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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물난리' 교훈

졸업한 제자들이 찾아와 삼삼오오 즐거운 추억을 떠올릴 때면 항상 우리는 ‘특별한 데이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퇴근하고 나면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배움을 마치지 못한 어머니, 아버지들을 가르치는 야학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지금의 학생들이야 학원이나 학교에서 공부할 기회가 많지만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이들이 알기를 바라면서 가끔 야학에 아이들을 데리고 간 것이다.

청소도 하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안마도 해드리고, 실과시간 솜씨를 뽐내 간식도 만들어보고, 나중에는 아이들의 아이디어로 바자회도 열어서 야학 학생들이 문제집을 살 수 있도록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야학 학예회, 운동회 때마다 참석해서 축가도 부르고 직접 만든 응원도구로 응원도 했다.

그날도 간식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과 일찍 야학에 도착했다. 요리 삼매경에 빠져있는데 은주가 소리쳤다. “선생님, 바닥에 물이 자꾸 생겨요!”

처음에는 누군가 바닥에 물을 흘린 거라 생각했지만 물은 점차 무릎까지 차올랐다. 뒤늦게 온 야학 선생님과 학생들도 영문을 모른 채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폭한으로 수도관이 터져서 생긴 일이었다. 물을 퍼내기 위해 다리까지 물에 담그고 있으니 몸이 오들오들 떨렸지만 나중에는 지하 공부방에서 현관 입구까지 물을 나르다보니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야학 물난리 사건으로 우리 반은 한참 동안 시끄러웠다. “선생님, 물동이가 없어서요, 경숙이가 쓰레받기로 물을 퍼올리고 제가 날랐어요.” “엄마가 날씨가 추우면 수도관을 헝겊으로 해놓아야 한다고 했는데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요.”

나를 놀라게 한 건 평소에 무단결석을 잘 하는 정호의 말이었다. “가끔 시험 전날에 비가 많이 와서 학교 안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공부를 못하게 되니까 서운했어요. 제가 시험에서 꼴지를 하더라도 학교가 물에 잠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언제 이런 생각들을 했는지…. 학교가 소중한 곳이라는 것을 깨달은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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