범선언문에서 밝혔듯이 학교폭력과 자살 등 우리 교육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우리 사회에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그동안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때마다 문민정부에서부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쳐 현 정부
2012-07-27 01:06교육기관은 물론이고, 지역사회, 언론, 법조계까지 모두 한 목소리로 학교폭력 근절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폭력은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따돌림도 계속되고 있다. 소년보호재판을 하면서 만나는 가해학생들에게 피해학생을 괴롭힌 이유를 물으면, 처음에는 뚜렷한 이유가 없었는데, 괴롭히는 과정에서 이유가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한영선 서울소년분류심사원 원장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한 원장이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된 소년들 중 학교폭력으로 수용된 청소년 5명에게 “어떤 아이들이 학교폭력을 당하니?”라고 물어봤는데, 그들이 “반에서 얌전히 있거나 만만한 아이들, 착한 아이들, 못생긴 아이들, 싫은 아이들”이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어떤 아이들이 학교폭력을 당하지 않니?”라는 질문하자 “최고로 못 건드리는 애는 신고하는 애들, 그 다음에는 좀 힘이 있는 애들, 그리고 힘이 없고 약하지만 친구가 힘이 센 아이들”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즉 가해학생들이 피해학생을 아무 이유 없이 괴롭히기 시작할 때 피해학생이나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가해자에게 초점을…
2012-07-27 01:05최근 모 TV방송의 힐링(Healing) 프로그램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힐링, 즉 치유라는 말이 인간의 최대 관심사인 건강과 관련되기도 하고 또 자연과 함께하는 편안한 시간이라는 맥락에서 공감을 얻은 것이다.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현대와 같이 각박한 삶에서 감당해야 하는 온갖 스트레스들이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피로로 누적돼 인간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그 수위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교육환경이 변하면서 교원들이 겪는 육체적·정신적인 피로감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과거 우리 교육 속에서는 맹자의 ‘군자삼락(君子三樂)’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는 것처럼 가르치는 자체가 즐거움이요 보람된 일이어서 교직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부러움을 받아온 직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는다’는 차치하고,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온갖 모욕을 받고 심지어는 구타까지 당하면서도 스승이라는 신분 때문에 심적 고통만 더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학부모로부터 받는 직·간접의 항의나 민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 역시 교원들이 겪는 또 하나의 심각한 스트레스다.
2012-07-27 01:037월 17일, 뜻 깊은 제64주년 제헌절 기념식이 국회에서 열렸다.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한 헌법의 제정을 온 국민이 경축하는 날인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돼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 이번 제헌절은 서울 교육에 있어서도 의미를 갖는 날이었다. 지난 4월 17일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자 매수혐의로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2심에서 당선무효 형에 해당하는 징역1년을 선고받은 지 3개월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법을안 지켜서야 현행 공직선거법 제270조에는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곽 교육감 사건의 대법 판결은 7월 17일 이전에 이뤄져야 했으나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법원으로 법을 앞장서 지켜야 할 대법원이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물론 7월 10일에 사건을 심리할 4명의 대법관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대법관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돼 어쩔 수 없이 대법판결이 늦춰질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곽 교
2012-07-23 17:09최근 공적개발지원(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줄여서 ODA라는 용어를 언론매체에서 종종 만난다. 다름 아니라 해외원조를 뜻한다. OECD, UN 등 국제기구에서 사용하는 개발도상국 원조에 대한 공식적 표현이다.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쪽의 “불편한” 마음을 헤아린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도 한때 불편한 마음으로 해외로부터 원조를 받았었다. 그러나 2010년 우리나라는 원조 받는 수원국에서 원조를 주는 공여국으로 전환했음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 OECD 회원국 중 원조공여국으로만 구성된 개발협력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의 회원국이 됐기 때문이다. 내 코가 석자? 교육계 무관심 DAC회원국이 되면서 우리 정부도 본격적으로 ODA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원조를 받아 경제·사회적 발전을 이루고 이제 세계 10위권 규모의 경제를 가진 국가가 된 경험을 아직도 온 나라가 총체적 빈곤의 나락에서 방황하는 전 세계 개도국들에게 전수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지식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 KSP)이다. 우리의 성
2012-07-19 20:42필자는 얼마 전 문용린 교수가 행복교육에 관한 발표를 하는 자리에 지정토론을 맡아 참석했다. 발제요지는 행복은 능력이고 습관이므로 교육을 통해서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학교생활에서 학생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행복교과서’가 발간돼 일부 학교에서 행복수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행복을 학교에서 교과목으로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를 계기로 우리의 교육문제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됐다. 산업사회 교육프레임 탈피해야 첫째, 교육프레임의 문제다. 기존의 학교교육은 산업사회를 전제로 하는 공장형 대량생산구조다. 교육의 목표와 내용을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전국의 학교에서 일사분란하게 실행하도록 돼 있다. 이런 풍토 속에서는 다양한 교육이 발붙이기 어렵다. 가치관은 획일화되고 모든 학교와 학생들이 한 줄 서기 경쟁구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1등을 하기 위한 무한 경쟁구조 속에서 학교의 다양성과 학생의 개별적이고 다원적인 행복은 고려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넘버원이 되기 위한 제로섬게임에 모든 교육적 가치는 함몰돼 버린다. 그렇게 교육당국은 획일적인 잣대에 의한 규제와 평가로 학교교육의 자율
2012-07-19 20:41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통일교육 시범학교로서상생과 공영의 통일시대를 이끌어 갈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스스로 학습하는 체험형 통일교육을 전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필자는 마침 학교의 이런 통일교육 취지에 부합하는 게임 콘텐츠인 ‘나누별 이야기’가 개발돼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것을 알고 이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비무장지대(DMZ)를 소재로 하는 기능성 게임인 ‘나누별 이야기’는 전쟁과 분단 상황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통일에 무관심한 요즘 학생들에게 한반도 현실을 인식하고 미래지향적인 통일의식을 심어주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나누별 이야기’ 게임을 활용해 도덕, 사회, 과학 그리고 창의적 체험활동을 연계한 교육과정을 편성해 4학년 학생들에게 적용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분단과 통일 그리고 생태 환경이라는 주제를 12차시에 걸쳐 편성한 이 교육과정을 통해 게임의 순기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나 파주에 위치한 우리 학교의 학생들은 DMZ를 게임 속에서 접하면서 통일의 관문인 우리 지역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말로만 듣던 전쟁과 DMZ 등을 게임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학습자 측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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