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교육개혁을 시도했지만 아직 남은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교사양성 체제 개혁이다.
서양에서는 성직자, 의사, 법조인을 3대 전문직으로 분류해 왔다. 교직은 이와 함께 유사 전문직으로 간주돼 왔다. 이런 전문직 양성체제를 보면 몇 가지 유사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양성과정을 마친 후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해당 전문직에 종사할 수 있도록 수요에 맞춰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문직에 종사할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충분한 기간 동안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해당 전문직 종사자가 직접 양성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전문직 양성 위해 과잉공급 해결해야
첫째, 세 전문직 양성과정 모두 공급 즉, 신입생 정원을 통제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 이유는 만일 졸업생 중에서 해당 전문직 종사자가 될 수 있는 비율이 높지 않다면 미래가 불확실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 긴 기간 동안 강한 교육을 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령 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고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현재 초등교사 양성기관 신입생은 국가가 정원을 강하게 통제해 졸업 후 2~3년이면 대부분이 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통적인 전문직 양성체제의 특성에 부합한다. 하지만 중등의 경우에는 아직도 과잉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전문직 종사자 양성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중등교원 양성의 경우 사대 신입생 정원을 수요에 맞춰 조정하거나 사시 합격자를 대상으로 사법연수원에서 법관양성교육을 실시하는 것처럼 임용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양성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세 전문직 모두 교육기간이 다른 전공에 비해 길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신앙세계를 책임지는 신부는 10년, 인간의 몸을 책임지는 의사는 11년, 법을 다루는 법조인은 7년 6개월의 교육 기간을 거쳐야 독립된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에 비해 학생의 미래를 책임질 교사는 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실습과 임용시험까지를 모두 마치고 합격만 하면 바로 자기 책임 하에 독립적으로 학생을 가르치게 된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교사로서의 전문지식, 실무능력, 그리고 소명의식까지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그러다보니 신규교사들이 생활지도나 학부모와의 관계, 학교 실무 처리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 현장의 여러 문제를 완화시키고 날로 고급화되고 있는 학부모의 교육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교사양성교육기간도 다른 나라처럼 늘릴 필요가 있다. 일단 교사가 된 이후에 연수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교사로 변화시키기보다는 임용 전 양성을 통해 원하는 교사자원으로 만드는 것이 더 용이하다. 양성기간 연장이 어렵다면 최소한 일반 공무원 채용 시에 적용하는 시보제도라도 도입해 1년 정도는 뛰어난 교사의 지도하에 수업능력과 학생지도를 포함한 학급경영 능력을 기르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임용고사 합격자를 대상으로 해외교육봉사를 다녀오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현직교사 교수요원 파견 필요
마지막으로 전문직 종사자 양성에는 모두 해당 전문직 종사자가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신학대학에는 현직 신부가 성당과 대학을 순환하며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의대에서도 의사인 교수가 의사 양성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사법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법관양성교육을 실시하는 사법연수원 교수도 대부분이 부장판사나 부장검사다.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해서는 국가가 현직 판사와 검사를 교수요원으로 파견해 양성과정에 직접 참여토록 하고 있다.
수요에 맞춰 신입생을 통제하고 있는 교대에라도 현장에서 존경받고 실력이 뛰어난 교사를 교수요원으로 일정기간동안 파견해 시범적으로 양성에 직접 참여하도록 한다면 초등교육의 질과 국민의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준비된 전문적인 교원인데 정작 현 정부에서 교사양성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당면한 여러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교육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교·사대 그리고 교총이 나서서 전통적인 3대 전문직 양성뿐만 아니라 교사양성에도 우리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투자를 하도록 유도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