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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요리만 하는 요리사의 시대는 갔다

필자는 요리를 배워본 적도 없고 요리 학교를 다녀 본적도 없다. 더군다나 해외연수는 꿈도 꾸지 못했다. 평범한 인문계고를 졸업한 것이 학력의 전부다. 요즘 말로 ‘많이 딸리는’ 스펙이다. 그러나 자신이 부끄럽지 않다. 요리 분야에서 나름 인정받고 자신만의 독특한 요리 스타일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남다른 ‘최 셰프 스타일’의 요리 덕분에 ‘크레이지 쉐프’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과학·패션 접목하는 요리사

물론 체계적 공부는 큰 힘이 된다. 그러나 체계적인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것이 필자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용기를 준 것 같다. ‘남들이 도전하지 않았던 식재료의 조합에 도전해 보고 아닌 결과물이 나오면 메뉴로 내놓지 않으면 된다. 나만 아는 것인데 창피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색다른 요리를 한 것은 아니다. 스승 밑에서 10년간 요리를 배우고 비로소 주방장이 됐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그간 배웠던 요리를 레시피만 조금씩 변형해 새 레스토랑에서 메뉴로 내놨다. 그런데 누군가 맛집 동호회 카페에 ‘맛있기는 한데 모 레스토랑의 음식과 오버랩이 된다’는 글을 올린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필자가 10년간 일했던 바로 그 레스토랑이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먼저 스승의 요리를 비슷하게 하는 것이 그분께도 누가 되는 것 같았다. 또 한 가지 생각은 같은 요리사로서 더 오래 이 길을 걸어온 분을 똑같은 요리로는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6년 동안 거의 800여개 레시피를 만들었다. 매달 메뉴를 바꾸기 때문에 늘 다양한 시도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분자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고 굽거나 삶거나 찌거나 하는 조리법 외에 소스나 요리자체에 과학을 접목해 여러 가지 다양한 변화를 시도 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분말처럼 만든 소스인데 입안에서 아이스크림처럼 녹는다든지 눈에 보이는 것과 맛이 전혀 다른 요리 등 한층 더 새로운 요리를 시도했다.

요리자체의 모양을 위해 온갖 비주얼 소스에도 관심 갖기 시작했다. 하루는 레스토랑 주 고객을 유심히 관찰했는데 20~30대 여성 중에도 패션이나 트렌드에 민감하게 옷을 잘 입는 분들은 신발을 잘 선택해서 신는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이후 구두, 가방 패션쇼도 찾아보게 되면서 트렌드를 익힌 것이 요리에도 반영돼 강렬한 색감을 표현하게 됐다.

전문성에 감성 가미해야 남다른 결과

이제는 요리전문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늘 하는 말이 있다. ‘요리만 하는 요리사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말은 요리자체는 기본이기 때문에 확실한 스킬을 기본으로 갖추되 여러 가지 경험과 감성적인 부분도 함께 키우고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라는 뜻이다.

물론 공부는 기본으로 해야 한다. 필자 역시 요리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해 요리에 대한 공부도 끊임없이 해왔고 이런 기본이 곧 전문성이다. 다만 공부를 위해 개성이나 감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까지 모두 써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본인이 가진 전문성에 자신만의 색과 감성을 녹일 줄 알아야 차별화된 결과를 낼 수 있다.

얼마 전 청평에 있는 한 고교에 창의력 강의를 하러 갔는데 전교생 대부분이 영어회화가 가능하고 성적도 우수하다고 들었기에 학교가 매우 조용하고 공부에 집중하는 분위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운동장에서 열심히 축구를 하며 뛰노는 학생들이 많았고, 예술 고교로 착각 할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여러 악기들을 연주하고 있었다. 강의 내내 진지하면서도 개성 강한 학생들을 보면서 갇힌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가수가 노래만 하는 시대는 지났고 요리사가 요리만 하는 시대도 지났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하지만 공부만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열심히 공부하되 그 시간이 전부가 되게 하지 말고 많이 보고 많이 느껴야 한다. 개성과 감성을 전문성에 담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 꿈꾸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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