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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육감 후보 단일화의 민낯, 이대로 좋은가?

오는 6·3 전국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곳곳에서 벌어진 후보 단일화와 경선 과정은 우리 교육자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언론 매체 역시 온통 이런 사실만을 경쟁하듯이 들추어 내고 있다. 본래 단일화의 목적은 가치와 정책을 공유하는 세력이 교육 비전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단일화는 교육철학의 통합이 아니라 세력 결집의 기술로 변질되었고, 경선은 정책 경쟁보다 조직 동원력과 절차 시비의 장으로 흐름에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나타난 갈등은 심각하다. 서울 진보 진영 단일화 과정에서는 일부 후보들이 “선거인단 등록이 의도적으로 배제되었다”고 주장하며 경선 결과에 불복했고, 각각의 지지 단체를 빌미로 출마를 선언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실제로 경선 과정에서 중복 등록과 대납 의혹, 선거인단 검증 문제 등이 제기되며 경찰 수사 요구로 이어졌다. 경남에서도 단일화를 외치던 진영이 오히려 다자 구도로 갈라지면서 “교육은 사라지고 정치 셈법만 남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선거 갈등으로 그치지 않는다. 교육감 선거가 정당 공천은 금지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진영 정치에 깊이 종속되어 있다는 구조적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법적으로는 비정치적 선거지만 현실에서는 보수·진보 진영이 후보를 사전에 조율하고, 조직력을 총동원하여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시민은 배제되고 정작 중요한 교육은 후순위로 밀린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단일화 과정 자체가 완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누가 선거인단을 구성하는지, 여론조사는 어떻게 설계되는지,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부 단일화 기구는 사실상 사설 정치조직처럼 운영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이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후보들이 속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은 옛말이 아닌 현실로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우려된다.

 

교육감 선거는 원래 교육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교권과 학생 인권의 균형은 어떻게 맞출 것인지, AI 시대 교육 혁신은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등 수많은 교육 현안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유권자들이 접하는 뉴스의 대부분은 단일화 잡음, 고소·고발, 조직 동원 논란 등으로 목적을 수단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교육 담론은 사라지고 정치 공학만 남은 셈이 되었다.

 

이제는 획기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그를 위해서는 첫째,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의 법제화와 투명화가 시급하다. 현재처럼 임의 단체가 불투명하게 경선을 운영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단일화를 추진하려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하고, 선거인단 모집 방식·재정 사용·여론조사 문항을 의무 공개해야 한다. 모든 경선 데이터는 시민에게 투명하게 열람되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정당 경선에 대해 일정 수준의 공적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감 단일화도 예외일 수 없다.

 

둘째, 정책 중심 공개토론을 의무화해야 한다. 지금의 교육감 선거는 인물 경쟁보다 진영 대결로 흐르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 후보 등록 이후 최소 3~5회 이상의 정책 토론회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방송사 공동 토론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학부모·교사·학생이 직접 질문하는 시민참여형 토론을 제도화해야 한다. 교육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셋째, 교육감 선거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직선제는 교육자치 확대라는 긍정적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과도한 정치화와 낮은 유권자 정보 수준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교육감 재선거의 경우에는 유권자의 겨우 20% 정도만이 참여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또한 상당수 유권자는 후보의 교육철학보다 진영 프레임에 따라 투표한다. 따라서 결선투표제 도입이 필요하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 상위 2인이 다시 경쟁하도록 하면 무리한 단일화 압박도 줄어들고, 유권자의 최종 선택권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교육감 후보의 정책 검증 플랫폼을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 중앙선관위와 교육부, 교육학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교육정책 공개검증 시스템”을 만들고, 모든 후보가 재정계획·학력정책·교권보호·AI교육 전략 등을 표준 양식으로 제출하게 해야 한다. 유권자가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진영이 아니라 정책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감 선거를 다시 교육의 자리로 돌려놓는 일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을 뽑는 선거가 정치 세력의 대리전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절대 그럴 수가 없다. 단일화는 수단일 뿐 결코 목적이 아니다. 교육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라 성장이고, 배제가 아니라 공존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절실하다.

 

지금 우리 교육 현장은 깊은 혼란 속에 빠져있다. 교사는 지쳐 있고 학생은 불안하며 학부모는 방향을 잃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감 선거마저 불신과 분열의 상징이 된다면 공교육의 권위는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물어야 한다. “누가 이겼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교육을 살리는가?”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교육감 선거가 답이 없는 적대적 경쟁에 따른 반사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치의 축소판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 교육 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인가는 이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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