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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정수기 사용만이 능사인가

매일 깨끗한 물을 마실 수만 있어도 사람의 건강은 상당 수준까지 지킬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함으로써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일은 더 없이 중요한 일일 것이다.

학생들에게 깨끗한 물을 마시도록 대책을 강구하는 일은 학교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학교마다 여러 대씩, 큰 학교의 경우는 수십 대씩 정수기를 갖추어 놓고 음료수 관리를 하고 있지만 학교의 현행 물 관리 체계는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어 보인다.

첫째, 거의 모든 학교에서 관행화되어 있는 정수기 사용이 국가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수돗물을 은연중 불신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수행하지는 않을까. 지하수를 사용하는 학교는 물론 수돗물을 쓰는 학교들도 정기적으로 철저히 수질검사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이 물을 다시 정수해 마시도록 제도화하고 있는 것은 이중의 지출인 동시에 무책임 행정의 소산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수돗물은 으레 정수해서 마셔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도록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습관화시키는 일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우리나라의 수돗물이 상당히 위생적이고 그냥 마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수준임을 알고 있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이중의 정수과정을 거치도록 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만약 믿을 만한 물이 못된다면 정부가 나서서 성장세대로 하여금 물에 대한 믿음을 갖도록 정수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수질에 자신이 있다면 이를 적극 홍보함으로써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국가행정에 대한 신뢰감을 갖는 바탕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둘째, 정수기 관리에 드는 비용은 결코 무시해도 좋은 수준이 아니다. 대당 연간 관리비용이 최소 26만원에서 최대 76만원에 이르는 실정이고 보면 학교마다 매년 수백만원, 심하면 천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학생들에게 맑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데 드는 돈이 아까울 것은 없다. 오히려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더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맑고 깨끗한 물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정수기 아니어도 위생적인 물을 제공할 수 있다면 구태여 불필요한 재정낭비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가뜩이나 재정압박을 받고 있는 교육계가 이 돈을 절약할 수 있다면 이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셋째, 정수기가 절대 안전하고 신뢰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관리를 게을리 하거나 재료를 잘못 쓰면 오히려 오염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어느 대도시 학교에는 정수기가 설치되어 있는데도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물병을 가지고 와서 사용한다는 사례가 신문에 보도된 바 있다.

수돗물을 크게 불신하던 시절, 사무실은 물론이고 가정집에도 다투어 정수기를 들여놓던 관행이 학교에도 특별한 검토 없이 수용되어 온 것 같다. 하지만 이제 기존의 관행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학교마다 급식실을 운영하고 있으니 밤에 물을 끓여 차를 만들고 겨울철에는 따뜻하게,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식혀서 제공한다면 정수기 물보다도 훨씬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식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관리당국도 학교가 수돗물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정수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정수기만 설치한다고 해서 만사가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적인 배려와 예산절감, 그리고 보다 확실한 안전성 보장 등을 고려하여 학교의 식수공급체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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