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교단에도 평가의 시대가 열린 것인가. 지난해부터 전면 실시된 교원능력개발평가와 함께 학교장에 대한 경영능력평가는 교육계도 더 이상 무사안일의 무풍지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의 견고한 틀을 깨고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라는 시대적 흐름 앞에 그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원에 대한 평가는 모든 평가가 그렇듯이 객관성과 합리성,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위화감 조성과 함께 평가를 인정하지 않는 불신 풍조를 가져와 엄청난 역기능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장에 대한 학교경영평가 결과는 성과상여금 연계를 포함해 전보와 전직, 초빙·공모, 중임에 대한 심사, 각종 표창 등 중요한 인사에 준거 자료로 활용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이에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제시한 2011학년도 학교장 경영능력평가 전반에 대해 부각된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평가의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중등의 경우 학생을 평가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체벌 전면 금지 등으로 학생들의 권리가 지나치게 커져 있는 현실 속에 감정에 치우치기 쉬운 학생들에게 평가의 권한까지 준다면 학교장이 과연 소신 있게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평가 방법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평가단의 정성평가 비중이 22%에 불과해 78%인 정량평가로는 엄연히 존재하는 평가 대상학교의 지역편차나 학교 실정이 반영되기 어렵다. 따라서 정량평가의 기준을 낮추고 학교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는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평가 척도의 세분화가 필요하다. 또 등급을 매기기 위한 무조건적인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고질적인 선호학교 비선호학교의 차별이 완화될 뿐 아니라 최선을 다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교사, 학부모의 만족도 결과가 평가에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제시된 기준에 따르면 학교장의 리더십이 25%, 학교경영 실적이 35%에 비해 교사 학부모 만족도를 40%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자칫 인기에 영합하는 학교경영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인기영합주의의 폐단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만족도 반영비율을 낮추고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경영활동평가 항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부모 만족도조사의 경우 서울의 참여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며 일부 지역의 경우 40%를 밑도는 현실을 감안하면 학교 여론을 주도하는 소수의 학부모에 의해 평가 결과가 호도될 위험성도 다분히 있다.
그뿐이 아니다. 평가 항목 또한 일관성이 부족하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중등의 경우 학생만족도 부분에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크게 강조되던 학력신장에 대한 항목이 2개 밖에 없으며 그 대신 학생인권보장, 학생자치활성화, 친환경급식 식자재구매비율 등 정책적인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학교장이 교육철학을 가지고 경영을 하는데 걸림돌이 될 소지가 크다는 사실에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거기다 초등과 중등, 국공립과 사립 학교 간의 설문 문항 차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고 보면 경영능력평가의 갈 길은 아직 멀다고 느껴진다.
그밖에도 학교장경영능력평가 내용이 학교평가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굳이 따로 할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의견도 있으며, 이로 인한 교원의 업무부담 가중이나 형식적인 자료 갖추기, 실적 베끼기, 선심 행정, 눈치 보기나 그럴듯하게 평가에 대비하기 등 또 다른 파행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은 게 사실이다.
이렇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학교장에 대한 학교경영평가는 외부 평가위원을 구성해 오는 11~12월 중 예정대로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평가안이 나온 직후 한국교총에서 촉구한 대로 교육청은 학교장이 소신과 책임을 가지고 학교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장에게 권한을 주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하는 유연성을 발휘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