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실추, 누구 잘못인지 자성(自省)해 봐야 스승의 종은 치는 대로 크게도 작게도 울려 ‘시간의 걸음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며,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는 ‘실러’의 말처럼,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니 참으로 시간은 빠른가 보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세월의 변화 속에 벌써 辛卯年이라니 내 마음만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왠지 다사다난한 세태를 보고 느끼는 감회가 새로움은 인생의 나이테가 그만큼 더 깊어졌기 때문일까? 파랑새의 작가 ‘메테르링크’는 인생을 한 권의 책에 비유하였다. 즉 인생이 한 권의 책과 같다고 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매일 한 쪽씩 인생의 책을 엮어나가는 사람들 속에 기록되는 내용이 다르고, 표현되는 빛깔이 다르고 실리는 무게가 모두 다르지만, 유독 교사들이 쓰는 인생의 책만이 어느 한 페이지, 어느 한 행, 어느 한 글자라도 소홀히 다룰 수 없음은 교직이라는 무거운 무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교직이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 년 열두 달 어느 것 하나 소홀한 것은 없을 진데,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하는 12월이 우리 교사들에게 더 중요
2010-12-13 11:35오전 08시 30분. 교사의 시계는 잠시의 빈틈도 없이, 쉼 없이 돌아간다. 우선 담임을 맡은 반의 학생이 모두 등교했는지를 확인하고 일기장과 숙제를 검사한다. 한 학생이 결석이다. 무슨 일이 있는 지 집으로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묻는다. 늦잠을 자서 미처 학교버스를 타지 못했다면 친절(?)하게도 자신의 승용차로 아이를 데리러 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학과 수업, 방과 후 지도, 하교지도. 정신없이 하루가 가고 퇴근시간이 된다. 본교는 면소재지의 5학급 전교생 36명인 소규모 학교다. 과거에는 학생 수가 2000명이나 돼 오전 오후로 나누어 공부를 하기도 했던 학교였으나, 이젠 이농현상과 출산율 저조로 금학년도에는 1학년 입학생이 단 1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교육은 단 한명이 있든, 한 학급에 30명이 있든, 할 일은 똑같이 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읍내 학교나 시내 학교처럼 교원의 수가 많으면 그 일을 여러 교사가 나누어 추진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소규모 학교에서는 한 교사가 10여 가지 이상의 일을 맡아 처리할 수밖에 없다. 교사의 본분은 학습지도와 인성교육에 있다는 것에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상위 기관과…
2010-12-13 09:20
교과부의 원죄…무분별한 교사양성기능 부여 소통 없는 일방적 평가기관 위주 일정도 문제 3주기 교원양성기관 평가가 끝나고, 그 결과가 발표된 지도 비교적 오래되었지만 이 곳 저 곳 모임에 다녀보면 여전히 평가 결과에 대한 뒷담이 무성하여 그 후유증이 크게 남아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범대학장들 모임이나 교육대학원장들 모임에 나가 보면 많은 분들이 평가의 부당성을 토로하기도 한다. 물론 드물게는 평가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차제에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반성적 발언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1, 2주기 평가 때와는 달리 유독 3주기 평가에 말들이 무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보면 평가담당기관과 피평가기관과의 소통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생각된다. 즉 쌍방향적 소통과 이해를 위한 양자 간 노력이 필요했지만, 결과로 보았을 때 평가기관의 일방향적인 독주가 평가 후 후유증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금번 3주기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우선, 교원재교육기관인 교육대학원에 교사양성 기능을 부여해 온 교육과학기술부의 원죄를 지적하고 싶다. 교원인력수급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교과부는 그간 무분별하게 특수대학원인 교육대학원에 교사양
2010-12-08 09:24미국은 도입하자는 데 우리는 폐지(?) 공교육 선도할 초등교원에 투자해야 지난달 21일자 뉴욕 타임스에 게재된 논설('Teaching for America')에서 칼럼니스트 토마스 L. 프리드먼은, 미국의 공교육을 앞지르는 나라로 싱가포르, 한국, 핀란드 세 나라를 들었다. 그 이유를 프리드먼은 최고 수준의 인재가 교직으로 진출한다는 데서 찾았다. 또 그는 하버드대학 교수 토니 와그너의 의견을 소개하면서, 미국 공립학교교육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웨스트포인트를 모델로 하는 ‘National Education Academy’를 창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쓰고 있다. 이 기사를 보고 느낀 바가 많았다. 와그너 교수의 ‘National Education Academy’ 창설 제안은 그동안 교육대학 통폐합 논의가 나올 때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던 바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미국과 같은 세계 대국이 우리나라 국립교육대학과 같은 모델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나라는 미국 식자들이 부러워하는 제도를 버리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교육대학 통폐합 논의는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근간이 달린 중대한 문제 이상 그저 한두 가지 당장
2010-12-07 09:09"이 시대를 살아가는 ‘루소’와 ‘헤르바르트’들이여, 황금에 배팅하는 시대에 우리는 교육에 목숨 걸어야 한다. 이게 우리의 첫사랑이자 운명이기에 그렇다." 수업하러 교실 문을 여는 순간, 그 상황이란 옛날 동네 서커스를 보러갔을 때 기억을 방불케 한다. 커튼을 쳐놓은 상태에서 교실 형광등은 꺼져 있고 여기저기 엎드려 자는 아이들과 삼삼오오 책상에 걸터앉아 떠드는 아이들. 스위치를 켜면 바닥에 점점이 버려져 있는 휴지와 과자 봉지들, 서커스가 시작되려면 아직 먼 모양이다. 나는 큰 소리로 막이 올랐음을 알린다. 그러나 그 소리는 소음에 묻히고 결국 작은 지휘봉으로 교탁을 두드려 관객을 집중시킨다. 그제야 선생의 무대 등장을 깨닫고 서있던 아이들이 객석에 앉는다. 자다 깨어난 또 다른 아이는 어슬렁거리며 납골함 같은 사물함에서 교과서를 꺼내온다. 그래도 다행이다. 여전히 앞뒤로 히죽거리며 떠드는 소리는 가라앉지 앉는다. 오랜만에 만난 동네 친구들처럼 흥겹다. 배우는 처음부터 핏대 올려 시작할 필요 없다. 그냥 관객의 소리와 신체마임을 구경하면 된다. 무대와 객석이 바뀐 셈이다. 한참 후에 누군가 내지르는 소리, “야! 조용히 해!” 그제야 아이들은 자신의 시간이
2010-12-06 15:33무상급식이란 말을 처음 들은 것이 불과 1년도 안 된다. 그런데 지금은 교육계의 최고 화두로 교육을 망칠 나쁜 정책이 되어 소모적 논란 속에 있다. 직영이면 무조건 좋은 줄 알고 찬성했던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써 직영의 숨은 문제를 알고 ‘직영이든 위탁이든 학부모가 선택한다’고 주장해 직영 1년 유예를 얻어내고 비로소 선택권을 찾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난데없이 튀어 나온 무상급식은 국민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상은 곧 세금 부담일 것을 알고 있기에 ‘학부모는 무상급식을 원치 않는다’며 살만한 애들은 부모가 부담하고 어려운 학생에게 석식과 더 많은 혜택을 주자고 했지만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정치교육감들은 ‘급식도 교육’이라며 ‘보편적 복지’를 들먹이고 의무교육엔 급식도 포함되어야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미 충북이 시작했고 서울도 내년부터 초등 4개 학년을 무상으로 하겠다며 의회에서 힘으로 친환경무상급식조례를 통과시키려한다. 교육청 예산으론 능력이 안 되니 시나 자치구를 압박해 자신들의 선심성 공약을 관철시키려하는 것이다. 그것도 소득별이 아니라 무조건 학년별 확대여야 한다니, 세월만…
2010-12-06 08:50
정보화 혁명의 소용돌이 교직원 회의를 마치자마자,(필자의 학교는 퇴근 무렵에 회의를 한다) 혼자 학교 앞의 대모산으로 향했다. 초입에서 산에서 내려오는 두 등산객의 대화가 들린다. “학교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선생이 그런대요, 야 너 학원에도 안가냐” “그래, 학교 선생들이 이제는 두 손을 놓았나 봐요” - 학부모인 성 싶다. 아아, 결코 듣고 싶어서가 아니다. 너무도 크게 들린다. 모두가 교육에 대해 개탄하는 시대, 필자의 마음은 스산하고 더욱 답답해진다. 오후 5시, 대모산 초입이 벌써 깜깜하다. 12월이 시작되었음을 실감한다. 전날 외부 교육계의 여러 장학 위원들을 모시고, 연구부장인 필자가 교사를 대표하여 본교의 취약점에 대한 컨설팅 장학을 받았다. 교직원 회의에서 필자는 장학의 결과를 교사들에게 알려야 했다. 전달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 맞추어 교사 스스로가 변화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교육 현장에서 도태될 수 있음’과 ‘능동적인 교사에게는 보상, 정체된 교사에게는 불이익’ 측면에서 ‘당근과 채찍’이라는 시스템 도입의 시급성이었다. 전달하는 필자나 이야기를 듣는 교직원이나 그 표정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이다. 장학 위원들의
2010-12-02 11:17학교가 다시 무너지고 있다. 전남의 한 중학교에선 50대 여교사와 여학생이 서로 머리채 잡고 싸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경기도 어느 중학교에선 말 듣지 않는 학생을 교사가 112에 신고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학교의 살풍경스런 모습은 경기도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이어 11월 1일부터 서울시교육청이 모든 초·중·고에서 체벌을 전격 금지한 후 벌어진 일들이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학급전체 웃통 벗기기 사건’이 벌어져 체벌금지 찬성론자들에게 빌미를 주고 있다. 11월16일 청주의 어느 남고에서 아무개 교사가 창문을 연 채 떠든다며 남학생 28명의 웃통 벗기기 체벌을 가한 것. 나 역시 전문계고에 근무하며 말을 잘 듣지 않는 학생들을 왕왕 보고 있다. 그로 인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화와 혼내고 싶은 충동을 더러 겪어온 터라 그 교사를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만약 10월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이렇듯 언론에 노출돼 온 세상이 다 아는 사건으로 비화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 체벌이 지금은 기사 가치가 충분한 사건으로 ‘변질’된 세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대응해야함을 강조하고 싶다. 또 그 교
2010-11-29 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