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금요일 교담시간, 밀린 업무 처리라도 해볼까 했더니 2학년 보결 수업에 들어가라는 전달이 왔다. 오랫동안 고학년 담임을 해온 터라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딸아이가 2학년이라서 남다른 관심이 생겼다. 교실에 들어가니 한 눈에도 별의별 아이들이 다 있었다. 씨름하는 아이, 뛰는 아이, 싸우는 아이,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아이…. 대뜸 어디선가 “아줌마, 누구세요?” 이러는 것이다. 곧바로 “아냐, 할머니야!”라는 말까지 들렸다.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이 녀석이, 내가 할머니면 너는 할아버지냐?” 하면서 간지럼을 피웠더니 주변 아이들이 책상을 치면서 우습다고들 아우성이다. “옛날이야기 해줄까?” 했더니 소란을 멈추고 “네”하고 큰 목소리로 답한다. 딸아이와 함께 읽었던 ‘종이봉지 공주' 얘기를 들려줬다. 결혼을 약속한 공주와 왕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불을 뿜는 용이 나타나 성을 불바다로 만들고 왕자를 잡아갔다. 옷마저 모두 불타 없어진 공주는 허름한 종이봉지를 옷 삼아 입고, 무서운 용을 물리치고 왕자를 구한다. 그러나 왕자가 초라한 행색의 공주를 외면하자 공주는 진심을 몰라주는 왕자를 떠난다는 내용의 동화다. 칠판에 네모난 종이 봉지 하나를 큼직하게 그리
2006-06-01 15:25흔히들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이제 우리 교육자들은 4월이 아니라 ‘찬란한 5월’을 ‘가장 잔인할 달’로 기억해야 할 것 같다. 해마다 5월만 되면 신문기사마다 도배되다시피 하는 불미스러운 교육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교원들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과 ‘교육주간’이 제정된 것은 교육현장에서 2세 교육에 헌신하는 교육자들의 공덕을 기리고 칭찬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언론과 사회의 분위기는 마치 교육주간을 선생님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기간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급기야 올해는 서울지역의 경우에 대부분의 학교에서 스승의 날을 휴무일로 지정한 바 있지만, 이에 대해 언론들은 또 비아냥대기에 바빴다. 교육계만 성역으로 둬야 한다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교육자들만 대우받겠다고, 감싸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아니다. 교원들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그 잘못의 경중에 따라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의 태도나 일부 사회단체, 학부모들의 비판 방식은 대단히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빈대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 전체 교원들의 사기를 꺾
2006-06-01 15:24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6년 만에 평양을 다시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과 북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이뤄냈다.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회담 개최, 개성공단 조성과 금강산 관광, 남북철도 복구 등 통일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와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교육계도 2004년 금강산에서 남북교육자통일대회를 개최한데 이어, 작년에는 6.15민족공동위원회 남측 교육본부를 결성하였고, 6.15가 속한 한 주간을 남북교육주간으로 설정하여 한국교총과 전교조가 공동으로 통일 공동수업을 전개했다. 그리고 이러한 통일수업을 통해 조성된 수익금으로 북측에 교육기자재도 제공했다. 또한 작년 12월 19일에 개성 자남산려관에서 열린 남북교육자대표자회의에서 남측 교육본부의 한국교총과 전교조, 그리고 북의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의 3단체 대표자는 2005년 6.15남북공동수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2006년에는 남과 북에서 광범위한 공동수업을 전개하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이에 따라 남측 교육본부는 12일부터 17일까지를 남북교육주간으로 설정하고 통일 공동수업을 실시한다. 현 단계에서 6
2006-06-01 14:41
교육부가 15일 교원사기진작책으로 발표한 교권보호 안전망 강화 방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스승의 날이 며칠 지나지도 않아 학부모가 무분별한 행위로 여교사의 무릎을 꿇게 하고 사과와 사표를 강요하는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해 교육계의 참담함은 물론 사회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학부모가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은 채 대화와 합리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늦은 밤 교사의 집을 방문하는가 하면 무릎을 꿇리고 사표를 강요한 인권 유린 형 교권침해다. 교육부는 15일 교권침해 사범에 대해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협조를 강화해 ‘교원예우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법집행이 이루어지고 교사의 권익이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방침이 한낱 스승의 날 구색 갖추기가 아니라면 이 사건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교원이 안심하고 학생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교권사건이 터질 때마다 뒷짐 지고 있는 듯한 교육당국의 모습은 전국의 40만 교원으로 하여금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학생의 수업지도와 생활지도 등 교육은 교권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가르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인 교권도 보장하지 못하면서 양질의 교육을 운
2006-05-23 16:48지방선거를 앞둔 스승의 날 여․야 대표들이 교심(敎心)잡기에 나섰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8년 만에 정부와 교원단체가 공동으로 개최한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선생님들을 더 잘 모시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교육여건을 마련하는 데 정성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치권으로부터 모처럼 스승 대접을 받아 생경하기까지 하다. 교육자와 그 가족만 해도 200만이고 제자와 학부모들에 대한 영향력까지 감안하면 집단적 투표 역량이 막강함에도 교육자의 자존심을 뭉개는 정책이 난무하고 OECD 국가 중 최하위의 교육여건에서 허우적거리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는 정치인들은 교육자들의 마음이 지리멸렬돼 있을 뿐만 아니라 교심 위에 이념이 있고 지역감정이 있다는 것을 읽고 있다는 반증이다. 교심을 얕잡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86%의 교원들이 반대하는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여당은 교육공약으로 버젓이 내걸고, 야당은 비록 일부 의원의 소행이지만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는가.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교직의 전문성과 자존심을 뭉개는 대표적 정책으로 ‘제2의 정년단축’으로 회자되고 있다. 김대중 정권 시절 쿠데타적…
2006-05-23 14:58내가 25여 년의 교직 생활을 하는 동안 우리의 교육 현장인 학교는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교수-학습의 질적 향상은 말할 것도 없고, 최신 학습 기자재의 보급이나 교실의 냉난방 시설 등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들이 이제 일반화 되고 있다. 과거에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가까워지면 원지를 긁는, 소위 ‘까끌판’을 확보하기 위해 새벽에 출근했던 일도 있었고, 학기말에는 생활기록부를 펜으로 기록하다가 잉크를 엎지르는 바람에 몇 장을 다시 작성한 후 다른 학교로 전출한 교사의 도장을 받기 위해 퇴근 시간에 맞추어 시외버스 주차장에서 기다린 적도 있었다. 이제 이런 이야기들은 술자리에서나 가끔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세상은 이렇게 변했다. 그런데도 학교에서는 아직도 광복 이후 60년의 기나긴 세월 동안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게 있다. 그게 바로 교감의 자리다.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초·중등학교 교감 자리는 교무실 한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짐작컨대 이것은 광복 전부터 교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서 교감(광복 전에는 부교장이라 했다고 함)을 교무실 중앙에 앉혀 놓은 게 아닌가 한다. 그러나 지
2006-05-23 13:25이제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언젠가는 교사가 학부모한테 무릎을 꿇는 일이 올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 교원 정년단축을 위해 교사의 비리를 침소봉대하여 매스컴에서 망신을 주기 시작한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매스컴은 고리의 끈을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교원들의 이야기만 나오면 눈에 쌍심지를 돋우고 적을 대하듯 하는 이들을 보면 언제부터 교원들이 국민들로부터 원성의 대상이 되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굴복하거나 항복을 할 때 취하는 행위이다. 선생님이 학부모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학생들과 학부모들 앞에 설 것이며 교육할 것인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또 어떤 연유로 전 국민이 보는 9시 뉴스에 무릎을 꿇는 모습이 방영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선생님이 평생 이 업보를 어떻게 안고 살 것인지도 염려스러울 뿐이다. 학교 회의실까지 무리를 지어 들어와서 그들의 자식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앞에 세워놓고, 사표를 내라고 강요를 하고 몰아세우는 행태는 차마 우리 모두가 눈뜨고 보지 말았어야 할 장면이었다. 젊은 새내기 여교사가 얼마나 당혹스럽고 억울하였을지 굳이 듣지 않아도 너무 잘 알 수 있다
2006-05-23 13:24학교에는 성적지상주의에 의한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 낮은 교과 성적과 가난하다는 이유로 소외되어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학생, 분명한 목표나 진로의식 없이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발달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교정책으로 인해 학교폭력과 청소년범죄가 나날이 증가하는 등 청소년문제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는 전국 지역교육청에 전문상담순회교사를 배치하여 학교상담활동을 지원하게 했다. 수업겸임 상담교사로는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청소년 문제에 대처하고 전문적인 학교상담을 맡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식한 것이다. 또한 올해부터 2009년까지 순차적으로 전국의 초·중등학교에 전문상담교사를 1명씩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각급학교에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는 것은 학교상담의 정착을 통해 청소년문제를 심도 있게 해결하고 학교교육복지를 지향하는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학교상담은 당장 눈에 띄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 학생의 장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교폭력과 학생범죄를 예방하고, 부적응을 개선하는 일 외에도 올바른 비전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하게하고 진로결정, 대인관계, 인
2006-05-12 11:28스승의 날을 전후한 5월만 되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연례행사처럼 각종 매스컴에서 교육계 내부의 이야기들을 집중해서 보도하고 있다. 바람직한 기사, 교육 종사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내용, 수요자들인 학부모들을 안심시키는 기사들이 게재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 8일 조선일보의 교원성과급에 관한 사설은 자칫 일반인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어 반박하는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사설은 ‘훌륭한 교사와 평균 이하 교사 차이가 6만원’이라는 제목 아래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와 적당히 시간 때우는 교사의 1년 성과급 차이가 6만원밖에 안 된다. 이것은 ‘가짜 성과급’이다. 잘 가르쳐보겠다고 노력과 시간을 들이는 교사를 바보로 만들고 모욕하는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는 실제 교원성과급이 지급되는 학교 현장을 한번도 제대로 심도 있게 들여다보지 않고 쓴 책상 위 공론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실제 대부분의 일선 교육현장에서 위 사설의 내용처럼 성과급이 3등급으로 지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훌륭한 교사와 평균 이하 교사를 어떻게 자로 잰 듯이 구분해낼 수 있다는 말
2006-05-11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