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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환경교육센터에서는 탄소중립 생활실천 영상 제작·홍보 활동을 통해 관악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관악구 탄소중립 생활실천 청소년 인플루언서 양성과정(이하 탄소중입 인플루언서 양성과정)'을 개최한다. 탄소중립 인플루언서 양성과정은 9월~11월 중 토요일 2시간씩 총 10회 진행될 예정이며 참가 청소년들은 환경의 이해, 탄소중립, 지속가능발전 등 환경 이론교육을 기초로하여 직접 관악구의 다양한 환경문제들과 탄소중립 생활 실천 영상을 제작하여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홍보활동을 펼치게 된다. 전액 무료로 진행되는 양성과정의 참가 학생에게는 영상 기획, 촬영 및 편집 등 영상제작 교육을 지원하고 80%이상 참석자에게는 관악구 환경교육센터장 명의의 수료증이 발급되며 우수활동자에게는 시상도 진행된다. 참가자 모집 기간은 19일까지며 관악구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2학년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참가신청 가능하다. 자세한 안내와 참가신청서는 관악구 환경교육센터 네이버 카페의 공지사항 게시판을 통해 확인 가능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는 관악구 환경교육센터(☏ 070-4350-6028)로 하면 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난 6월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거의 유일하게 쟁점화한 교육공약이다. 선거 과정은 물론 대통령 확정 후에도 이 공약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동상이몽 격의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이 공약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과 내용으로 논의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논의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의견이 정책을 형성하는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 역시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관한 하나의 견해이며, 정책화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사실 2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논의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김종영 경희대 교수가 같은 제목의 책을 2021년 발간한 후에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2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논의 과정에서 발전해 온 생각이다. 2000년대 초 정진상 경상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국 대학의 서열 체제를 해체하고 대학의 고른 발전과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정책을 제안했고, 이 문제의식이 다양한 변화와 발전을 겪으며 오늘날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진화했다. 그런데 현재 시점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학개혁을 위한 하나의 큰 우산과 같은 개념이 되었고, 그 구체적 내용은 다양하게 구성되고 있다. 대학이 직면한 두 가지 과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학개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제안되었다. 따라서 이 정책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를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 시점에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어떻게 대학개혁을 추진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둘째, ‘대학개혁’ 더 구체적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둘러싼 정책 환경을 시야에 넣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대학은 두 개의, 적확하게는 서로 관련된 두 개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대학체제를 개혁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 교육과정과 운영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우선 대학체제 개혁부터 생각해 보자. 아동 청소년 인구가 크게 줄면서 대학 구조개혁이 벌써 10여 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총 입학 정원은 43만여 명이고, 같은 해 만 18세 인구도 43만여 명이다. 한국에서 출생한 모든 사람이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 정원을 채운다. 그러나 대학 진학률이 7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 외국인 학생을 받아들이고 나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그런데 만 18세 인구는 2032년까지는 비슷한 규모로 유지되지만, 그 후 크게 줄어들어 2040년에는 26만여 명이 된다. 2040년 만 18세 인구가 모두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2023년 기준 60% 대학만이 생존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 대학 정원을 줄여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2040년 무렵 우리나라 대학의 모습이 지금과는 사뭇 달라져야 한다. 2040년 우리나라의 대학에는 20세 전후의 학생들과 외국인 학생들, 그리고 학위과정이 아닌 다양한 형식의 비학위과정을 이수하는 성인들이 고르게 섞인 학습공간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2040년 만 18세 인구 26만 명의 80%에 해당하는 20만 명의 내국인 학생, 그 해 입학한 외국인 학생 8만 명, 그리고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비학위과정을 이수하는 재직자와 구직·창업 희망 성인 50만 명이 함께 학습하고 생활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비학위과정 학생 5명을 정규학생 1명으로 치환하는 경우, 현재의 대학 정원을 약간만 줄여도 된다. 중요한 것은 정원 감축이 아니라 우수한 외국인과 다양한 성인 학습자를 받아들여 교육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일이다. 이것과 관련하여 대학 교육과정과 운영방식을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 근래 인공지능 혁명이 일어나고 학문의 세계와 일의 세계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혁명은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에 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 전통적 학문의 분과적 특성은 약화되고, 통·융합적 학문이 발전하고 있다.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하나의 일에 종사하는 경우는 크게 줄어드는 대신, 몇 개의 일터에서 몇 가지 다른 일을 영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추어 대학 교육과정을 새롭게 구성하고, 엘리트 대학 운영방식 대신 보편 고등교육 시대에 걸맞은 대학 운영을 창조하는 과제가 제기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 두 가지 과제를 추구하는 흐름에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둘러싼 정책환경 이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둘러싼 정책환경을 검토해 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재정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여파가 심각하고,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에 대응하기도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한동안 국가재정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고령화에 따라 복지재정 수요는 계속 확대되고, 통상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과학기술에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지방소멸을 방어하기 위하여 지역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일에도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현 정부는 얼마 되지 않는 국가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자 할 것이다. 또 하나는 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다. 이재명 정부는 전국을 수도권·충청권·호남권·동남권(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권 등 5개의 대권역을 형성하여 수도권 1극 체제를 다극화하고, 강원특별자치도·전북특별자치도·제주특별자치도 등 3개 자치도의 특색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5극 3특’ 중심의 지역발전을 기획하고 있다. 서울대 10개 정책은 돈을 써야 할 곳은 많지만, 쓸 돈은 충분하지 않은 현실과 5극 3특이라는 지역발전 방향과 흐름을 맞출 필요가 있다. 두 가지 고등교육 정책과제 제안 이와 같은 전제 위에서, 현 대통령 임기 중 추진해야 하는 두 가지 고등교육 정책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5극 3특 권역별로 기존 청년 대학생은 물론 재직자와 전직·창업 희망자들이 자유롭고 의미 있게 학습할 수 있는 학습망(learning web)을 구축해야 한다. 18세 인구 급감이 예정된 상황에서 상당수 대학은 성인 학습자들이 일과 학습을 병행하거나, 일과 학습의 전환을 돕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시도별로 RIS(E) 체계를 형성하여 대학 간 공유 교육과정 운영을 확산해 오고 있다. 이와 같은 방향성을 유지하되, 17개 시도별이 아니라 5극 3특별로 RISE 위원회를 구축하고, 권역 내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협력을 발전시켜서 다양한 학습자의 학습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향후 기존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IX)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관련 인력 양성과 산학협력을 고도화하는 역할을 권역별 대학체제가 감당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다. 5극 3특별 성장을 추구하고자 할 때, 권역별 핵심 성장 엔진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고, 이것은 권역별 연구·개발(RD) 역량을 획기적으로 신장하는 과제로 귀착된다. 권역별로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을 형성하고, 이 대학원을 중심으로 권역별 핵심 산업과 협력체제를 갖추어야 성장 엔진이 가동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권역별 1개의 대학원과 3~4개의 연구집단을 선정하여 집중 지원해야 한다. 향후 10년 이내 세계 랭킹 100위권 이내에 진입하는 대학을 권역별로 하나 이상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추구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접근할 때, 정부의 재정 투입을 기대할 수 있다. 재정 투입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 내부의 혁신 이 과제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다고 해도 개별 대학(원)의 힘만으로는 실현하기 어렵다.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 우선 권역별로 선정된 대학원은 하나일지라도 그 대학과 이웃한 여러 대학의 역량 있는 교수들이 겸직 형태로 교육과정을 공동 운영하고 학생들을 공동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대학보다 훨씬 우수한 장비를 갖추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분원이나 센터를 대학 내에 설립하도록 하여 대학 교원과 학생들이 연구기관의 장비를 공동 활용하고, 연구기관의 인력이 대학에서 강의하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은 재정을 투입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보다 늦게 대학개혁을 시작하였지만, 지금은 우리를 훨씬 앞지른 중국의 사례를 보면, 재정 투입 외에 대학 내부의 혁신이 중요하다. 우수 교수를 유치하기 위하여 대학 교원의 보수와 인사 행정의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 또 선정 대학원 내부의, 그리고 대학원 간 경쟁과 혁신 노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냉혹할 수 있지만, 교수의 연구 역량과 성과에 따라 차등적 역할 구분과 보상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학을 바꾸고, 나아가 지역을 살리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대학생 인구 급감기에 진입하기 전에 새로운 대학체제를 형성하고, 5극 3특의 발전을 추동하는 핵심 에너지원을 만드는 일에 공헌하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가장 강렬한 교육공약 가운데 하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였다. 캠프 측이 의도했듯이 이 구호는 짧고 선명하다. ‘It′s the economy, stupid!’처럼 핵심만 외치면 대중의 시선을 끌 수 있다는 KISS 전략의 전형이다. 하지만 단순함이 곧 실현 가능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치적 선동에 가까운 네이밍 이면에는 막대한 재정 부담, 제도 설계 부재, 그리고 이미 진행 중인 고등교육 사업(예컨대 글로컬대학 30, BK21)과의 충돌 같은 구조적 한계가 숨겨져 있다. 새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인 교육공약 중 하나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학벌주의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극소수 대학 진학에 쏠리는 병목 현상으로 인한 교육적 불균형을 시정하고, 지역에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 기회를 고루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인 목표 뒤에는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파급 효과에 대한 깊은 성찰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복잡다단한 교육 및 사회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 단순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얼핏 들으면 오랜 난제에 대한 명쾌한 해법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공론화 과정 없이 단기간에 급조된 ‘졸속 공약’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교육정책은 단기적인 정치적 셈법을 넘어 수십 년 뒤까지 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치밀한 설계와 함께 공론화를 통한 사고의 숙성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통해 단순히 몇몇 국립대학의 위상을 높이는 것을 넘어, 고등교육 생태계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깊은 고민과 비전이 담겨 있어야 한다. 재정적 한계와 사립대학 생태계의 위협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은 대한민국의 고등교육 예산 규모 자체의 한계이다. 현재 고등교육 예산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서울대 수준의 인프라와 재정을 9개의 거점국립대학에 일시에 투입하겠다는 발상은 재정적으로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필연적으로 다른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지원 축소를 의미하며, 이는 전체 고등교육 생태계에 심각한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전체 대학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립대학들은 이미 국가 재정 지원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한정된 국가 재정을 국립대학에만 지나치게 편중하여 지원하는 것은 사립대학들을 사실상 ‘고사’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는 국립대학과 함께 한국 고등교육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사립대학의 존립 기반을 흔들어 전체 교육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국립대학이 사립대학보다 고등교육 서비스를 반드시 더 효율적으로 혹은 더 혁신적으로 제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국립대학은 존폐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에 놓인 사립대학에 비해 혁신적인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동인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특정 국립대학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몰아주는 방식보다는, 국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각 분야와 기관의 특성을 고려한 경쟁을 통해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대학에 대한 집중 투자가 전체 시스템의 약화를 초래하는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모델’ 오독과 한국형 대안의 부재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그 근거로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시스템을 언급하며 이를 벤치마킹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캘리포니아 고등교육 시스템의 핵심적인 구조와 작동 원리를 불완전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캘리포니아 시스템은 단순히 연구 중심 대학(UC) 10개와 교육 중심 종합대학(CSU) 23개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그 근간에는 116개에 달하는 주립 커뮤니티 칼리지(CCC)가 존재하며, 이들은 시스템의 대중적 접근성과 사회적 이동성을 보장하는 핵심 축 역할을 담당한다. 캘리포니아 모델은 1960년 마스터플랜을 통해 각 대학 유형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상호 간의 파괴적인 경쟁을 피하며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도록 설계되었다. UC는 연구와 박사학위 수여를 독점하며 학문적 수월성을 추구하고, CSU는 학사·석사학위 중심의 교육을 통해 지역 발전에 필요한 중추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그리고 CCC는 입학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직업 훈련 및 4년제 대학으로의 편입 교육을 제공하여 다수 시민의 고등교육 접근권을 보장한다. 그러나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러한 캘리포니아 모델의 다층적인 구조, 특히 커뮤니티 칼리지의 필수적인 역할을 간과한 채, 오직 최상위 연구 중심 대학의 복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진단하고 해결책을 잘못 적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인서울 현상’ 해결의 복합성과 교육정책의 한계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또 다른 명분은 ‘인(in)서울 현상’으로 대변되는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 지방소멸 우려, 극심한 입시 경쟁 등 ‘인서울 현상’이 야기하는 복합적인 사회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현상은 단순히 교육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자본이 모두 서울에 집중된 상황에서, 단순히 지방에 서울대급 대학 9개를 더 만든다고 해서 곧바로 수도권 집중 현상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지역 거점국립대학이 우수한 교육을 제공하더라도, 졸업생들이 머물 만한 제대로 된 일자리나 풍부한 문화·예술 기반이 지방에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인서울 현상’이 교육 불균형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역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기반 취약성이라는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육문제는 결국 사회 구조적 문제와 분리해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복합적인 문제의 전말을 단편적으로 바라보면서, ‘지역 거점국립대학을 서울대로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단언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 기대이다.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은 교육개혁과 함께 지방 경제 활성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문화인프라 확충, 주거 환경 개선 등 다각적인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지방소멸을 막는 데 기여하려면, 그 투자가 지역에 실질적인 기회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포괄적인 지역 발전 전략의 한 부분으로 통합되어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투자는 자원 낭비로 이어지고, 지역소멸과 인구 유출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치유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안은 무엇인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단순한 정치적 선전을 넘어 고등교육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 담론이다. 하지만 제안자들은 ‘지방에도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단순한 기대만 제시하고 있을 뿐, 이 방안의 추진에 필요한 재정 조달, 사립대학에 대한 대책, 기존에 추진되고 있는 유사한 정부 재정지원사업과의 연계 방안 등 구체적 실천방안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결국당초 의도한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기보다는 고등교육 시스템 전반에 새로운 불균형과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우리 지역 사회와 대학이 당면한 문제점의 정확한 진단이 선결되어야 한다. 캘리포니아 모델의 표지만 베끼는 일을 멈추고,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제시하고 있는 단순한 ‘엘리트 대학’ 늘리기를 넘어, 위기에 처한 지역의 발전을 견인해 나갈 ‘지역 고등교육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RISE 체계 아래 거점국립대가 연구 인프라를, 중소 사립대가 특화 전공을, 전문대학·폴리텍대·사이버대가 평생직업교육을 담당하면서 연구-교육-직업·평생교육 중심 대학이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하는 ‘한국형’ 대학 분업·협력·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투입하기보다는, 직업교육 중심의 사립 전문대학들을 공립 ‘커뮤니티 칼리지’ 형태(한국폴리텍대학과 같은 공영형 전문대학)로 개혁하여 대다수 국민이 집 가까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훨씬 시급하고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유형의 대학 간 학점 교류·편입 활성화와 교육부-고용노동부의 통합 등 정부 부처의 재구조화도 검토해 볼만하다. 또 하나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정책 수립 과정의 투명성과 개방적 공론화 절차이다. 수십 년간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칠 교육정책은 선거 과정에서 급조된 ‘졸속 공약’이 아니라,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제로 베이스’에서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을 엄정하게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순히 ‘서울대 10개 만들면 얼마나 좋은가’라는 감성팔이식 선전이 아니라, ‘이를 위해 포기되어야 하는 정말 필요한 다른 정책들은 무엇인지’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토론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재 진행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논의가 우리 고등교육이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동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연구의 맥락과 정책 검토 필요성 우리나라 고교 교육은 오랫동안 대학입시 중심의 구조 속에서 운영돼왔다. 이 과정에서 수업의 다양성과 창의적 학습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입시는 학습자가 평생에 걸쳐 성장해 나가는 교육 여정 속 하나의 전환점에 불과하지만,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입시 준비가 학생들의 학습활동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다양한 탐구 경험이나 자기주도적 학습기회는 상대적으로 제한되며, 이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융합형 역량을 균형 있게 함양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글은 서울교육정책연구소가 2025년 자체 연구로 수행하고 있는 ‘고교 교육과 대입의 선순환 체제 구축을 위한 미래형 대학입시제도 방안’의 중간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연구에서는 일본·싱가포르·미국·독일·핀란드·프랑스 등 6개국의 대학입시제도와 고교-대학 연계 구조를 비교 분석하여, 미래형 대입제도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고교 교육의 연계 과제를 도출하고자 했다. 주요 국가들은 고교 교육과정 기반 평가체계, 다양한 진학 경로의 제도화, 공정성과 형평성을 보완하는 정책적 장치를 통해 고교와 대입 간의 유기적 연계와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체제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최근 현 정부의 공약에 포함되면서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수도권 대학 집중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려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고교 교육과 대입 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대학체제 개편만으로는 고교 수업의 질 개선이나 평가 혁신과 같은 구조적 변화를 유도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 글에서는 해외 사례에서 도출된 시사점을 바탕으로, 서울대 10개 정책이 고교 교육과 실질적으로 연계되기 위해 필요한 보완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핵심 내용과 고교 교육 전망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서울대학교의 위상을 전국 주요 거점 도시로 확장하거나, 서울대급 국립대학 10곳을 신설·재편함으로써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국립대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책이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서울대라는 단일한 서열 구조를 분산시켜 다양한 상위권 국립대를 육성함으로써 대학 서열 체계를 완화하려는 목표이다. 둘째,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줄이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려는 구상이다. 셋째, 서울대 중심의 연구 역량과 교육 자원을 전국으로 확산해 국가 전반의 고등교육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고교 교육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학 서열 완화는 특정 몇 개 대학에 집중된 입시 경쟁 구도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지역 대학의 위상 강화는 지역 고교의 교육환경 개선과 학습동기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대학의 연구 인프라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고교-대학 간 교육 연계 가능성도 넓어진다. 그러나 고교 교육의 변화까지 기대하기에는 몇 가지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먼저 서열 완화가 ‘10개 서울대’ 간의 새로운 선호도 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고교 교육은 또다시 특정 캠퍼스 입시에 맞춘 준비 중심의 교육으로 회귀할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 역시 수도권 상위권 학생들이 여전히 서울권 캠퍼스를 선호하는 현실에서 지역 고교와 수도권 고교 간의 격차를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렵다. 또한 연구 중심 대학체제의 확장이 고교 수업의 질 향상이나 평가 혁신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면, 고교 교육 정상화와 학생 성장 중심 학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정책이 고교 교육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단순한 대학 구조 개편을 넘어, 고교 교육과 대입 간 연계 강화, 평가방식 변화, 교육과정 질 개선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고교-대입 선순환을 위한 서울대 10개 정책의 보완 과제 서울대 10개 정책은 공정성과 지역 격차 해소라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의미를 가지지만, 고교-대입 선순환 체계 구축이라는 관점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일본·싱가포르·미국·독일·핀란드·프랑스 등 6개국의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형 대학입시제도가 지향해야 할 다섯 가지 방향을 제안한 바 있다. 다섯 가지 방향은 ① 고교 교육과정 기반 평가, ② 입시 정보 통합 및 평가기준 정교화, ③ 다양한 진학 경로 보장, ④ 형평성 및 공정성 강화, ⑤ 질 중심 평가체계로의 전환 등이다. 서울대 10개 정책이 이러한 방향과 연계되기 위해 필요한 보완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교 교육과정 기반 평가와의 연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독일·핀란드·프랑스 등은 고교 교육과정의 성취 수준을 국가 단위의 시험과 연계하고, 이를 대학 입시에 직접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고교 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이 일상적인 수업 참여를 통해 입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 학습동기 유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서울대 10개 정책이 이와 같은 평가체계 개편과 결합한다면, 고교 교육과 대입 간의 연계는 더 구조적이고 실질적인 방식으로 촘촘하게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입시정보 통합과 평가기준 정교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파르쿠르스업(Parcoursup), 핀란드의 스터디인포(Studyinfo)와 같은 통합 플랫폼은 학생의 진로설계를 지원하고 사교육 의존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학별 전형 정보가 흩어져 있고 평가기준도 상이해 예측 가능한 입시 전략 수립이 어렵다. 대학별 평가요소 사전공개와 표준화된 정보제공 시스템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서울대 10개 정책이 이와 같은 정보 인프라 개선과 결합한다면 입시 체계 전반의 신뢰성과 투명성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셋째, 다양한 진학 경로와 유연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미국·독일·핀란드는 직업계열이나 성인학습자, 평생교육과 연계된 진학 경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한국에도 사이버대학이나 학점은행제 같은 경로가 존재하지만, 실제로 대학입시제도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지는 않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이후에는 다양한 학습 경로와 진로 선택을 반영하는 대입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서울대 10개 정책이 대학 서열 재편뿐 아니라 진학 경로의 유연성 확대와도 연결될 필요가 있다. 넷째, 형평성과 공정성을 보완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Cordées de la Réussite, 미국의 Affirmative Action 및 Pell Grant와 같은 정책들은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진학 불평등을 제도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고등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줄이고, 교육 시스템 전반의 형평성을 높이는데 기여해 왔다. 서울대 10개 정책이 이와 같은 공정성 확보 장치와 결합한다면, 지역균형과 사회적 형평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질 중심 평가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독일·프랑스 등은 서술형·논술형 문항, 구술시험, 프로젝트 기반 평가 등을 고교 내신과 연계하여, 학생의 사고력과 탐구 역량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질 중심 평가체계를 제도화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정답 중심의 시험 방식을 보완하며, 학생의 성장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 역시 성취기준에 기반한 채점체계 정비, 서·논술형 평가 확대, 내신의 실질적 반영을 위한 평가 개편이 요구된다. 서울대 10개 정책이 이 같은 질적 평가 혁신과 연계된다면, 고교 수업은 단편적 암기 위주에서 벗어나 사고 중심, 탐구 중심의 학습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10개 정책과 고교-대입 선순환의 방향 서울대 10개 정책은 단순한 대학 구조 개편을 넘어, 고교 교육과 대입의 관계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고교 수업의 방향성과 학생 성장의 과정을 입시 제도 안에서 어떻게 제도화하고 뒷받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입시와 고교 교육의 관계를 다시 구성한다는 것은 단순히 선발 방식의 개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어떤 방식으로 길러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학이 바뀌면 고교도 달라질 수 있지만, 고교가 준비되지 않으면 대학의 변화 또한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시사점은, 대학체계 개편과 고교 교육혁신이 별개가 아니라 긴밀히 연결된 과제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의 선순환 구조는 하나의 제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 간 연계와 현장 실행의 조율 속에서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교육공약 중 가장 주목받은 정책 중 하나가 바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다. 지역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10여 곳으로 육성한다는 것인데. 이는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과 교육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한다. 우리 교육정책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고등교육 자원을 전국으로 분산시켜, 지역 간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우리 교육의 오랜 과제였다. 더 나아가 사교육 의존을 줄이고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이 같은 이상적인 목표와 달리, 현실적인 효과에 대한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과연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지방에 10개 세운다고 해서 입시경쟁이 완화되고, 사교육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까? 서울대 지방캠퍼스는 사교육 부담을 줄일 수 있을까? 일단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개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2021년 김종영 경희대 교수가 동명의 저서를 통해 본격적으로 제기한 이후, 2022년 대선과 2024년 총선을 거치며 정치권의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주요 핵심 내용은 ‘브랜드 공유’, ‘재정 상향’, ‘법·제도 개편’이다. 이는 학벌 중심 사회를 넘어 ‘지역과 계층, 시대가 함께 설계한 지식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서울대라는 국가대표 대학의 기능과 상징을 전국적으로 만들어, 단일 위계 구조를 해체하고 지역을 자립 가능한 지식 거점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브랜드의 공유’는 서울대 이름을 공동학위제로 전국 10개 거점국립대가 함께 쓰는 구조를 말한다. 공동학위제를 도입해 ‘서울대 충남캠퍼스’, ‘서울대 전북캠퍼스’ 같은 구조로 이름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재정 상향’은 서울대 학생 수준의 재정지원을 각 지역 거점 대학에 분산 투자해 상향 평준화를 도모하여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70% 수준까지 올린다는 것이다. ‘법·제도 개편’은 대학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통합 관리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대학 통합 네트워크 속에서 총장을 임명하고 예산을 배분하는 법적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공교육 회복과 사교육 경감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도 함께한다. 정책입안자들의 입장에서 긍정적 측면을 보면 선발 경쟁이 분산될 경우, 입시 전략이 단순화되어 학원·과외로 집중하는 경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또 지역 학생들이 지역에 있는 서울대급 대학에서 교육받을 수 있다면, 서울 중심 사교육의 수요가 일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정원 확대 없이 경쟁만 분산되면 학원 시장은 기존 수요를 다른 대학으로 이전할 것이 분명하다. 사교육 구조만 복제될 수 있고 상위층 수요층은 여전히 차별화된 대입 전략을 선호하면서 사교육은 오히려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하여 언뜻 드는 생각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사교육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줄 수 있는 잠재성을 담고 있으나, 그 효과는 입시 병목 중심 상위권에서 일부 학생에게 제한될 수 있으며, 정책 대상 확대 및 교육내용 실질적 강화, 지역 산업과의 연계 등 후속 전략이 병행되지 않으면 사교육 시장 구조의 견고함을 깨뜨리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사교육을 줄이기 어려운 이유 그럼, 구체적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사교육을 줄이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보자. 필자는 실제 교육현장과 사교육 시장을 고려할 때, 이번 정책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서울대급 대학의 숫자만 늘린다고 경쟁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사교육은 단순히 ‘좋은 대학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상대평가 경쟁’ 때문이다. 서울대급 대학이 10곳 생긴다 해도, 그 안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그대로 유지되며, 사교육은 그 경쟁에 적응하며 더 정교해지고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즉 서울대가 하나일 때는 그 한 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했다. 서울대가 열 개가 되면, 그 열 개의 자리를 두고 경쟁이 분산될 수는 있겠지만, 경쟁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급을 지방에 만들어도 결국 서울 중심 구조는 그대로 간다. ‘서울대급’이라는 간판이 또 다른 서열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는 단지 학문적 우수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성공, 경제적 안정, 정치·행정적 영향력까지 함께 상징한다. 여러 면에서 서울대 서울캠퍼스는 독점적 위치에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는 여전히 ‘서울에 있는 서울대’를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높고, 지방에 있는 서울대급 대학은 ‘차선책’으로 인식할 것이다. 이는 사교육을 줄이기보다, 지방에서도 서울 입시를 위한 사교육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해외 사례에서도 이런 구조는 반복된다. 미국의 주립대 시스템, 예컨대 캘리포니아 대학교(UC) 시스템에는 버클리·UCLA·샌디에이고·어바인 등 여러 캠퍼스가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경쟁은 버클리와 UCLA에 집중된다. 입시 결과, 연구비, 교수진 수준, 취업 성과 등 모든 주요 지표에서 중심 캠퍼스가 다른 캠퍼스를 압도하고 있다. 이처럼 동일한 시스템 내에서도 중심축의 서열화는 피하기 어렵고, 한국에서도 서울대 본교캠퍼스와 지방캠퍼스 간 격차는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근본적으로 사교육 시장은 무척 빠르게 적응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은 생기므로 새로운 입시 제도, 새로운 대학, 새로운 전형이 생길 때마다 사교육 시장은 곧바로 그에 맞춘 전략·컨설팅·강좌·패키지를 만들어낸다. 서울대 10개가 생기면, ‘서울대 지방캠퍼스 대비반’이 생길 뿐 사교육이 줄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오히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또 다른 불안을 심어주고, 사교육 수요를 늘리는 원인이 된다. 정책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이 현실에서 ‘또 다른 경쟁’으로 읽힌다면 사교육은 오히려 더 정교해지고 체계화될 수 있다. 결국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정치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사교육 문제해결에 있어서는 근본적 접근이 아니다. 내신·수능·대학별고사가 존재하는 한 그 매력도는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사교육 경감의 실질적 보완책과 정책 단순히 ‘서울대 10개를 만든다’는 정책만으로는 사교육을 줄이기 어렵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렇다면 보다 건설적으로 이 정책을 사교육 경감의 실질적 수단으로 만들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보완책과 병행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로, 입시 전형의 간소화가 필수적이다. 지금의 입시체계는 지나치게 복잡하며, 이에 따른 정보 격차는 사교육 의존을 더욱 심화시킨다. 새롭게 설립되는 서울대급 대학들은 수능 100%, 혹은 내신 100% 중심의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전형을 채택해야 한다. 학원에 가지 않고도 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고교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의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 현재는 고등학교 수업만으로는 입시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로 인해 학교 수업은 형식화되고, 실질적인 학습은 학원에서 이뤄지는 왜곡된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요즘 말 많은 내신과 수행평가도 잘만 운영되면 대학이 고교 내신과 수행평가를 중시하고, 지역 고등학교와 연계한 맞춤형 입시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학교 수업에 집중하게 된다. 셋째, 지역 교육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동반되어야 한다. 지방의 교육환경은 여전히 수도권에 비해 열악하다. 교사의 수업역량, 학교시설, 진학지도 체계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서울대급 대학이 있는 지역에는 공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전담센터나 고교-대학 연계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교수진이 고등학교 교육에 일정 부분 참여하거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고급 강좌를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넷째, 지역 중심의 취업 및 생활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 부모들이 사교육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을 얻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서울대급 대학이 있는 지역에 기업·공공기관·연구소를 유치하여 취업 루트 제공하고 ‘서울에 가지 않아도 충분한 기회가 있다’는 구조가 생기면, 서울대 서울캠퍼스 몰림 현상도 줄고, 사교육 유인도 약화될 것이다. 지방에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있어도, 졸업 이후 일자리를 얻기 위해 다시 서울로 떠나야 한다면, 수도권 집중은 여전히 지속된다. 대학과 지역 산업체·공공기관이 연계한 인턴십 프로그램이나 취업 연계 협약을 활성화하고, 졸업생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교육 분권이 가능해진다.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대를 나와야 성공한다’, ‘수도권 대학이 최고다’라는 서열 중심의 사고방식은 교육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단순히 대학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성공의 모델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함께 형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기반의 창업 성공 사례나 지방 공공기관 채용 확대 등을 통해 서울대가 아니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진정한 교육개혁은 간판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일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은 이상적으로는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외국의 다캠퍼스 사례처럼, 중심 캠퍼스에 인재와 자원이 집중되는 현상은 반복되어 왔다. 서울대 서울캠퍼스는 여전히 최고의 상징성과 자원을 가질 것이며, 이는 지방의 ‘서울대급 대학’이 실제로는 서열의 하위 구조로 인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교육정책이 성공하려면 대학의 간판뿐 아니라, 그 대학을 둘러싼 사회적 구조 자체의 개편이 병행되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누가 보아도 이상적인 방향을 향한 시도이지만, 그 자체만으로 사교육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분명히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교육평등과 지역균형을 위한 매력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간판만 늘린다고 사교육이 줄지는 않는다. 진정한 해법은 경쟁을 유발하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있다. 입시제도 개혁, 공교육 강화, 지역 인프라 확충, 사회 인식 전환이 동반되지 않는 한, 이 정책은 단지 ‘또 다른 경쟁’을 낳고 사교육 시장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진정한 교육개혁은 간판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일이며, 그 구조 속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불안을 덜고 신뢰할 수 있는 공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사교육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다. 다시 원론으로 갈 수밖에 없다.
기획에서 ‘아이디어’가 중요한 이유 기획의 본질은 아이디어에 있다.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표현이나 문서를 작성하는 기술보다 아이디어가 먼저다. 지식을 쌓지 않고 테크닉에만 집중하면 기획 업무를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을지 몰라도 기획력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기획자로서 능력을 향상하려면 지식을 쌓고 아이디어를 만드는 자기만의 방법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획자에게 필요한 지식은 이론 지식, 실용 지식, 노하우이다. 이 세 가지 지식을 갖출 때 비로소 실제로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이 형성될 수 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현장의 지식을 강조하였는데,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여 계속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지식이 현장의 지식이라고 정의하였다. 좋은 아이디어를 쉽게 떠올리게 하는 비법이나 법칙은 없다. 아이디어는 기획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에서 나온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려면 기획자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정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소식이나 지식을 접하면 현재 구상하고 있는 기획과 연결하여 생각한다. 새로운 정보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 만나서 아이디어가 나온다. 좋은 아이디어는 풍부한 자료 수집과 탐색을 거쳐서 나온다. 자료를 수집하고 탐색하는 동안 발산적 사고에 의해서 다양한 해결 방안과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아이디어의 개수가 많을수록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최상 또는 최선의 아이디어를 채택하려면 수렴적 사고를 거쳐야 한다. 아이디어를 파악하고 평가하여 더 유용하고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채택하는 데도 수집한 자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느 순간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는지를 통계적으로 연구한 물리학자 김용운 교수에 따르면, 조용히 쉬고 있을 때, 산책할 때, 잠에서 깨어났을 때, 목욕할 때, 기차를 타고 있을 때, 화장실에 있을 때 순서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한다. 연구 결과처럼 아이디어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나온다. 아이디어와 관련하여 워터쿨러(water cooler effect), 이른바 정수기 효과란 말이 있다. 아이디어는 회의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다가 나오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사무실에 음료 마실 공간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하고, 의사소통이 활발해진다.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또한 아이디어는 브리핑(briefing)하는 과정에서 나오기도 한다. 브리핑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분석적·의식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군사 용어이기도 한 브리핑은 작전을 수행하기 전에 전황을 보고하는 것이다. 문제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브리핑하는 시점은 바로 해결책이 나오기 전이기도 하다. 기획안을 작성할 때, 아이디어는 네 단계를 거쳐서 완성된다. 첫째, 준비 단계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의식을 갖는다. 이 단계에서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 현재 하는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이다. 준비 단계의 목적은 현재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현재 상황을 분석한다. 그때 아이디어 발상의 토대가 만들어진다. 둘째, 부화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숙성한다. 문제의식을 가지면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서서히 만들어진다. 이 과정은 의식, 무의식으로 이루어진다. 셋째, 발상 단계에서 번쩍하고 생각이 떠오른다. 무의식에서 만들어진 아이디어가 의식적으로 정리한 생각과 결합한다. 이 과정은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은 예측할 수 없기에 유레카(eureka)의 순간이라고 한다. 넷째, 검증 단계에서는 유레카의 순간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정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인지, 실행할 수 있는 아이디어인지 등을 검증하고 실행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고민한 후 구체적으로 실행 계획을 세운다. [PART VIEW] 성공하는 기획안의 조건 모든 기획은 문제 인식에서 시작한다. 문제를 인식하고 자료를 조사·분석한 다음 가설을 세운다. 이렇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simulation)하며 가설을 증명하고, 가설이 증명되면 계획을 수립하여 전면적으로 실행한다. 러셀 아코프는 ‘기획이 실패하는 이유는 정확한 문제에 대한 잘못된 해답을 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잘못된 문제를 풀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문제 인식은 기획의 첫 단계다.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면 기획의 질도 높아진다. 문제를 발견하고 인지하는 단계는 기획 전반에 걸쳐서 큰 영향을 미친다. 기획의 성공 여부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실현 가능한 기획은 본질적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할 때 가능하다. 본질에 집중해야 비로소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깊이 생각하기 위해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왜?’를 반복하는 것이다. ‘왜?’를 반복하면 문제의 본질, 즉 진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반복해서 ‘왜?’라고 묻고 답을 생각하는 것은 도요타의 기본 원칙이다. 도요타는 ‘왜?를 다섯 번 반복하라’는 원칙이 있다. ‘왜?’를 다섯 번 반복해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법을 래더링(laddering)이라고 한다. 마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듯이 속성·기능·정서·생활 가치를 깊게 파고들어 찾아낸다. 기획의 본질은 하나의 질문을 통하여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다. 질문을 통해 관점을 바꾸고, 다른 생각으로 다른 목표를 설계하는 것이다. 질문은 기획의 목표인 게임 룰을 바꿔놓는다. 어떤 답을 얻을 것인지는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달려 있다.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나는 것이 기획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것은 오직 질문을 통해서 가능하다. 질문은 목표를 향해 가는 지름길을 찾게 해준다. 기획은 단 하나의 질문을 찾아내는 데서 출발한다. 단 하나의 질문은 기획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기획의 핵심인 차별화는 생각의 틀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차별화는 어떤 기법이나 프로세스의 변화가 아니라 다른 눈으로 다른 각도에서 보게 만드는 것이다. 차별화된 기획은 관점·눈높이·언어 모두를 상대방 기준에 맞출 때 가능하다. 나의 관점에서만 작성된 기획안은 아무 쓸모없는 쓰레기나 다름없다. 상대방이 전문가인지 일반인인지에 따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투자 유치가 목적이라면 투자자의 관점에서, 경영전략 기획안이라면 의사 결정권자인 경영자의 관점에서, 마케팅 기획안이라면 고객의 관점에서 작성해야 한다. 알차고 의미 있는 기획안의 조건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차별화이다. 기획의 핵심은 차별화이며, 차별화를 논리화하는 것이 기획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차별화는 ‘더 강한 힘’이 아니라 ‘다른 색깔’이며, 다른 색깔은 나의 관점이 아니라 기획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릴 상대방의 관점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기획의 질은 워딩(wording) 디자인에 달려 있다. 훌륭한 궁수는 단 한 발로 목표물을 명중시킨다. 한 문장, 한 단어로 콘셉트를 담아야 한다. 콘셉트가 칼자루라면 워딩은 칼날이다. 예리한 콘셉트와 워딩만이 좋은 기획안을 만든다. 불분명한 워딩은 100% 망한다. 분명하고 또렷해야 힘을 발휘한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는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는다. 익숙한 것으로는 이길 수 없다. 말이 길면 지저분해진다. 노른자만 남기고 다 버려라. 단순할수록 전달력이 강해진다. 메시지는 직접적이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고민하거나 한 번 더 생각할 틈을 주면 안 된다.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느끼는 대로 곧장 뇌까지 메시지가 올라가 박히도록 해야 한다. TIP 기획자가 기억해야 할 8가지 1. 목적과 목표 - 목적과 목표는 다르다. - 목표는 추상적 개념으로 기획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궁극적 지향점이다. - 목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 설정이다. 2. 성과 측정 - 목표는 구체적으로 성과 측정이 가능해야 한다. - 기획은 수행 후 변화와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도 포함한다. - 기획안에 성과가 포함되어야 비로소 결과보고서가 된다. 3. 실현 가능성 - 기획을 실행하는 데는 돈과 인력 등의 지원이 투입된다. 현재 주어진 예산, 준비, 시간과 인력, 사회 환경 등을 고려하여 실행 가능성(feasibility)을 체크하라. 4. 위기관리 -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기획은 없다. - 기획의 실행을 시뮬레이션하며 예측 가능한 위기 상황이나 돌발 변수에 관해 확인하고 그 해결 방법까지 고민하라. 5. 커뮤니케이션 확산 - 기획하고 진행하는 홍보 혹은 프로모션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로 유통될 수 있게 하라. - 가능한 많은 사람이 아는 것도 중요하다. 6. 진정성 - 기획하는 브랜드, ‘업의 본질’을 항상 고려하라. - 유행보다는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 듯 꾸준한 기획의 스타일을 만들어가야 한다. 7. 지속 가능성 - 단발성 기획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타깃(target)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기획을 하라. - 더 나아가 브랜드나 메시지를 확산하는 캠페인이 되도록 하라. 8. 활용 가능성(one source, multi use) - 기획으로 만들어지는 콘텐츠(content)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통될 수 있도록 확장성을 고려하라. - 독자가 보고 듣고 만지고 사용하는 모든 것이 매체임을 고려하라. 출처: 김영미,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기획의 실제: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는 서울시교육청의 ‘2025학년도 서울형 교육복지사업 기본계획’을 분석해 본다. 서울형 교육복지는 교육취약학생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서울형 교육복지 학교를 지정·운영하여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개별 학생에 맞춤형 통합지원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추진 목적은 교육취약학생을 위한 맞춤형 통합지원으로 교육격차 해소 및 학교와 지역이 협력하는 학생맞춤통합지원체계 강화로 교육복지안전망 내실화에 두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기본계획 중 ‘중점과제2: 학생 맞춤형 지원을 위한 협력 기반 강화’의 일부분을 소개한다. 중점과제2 학생 맞춤형 지원을 위한 협력 기반 강화 2-2 학교와 지역기관의 연계로 촘촘한 교육복지안전망 강화 및 홍보 ● 학교-교육지원청-지역기관의 [조기 발견]-[맞춤 지원]-[지역 연계] 체계 강화 단위학교에서는 교육취약학생의 욕구(needs)에 맞게 맞춤형 지원을 위해 모든 교육 구성원이 [조기 발견]-[맞춤 지원]-[지역 연계]의 흐름 속에서 협력적으로 소통하고 지원함. ■ 교육취약학생 [조기 발견] 활성화 - (목적) 도움이 필요한 학생 조기 발견, 학교 모든 구성원의 협력을 통한 지원 방안 논의 - (대상) 학교 모든 구성원 - (내용) •교육 구성원이 일상생활에서 평상시 세심한 학생 관찰(적극적 관찰) •학기 초 집중 관찰과 상시 관찰을 통해 학생의 어려움 파악 •각종 징후 포착, 상담, 표준화 검사 등을 통해 학생 요인 조기 감지 •[조기 발견] 체계를 통해 예방 또는 상황 악화에 선제적 대응 •상시 통합지원팀에 의뢰할 수 있도록 교내 협력 환경 조성 ■ 학생 성장을 위한 단계별 [맞춤지원] 체계 강화 - (목적) 학생에게 필요한 맞춤형 지원 제공 - (대상) 담당 부서, 유사 사업 부서, 통합지원팀 구성원 - (내용) 1단계 단위학교 내 담당 부서에서 단순 지원 •단순 물품 지원, 소그룹 맞춤형 사업(프로그램), 일상적 복지서비스 참여 대상 선정, 단순 지역기관 연계 대상 추천, 부서별 자체 지원 등 - (단순 지원) 대상자 발굴 → 초기 상담 → 서비스 연계(지원) 2단계 교육지원청·지역기관 연계 및 협력(성장지원플랫폼, 지역기관) •담임 추천, 통합지원팀 회의를 통해 교육취약학생 선정 •통합지원팀과 연계하여 해당 사례 회의 - 단위학교 내 학생 지원 현황 공유, 다양한 지원방안 협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 알맞은 지원 제공 •통합 진단 및 학생 맞춤형 지원 여부 결정 •교내 담당자별 업무 분담 및 협의를 통한 주담당자 지정 - (협력 지원) 대상자 발굴 → 초기 상담 → 통합지원팀 회의 후 서비스 연계(지원) 3단계 교육지원청·지역기관 연계 및 협력(성장지원플랫폼, 지역기관) •교내 통합지원팀 협의 및 지원 후 추가 전문적 외부 지원 필요시 교육지원청·전문기관 지원 요청 - 학생맞춤통합지원 운영지원단, 성장지원플랫폼, 교육지원청-센터 협력 등 •지역기관 공동사례관리 시스템 연계·협력
2025년도 교육전문직원 선발시험에서는 실전 적용 가능성과 논리적 구조가 강조된 집단토의 문제가 출제됐다. 이번 호에서는 그 실전문제를 중심으로 문제 구성, 자료 분석, 발언 전략, 합의안 도출까지 전 과정을 구조화하여 소개한다. 특히 기존 토의 형식에 더해, 자료 기반의 문제 접근과 해결 전략을 강화하는 방법도 함께 소개한다. 실전문제 ● 실시 요령: 5인 1조 40분 ● 조건 1) AIDT의 바람직한 방향이나 문제점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정해 주장을 밝히고 질문으로 의견을 제시할 것(기조 발언). 2) 본인의 주장을 근거로 2회 이상 발언하고, 상대방 의견에 대해 1회 이상 질문할 것(자유토론). ● 제시 자료 _ AIDT(AI 디지털교과서) AI 교과서 플랫폼 접속률 10% 못 미쳐 … 활용률 뚝↓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AIDT 플랫폼 접속률이 지난 3월 한 달 동안 전국 평균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AIDT 중앙상담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총 5,200건으로 이 가운데 접속 문제와 개인정보동의 등 가입 관련 문의가 2,753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해, 사용 전 단계부터 큰 불편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세종 지역의 고등학생 가입자 중 하루 평균 접속률은 0.5%에 불과했고, AI 디지털교과서 채택 학교가 100%에 가까운 대구교육청조차 11%를 넘지 못했다.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에서도 일일 접속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서울의 접속률은 초등 6.0%, 중학교 6.5%, 고등학교 4.7%이다. 경기도는 초등 7.4%, 중학교 6.1%, 고등학교 2.8%를 각각 기록했다. 백 의원은 “이주호 장관, 오석환 차관, 강은희 교육감, 정제영 원장은 현장 참관과 시연회에서 자화자찬했지만, 실제 학교현장에서 AI 디지털교과서는 외면받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과 여당의 반대로 무산된 ‘AI 디지털교과서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을 재추진하여, 예산 낭비와 교육현장의 혼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에듀프레스(edupress) [PART VIEW] ● 문제① 위의 자료를 보고 AIDT 현장 적용에 대해 서울형 토론모형 2.0으로 토론하시오. 참고 자료 _ 서울형 토론모형 2.0 실전문제 예시답안 1. 사회자 선정 예시 - 안녕하세요. 토의를 시작하기 전에 사회자를 먼저 정하는 것이 어떨까요? - 네, 좋습니다. 저는 ○번 선생님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 추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회자를 하시고 싶으시거나 추천하실 분 계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 네, 그러면 제가 한 번 선생님들과 함께 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모두). 2. 토의 방식 정하기 예시 - 그럼, 문제에서 제시한 서울형 토론모형 2.0 토론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제시된 자료를 바탕으로 AIDT 현장 적용의 바람직한 방향과 문제점에 대해 질문을 만들어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토의하도록 하겠습니다. - 토론자가 4명이니 2명은 바람직한 방향에 관한 질문으로, 2명은 문제점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토의하실 분 손들어 주세요(2명). 그럼, 나머지 2명은 문제점에 대해 토의하시겠습니다. - 네, 현재 25분 동안 토의를 해야 하니 1분 정도 생각하신 후, 번호순으로 1분간 기조 발언을 하겠습니다. - 네, 좋습니다. 3. 기조 발언 예시 ● 예시❶ 안녕하십니까, 관리번호 ○번입니다. 서울교육을 사랑하시는 여러 선생님과 여러 가지 중요한 교육현안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고 있는 학생들은 디지털 소양 함양이 필수적입니다. 이에 교실의 모습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 모습 중의 하나가 AI 디지털교과서 사용이라 생각합니다. 디지털교과서는 학생·교사·학부모에게 각각의 장점이 많은 교과서입니다. ‘AIDT 활용의 장점 및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교육청에서 지원할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토의할 것을 제안합니다. ● 예시❷ 안녕하십니까, 관리번호 ○번입니다. 저도 여러분과 중요한 주제로 이야기 나눔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AIDT 사용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는 필요불가결하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야만 학교에서 효율적인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AIDT 개인정보 보호 대책은 무엇인가’에 대해 토의할 것을 제안합니다. 4. 자유토의 예시 - 기조 발언을 모두 마쳤습니다. - 그럼, 각자 정하신 방향의 주장과 근거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번 발언하실 때 1분 이내로 하여 주시고, 각 주장에 대해 2회 이상 발언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상대 주장하시는 분에게 1회 이상 질문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질문과 답변도 각각 1분 이내로 발언하시기 바랍니다. -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우선 ‘AIDT 활용의 장점 및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교육청에서 지원할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AIDT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교실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학생에게는 자신의 역량에 맞는 맞춤 학습을 할 수 있고, 교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생의 적성 발굴과 진로상담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학부모는 학생의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자녀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교육청에서는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교사 역량 강화 연수를 실시합니다. - 네, 맞습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의 학습진단 및 분석을 통해 학생별 최적의 학습경로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고, 교사는 수업설계와 학생에게 맞춤 처방 지원을 할 수 있는 AI 보조교사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학부모는 실시간 자녀의 학습상황을 파악하여 가정 내에서 맞춤형 학습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니 AI 디지털교과서를 모든 교실에서 언제든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겠습니다. 현재 디벗 사업도 모든 학교에 배부가 되었는지, 그리고 부속품들인 충전장치 등의 지원도 확인해야겠습니다. - 그러나 현재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위의 자료에서 나타났듯이 AIDT 서비스의 개인정보 보호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AIDT는 종이 교과서와 달리 학생별 학습 이력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저장하고,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다루고 있어 학생 개개인의 상세한 학습 관련 정보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 네, 또한 현재 학교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접속률이 4~7%로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문제점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5. 정리 발언 예시 - AIDT 활용의 기대효과는 학생은 최적화된 맞춤 학습 콘텐츠로 배우고, 교사는 데이터 기반으로 수업을 디자인하며, 학부모는 자녀의 활동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받을 수 있는 교육 현장으로의 변화입니다. AIDT가 현장에서 적극 활용하여 기대효과가 달성되어 더 질 높은 공교육이 실현되도록 학교현장을 먼저 생각하며 지원하는 교육전문직이 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 AIDT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축적되는 학생의 상세한 학습 관련 정보 등에 대해 개인별·과목별 고유식별값 체계를 갖춰 국가정보원 보안점검과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본 보안을 구비해야 합니다. 또한 개인정보 안정성 확보를 위한 검정 심사기준과 개발 사용 가이드에 대해 KERIS와 각 개발사와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 보호 관리 체계 인증을 공동으로 취득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 오늘 모든 토의자가 골고루 발언할 수 있게 도와주신 사회자님께 감사합니다. 채점 기준과 자가 점검 1. 채점 요소 요약 가. 논리성: 주장-근거-자료 연계가 명확한가? 나. 전문성: 교육정책과 실제 현장을 연결 지었는가? 다. 협력성: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고 융합했는가? 라. 실천성: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는가? 2. 자가 점검 체크리스트 가. 발언이 1분 내외였는가? 나. 자료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는가? 다. 상대방의 의견에 공감하거나 연결 발언을 했는가? 라. 발언 태도(시선·미소·경청)가 유지되었는가?
우리나라의 공직자 청렴제도는 시대적 요구와 국민의 기대 수준에 따라 변화해 왔습니다. 초기에는 도덕적 책무에 방점을 두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도적 장치를 통한 책임성과 투명성 확보가 강조되었습니다. 특히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공직사회 전반에 ‘공정성’과 ‘이해충돌 방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2022년에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시행됨에 따라 법적 기준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동안 일부 중복되고 모호했던 청렴 기준을 통합하고, 실효성 있는 예방 체계를 마련하자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에 따라 공직자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사적 이해를 배제하고 공익에 기반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법적 행위 기준이 정립되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해충돌방지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실제 교육현장 및 공직사회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합니다. 1. 추진 배경 •새로운 부패유형에 대한 통제 및 국민의 신뢰 확보 •실효적인 공직자 사적 이해관계 관리 장치 강구 •국제사회 눈높이에 걸맞은 공직자 행위 기준 정립 [PART VIEW] 2. 개요 가. 적용 대상(제2조) 1) 기관: 헌법기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공직유관단체 등 모든 공공기관 2) 대상 - 공직유관단체 및 공공기관의 장과 그 임직원 -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에 따른 공무원 - 각급 국공립 학교의 장과 교직원 - 법률에 따라 자격, 임용, 교육훈련, 복무, 신분보장에 있어 공무원으로 인정된 사람 - 모든 공공기관과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은 「이해충돌방지법」을 숙지하고 준수해야 함 나. 제정 목적 1) 정의(제2조 제4호) -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 2) 목적(제1조) - 공직자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이해충돌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통제하기 위해 공직자가 준수해야 할 행위 기준을 규정 - 이해충돌 상황에서의 심리적인 부담과 갈등을 제거하여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 3)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10개 행위 기준 신설 - 공직자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한 사익 추구를 예방할 수 있도록 공직자가 해야 할 5개의 신고 및 제출 의무와 하지 말아야 할 5개의 제한 및 금지 행위 등 총 10개의 행위 기준 규정 3. 「이해충돌방지법」 세부 조항 가. 사적이해관계자의 신고 및 회피·기피 신청(제5조) - 공직자가 ‘사적이해관계자’에 대해 직무수행을 한다면 공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으므로, 공직자 스스로 그러한 상황을 신고하고 회피 신청을 하도록 함으로써 공정성 의심 소지를 차단할 필요가 있음. - 공직자는 자신의 직무관련자가 사적이해관계자임을 안 경우 안 날부터 14일 이내에 그 사실을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고 회피를 신청해야 함. [제1항]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소관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직무관련자(대리인 포함)가 사적이해관계자임을 알게 된 경우 신고하고 회피를 신청해야 함. [제2항] 직무관련자 등은 해당 공직자에게 신고 및 회피 의무가 있거나 그밖에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사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그 공직자의 소속 기관장에게 기피 신청 가능함. 1) 신고 대상 소관 직무 - 인허가·심사·승인·단속 등 관련 직무 - 채용·평가·감사 등 관련 직무 - 조세·과징금 등 부과·징수 관련된 직무 - 보조금·출자금·교부금·기금 등 관련 직무 - 공사·용역 등의 조달·구매의 계약 등 관련 직무 2) 사적이해관계자 - 공직자 자신 또는 그 가족 - 자신이나 가족이 임원·대표자·관리자 또는 사외이사로 재직하거나 대리하거나 고문·자문 등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법인 또는 단체 - 공직자로 채용·임용되기 전 2년 이내에 재직하거나 대리하거나 고문·자문 등을 제공했던 법인 또는 단체 -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지분·자본금 등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 또는 단체 - 퇴직일 전 2년 이내에 같이 근무하였던 사람 3) 제5조 관련 16개 유형의 소관 직무 1. 인가·허가·면허·특허·승인·검사·검정·시험·인증·확인, 지정·등록, 등재·인정·증명, 신고·심사, 보호·감호, 보상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 2. 행정지도·단속·감사·조사·감독에 관계되는 직무 3. 병역판정검사, 징집·소집·동원에 관계되는 직무 4. 개인·법인·단체의 영업 등에 관한 작위 또는 부작위의 의무 부과 처분에 관계되는 직무 5. 조세·부담금·과태료·과징금·이행강제금 등의 조사·부과·징수 또는 취소·철회·시정명령 등 제재적 처분에 관계되는 직무 6. 보조금·장려금·출연금·출자금·교부금·기금의 배정·지급·처분·관리에 관계되는 직무 7. 공사·용역 또는 물품 등의 조달·구매의 계약·검사·검수에 관계되는 직무 8. 사건의 수사·재판·심판·결정·조정·중재·화해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 9. 공공기관의 재화 또는 용역의 매각·교환·사용·수익·점유에 관계되는 직무 10. 공직자의 채용·승진·전보·상벌·평가에 관계되는 직무 11.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행정감사에 관계되는 직무 12. 각급 국립·공립 학교의 입학·성적·수행평가에 관계되는 직무 13.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각종 수상, 포상, 우수기관 선정, 우수자 선발에 관계되는 직무 14.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각종 평가·판정에 관계되는 직무 15. 국회의원 또는 지방의회의원의 소관 위원회 활동과 관련된 청문, 의안·청원 심사, 국정감사,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사무감사, 국정조사,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사무조사와 관계되는 직무 16. 그밖에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무 [사적이해관계 신고의무 위반 사례] • (사례 내용) ○○구청장과 아들 2명은 ○○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정비촉진사업 지구 내 주택을 소유함. 구청장 본인과 아들은 사적이해관계자이면서 동시에 직무관련이 있음에도 사적이해관계 신고를 불이행 • (위반 법령) 공무원행동강령 제5조(사적이해관계의 신고 등) 위반 • (위반 유형) 사적이해관계 신고 규정에 따라 신고를 했어야 하나, 신고를 불이행 나. 직무관련자와의 거래 신고(제9조) - 공직자가 직무관련자와 정상적인 거래를 했다고 할지라도 공정한 직무수행이 저해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해충돌 상황 관리 필요 - 공직자가 우회적으로 부당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직무관련자와 가족 등의 재정적 거래 행위를 파악할 필요 [제1항] 공직자는 본인, 배우자, 직계존속·비속, 특수관계사업자 등이 공직자의 직무관련자와 사적 거래를 한다는 것을 알았을 경우, 그 사실을 신고해야 함. 1) 신고 대상 사적 거래 - 금전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행위 및 유가증권을 거래하는 행위 - 토지 또는 건축물 등 부동산을 거래하는 행위 - 물품·용역·공사 등의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2) 의무 내용 - 공직자 자신·배우자·직계존비속·특수관계사업자가 직무관련자와 거래했거나 할 예정인 사실을 서면으로 신고 [사례] _ 직무관련자와 거래를 한 경우 • 신고 사건을 담당자 A가 B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던 중 A의 배우자가 이사를 위해 B사의 사건 신고자와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깨달음. • 14일 이내에 소속기관의 장에게 관련 사실을 신고해야 함. 위반 시 2천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 가능 다. 직무 관련 외부 활동의 제한(제10조) - 공직자가 직무관련자에게 자문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등의 외부 활동으로 인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거나 이해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일정한 제한 필요 1) 제한 대상: 모든 공직자 2) 제한 내용: 공직자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공정성을 저해하는 다음의 ① ~ ⑤의 외부 활동을 금지 ① 직무관련자에게 사적으로 노무 또는 조언·자문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행위 ② 소속 공공기관의 소관 직무와 관련된 지식이나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행위 ③ 공직자가 소속된 공공기관이 당사자이거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안에서 자신이 소속된 기관의 상대방을 대리하거나 그 상대방에게 조언·자문 또는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④ 외국의 기관·법인·단체 등을 대리하는 행위. 다만 소속 기관장이 허가한 경우는 외부 활동 가능 ⑤ 직무와 관련된 다른 직위에 취임하는 행위. 다만 소속 기관장이 허가한 경우는 외부 활동 가능 [사례] _ 공정성을 저해하는 외부 활동 • (사례 내용) A 공공기관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B는 A 공공기관의 평가 담당직원 C의 부탁으로 평가와 관련하여 사적으로 조언을 제공하고 사례금을 받음. • (공정성 저해 판단) _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직무 관련 외부 활동인가? - B가 직무관련자인 C에게 사적으로 조언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것은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함. • (처분 사항) 징계 및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 라. 공공기관 물품 등의 사적 사용·수익 금지(제13조) - 공공기관의 물품·시설 등을 소속 공직자의 사적인 용도로 사용·수익하거나 제3자가 사용·수익하게 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함 1) 제한 대상: 모든 공직자 2) 제한 행위: 공공기관이 소유·임차한 물품·차량·선박·항공기·건물·토지·시설 등을 사적으로 사용·수익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사용·수익하게 하는 행위 금지 - 사적인 용도의 사용·수익’은 정당한 사유 없이 공공기관 물품 등을 본래의 제공 목적을 벗어나 개인적 편의나 이득을 위해 사용한다는 의미 3) 사적인 용도의 사용·수익의 예시 - 공용차량을 당해 공무원이 출퇴근 등 사적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가족이 사용 - 소방·군용 헬기, 행정지도선, 구급차 등을 개인 목적으로 사용 - 공용차량용으로 지급된 유류를 공무원 개인차량에 중유 [사례] • (사례 내용) 공공기관 산하 연구소 A의 직원들이 연구소 설비인 3D프린트를 이용해 개인적인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사실이 발각됨. • (처분 사항)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가능 마. 직무상 비밀 등 이용 금지(제13조) - 공직자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이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은 개인적 부패행위를 넘어 공정한 자원배분 및 시장경제를 왜곡시킬 수 있으므로 금지할 필요 - 공직자로부터 비밀이나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제3자까지 처벌 필요 1) 제한 대상: 모든 공직자, 제3자 •퇴직 등으로 공직자가 아니게 된 날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를 포함. 2) 제한 행위: 직무상 비밀 또는 소속 공공기관의 미공개 정보 이용한 재산상 이익 취득 또는 사적 이용을 금지 3) 직무상 비밀(미공개 정보) •(직무상 비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이란 정보의 귀속이나 출처가 어디인지를 불문하고, 공직자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것으로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된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일체의 정보를 의미 •(미공개 정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 여부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의 것(법 제14조 제1항) [Q A] Q. 공무원이 소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타 기관의 정보를 이용하여 본인 또는 타인의 재산상 투자를 도운 경우에도 직무상 비밀 등 이용에 해당하는지? A. 「이해충돌방지법」에서 금지하는 직무상 비밀 등이란 정보의 귀속이나 출처가 어디인지를 불문하고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일체의 미공개 정보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여 본인 또는 타인의 재산상 투자를 도왔다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 4. 징계 및 벌칙 가. 징계 1)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26조 - (징계) 공공기관의 장은 소속 공직자가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에는 징계처분하여야 한다. 2)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시행령 제35조 - (징계기준) 공공기관의 장은 소속 공직자가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에는 징계처분하여야 한다. 나. 벌칙 및 과태료 1)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시 벌칙 2) 과태료 부과
이 글은 개념기반수업을 처음 접하고 교실에 적용하며 겪었던 도전과 성찰, 깊은 배움을 향한 의지를 담은 글이다. 개념기반수업 실현을 위해 도전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과 배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을 담아, 수업사례를 소개한다. #01 _ 만나다 “올해 우리 연구회는 개념기반수업을 공부해 볼까요?” 매년 새로운 주제로 공동연구를 진행해 온 우리 연구회는 2024년 연구 주제로 개념기반수업을 선정했다. 개념기반수업과의 첫 만남이었다. ‘개념을 기반으로 가르친다는 것은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것과 무엇이 다르지?’ 낯선 접근이었다. 우리는 개념기반학습의 기본 철학과 이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많은 용어를 새롭게 익혔고, 이론이 의미하는 바를 토의했다.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질문을 통해 개념적 이해에 도달하고, 이를 새로운 상황에 전이하는 과정이 개념기반학습의 핵심이라는 거야. 이제 이론을 수업 속에 구현해 보아야겠어.’ 그렇게 개념기반학습의 철학을 교실 속 깊이 있는 배움으로 전환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02 _ 질문, 시도하다 우리는 초등학교 1학년 수학과 한 단원을 함께 설계했다. 차시별 안내 질문을 설계하며 수업 시간 아이들에게 던져왔던 질문을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실 확인 질문만 던져왔던 것 같아요. 개념 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질문이나 가치 판단 질문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수업은 사실 이해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고, 고차원적 사고를 향한 시도가 많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개념기반 단원 설계는 새로운 접근과 시도였기에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었음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한 단원 설계에 이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면, 여러 과목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혼자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단원 설계는 혼자서 안 될 것 같아. 일상 수업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 개념기반수업 초보자의 첫 시도는 차시에 부합하는 개념적 이해1와 안내 질문2 설계하기였다. 놀랍게도 질문의 변화는 수업을 변화시켰다. 단편적인 사실들을 묻던 질문에서 개념들의 관계를 묻는 질문으로 바뀌는 순간, 학생들은 알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반올림이란 무엇인가요?”, “73을 일의 자리에서 반올림하면 얼마인가요?”에 익숙하던 아이들에게 “왜 우리는 정확한 수 대신 어림한 수를 쓰는 걸까요?”와 같은 질문은 낯선 것이었다. 깊이 생각해야 답할 수 있는 질문을 처음 만난 아이들은 힘든 표정을 자주 지었다.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너무 어려운 과제를 줘서 학습 의욕을 꺾는 것은 아닌지, 학업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었다. 하지만 개념을 기반으로 생각하기에 익숙해진 학기 말 즈음,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는 내 생각을 꺼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아이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간의 시도와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고, 개념기반수업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PART VIEW] #03 _ 단원 설계, 길을 찾다 ‘차시 수업들이 연결되지 못하고 분절된 것 같아. 아이들이 개념적으로 이해했지만, 전이로 이어지지 않아.’ 차시별 안내 질문 적용만으로는 핵심 아이디어에 도달하기 어려웠다. 주제에 대한 관점과 초점을 제공하는 개념적 렌즈3를 설정하지 않았기에 차시 학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제각각이 되었다. 이해와 전이활동의 연결을 고민하지 않았기에 아이들은 이해와 전이 사이에 놓인 장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차시별 안내 질문뿐만 아니라 단원 전체 설계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개념기반수업 초보자의 두 번째 시도는 단원 설계였다. 단원 설계는 쉽지 않았다. 개념기반학습에서 추천하는 단원 설계는 무려 11단계4이다. 단원 설계 초기에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몇 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도전했다. 몇 번의 단원 설계 경험이 쌓이자 생략해도 될 항목과 추가해야 할 항목이 생겨났다. 이제는 추천 목록 중 일부를 생략하고, 일부를 추가하여 9단계로 설계한다. 개념기반학습 단원 설계 추천 목록에는 없으나, 개인적으로 추가한 단계는 ‘2단계 핵심 질문 설정’이다. 핵심 질문이란 학문 간 및 학문 내의 중요한 개념 및 과정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질문으로 탐구를 증진시키고, 사고력을 촉발시키며, 학생들이 의미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질문을 말한다. 5학년 1학기 사회 2단원의 핵심 질문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인권·헌법·법은 왜 필요할까?’였다. 단원 학습 내내 학생들은 핵심 질문을 반복하며 인권·헌법·법의 역할을 탐구하였다. 그리고 탐구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각각의 이해를 종합하여 ‘인권을 존중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헌법과 법이 필요하다’라는 핵심 아이디어를 정리해 낼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핵심 질문은 단원 전체를 하나의 큰 탐구 흐름으로 연결해 준다. 다시 말해 핵심 질문은 개념적 렌즈와 함께 차시의 탐구들이 핵심 아이디어로 귀결되도록 탐구의 방향성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6단계 안내 질문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동료가 있다. 바로 생성형 AI다. 안내 질문(사실적·개념적·논쟁적 질문)을 혼자 계획하기란 쉽지 않다. 이때 개념기반학습 맞춤형 챗봇을 활용하면 질문 목록을 풍부하게 브레인스토밍할 수 있고, 이를 참고해 가장 적합한 질문을 선정·수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법의 역할을 탐구하는 차시에서 처음에는 ‘법은 어떻게 사람들의 권리를 지켜줄까요?’라는 개념적 질문을 계획했으나, AI의 추천을 참고해 ‘법이 없으면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요?’로 수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학생 눈높이에 맞는 안내 질문을 만들 수 있었고, 질문을 바라보는 교사의 시각도 한층 넓어졌다. 또한 AI와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답을 탐색하고 비교하면서 교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점검할 수 있었다. 9단계 차시별 학습 활동 설계 단계에서는 배움을 다양한 맥락에 전이할 기회를 마련하고 있는지, 이해와 전이의 연결을 점검한다. 여러 과목을 동시에 가르치는 초등교사가 매 단원을 새롭게 재구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교과서를 기반으로 한 재구성은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교과서 단원의 일반적인 차시 구성은 개념을 도입하고, 개념적 이해를 이끈 다음, 배움을 다른 맥락에서 적용해 보는 전이 차시로 이어진다. 만약 교과서 차시 구성이 전이가 이루어지기에 충분하지 않다면 활동을 변경하거나 별도 차시를 구성해 전이의 기회를 마련한다. 이때 다른 교과의 주제나 실제 문제상황을 연결하면 자연스러운 융합수업이 이루어지고, 학생들이 배움을 실제 맥락에서 전이할 기회를 얻게 된다. #04 _ 수업 실행, 나아가다 다음 사례는 단원 수업사례이다. 단원 도입 → 탐구 → 개념적 이해의 정리 → 전이 → 성찰 단계에서의 고민과 성찰을 담았다. • 단원: 5학년 1학기 사회 2단원 인권 존중과 정의로운 사회 • 핵심 아이디어: 인권·헌법·법은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 개념적 렌즈 / 핵심 질문: 역할 / 우리는 왜 인권을 존중하고 법과 헌법을 지켜야 할까? 1) 단원 도입 _ 핵심 질문으로 탐구를 시작하다 “이번 단원은 태양계와 별에 대해 알아볼 거야. 궁금한 점을 떠올려 볼까?” 교사가 기대하는 학생들의 질문은 “태양계에는 어떤 천체들이 있어요?”, “지구 외에 생명이 사는 행성이 있어요?”, “별이 뭐예요? 지구는 별인가요?” 등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궁금증은 어김없이 예상을 벗어났다. “저의 별자리가 왜 황소자리인지 궁금해요.”, “블랙홀은 진짜 있나요?”, “우주의 끝은 어디인가요?” 등 학생들은 질문을 쏟아냈지만, 교육과정의 주제와 범위를 벗어나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학생들의 질문을 범주화하고 차시별 학습 주제와 연결해 수업을 설계할 것인가? 이 선택은 학생들의 순수한 궁금증을 반영한 수업 설계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궁금증들을 전이로 연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질문을 한정하고, 탐구에 도움이 되는 질문으로 사고력을 기르는 것은 어떨까? 교육과정에 충실하면서도 고차원적 사고를 유도하는 질문을 통해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 현실적이면서도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학생들의 질문을 교육과정 주제와 범위로 한정하기 위해 사진이나 그림 자료를 활용했다. 그림이나 사진 자료는 교과서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고, 필요한 경우 생성형 AI를 사용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제시된 그림이나 사진 자료를 보면서 ‘보여요 → 알아요 → 궁금해요’ 순서로 활동했다. 이는 생각이 보이는 교실(론 리치하트 외, 2023, 사회평론아카데미)의 사고 루틴인 ‘see → think → wonder’ 전략을 재구성한 것이다. ● ‘보여요’ 단계 ‘보여요’ 단계는 그림 자료에서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진술하는 단계였다. 예를 들어 ‘인권’ 주제 그림을 보며 “장애인 친구가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위층으로 가지 못하고 있어”라고 말하며 단원의 주제와 가볍게 만나고 익숙해졌다. ● ‘알아요’ 단계 ‘알아요’ 단계는 그림과 관련해 알고 있는 것, 보고 들은 경험 등을 진술하는 단계였다. 예를 들어 ‘법’ 주제 그림을 보며 “학교 앞에는 스쿨존법이 있는 것을 알아”, “불법 다운로드를 하면 처벌받는다는 것을 배웠어”라고 말하며 단원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활성화했다. ● ‘궁금해요’ 단계 ‘궁금해요’ 단계는 주제와 관련해 탐구 질문을 떠올리는 단계였다. 탐구에 적합한 질문을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떠올렸다. 첫 번째 범주의 질문은 용어의 정의나 사실을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주로 ‘누가’, ‘무엇’, ‘언제’ 등을 활용해 질문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인권은 무슨 뜻인가요?”, “헌법은 누가 만들었나요?” 등의 질문을 모둠원과 공유하고 패들렛에 게시했다. 첫 번째 질문은 안내 질문 중 사실적 질문과 유사하며, 낱낱의 사실을 확인해 탐구의 기초를 닦는 역할을 했다. 두 번째 범주의 질문은 숨은 관계를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왜’, ‘공통점’, ‘차이점’, ‘원인’, ‘영향’ 등을 활용해 질문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인권은 왜 필요한가요?”, “헌법과 법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인권은 헌법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등의 질문을 모둠원과 공유하고 패들렛에 게시했다. 두 번째 질문은 개념적 질문과 유사하며, 탐구의 중심을 개념 간의 관계에 집중하도록 하며 고차원적 사고를 길러주는 역할을 했다. 세 번째 범주의 질문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상상하는 질문이었다. ‘만약 ~라면 어떻게 될까?’, ‘~문제를 해결하려면?’ 등의 형식을 활용해 질문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만약 법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려면?”과 같은 질문을 모둠원과 공유하고 패들렛에 게시했다. 세 번째 질문은 논쟁적 질문과 유사하며, 배움을 삶과 연결 짓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사고력을 길러주는 역할을 했다. ‘궁금해요’ 단계의 마무리는 패들렛에 게시된 탐구 질문들을 모둠별로 살펴보며 한 문장의 핵심 질문으로 정리하는 단계였다. 모둠별로 만든 핵심 질문들은 모두 서로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인권·헌법·법의 필요성 탐구를 진술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모둠별 핵심 질문을 학급 전체가 함께 살펴보며 이번 단원 탐구를 위한 핵심 질문을 최종 정리했다. 이렇게 정리한 학생들의 핵심 질문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권·헌법·법은 꼭 필요할까?’였다. 단원 설계 과정에서 교사가 설정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인권·헌법·법은 왜 필요한가?’와 크게 다르지 않아 학생들의 진술 그대로를 단원 탐구 질문으로 선정했다. 학생들 스스로 핵심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탐구의 주체성을 높인다. 단원 탐구를 위한 핵심 질문을 선정하는 것은 단원 학습 목표를 스스로 정하는 것과 같다. 학생들은 스스로 핵심 질문을 선정했다는 이유만으로 질문 해결의 탐구 의지를 갖게 된다. 둘째, 고차원적 사고를 이끄는 안내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개념기반학습은 학생들의 고차원적 사고를 이끌기 위한 안내 질문을 강조한다. 학습의 궁극적 목표는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며 문제를 해결해 내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 주도의 안내 질문은 점차 학생 주도의 탐구 질문으로 중심이 이동할 수 있도록 연습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2) 탐구 _ 스스로 발견하게 하다 “선생님이 나눠준 자료를 잠시 살펴봅시다. 아래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떠올려 봅시다.” “내가 먼저 말할게.” 우리 반 모둠 탐구 활동이 시작되는 소리였다. 교사가 제시한 법 사례 자료를 살펴본 학생들은 안내 질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모둠과 공유했다. “세 사례 모두 법이 바뀐 것 같아. 그러면 법은 변화한다인가?”,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이렇게 학생들은 자료와 질문을 바탕으로 탐구하고, 함께 발견한 탐구 결과를 문장으로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모둠을 돌며 토의 상황을 확인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해 모둠 간의 이해 차이가 크지 않도록 조율했다. 탐구 활동을 설계할 때 교사는 세 가지를 고민했다. (1) 학습 내용에 적합하고 학생 수준에 알맞은 자료인가? (2) 사실적 사고와 고차원적 사고를 오가며 개념적 이해로 연결되는 안내 질문들인가? (3) 탐구 과정에서 학생 주도성을 높일 방법은 무엇인가? 이러한 고민이 반영된 탐구 활동을 꾸준히 실시한 결과, 학생들은 스스로 지식을 발견하는 기쁨과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실제로 탐구 학습 방법에 대한 설문에서 학생들은 ‘우리 반의 수업방법이 좋다’며, 그 이유로 ‘스스로 생각하니 사고력이 늘고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는 교사가 이끈 탐구가 학생들의 사고력과 자기 주도성을 성공적으로 키웠기에 나타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3) 개념적 이해 _ 의미는 구성되는 것이다 “탐구 결과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볼까요?”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괄호 뒤에 ‘을’을 ‘를’로 바꿔도 되나요?” 처음에는 탐구 결과를 통문장(A)으로 정리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막막해하기도 하고 엉뚱한 문장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추론의 정밀성을 위해서는 정보 제공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여러 가지 정보를 포함한 문장(B)을 제시했지만, 안타깝게도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의미 구성이 아니라 빈칸 맞추기로 전락했다. 결론적으로 개념적 이해의 의미 구성은 통문장과 빈칸 채우기 그 어디쯤에서 발생했다. 방향성은 제시하되, 최소한의 정보가 제공된 언어 형식(C)은 초등학생과 같은 낮은 수준의 학습자에게 도움이 되었다. “의미는 비슷하지만, 언어가 다른 친구가 있다면 이야기해 볼까요?” “‘법은 갈등을 해결해 주고, 범죄를 예방하는 역할을 해요’라고 정리했어요.” “‘법은 갈등을 공정하게 해결해 주고, 사회 질서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해요’라고 정리했어요.” 탐구는 함께하지만, 이해를 문장으로 정리하는 과정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의미는 개인적으로 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전이 _ 경험이 쌓여야 벽을 넘을 수 있다 인권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이지만, 생활 곳곳에서 침해를 당한다. 인권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신장되어 왔으며, 우리 사회는 인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주 접하는 생활 장면에서 전이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사고 체계의 전이를 실천 행동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며 문제 해결 방법을 찾고, 선택하도록 할 수 있을까?’ 전이 활동에서 가장 고민한 것은 전이의 맥락이 경험과 밀접할 것, 그리고 행동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가장 친숙한 공간인 교실에서의 인권 침해 문제를 전이의 맥락으로 선정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인권 침해를 당한 경험을 설문 조사했고, 전체 학생 중 88%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국어과 성취기준7과 융합해 우리 반 인권 규칙을 만들었다. 함께 만든 인권 규칙은 교실에 게시하고 규칙을 어길 때마다 상기하도록 했다. 공간 범위를 사회로 확장한 전이 활동도 진행했다. 등하굣길 안전 문제를 선정하고, 국어과 성취기준8과 융합해 토의를 진행하고 주장하는 글을 썼다. 학생들은 등굣길 자주 지나는 도로에 과속 방지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글이 담긴 영상 편지를 제작해 경찰청에 전달했다. 배움으로 실제 생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학생들은 여러 번의 동영상 촬영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문제 해결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인권 신장과 보장을 위해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는 소감을 성찰문에 남겼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해가 다른 맥락에 적용되며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학생 중심의 주도적인 경험이 중요함을 이해했다. 전이도 경험과 연습이 필요하다. 이해와 적용을 넘나드는 경험이 쌓일 때 학생들은 사고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것 같다. 5) 성찰 _ 의미를 찾는 과정은 학습이 필요하다 ) 우리 반은 단원 마무리 단계뿐 아니라 차시 마무리 단계에서도 꾸준히 성찰 활동을 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배움의 의미를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 성찰은 메타인지가 발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메타인지가 어느 정도 발달되어 도움을 받지 않고도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는 초등학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체 학생들의 성찰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성찰 전 토의활동을 했다. - 배움이 있기 전과 지금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 나에게 중요했던 배움은 무엇인가요? - 이와 같은 배움이 중요한 까닭은 무엇인가요? - 삶의 어떤 장면에서 이번 배움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배움을 성찰하는 단계에서 학생들이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질문들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모둠과 토의해 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토의 과정에서 친구들이 건넨 생각의 조각을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조금 더 꺼낼 수 있었다. 유난히 성찰 글쓰기를 어려워하던 한 학생은 토의 활동 후 지금까지 쓴 것 중 가장 깊이 있는 성찰 글을 완성했다. 때론 친구의 말 한마디가 생각을 꺼내는 열쇠가 되는 것 같았다. 좋은 수업, 도전은 끝나지 않는다 개념 중심 수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첫해는 실험과 시행착오의 연속이고, 두 번째 해가 되어서야 설계와 실행이 조금씩 정련되기 시작한다고 한다. 지금 나는 개념기반수업을 일상 수업에 적용해 보는 실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과정은 시간과의 싸움이고, 도전과 실패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정답을 말하기보다 스스로 생각을 꺼내는 아이들, 서로 의견을 나누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변화를 보았기 때문이다. 좋은 수업을 향한 마음이 멈추지 않는 한, 나는 개념기반수업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학기 말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중학교 3학년 1학기 2차 고사를 마친 후, 방학까지 3주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교사가 미리 계획해 두지 않으면 학생들도 시험이 끝나서 긴장이 풀리고, 교사도 학기 말의 여러 업무 정리로 흐지부지하게 수업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었고, 아쉬움이 컸기에 학기 말 시간을 제대로 활용해 보고 싶었다. 5월에 이차방정식 단원 마무리 활동으로 직접 ‘방 탈출 게임’을 만들어서 학생들과 진행했었다. 학생들이 문제풀이에 적극적으로 임할 뿐 아니라, 다음 수업시간에 들어가니 “선생님, 방 탈출 게임 한 번 더 하면 안 돼요?”라고 물었다. ‘방 탈출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를 생각하며 재미도 느꼈고, 수학 개념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기에 이 경험을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학기 말에는 10차시 동안 학생들이 직접 이차함수 단원 내용을 활용하여 방 탈출 게임을 만들어 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나도 처음 해보는 시도였기에 프로젝트 진행 순서와 피드백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하였다. 교사가 만든 ‘방 탈출 게임’ 살펴보기 이차방정식 단원을 학습한 이후, 학생들이 관련 문제를 해결해 보는 마무리 활동으로 ‘방 탈출 게임’을 만들었다. 범교과적 내용도 포함하고 싶어서 주제를 ‘환경’으로 선택했는데, ‘환경’은 범위가 넓어서 내용을 설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영역을 좁혀서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로 정하고, 다양한 자료를 모으는 작업을 했다.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학적 개념 ‘이차방정식’과 결합해서 문제를 만들었다. 문제를 만드는 아이디어는 예전에 연수에서 접해보았던 ‘4.3 사건으로 만든 방 탈출 게임’에서 얻기도 하고, 챗 GPT와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그렇게 만든 문제들을 캔바(CANVA)로 디자인하여 학생들에게 나누어 줄 형식으로 제작하였다. 아래는 학생들에게 주어진 활동지이다. 선생님들께서도 한 번 풀어본 후, 마지막에 있는 해설지를 보길 추천한다. [PART VIEW] 다음은 단계별 문제풀이 과정이다. 학생들이 만드는 ‘이차함수 방 탈출 게임’ 프로젝트 과정 아래 순서대로 총 10차시로 진행되었다. ● 1차시 _ 오리엔테이션 ① 모둠 안내 : 모둠은 1학기 1차 고사 성적을 바탕으로 배정을 한 다음, 교우관계와 학생 성향 등을 고려하여 교사가 수정 작업을 거친 후에 알려주었다. ② 모둠에서 키워드 선정 : 10차시 동안 학생들이 키워드와 관련하여 문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모둠에서 충분히 의논하여 결정할 수 있게 하였다. 학생들이 관심 있는 것과 수학을 연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③ 키워드에 대해 자료를 조사하여 패들렛에 정리 : 이차방정식과 연결되어야 하니 숫자가 들어있는 자료를 많이 찾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 2~5차시 _ 문제 만들기 ① 방 탈출 게임 제작 기록지 제공 : 문제에 대한 고민을 매시간 이어가기 위해서 작성할 수 있는 기록지를 제공하였다. ② 방 탈출 과제 개인 구상지 제공 :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가 아이디어가 생겨도 기록해 두지 않으면 휘발되므로 개인 구상지에 자유롭게 문제를 적어 보는 용도로 활용하게끔 하였다. 차시가 지나면서 조금씩 발전되는 모습을 보았다. ③ 매시간 발표 : 수업 마지막에 모둠에서 공유할 시간을 제공하고, 그 시간에 나눈 이야기들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④ 피드백 제공 : 발표한 내용과 작성한 자료를 바탕으로 피드백하여서 다음 시간에 학생들이 조금 더 보완할 수 있도록 하였다. ● 6~9차시 _ 자료 디자인하기 ① 캔바에 가입하기 : 모둠별로 협업하여 자료를 만들기 위해 교사가 그룹별 링크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가입하게 하였다. ② 캔바 활용법 익히기 : 캔바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서 ‘1학기 수학 수업 소감’을 작성하는 활동을 하면서 텍스트 입력과 이미지 삽입 등 기본 기능을 익혔다. ③ 모둠에서 협업하여 자료 만들기 ● 10차시 _ 발표하기 마지막 한 시간 동안 학생들이 발표할 시간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교사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발표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학생들이 결과물을 완성하였고, 이에 대한 피드백은 2학기에 다시 이어갈 예정이다. ‘이차함수 방 탈출 게임’ 프로젝트 소감 교사에게도 해보지 않은 것을 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고민해야 하고, 학생들이 결과물을 산출하기까지 도울 수 있는 에너지도 필요하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용기 내어 학생들과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것과 학생들이 학기 말에도 집중도 높게 문제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았기에 다른 선생님들께도 이 수업을 나누게 되었다.
교육부가 2017년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발표한 이후, 단계적 운영 등 8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교원단체, 일부 학부모단체, 그리고 심지어 학생단체마저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왜 고교학점제는 오랜 시범운영 기간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전면 시행과 동시에 현장으로부터 강한 저항에 부딪히며 폐지론에 직면하게 되었을까? 개선 방향 탐색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고교학점제 정의와 운영 중점에 깔린 전제 분석 모든 정책은 기본 가정과 전제를 바탕으로 설계된다. 가정과 전제에 오류가 있거나 실현 불가능할 때, 혹은 핵심 전제 조건을 간과할 때 해당 정책은 기대한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더 크게 드러낸다. 시행 초기부터 가정의 오류를 지적하며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으나 주도세력은 자신들의 신념에 근거하여 이를 강행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지난 8년간 거의 해결되지 못한 채 전면 시행에 이르게 되었다. 2021년 교육부가 내놓은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보면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취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이다. 이를 위한 운영 중점은 학생의 수요 반영, 진로·학업설계 지도, 최소 학업성취 보장 등이다. 고교학점제 정의에 깔린 가정과 전제는 무엇이고, 이들의 타당성과 현실성 및 실현 가능성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 바탕 고교학점제 ‘정의’를 살펴보면 대부분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음을 가정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은연중에 우수한 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가정과 달리 현실에서는 초·중학교까지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학생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이를 알고 있기에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본 전제를 볼 때 고교학점제는 자사고 및 특목고, 혹은 일반고등학교의 우수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다면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고교학점제가 되게 하려면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학업성취율 도달 여부를 모두 파악하고 지도하여 대부분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제대로 갖추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초·중학교는 시험을 없애고, 문재인 정부는 전체 대상 학력평가를 폐지하였다. 고교학점제가 토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지어놓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 진로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 진로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게 한다는 것은 몇 가지 가정을 깔고 있다. 하나는 대부분 고등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어느 정도 확실하게 정하고 있거나 정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로·적성’이라는 것은 대학생만이 아니라 성인에게도 확실하지 않고 가변적이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를 확실히 하도록 기대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까? 1학년 때와 2학년 때의 생각이 변하는 학생도 많은 데, 이는 어찌 대처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는 대학 신입생이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들으며 전공을 탐색한 후, 본인의 적성과 진로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자유전공제를 확대하도록 했다. 고교학점제 기본 가정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 보아야 한다. ‘진로·적성’을 염두에 둔 고교학점제는 특목고나 특성화고 학생, 그리고 일반고등학교 학생 중에서 진로탐색 과정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합당한 제도이다. 일반 학생들을 위해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이미 천명한 ‘선택과목 확대제’를 더 의미 있게 구조화해서 시행하는 것이 더 낫다. 진로교육은 전 교과에서 현실 삶 및 진로와의 관계를 포함하여 지도하는 패러다임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대입에서 유불리가 아니라, 진로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제도를 이렇게 설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가정이 오류임은 교사만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도 잘 알고 있다. 잘못된 가정에 따라 설계된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는 불필요한 에너지와 재원을 낭비하고 있다. 또 하나 깔린 전제는 진로 적성에 따른 학생 개개인의 수요를 반영할 과목을 개설하고, 이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그리고 시설을 갖추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해서 교사 정원을 줄여왔다. 전제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하면 교사는 복수 교과 담당에 따른 다양한 부담을 지게 되고, 이로 인해 일반 수업의 질마저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 정책 간에 엇박자가 발생한 이유는 교사 정원 및 시설 추가 확보를 위해 협조가 필요한 행안부와 기재부의 조율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 설계된 정책의 성공적 구현을 위해 어느 정도의 추가 인력, 시설 설비, 재정이 필요한지 추정치가 나오고, 이에 대해 관련 부처와 조율해야 한다. 아니면 대통령실이 주도하여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교사 정원을 늘리기 어려우면 학점제로 운영되는 대학의 교수 요원처럼 고등학교에도 절반 이상을 강사가 담당하게 해야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어느 하나도 구현하지 못했다. 시범운영 초기부터 제기된 문제인데, 학교 규모와 소재지에 따른 여건 차이가 큰 상황에서 고교학점제는 당연히 지역 간 학교 간 격차를 키울 수밖에 없다. 원격강의·협동강의 등을 통해 일부 보완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불리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이들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만 이러한 불평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최소 학업성취 보장 고교학점제가 도입하고 있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제’는 기본 학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 비율이 낮고, 이들도 실력을 쉽게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그런데 가정보다 이수 기준 미달 학생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한 학기 동안에 이들을 최소 성취수준에 도달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는 이를 위한 보충지도 및 추가학습 지도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아니면 학생수가 줄고 있으므로 교사들이 이를 감내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육부가 계속해서 교사 정원을 줄여가고 있는 것을 보면 후자인 듯하다. 이러한 가정은 고교학점제의 정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대입제도와의 관계 ●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가 문제? 고등학교가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는 한,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를 유지하는 한 고교학점제는 뿌리내릴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에는 고등학교가 입시와 무관하게 민주시민을 혹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가정이 깔려있다. 아울러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가 문제이고, 대입제도를 개선하면 고교학점제가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고등학교가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까? 고등학교 다니는 것과 대입이 무관하다면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학교가 입시 준비를 해주지 않는다면 그 역할을 학원이 담당할 것인데, 이를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가 입시 위주의 교육을 중단해야 고교학점제가 정착될 수 있다면 이는 고교학점제는 정착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대입제도 개선을 통해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를 바꿀 수 있을까? 무한경쟁 승자독식 사회, 학생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여 선발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믿는 사회에서는 추첨제나 세습제와 같은 극단적인 방식이 아닐 경우 경쟁을 완화시킬 수는 없다. 경쟁 위주의 대입체제는 대입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극단적 실력주의를 바탕으로 발전해 온 국가이고, 이에 대한 국민적 신념은 확고하다. 입시 위주의 고등학교 교육,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거의 상수와 같다. 이를 변수라고 생각하며 다양한 정책을 펼치면 늘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절대평가와 수행평가제도, 교과성적 5등급제 도입 등은 위의 가정을 타당하다고 믿으며 도입된 제도들이다. 입시 위주 교육, 경쟁 위주 입시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은 아니다. 고교학점제와 대입제도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가정하는 것이 문제임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회체제 탓만 하면 고통에서 아이들을 구할 수 없고, 행복한 개인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할 수 없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다만 주어진 상황을 도외시한 채 교육에서 경쟁 요소를 제거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면 할수록 기대와 달리 계층 간 격차는 더욱 커지고, 사회적 약자는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임을 환기하고자 할 뿐이다. ● 절대평가와 수행평가 교과성적 절대평가와 수행평가 등등의 제도는 평가의 주목적이 학생 성장을 돕는 것이고, 학생들의 과도한 경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함이다. 극한의 경쟁인 교육전쟁 상황에서 교과성적을 포함한 고교 활동 결과를 대입 핵심 전형 요소로 활용하고자 할 경우, 이러한 제도는 더 큰 문제를 가져온다. 절대평가를 해야 하는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은 철저한 상대평가를 하고 있다. 대학 성적의 일부가 임용시험에 반영되는 상황에서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수행평가가 학생과 교사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는 이유도 이 모든 것이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교성적이 대입 당락을 좌우하는 상황에서는 교육 이상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절대평가나 수행평가가 기대한 교육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과도한 경쟁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자살 등의 문제는 상대평가가 주원인이 아님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잘못된 가정에 근거한 절대평가와 수행평가 강조는 이미 경험한 것처럼 기대한 효과가 아니라 부작용을 더 불러오고 있다. ● 교과 성적 5등급제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과 함께 2025년 고등학교 신입생부터는 교과성적 석차등급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뀐다. 이러한 정책 설계는 교과 성적을 5등급으로 바꾸면 대입 내신 경쟁이 완화되어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동시에 상대평가 등급을 제공하면 대학들이 교과성적을 대입 전형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5등급으로 바꾸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것이라는 가정은 일부 학생에게는 적용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타당하지 않다. 대학생들도 자신의 진로와 적성보다는 학점 취득이 용이한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은 대학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입에의 유불리를 따져 과목을 선택할 것이다. 서울대를 비롯하여 경쟁이 치열한 대학들은 권장과목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권장과목 제시는 고교학점제 설계 자체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지 대학의 이기주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하기는 힘들다. 5등급제가 도입된 상황에서는 상대평가 등급을 제공하더라도 경쟁이 치열한 대학과 학과가 변별력 확보를 위해 본고사형 논술, 교과형 면접 강화 등등의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국가가 법과 제도를 통해 이러한 시도를 막더라도 대학은 학부모와 학생이 수긍할만한 실력 측정 잣대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우수한 학생들의 고교 자퇴 증가이다. 교과 성적이 5등급으로 바뀌면 1등급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자퇴 후 수능 위주의 정시에 도전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꿀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시를 줄이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정서와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정시 비율을 높인 것도 국민적 요구 때문이었다. 우리 국민은 부모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고, 학교 간 평가 일관성 확보가 어려운 학생종합부전형이나 교과전형보다는 학생의 실력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측정하는 국가 단위의 시험을 더 신뢰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개선을 위한 논의 방식 무려 8년이라는 세월 동안 시범운영을 해왔지만, 전면 실시 첫 학기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이유, 전면 실시 첫 학기에 나타난 효과와 문제점 및 향후 예상되는 어려움 분석, 지금까지 제기된 다양한 문제점 분석과 해결 가능성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기본 가정과 전제의 타당성, 현실성,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개선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권고안을 바탕으로 2025년 하반기에 개선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교육부가 아니라 교직단체·학부모단체·학생의회·학술단체·교육청 등에서 추천한 사람으로 자문위원을 구성할 때 제시된 개선안에 대한 교육계와 사회의 지지를 얻기 용이할 것이다. 이보다는 국가교육위원회가 나서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절차와 참여 범위를 정하고, 이를 관리하여 나온 결론을 바탕으로 고교학점제 폐지 혹은 개선 방향을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고교학점제 도입 단계에서 하지 않았던 심도 깊은 논의를 이제라도 해야 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몇 해 전 본격화된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편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학생수 감소 추이를 반영해 재정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교육의 질 제고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거나 그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유·초·중등교육 지원의 근간인 지방교육재정 제도의 개편 요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내년 지방선거 이후 공론화를 거쳐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보도된 바 있다. 적립기금마저 바닥 난 교육재정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편 논의가 힘을 얻게 된 계기는 2022년 발생한 추가 세수 때문이다. 연도 중 16조 원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시·도교육청에 추가 교부되었고, 이로 인해 이·불용액과 기금 적립액이 매우 증가했다. 이를 두고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는데 현재와 같이 내국세의 일정률로 교부금을 주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후 학생수 감소 추이를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교부금이 과도하게 늘어난 것은 맞지만, 현재 상황만을 보고 제도를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 같은 신중론은 당시 내국세 추이에 비춰보았을 때 2022년 내국세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급작스러운 내국세 증가 상황만으로 교부금 제도를 고쳤을 때 향후 내국세가 덜 걷혀 교부금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면 시도교육청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3년 국세 수입 재추계 결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본예산 대비 10.4조 원이 삭감되었고, 2024년에도 본예산 대비 4.3조 원이 삭감되면서 불안정성은 현실화되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의존도가 높은 지방교육재정 구조상 급등과 급락의 상황 속에 교육청들은 재정 확보와 운용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2021년과 2022년 교부금의 연도 중 급격한 증가로 인해 시도교육청은 교육재정의 방만한 운영과 비효율적 운영이라는 공격을 감내해야 했고, 반대로 2023년과 2024년에서는 연도 중 급격한 감소로 당해연도 당초 계획 수정을 통해 지출 구조조정으로 대응해야 했다.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2022년 연도 중 추가 교부된 교부금 16조 원의 대부분은 시도교육청에서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으로 적립해 두었고, 세수결손으로 대규모 삭감되는 상황에 지출구조 조정과 함께 기금 등을 활용하여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교육청에서는 더 이상 유지가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적립된 기금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고, 인건비와 노후시설에 대한 교육시설환경개선 등의 불가피한 고정지출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학교운영비 삭감까지 검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초·중등교육재정의 잉여를 문제 삼은 지 2년 만에 초·중등교육재정은 위태로워지고 있다. 인구 감소는 비단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학생수 감소 추이를 반영하여 지방교육재정 제도를 개편하려는 논의는 지속되고 있다. 전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개편 논의는 현 정부에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비정상적 세수 증가가 가져온 여파가 초·중등교육재정의 근간이 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흔들고 있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개편 논의 과정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의 질 제고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본질적 논의는 뒷전이고, 학생수 감소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는 비단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인구 감소 대응을 위해 2022년부터 10년간 매년 1조 원씩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 등에 지역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기로 하였고 현재 추진 중이다. 반면에 교육재정에서는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제도 개편을 통해 교육재정의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학생수 감소는 인구 감소와 맥을 같이 하고 있음에도 같은 현상을 두고 다른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통계로 보았을 때 단순한 학생수 감소만으로 교육재정 축소 필요성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조사 결과2에 따르면 2024년 초·중·고 학생수는 513만 명으로 2005년 780만 명 대비 약 34.2%(266만 명) 감소하였지만, 같은 기간 학급수는 0.9%(2,245학급) 감소하는 데 그쳤고, 학교는 10.9%(1,159개교)가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학생수 감소가 학교수나 학급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이 초·중등교육의 비효율적 운영이고 방만하게 고비용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지난 20년간 학생 특성의 변화와 함께 학교수·학급수·교원수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재정 수요는 유지되거나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학교수의 경우, 지역 규모별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특별·광역시와 시 지역의 학교수는 23.8%(1,442개교)가 증가한 반면, 도서벽지 지역의 학교는 27.8%(174개교)가 감소하였다. 학생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학교통폐합을 추진한 결과, 2025년 기준 전국 폐교학교수는 4,008개교(분교 포함)에 달하지만, 학생 인구의 이동으로 인한 학교 신설 수요 또한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둘째, 학급수의 경우,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학급당 학생수 감축3 노력으로 학급수가 학생수 감소에 비례하여 감소하지 않았다. 2005년 대비 2024년 초·중·고등학교 일반학급수는 4.4%(5,436학급)가 감소하였고, 특수학급수는 113.9%(3,906학급) 증가하였다. 일반학교 특수교육 수요를 반영한 결과이며 향후 이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교원수 변화 추이에서의 특징은 비교과교원(전문상담·사서·실기·보건·영양교사)이 2005년(7,369명) 대비 2024년(22,037명) 약 3배 증가하였고, 기간제교원 비중도 2005년 3.5%에서 2024년 16.3%로 증가하였다. 학교 교육서비스 내용은 다양해지고 있지만, 인력구조는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학생의 경우, 지난 20년간 학생의 변화를 살펴보면 학생수는 34.2% 감소하였지만, 주로 면 지역과 도서벽지 지역에 집중되어 왔다.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유지될 수밖에 없는 소규모학교는 증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다문화학생과 특수교육 대상자, 기초학력미달학생 비중이 늘고 있어 학생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고수요(high needs)를 가진 학생수4는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2022년 노년부양비5가 2022년 24명에서 2072년 104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쟁력 있는 미래인재 양성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인구 구조적 변화 속에 현재의 학생 한 명은 과거의 학생 한 명과는 다를 수밖에 없고, 학생 특성의 변화는 더 많은 수요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 지난 20년간 학생수는 지속해서 감소해 왔지만,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재정으로 할당하는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학생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재정이 증가하는 현상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초·중등교육재정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보아야 한다. 최근 OECD 국가들의 동향과 주요국 사례를 보면 초·중등교육 재정정책의 중요한 과제는 기회균등 보장과 교육격차 해소이며, 모든 학생이 최소 기준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정수준의 인적·물적자원 지원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근처럼 그 규모가 급격하게 변동한 시기는 없었다. 그럼에도 교육계에서는 제도의 지속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통해 초·중등교육의 기회 확대와 질적 개선을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적 요구 속에서 지방교육재정 제도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최근 5년간의 지난한 논쟁 속에 지방교육재정 제도의 개편은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공론화를 거쳐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단순한 학생수 감소나 내국세 연동에 따른 재정 증가만을 문제 삼는다면 교육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지방교육재정 제도를 개편하고자 한다면 제도 개편의 대전제는 성공적인 학교교육 지원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의 지적처럼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모든 학생에게 교육적 실패를 최소화하고 더 좋은 학교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재정소요의 기준점 마련을 위한 적정교육비 산정이 필요하고, 학생 개별 특성과 교육적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유효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그 데이터에 기반한 증거기반 정책 설계와 모니터링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교육재정을 줄이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선택은 장기적으로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외부의 지적과 같이 낡고 오래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면 단순한 축소나 조정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변화와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속 가능한 교육투자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학생수가 줄어드니 교사도 줄여야 한다는 말은 언뜻 합리적으로 들린다. 실제로 교육부는 2026학년도 신규 교사 선발 인원을 전년도 대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초등교사는 27%, 중등교사는 12.8%가 감축된다. 교육당국은 이를 두고 ‘학생수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이라고 설명한다. 언론도 이 흐름을 큰 문제 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 결정의 이면을, 과연 충분히 들여다보고 있는가? 교사 한 명이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는 것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채용 규모 조정이 아니다. 이는 미래 교육의 생태계를 형성할 구조적 결정이다. ‘학급당 학생수’라는 단순한 등식이 아니라, ‘교사수에 따라 가능한 교육 다양성’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교육은 사람의 일이며, 삶의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의 존재는 단순히 수업시간만을 채우는 기능이 아니라, 한 아이의 인생과 가능성을 함께 설계하는 존재적 기반이다. 겉으로는 당장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표는 그대로이고, 수업은 평소처럼 진행된다. 그러나 교사 한 명이 줄어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교육의 결이 사라진다. 교사수 감소는 학교가 제공할 수 있는 교육의 다양성, 세분화된 배움의 기회, 개별 학생을 향한 시선의 깊이를 서서히 약화시킨다. 교사가 줄어들면 학교에서 실현 가능한 교육의 다양성, 세분화된 배움의 가능성, 협력과 맞춤의 구조는 서서히 무너진다. 그것은 학교라는 공동체가 가진 온기의 축소이고, 아이 한 명이 받을 수 있는 지지망의 약화이며, 교육이 사회로부터 덜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상징적 신호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교사를 ‘지식 전달자’로만 오해한다. 그러나 교사는 한 명의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고민하고 조력하는 존재다. 상담자이자 모델이며, 때로는 보호자이기도 하다. 교사의 수가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아이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와 깊이가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정서적 불안, 사회적 고립, 미래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교사 감축은 교육의 질적 저하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멈춰버린 순환, 사라지는 공동체의 활력 학교는 단지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하고, 공동체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지금 교단은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신규 교사 유입은 줄어들고 있고, 세대 간 인적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규 교사가 줄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대 간 소통이 단절되고, 조직은 경직되며, 혁신은 지체된다. 젊은 교사는 단지 연령상의 신선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감각을 갖고 있고, 새로운 교육 기술과 도구에 익숙하며, 학생들과의 정서적 교감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이 교단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학교는 점점 과거의 언어로 현재를 가르치는 공간이 될 것이다. ‘학급당 학생수’라는 낡은 기준에서 벗어나야 할 시간 우리가 아직도 ‘학급당 학생수’를 기준으로 교사를 계산하고 있다는 사실은, 교육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과거에 머물러 있는지를 보여준다. 학급당 학생수가 줄어들면 교사수도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얼핏 타당해 보이지만, 이는 ‘수업 중심의 획일적 교육’이라는 전제에서만 유효하다. 오늘날 교육은 다르다. 한 명의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 시대다. 한 명의 교사가 여러 역할을 동시에 감당하는 구조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학생수 감소’에 맞춘 감축이 아니라, ‘학생 개별화 교육’을 위한 교사수 확대다. 즉 한 명의 교사가 다수의 학생을 일방적으로 책임지는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명의 교사가 한 명의 학생을 입체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 관점 전환 없이는, 미래 교육은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교사 감축이 아닌 교사 구조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제는 교사수를 단순히 줄일 것인가 아닌가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본질은 ‘어떤 교사 구조를 설계해야 교육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가’에 있다.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맞춰 교사의 역할과 배치, 조직 문화를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 첫째, 학급당 학생수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학생 1인당 지원 교사수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지 더 많은 교사를 고용하자는 차원을 넘어서, 교사가 더 다양하고 입체적인 방식으로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둘째, 교사 직군의 다변화가 요구된다. 정서지원 교사, 진로설계 교사, AI 기반 학습 피드백 교사, 진단과 중재를 담당하는 전문교사 등 현재의 단일한 담임-과목 중심 구조를 넘어선 역할 분화가 필요하다. 이는 단지 교사수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질을 설계하는 일이다. 셋째, 한 명의 교사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단독 책임제에서 벗어나, 다수의 교사가 학생을 공동으로 지원하는 협력 기반의 다교사 책임제를 실험하고 도입해야 한다. 이는 교사 개인의 부담을 덜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학생에 대한 다각적인 관찰과 지원이 가능하게 한다. 넷째, 신규 교사의 유입을 유지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세대별 연수 체계와 전문성 성장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세대 순환이 정체된 조직은 결국 스스로 쇠퇴한다. 교육적 상상력을 가질 용기 지금 우리는 교육을 둘러싼 고정관념들을 하나하나 다시 바라봐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학생수가 줄어들었으니 교사수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수치의 사고이며, 교육적 상상력의 부재다. 더 이상 과거의 기준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놓치고 있는 것은 교사 한 명이 갖고 있는 관계의 가치,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아이들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눈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이것은 단순한 명제가 아니라, 수많은 교육 연구가 증명한 사실이자, 학교 현장의 체감이다. 교육이 위기라면, 그것은 곧 교사에 대한 투자와 신뢰가 위기라는 뜻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를 줄이는 결정이 아니라, 교육적 상상력을 회복하고, 공교육을 다시 설계하려는 용기다. 교사 한 명을 줄일 때, 단지 한 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미래, 그리고 학교가 지켜야 할 가치가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깊이 성찰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었습니다. 마약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요. 특히 20대 마약 사범이 10년 새 24배 증가했습니다. 청소년들을 마약으로부터 구하지 않으면 우리는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처럼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질 겁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 범죄 전담 검사로 ‘물뽕(GHB)’을 국내에서 처음 적발·명명하고, 국제 마약 조직 사건을 다수 수사한 김희준 변호사는 최근 새교육과 만나 한국 마약 현실의 심각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영화 수리남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그는 “우리는 여전히 ‘마약 청정국’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지만, 이미 2016년에 UN 기준선을 넘어섰다”며 “특히 청소년과 20대 사이의 확산 속도가 국가적 위기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마약은 암수범죄(暗數犯罪)여서 적발된 건수보다 실제 20~100배 많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암수범죄란 사건은 발생했지만, 수사기관이 이를 인지하지 못해 공식적인 범죄 통계로집계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김 변호사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 사건을 수사한 강력부 검사였으며, 이후 청소년 마약 중독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인 예방활동을 벌여왔다. 그가 쓴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은 10대 청소년들의 마약 중독실태와 원인, 예방법 등을 가장 현실적이고 깊이 있게 다룬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마약 청정국’이라고 생각합니다. “UN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이 20명 미만인 국가를 ‘마약 청정국’으로 봅니다. 한국은 2016년에 이미 22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때가 기준선이었고, 지금은 그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하지만 정부와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안이합니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만 잠시 떠들고, 시간이 지나면 잊습니다. 이대로라면 ‘청정국’이라는 말은 역사 속 용어가 될 겁니다.” 최근 마약 범죄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무엇입니까. “연령층이 확 낮아졌습니다. 과거엔 40~50대가 주류였지만, 2021년 이후에는 20대가 중심이 됐습니다. 통계로 보면 20대 마약 사범이 최근 10년 새 무려 24배 늘었습니다. 10대도 급증세입니다. 적발 건수만 보면 3만 명이지만, 마약은 암수범죄 비율이 높아 실제 규모는 그 20~100배로 봐야 합니다. 적어도 60만 명, 많게는 300만 명이 투약 경험이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수처리장 조사에서는 4년 연속 전국 모든 시설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버려진 마약 주사기 때문에 하수에서도 마약 성분이 검출된 것이죠. 이는 마약이 이미 전국에 퍼져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청소년 마약 확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첫째, 거래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대면 거래가 필수였지만, 지금은 텔레그램·SNS를 통한 익명·비대면 거래가 주류입니다. ‘던지기’ 수법이 대표적입니다. 구매자가 돈을 송금하면, 판매 조직이 미리 숨겨둔 장소를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제가 실제 수사한 사건인데, 한 여중생이 주문에서 마약을 손에 넣는 데까지 30분이면 충분하더라고요. 둘째, 가격이 크게 내려갔습니다. 필로폰 1회분이 과거 10~15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3~4만 원, 치킨 한 마리 값입니다. 셋째, 청소년은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호기심이 많습니다. 여기에 ‘또래 압박’과 ‘한두 번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결합하면 위험에 쉽게 노출됩니다.” 청소년들이 위험을 가볍게 여기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 사회 속에 ‘마약’이라는 단어가 너무 가볍게 쓰이고 있습니다.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같은 음식 이름부터 드라마·영화 속 마약 소재까지, 일상적으로 접합니다. 그런데 마약은 단 한 번만 해도 중독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번 투약하면 평생 나올 만한 양의 도파민이 한꺼번에 분출돼 극도의 쾌감을 안겨줍니다. 이후엔 더 강한 쾌감을 맛보기 위해 마약을 찾고 마지막에는 금단 증상의 고통을 피하려고 투약하게 됩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시작하면 평생 끊기 어려운 구조로 갑니다.” 학교에서 예방교육을 하고 싶어도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게 제일 큰 문젭니다. 더 이상 청소년들이 마약에 중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예방교육이 필수인데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공문으로 존재하는 형식적인 마약 예방 의무교육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마약은 한 번 중독되면 치료·재활 과정이 평생 따라옵니다. 교육부가 현재 학생 대상 예방교육을 의무화했지만, 전문 인력과 교사 교육이 부족합니다. 교사부터 마약류의 종류와 위험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법적으로 마약류는 크게 마약, 향정신성 의약품, 대마로 나뉘는데, 기본 지식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이 ‘골든타임’의 끝자락입니다. 지금 막지 않으면 한국은 타이타닉호처럼 침몰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소년 마약 사범의 경우 「소년법」 작용을 받아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성인과 달리 부정기형이 선고되기 때문에 그렇게 여기는 분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성인과 형량에 큰 차이 없이 엄하게 처벌합니다. 다만 이러한 엄벌주의가 능사는 아닙니다. 마약 중독도 일종의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와 재활에도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처벌만 하고 치료가 소홀하면 재범을 저지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ADHD 치료제 복용이 마약 입문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물론 소아청소년학회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만. “정상인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고 과다 복용하는 경우 오히려 집중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해 ADHD 치료제도 향정신성 의약품이어서 복용에 신중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벌어지는 펜타닐 사태가 한국에서도 가능할까요. “미국은 펜타닐 때문에 ‘좀비 거리’가 생겼습니다. 경찰이 길에서 쓰러진 사람들을 매일 수거하다시피 하는 상황이고, 언론에서는 이를 ‘신(新) 아편전쟁’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은 아직 그 정도로 조직적인 대량 유통은 없지만, 일부 의사의 무분별한 처방·유통 문제가 있습니다. 환자를 빙자해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받아 유통하는 사례가 이미 있습니다. 그런 병원들을 마약 중독자들은 성지(聖地)라고 부릅니다.” 수사 현장에서 느낀 마약 범죄의 실태는 어떻습니까. “제가 검사로 있을 때 ‘물뽕(GHB)’을 국내에서 처음 적발했습니다. 그전에는 마약류로 분류조차 안 돼 있어, 법 적용부터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대형 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느낀 건, 단속 기간에는 하루 수백~수천 건의 적발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만큼 마약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뜻입니다. 수사관들이 ‘잡으려고만 하면 무한히 나온다’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의 1938년 작품 The Frame은 자신의 정면 모습을 묘사한 자화상이다. 1939년 루브르 미술관이 이 작품을 사들임으로써 칼로는 루브르 컬렉션에 작품이 소장된 최초의 20세기 멕시코 예술가가 되었다. 어릴 적 사고로 고통 속에서 살았던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는 많은 자화상을 그렸다. 자화상은 미술사에서 예술가의 자아 탐색과 정체성을 담은 형식으로 그려졌다. 예술가에게 자화상은 자신의 얼굴 묘사를 넘어서서 ‘나는 누구인가’를 탐구하고 선언하는 장르이다. 1938년 작 The Frame은 작가 자신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자화상이다. 이 작품은 멕시코의 민속적 감성과 현대적 자아 표현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형식으로, 정체성과 타자의 시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멕시코 여성이자 예술가로서 칼로가 겪은 고통과 열정,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이 한 폭의 그림에 담아냈다. 자화상에 담긴 내면의 강인한 모습 프리다 칼로의 The Frame은 유채 물감으로 그린 자화상 위에 멕시코 민속 양식의 꽃과 새 무늬 유리 액자를 겹쳐 놓은 혼합 매체 작품이다. 이는 전통적인 캔버스 유화와는 달리 혼합 매체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칼로는 알루미늄 금속판에 자신의 상반신 초상과 파란 배경을 유채로 그린 후, 꽃과 새 등의 무늬가 그려진 유리 액자(frame)를 입혀 그림과 액자가 한 구성품을 이루도록 제작했다. 화면의 장식적인 요소들은 좌우 대칭을 이루며, 중앙의 칼로가 부각되도록 안정된 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 액자는 원래 거울이나 성상(聖像)을 넣기 위한 멕시코 오악사카(Oaxaca) 지역의 민속공예품이었으며, 칼로가 시장에서 산 것이다. 액자 유리의 뒷면에는 이미 화려한 꽃장식과 새 무늬가 채색되어 있었고, 칼로는 그 안에 자신의 자화상을 배치함으로써 마치 액자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되게 만들었다. 이처럼 그림과 액자가 결합한 독특한 구도 덕분에, 화면 중심의 자기 초상이 주변의 꽃과 새들로 둘러싸여 액자 속에 봉헌된 성화(聖畫)처럼 보이는 효과를 준다. 자화상의 칼로는 고요하게 정면을 응시하며, 화면 중앙에 자리한다. 평소 장신구와 전통 의상을 즐겨 그렸던 칼로지만, 이 작품에서는 머리에 한 송이 꽃과 리본만을 그려 간결한 방식으로 모습이 그려졌다. 표정은 담담하면서도 강인하며, 두 눈은 냉정하고도 확고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이는 사회 통념이 요구하는 여성적 아름다움의 미덕(이를테면 순순하고 꾸민 듯한 미소나 치장)을 따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솔직히 드러내는 초상이다. 실제로 칼로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짙은 일자눈썹과 약간의 콧수염까지 숨김없이 묘사하여, 사회적 규범이 규정한 여성상에 타협하지 않는 정체성에 대한 의식을 보여준다. 멕시코 특유의 장식적인 요소가 가득하여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밝은 원색의 꽃다발과 앙증맞은 새들이 가득하여, 내부의 차분한 푸른 배경 및 인물과 강한 대비를 이룬다. 붉은빛·노란빛 꽃들과 녹색 잎사귀, 형형색색의 새들은 풍요와 생명력을 상징하면서도 동시에 멕시코 민속 예술 특유의 경쾌함을 전달한다. 이들은 칼로가 사랑했던 자연과 고향의 이미지를 환기시키며 자화상의 인물을 멕시코적 정체성의 틀 안에 위치시킨다. 특히 멕시코 전통 민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꽃과 새는 행복과 자유의 상징인데, 칼로는 이를 자신의 초상 주위에 배치함으로써 자신의 삶에 대한 희구(希求), 즉 고통 속에서도 희망과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액자의 형태는 성모 마리아나 성인과 같이 종교적 인물을 묘사한 성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이 작은 혼합 매체 자화상을 보면, 세월이 흐르며 이 작품의 액자 부분에 입혀졌던 바니시(varnish)가 약간씩 벗겨진 탓에, 원래는 꽃무늬로 가려졌던 자화상의 일부가 지금은 더 드러나 보인다고 한다. 의도하지 않은 보존상의 변화이지만, 이는 마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외부의 장식적 틀이 벗겨지고 진짜 자기 모습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은유하는 듯하다. 인생이 그렇듯, 자기 모습과 자신을 둘러싼 타자의 프레임이라는 구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듯하다. 당시 미술계에서의 위치와 칼로의 삶 The Frame이 제작된 1938년은 프리다 칼로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고, 18세 때 교통사고로 전신에 중상을 입어 평생 수십 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다. 오랜 입원 생활 동안 어머니가 병상에 달아준 거울을 보며 고통스러운 자기 모습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자화상 연작의 출발점이었다. 이렇듯 극심한 육체적 고통과 고독은 칼로의 예술 세계에 뿌리 깊이 자리하여, 이후 그녀의 그림 속에 지속적으로 투영되었다. 1929년 멕시코의 국민화가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한 후에도 그녀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디에고의 반복된 외도로 둘의 관계는 파국을 맞았지만, 이런 개인적 역경 속에서도 1938년 무렵 칼로는 화가로서 점차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프랑스 초현실주의의 거장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이 그녀를 ‘리본으로 감싼 폭탄’에 비유하며 극찬한 일화는 유명하다. 브르통은 1939년 봄 파리에서 개최된 멕시코 미술 전시 ‘Mexique’에 칼로를 초청하였고, 거기에는 멕시코 민속공예품들과 함께 칼로의 작품들도 걸렸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초현실주의 화가로 규정짓는 시선에도 반발하며 “나는 꿈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 현실을 그린다”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로의 파리 전시는 한 가지 역사적인 성과를 남겼다. 바로 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이 이 전시에 출품된 The Frame을 구매한 것이다. 당대에는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명성에 가려 그녀가 ‘리베라의 아내’로 더 알려진 실정이었지만, 세계 최고의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들여놓음으로써 칼로는 비로소 독자적 예술가로서 그녀의 작품세계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남편과의 불화로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예술계의 인정을 통해 자신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간 그녀에게 이 작품은 어쩌면 그 혼돈 속에서도 잃지 않으려 했던 자신의 정체성을 붙잡고자 한 시도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멕시코 민중미술의 틀 안에 스스로를 그려 넣음으로써, 칼로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세계에 선언하고자 했던 것 같다. 자신과 타인의 시선 사이에서의 정체성 칼로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고통과 슬픔까지 화폭에 담아냈고, 예술로서 치유해 나갔다. The Frame에서도 고요하게 자신을 응시한다. 만약 갈등이나 인간관계의 어려움 속에 서 있다면, 당신에게도 자신을 받아들이고 표현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지대가 필요하다. 칼로가 신체적 장애와 심리적 상처를 지닌 자신을 예술로 드러냈듯, 우리 자신의 다양한 측면을 인정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작품의 제목 The Frame이 암시하듯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언어·문화 속에서 우리 자신을 맞추어가기만 하기도 한다. 이러한 틀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잃어갈 수도 있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가며,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칼로는 캔버스 속에서 자신의 삶을 찾아갔다. 우리도 칼로처럼 자신을 들여다보고, 타인의 시선 사이에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기회가 필요하다.
프롤로그 어릴 때 쓰던 학용품 중 ‘루니툰’이라는 캐릭터가 그려진 것들이 있었다. 토끼·병아리 캐릭터와 함께 많이 등장하는 캐릭터 중 ‘짓궂은 표정을 하면서 늘 화가 나 있는 모습의, 곰 같기도 하고 강아지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캐릭터’가 있었다. 바로 ‘태즈(Taz)’이다. 태즈는 곰도 강아지도 아닌,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태즈메이니아데빌’이다. 2024년 1월,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은 ‘태즈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주로 여행하는 시드니·멜버른·골드코스트 등이 아닌, 루니툰 태즈의 모델이 사는 오스트레일리아 본토의 남쪽에 있는 섬 ‘태즈메이니아’ 일정을 여행 중 가장 많이 할애했다. 호바트에서 가장 높은 산, 웰링턴산? kunanyi? 태즈메이니아는 섬의 명칭이기도 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을 구성하는 주(state)의 명칭이기도 하다. 태즈메이니아주의 가장 큰 도시이자 주도는 호바트(Hobart)이다. 시드니 다음으로 오래된 도시이지만, 인구는 약 2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유럽계 이주민들은 남반구에 새롭게 발견된 거대한 땅인 오스트레일리아에 ‘새로운 영국’을 만들고 싶어 했고, 그 결과 호바트 도심은 19세기 어느 영국 도시에서 유행하던 건축 및 도시 경관을 그대로 옮겨둔 것만 같았다. 살라망카 시장(Salamanca Market)에서 사람 사는 모습을 둘러보며 여러 기념품을 사고, 시내와 공원·항만 구역을 거닐면서 도시 경관도 살펴보았으며, 박물관에서 태즈메이니아의 자연과 역사·문화 전시를 둘러보았다. 호바트항만 구역에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보고 있노라면, 우뚝 솟은 큰 산이 있다. 바로 웰링턴산(Mount Wellington)이다. 해발고도는 1,271m로 엄청 높은 산은 아니지만, 신생대 조산운동을 거의 받지 않은 땅이 대부분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이 정도는 꽤 높은 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풍수지리 방식으로 말하면, 웰링턴산은 마치 호바트를 지키는 주산(主山)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항만 구역에서 2시간 반 동안 투어버스를 타면 웰링턴산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다. 투어버스 창문이 너무 깨끗하게 잘 닦여 있어서,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이 잘 나와서 신기했다. 정상에는 거대한 바늘처럼 우뚝 솟은 거대한 TV 송수신탑이 눈에 띄었고, 전망대에서는 호바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열악한 고산 지역의 기후 조건을 이겨내고 하얀 꽃을 피워낸 여러 식물과 잘 발달된 여러 기암괴석이 이채로웠다. 정상 표지석에 적힌 산 이름이 특이하다. ‘kunanyi/Mount Wellington’이라고 두 지명이 병기되어 있다. 웰링턴산은 유럽계 이주민들이 붙인 이름이고, 그들이 오기 몇만 년 전부터 살아온 선주민(先主民, Aborigine 또는 Indigenous Australian)은 이 산을 쿠나니(kunanyi)라고 부르면서 신성하게 여겼다. kunanyi라는 지명은 한때 공식적 영역에서 볼 수 없었으나, 최근에는 선주민 지명을 존중하여 유럽계 이주민의 지명과 병기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명한 여행지인 ‘에어즈 록(Ayers Rock)’을 ‘울루루(Uluru)’로 부르는 것 또한 유사한 구조이다. 태즈메이니아주는 2012년 주 법률에 따라 14개의 주요 지명에서 공식 문서나 표지판 등에 선주민 언어를 먼저 표기하여 병기하도록 법제화되었다. 유럽계 이주민이 선주민을 학대하고 차별했던 과거의 역사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선주민의 문화를 존중하고 공존하고자 하는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야생 웜뱃의 피난처를 찾아서, 마리아섬 동부 해안에 있는 마리아섬(Maria Islands)은 섬 동부 연안의 트리어번나(Triabunna)에서 페리를 타고 40분 정도 가면 도착한다. 마리아섬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으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철저히 자연을 보호하는 곳이다. 여러 야생동물 중 마리아섬을 대표하는 것은 웜뱃이다. 오전 10시 40분경, 도착하자마자 바로 웜뱃이 ‘짠’하고 나타나리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웜뱃이 야행성인 건 알고 있었지만, 혹시라도 몇 마리가 잠을 설치다가 나와주지 않을까 하며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남반구 여름의 작열하는 햇볕만 무심하게 내리쬘 뿐이었다. 2시간 넘게 섬 북쪽 초지에서 웜뱃의 네모난 배설물 밭(?)만 헤매다가, 백여 년 전 고래잡이 어선들의 기착지이거나 죄수들의 감옥으로 쓰이다 버려진 건물군 아래쪽 풀밭에서 드디어 웜뱃을 만났다. 나를 포함한 여러 여행자는 느린 몸짓으로 풀밭을 거닐며 서걱서걱 풀을 뜯는 웜뱃의 모습을 숨죽이며 관찰했다. 여행자들은 연신 ‘큐트, 큐트’라고 속삭이며 카메라 셔터를 조용히 눌러댔다. 마리아섬에 머무르는 약 5시간 동안 섬 북부의 풀밭·숲속·해안 등을 트레킹하며, 웜뱃 외에도 케이프배런구스(고유종 기러기의 한 종류)·왈라비(오스트레일리아에 널리 분포하는 작은 캥거루를 총칭하는 표현. 태즈메이니아에 사는 덤불왈라비는 ‘파데멜론’이라고 부름)·태즈메이니아물닭(날지 못하는 태즈메이니아 고유종 물새) 등도 보았다. 마리아섬을 대표하는 야생동물은 웜뱃이지만, 원래부터 마리아섬에 살던 동물은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 지역 및 태즈메이니아 여러 지역에 서식하는 초식 유대류인 웜뱃은, 유럽계 이주민의 도래 이후 농업과 목축업 지역의 확대로 인한 서식지 축소, 인간 반려종인 개·고양이 공격 등의 이유로 개체수가 점차 감소했다. 특히 태즈메이니아에서 심각한 멸종 위기에 놓인 웜뱃 보전을 위해, 사람이 살지 않는 마리아섬에 웜뱃 28마리를 옮겨 종을 보전하고자 하였다. 마리아섬은 멸종 위기 동물이 피난 온, 마치 ‘노아의 방주’와 같은 곳이었다. 이곳 마리아섬 국립공원 관리자들은 웜뱃을 비롯한 여러 ‘이주민’ 동물들과 기존에 서식하던 ‘선주민’ 동물들과의 관계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지속가능한 생태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언뜻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생물들이 평화롭게만 살 것 같은 태즈메이니아에서, 멸종 위기 동물들이 피난 온 사연, 그리고 그들과 기존 동물 간의 조화를 위한 당국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새삼 알게 되니 참 흥미로웠다. 알고 보니 동물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고, 아무리 귀엽고 만만해 보인다고 해도 웜뱃과 같은 야생동물을 함부로 만지거나 대하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웜뱃 외에도 마리아섬에는 태즈의 모델이 되는 태즈메이니아데빌도 있다고 안내문에서 확인했지만, 짧은 마리아섬 체류에서 태즈메이니아데빌은 보기 어려웠다. 이 섬은 동물원이 아니기 때문에, 여행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동물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이 결코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동물을 보기 어려운 불편한 곳일 수도 있지만, 동물원이야말로 사람에게 편한 곳이고 야생 동물에게 불편한 곳이지 않겠는가. 야생을 탐험하다가 어렵게 야생 동물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이를 통해 멸종 위기 생물종 보전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마리아섬을 추천한다. 다친 동물들의 안식처, 보노롱 야생 동물 생추어리 보노롱 야생 동물 생추어리(Bonorong Wildlife Sanctuary)는 호바트 교외의 소도시 브라이턴에 있다. 생추어리(sanctuary)의 의미를 모르는 여행자에겐 이곳은 여느 동물원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동물원은 동물을 구경하는 인간의 유희가 목적인 반면, 생추어리는 동물 보호가 목적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래서 생추어리에는 일반적인 대도시 큰 동물원의 인기 있는 외국산 동물(코끼리·사자·기린 등)이 없다. 보통 해당 국가에 서식하는 ‘비인기’ 고유종 야생 동물을 대상으로 한다. 생추어리 입구를 통과해서 조금 걸어가니, 다친 동물을 구조하여 치료해 주는 시설을 볼 수 있었다. 생추어리의 목적에 가장 핵심적인 시설이라 할 수 있겠다. 야생 동물이 차량충돌·질병 등으로 다치면 이들을 구조·보호하고, 야생으로 재도입하거나 아니면 이곳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도록 해준다. 생추어리의 운영 취지를 관람 초반에 알려준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태즈의 모델인 태즈메이니아데빌을 드디어 만났다. 사실 태즈메이니아데빌은 보노롱 야생 동물 생추어리 안내판의 모델이기도 하다. 연령대와 상태별로 여러 개의 우리로 구분되어 관리되고 있었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개체도 있었지만, 아마 다리를 다쳤는지 움직임이 굼뜬 개체도 있었다.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활기찬 태즈의 모습은 이곳에서 볼 수 없었다. 과거 유럽계 이주민은 ‘데빌’이라는 명명에서 짐작하듯 음울하고 포악하며 부정적인 ‘악마’와 같은 동물로 태즈메이니아데빌을 취급했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태즈메이니아데빌을 학대하였고, 결과적으로 멸종 위기로 내모는 데 기여했다. 현재 태즈메이니아데빌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레드리스트에서 EN(Endangered, 위기) 등급으로 분류된, 꽤 위험한 지위를 보이는 멸종 위기종이다. 이곳 보노롱 야생 동물 생추어리에서 태즈메이니아데빌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과거 유럽계 이주민의 오해와 잘못된 대처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였다. 살라망카 시장에서 구매한 루니툰 태즈 옛날 버전 브로마이드를 보면서, 다시 태즈메이니아데빌의 개체수가 증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에필로그 여행 정보를 검색하다가, 혹자는 태즈메이니아를 두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제주도’라고 지칭한다는 말을 접했다. ‘거대한 본토의 남쪽 해안 멀리 위치한 작은 섬’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이니아는 언뜻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고 있는 점은 ‘스케일(scale)’이다. 본토 남쪽 저 멀리 위치한 ‘작은’ 태즈메이니아섬은 남한 면적의 약 2/3나 되는 ‘큰’ 면적을 자랑한다. 남동쪽 해안에 있는 호바트에서 섬을 종단하여 북서쪽 해안에 있는 버니·스탠리 등에 도착하기 위해, 장장 5~6시간을 운전해야 했다. 여행 일정을 편성할 때 여행지의 지리적 규모 및 특성을 자세히 검토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지난 6월 중순 백두산 천지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길. 5분 정도 풀과 관목만 자라는 초원 지대가 이어지더니 드디어 키가 큰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발고도 2,744m인 백두산에는 키가 큰 교목이 더 이상 자랄 수 없는 한계 지점인 수목한계선(timber line)이 있는데 약 2,000m 정도다. 이 수목한계선을 지난 것이다. 이때 나타나기 시작하는 나무가 바로 사스래나무다. 수목한계선에서 백두산 북파 코스의 중심점인 운동원촌 환승지로 내려올 때까지 가장 많이 보이는 나무는 사스래나무였다. 사스래나무는 추위와 바람에 강해 높은 산 정상 부근에서 잘 자란다. 사스래나무는 한라산·지리산 등의 고지대에서도 볼 수 있다. 이 나무도 수피가 흰색 계열이어서 자작나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스래나무라고 불러야 정확하다. 현재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방법은 동파·서파·남파·북파 등 4개 코스이다. 이 중 동파 코스는 북한에서 오르는 코스이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북파 코스다. 북파 코스 내부 명소는 중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로만 이동할 수 있다. 운동원촌 환승지에서 천지는 물론 장백폭포·부석림·빙수천·녹연담 등 폭포와 지하산림 등 협곡에 가는 방식이다. 자작나무는 1,600m 이하 지역에서 자란다. 그 이하 지역에 자작나무가 참 많긴 했다. 그러나 숲이 자작나무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가문비나무·종비나무·분비나무·잎갈나무 등과 섞여 자라고 있었다. 물론 노랑만병초·들쭉나무는 물론 조그만 월귤·린네풀 같은 작은 식물도 엄연히 나무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키 큰 나무 중심으로 소개하겠다. 자작나무 3형제 우리나라 산에는 참나무 6형제와 소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반면 백두산 숲에는 자작나무·사스래나무에다 침엽수인 종비·가문비·잎갈·분비나무가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었다. 자작나무·사스래나무·거제수나무는 흰색 계통의 수피와 잎 모양이 비슷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이 식물을 공부할 때 이 3형제를 구분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우선 자작나무 수피는 흰색이고, 종이같이 옆으로 벗겨진다. 수피가 피부처럼 매끈하면 자작나무라고 볼 수 있다. 자작나무엔 또 가지 흔적인 ‘지흔(枝痕)’이 군데군데 있다. 나무가 자라면서 아래쪽 가지가 불필요하면 스스로 가지를 떨어뜨리고 남은 흔적이다. 어떤 사람은 이를 눈썹 모양이라고 한다. 남한에서 자라는 자작나무는 다 심었다는 것을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어, 내가 분명히 산에서 자작나무 보았는데?’ 하는 사람들은 ‘심은’ 자작나무를 보았거나 사스래나무나 거제수나무를 본 것이다. 사스래나무와 거제수나무는 자생하는 나무다. 사스래나무 껍질은 회색에 가깝고, 화상으로 피부가 벗겨지듯 얇게 벗겨져 지저분하게 보인다. 사스래나무 이름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반인들은 그냥 수피가 흰색이면 자작나무, 은색(또는 회색)이면 사스래나무라고 기억해도 무방할 것 같다. 거제수나무는 수피가 약간 붉고 두꺼운 종이처럼 벗겨진다. 사스래나무는 능선, 거제수나무는 물이 풍부한 계곡 근처에서 잘 자란다. 거제수나무라는 이름은 거제도와는 무관하고, 재앙을 물리치는 물을 가졌다는 뜻의 ‘거재수(去災水)’가 변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잎까지 있으면 보다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자작나무잎은 거의 삼각형이고 측맥이 6~8쌍으로 가장 적다. 사스래나무잎은 삼각형 모양이지만 계란형이고 측맥이 7~11쌍, 거제수나무잎은 타원형에 가까운데 측맥이 9~16쌍이다. 가문비·종비·잎갈 등 고산 나무 많아 백두산 고도가 낮아짐에 따라 가문비나무·분비나무·종비나무·잎갈나무 등 침엽수와 황철나무 등 활엽수가 나타났다. 가문비나무는 지리산·덕유산·설악산 등 해발 1,2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도 자라지만, 평지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 공원이나 정원에는 흔히 유럽에서 들여온 독일가문비나무를 심는다. 독일가문비나무는 가지와 열매를 아래로 축 늘어뜨린 모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종비나무는 가문비나무와 같은 속(屬)인 나무로, 가문비나무에 비해 잎의 횡단면이 마름모꼴이고, 솔방울 열매도 2배 이상 큰 것이 특징이다. 우리 산에 흔한 일본잎갈나무(낙엽송)와 비슷한 잎갈나무도 정말 많았다. 그냥 잎갈나무는 북한 등 추운 지방에서 자라지만, 일본잎갈나무는 중부 이남에서 잘 자란다. 가을에 잎이 떨어진다고, 잎을 간다고 잎갈나무다. 황송포 습지엔 잎갈나무 고목이 특히 많았는데, 형태가 특이한 나무마다 장사수(壯士樹)·선녀수(仙女樹) 등과 같은 푯말을 붙여 놓은 것이 재미있었다. 일본잎갈나무는 1960~197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정책적으로 많이 심은 나무다. 줄기가 곧게 자라 전봇대나 철도목,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데 쓰였다. 그러나 그런 수요는 점차 줄어들었다. 더구나 이 나무 원산지가 일본이고 숲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이유에서 국립공원에서 일본잎갈나무를 베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잎갈나무는 남한에선 국립수목원 광릉숲과 오대산·가리왕산 등에서 극소수만 자생한다고 하는데, 오대산 상원사 입구에 가면 수령 250년이 넘은 잎갈나무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백두산 일대 계곡 근처에서 황철나무도 많이 만났다. 같이 간 나무 전문가 한 분은 “우리나라엔 황철나무가 귀한 나무인데, 백두산 일대에 정말 많다. 황철나무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황철나무는 버드나무과 나무로 포플러 비슷하게 생겼고, 수피에 살짝 노란색이 들어 있다. 백두산 관광의 관문 도시인 이도백하(二道白河)에서 인상적인 것은 가래나무를 가로수로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주변에서 자생하는 나무라 아무래도 가로수로 적응도 수월하게 할 것이고 도시의 특색을 나타내는 데도 도움을 줄 것 같았다. 은행나무·플라타너스·왕벚나무·메타세쿼이아 등 외국에서 들여온 나무를 주로 가로수로 심고 있는 우리가 좀 배울만한 점인 것 같다. 지난번 쓴 ‘백두산에서 만난 어여쁜 꽃들’과 이번엔 쓴 ‘백두산에서 만난 나무들’ 이야기는 모두 중국 연변과 이도백하를 거쳐 올라가면서 본 것이다. 중국에서 부르는 정식 명칭도 백두산이 아니라 장백산이다. 우리 땅인 북한을 통해 꽃과 나무를 관찰하면서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날은 언제쯤일까.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감독 메기 강·크리스 애펄헌즈, 넷플릭스, 2025, 이하 ‘케데헌’)의 열풍이 거세다. 케데헌은 K팝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가 악귀를 물리치는 전사가 되어 노래로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내용이다.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41개국에서 애니메이션 1위를 차지했고, 공개 6주 차에만 누적 시청 시간 2,630만 뷰를 기록했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케데헌이 역대 가장 인기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로 등극했다”라고 밝혔다. 시청 시간만으로 인기를 평가하는 건 아니다. 오랫동안 애니메이션 주제곡 1위는 겨울왕국(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 2014)의 ‘Let it go’가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는데, 2025년 7월 드디어 케데헌의 삽입곡 ‘Golden’으로 1위가 바뀌었다.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 따르면 케데헌 OST 수록곡 중 8곡이 차트에 올랐는데, ‘골든’은 2위를 유지했다. 사자보이즈의 ‘Your idol’은 9위, ‘Soda pop’은 16위를 기록했다. 케데헌 OST 앨범은 ‘빌보드 200’에서 2위를 차지했고, 메인 트랙 ‘Golden’은 ‘글로벌 200’과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 모두 정상을 지켰다. ‘Golden’ 흥행 이유? 실제 스토리가 감정 이입 더해 빌보드 차트 1위라니!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속된 말로 ‘국뽕’이 차오를 것처럼 기분이 두둥실 날아오른다. 케데헌의 인기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 확실히 피부에 와닿는다. 어떤 노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척도 중 하나는 커버 영상이다. ‘Golden’의 경우 국내에서는 아이돌그룹 ‘아이브’의 안유진부터 실력파 가수인 바다·에일리 등등이 커버 영상을 올리며 순식간에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해외에서도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대거 커버 영상을 올렸다.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통상 커버 영상은 기존 가수들이 하는 데 비해, ‘Golden’은 일반인이 참여하는 커버 영상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일본·미국 등 전 세계 국가를 막론하고 어마어마한 수로 양산되고 있다. 여기에 ‘Golden’을 부른 가수 ‘이재’의 실제 사연이 케데헌의 흥행을 더욱 부추겼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재’는 아이돌을 꿈꾸며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으로 10여 년을 보냈다. 소녀시대와 함께 연습생 생활을 했지만, 데뷔가 무산되기를 여러 번 반복했고, 이후 미국에서 심리학과 음악산업을 전공하며 기본기를 다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적지 않은 나이로 결국 아이돌 가수라는 꿈을 접고, 2009년 레드벨벳의 타이틀곡 ‘Psycho(사이코)’를 만들면서 동경하던 K-pop 무대에 작곡가로 서게 된다. 하지만 결국 이재는 매기 강 감독의 귀를 사로잡는 목소리로 케데헌의 주인공 루미의 목소리와 노래를 맡게 됐다. 이재는 연습생 시절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콤플렉스를 숨겨야 했던 마음을 ‘Golden’ 가사에 녹여냈다. ‘난 유령이었고, 외로웠지. 어두워진 앞길 속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어. …(중략)… 이제 더는 숨지 않아. 난 원래 빛나도록 태어난 사람이니까. 이제 우리의 순간이야. 우린 점점 올라가고 있어. 함께할 때 더 빛나. 우린 ‘골든’하게 될 거야’라는 가사는 애니메이션 속 루미의 이야기와 현실 속 이재의 경계를 묘하게 지운다. 실제로 이재는 ‘Golden’을 녹음할 때 울면서 불렀던 기억을 떠올리며 “루미를 통해 자신 또한 치유받았다”라고 고백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구매 행렬? 고맙긴 하지만…. 매기 강 감독은 K-pop과 한국의 전통을 결합시킨 과정에 대해 “케데헌은 최대한 한국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리서치를 위해 디자인 팀원 10명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해 북촌의 골목이 얼마나 가파른지, 명동 거리의 벽돌이나 길 디자인은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확인했고, 이런 디테일들을 모든 장면에 한국적인 요소로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감독의 전략은 확실히 통했다. 전술한 기록들만 봐도 전 세계가 열광했으니, 아니 여전히 열광하고 있을 테니. 산업적 측면에서 케데헌 성공의 이면을 조금 살펴보자. K-pop은 물론 해치·저승사자·갓 등 한국 전통문화를 모티브로 삼은 케데헌의 제작사는 일본이 미국에 설립한 소니픽처스다. K-문화를 전 세계에 가장 잘 알린 애니메이션이 외국자본으로 기획됐다는 이야기다. 감독인 매기 강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 때 부모님이 캐나다에서 일하게 되며 이민자가 돼 드림웍스 등 쟁쟁한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실력을 키웠다. 한국어 더빙판에서는 배우 이병헌·김윤진·안효섭 등을 섭외해 작품의 완성도와 친밀도를 높이는 전략을 폈는데, 이는 넷플릭스의 한국 영화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의미다. 케데헌이 전 세계를 강타하자, 넷플릭스는 발 빠르게 다음 행보에 나섰다. 속편 제작을 비롯해 뮤지컬, 실사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아울러 7월 22일에는 케데헌 관련 상표권까지 출원했다. 주인공인 헌트릭스 멤버 루미·미라·조이뿐만 아니라 호랑이·까치 등이 그려진 티셔츠·텀블러·수영복·장난감들을 판매할 예정이다. 그동안 구독료와 광고비에 의존했던 수익을 다각화한다는 그야말로 야심 찬 계획이다. 20세기에 디즈니 왕국이 누렸던 영광을, 넷플릭스가 21세기에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넷플릭스의 상표권 등록에 앞서 국내에서는 케데헌의 인기에 힘입어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구매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는 뉴스들이 연일 보도됐다. 케데헌 속 캐릭터와 똑같지는 않지만, 호랑이와 까치를 그려 넣은 ‘호작도’는 2030 세대와 외국인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미 스낵을 출시하면서 오프라인 시장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넷플릭스 공식 케데헌 굿즈는 아마도 OTT 세계에서 넷플릭스 일극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지도 모른다. 케데헌의 제작비를 받은 후 공개부터 추후 캐릭터·장난감 등에 대한 모든 판권을 넷플릭스에 넘긴 소니픽처스는 지금쯤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넷플릭스 독주와 케데헌 성공에 대해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한국 영화는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왔다. 그러나 한국 영화인 스스로 그 판을 바꾸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 왔다. 그러다 코로나19라는 치명상을 입게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결정타는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달리는 최근의 케데헌에서 나왔다. 한국과 K-POP의 글로벌 인기가 매일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한국의 영화제작 산업이 나락으로 치닫고 있는 모순적 현실을 급속하게 노정하고 만 것이다. 한국 영화계가 정신적·정서적 분열증의 경기를 일으키게 된 셈이다”라고 평했다. “5세대 한류부터 해외 회사가 한국 문화로 장사하는 등 양상 바뀐다” 케데헌의 세계 애니메이션 1위 제패와 OST ‘Golden’의 1위 등극 그리고 넷플릭스의 선구안과 후속 대응 칭찬은 여기까지다.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케데헌을 한류 범위에 넣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외국자본으로 만들어진 케데헌은 어떤 특징을 가지는가?’, ‘앞으로 한류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될 것인가?’ 이성민 방송대 교수(미디어영상학과)에 따르면 한류는 크게 4개 시기로 구분한다. 드라마와 일부 아이돌 음악이 중심이 됐던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가 1세대 한류이고, 2000년대 중반까지 겨울연가(연출 윤석호, 각본 윤은경 외, KBS, 2002) 같은 드라마와 올드보이(감독 박찬욱, 2003) 등 영화 분야의 작품성을 인정받은 2세대 한류, 2010년대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파리 SM 콘서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확장이 중심이 된 3세대 한류, 그리고 2020년대 기생충(감독 봉준호, 2019)과 오징어게임(연출 황동혁, 넷플릭스, 2021~2025)으로 대표되는 영상산업의 글로벌 도약이 중심이 되는 4세대 한류이다. 2022년 이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세대 한류는 웹툰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며, “지금까지의 한류는 한국 문화와 콘텐츠가 함께 붙어서 인기가 있었다. 5세대로 가면 외국 회사가 한국 문화로 장사하고, 한국 회사는 오히려 한국 색채가 없는 걸로 장사를 할 것이다. 디즈니에서 쿵푸팬더를 만들어 시장을 점유하는 것처럼, 완전한 분리는 아니지만, 더 다양하고 복잡할 양상을 띨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케데헌의 사례와 무섭도록 딱 맞아떨어진다. 일회성이 아니다. 케데헌의 흥행에 OTT 플랫폼 애플TV+는 더욱 노골적으로 K-pop을 가져가 8월 29일 예능 프로그램 ‘KPOPPED’(케이팝드)를 전 세계에 공개했다. 프로그램 제목인 ‘KPOPPED’부터 충격적이다. 장르 중 하나였던 K-pop이라는 명사가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뜻하는 동사로,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에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도 놀랍다. ‘KPOPPED’는 이른바 미국판 ‘나는 가수다’로 K-POP 아이돌 그룹과 글로벌 레전드 팝스타들이 컬래버로 서로의 대표곡들을 새롭게 재해석한 무대를 선보이고 경연하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히트곡 ‘강남스타일’로 K-Pop을 세계에 알린 싸이와 세 차례 그래미상을 수상한 슈퍼스타 메건 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이 출연한다. 경연에 참여한 팝 가수들 명단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의 멤버 멜라니 B(Mel B)와 엠마 번튼(Emma Bunton)이 ITZY와, TLC와 보이 조지(Boy George)가 스테이씨와, 전설의 아카펠라 그룹 ‘보이즈 투 맨(Boyz II Men)’은 블랙스완과 환상적인 컬래버 무대를 꾸린다. ‘Savage’, ‘Wannabe’, ‘Ice Ice Baby’, ‘Lady Marmalade’, ‘Can’t Get You Out of My Head’, ‘Motown Philly’, ‘Waterfalls’ 등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을 K-pop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 무대는 한국 관객에게 그 자체로 비현실적인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1950~60년대 일본영화는 유수의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동양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1980년대에는 홍콩영화가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차지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한류는 한 세대로 구분되는 30년을 넘어서 그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 아마 지금도 어느 OTT 기획팀에서는 통일신라 시대 선덕여왕, 고조선의 치우천황, 당나라 침입을 수차례 막아냈던 고구려 등 한국 역사를 들추며 새로운 영화와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 전통문화가 외국자본으로 알려지는 중에 고사해 가는 한국 영화계, 지적 재산권과(IP)과 이를 통한 수익 구조 확보, 해외 공동 제작 등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진 제공 정보 ● 케이팝 데몬 헌스터 _ 넷플릭스 / KPOPPED _ 애플 티비+, 예고편 캡쳐
노력이 재능이라면 (미야구치 코지 지음, 송지현 번역, 또다른우주 펴냄, 196쪽, 1만 6,800원)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발달장애, 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와 학교에 적응이 힘든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다룬다. 저자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노력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섣부른 응원이나 무분별한 위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한다. 그들 개개인이 처한 복잡한 환경과 심리 구조를 이해하고 의욕과 동기를 끌어낼 구체적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 지음, 유영미 번역, 지베르니 펴냄, 316쪽, 2만 2,000원) 인간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야기’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소비하거나 재생산하는 행위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행위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부정적이기만 한 이야기’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무력감에 빠져든다며, 부정과 절망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이수현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312쪽, 1만 8,000원) 발달장애를 가진 두 아이의 부모이자 중학교 영어교사인 저자가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목소리를 기반으로, 진정한 배움과 공존을 위한 교실을 말한다. 그는 특수교육이 아닌 통합교육의 가치를 강조한다. 장애학생을 분리해서 가르치는 교육방식으로는 교육의 본질인 다양성과 사회 통합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연수와 학교 내 협력 구조, 제도적 지원의 확충을 통합교육의 필수 조건으로 제안한다. 인생 복리의 법칙 (정석원 지음, 트러스트북스 펴냄, 쪽, 1만 8,000원) 꾸준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경험이 어느 순간에 폭발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복리 효과’로 설명한다. 진짜 성공 비결은 한마디로 요약되지 않지만, 단서는 있다. 그것은 바로 ‘OO을 하다 보니’다. 느려 보이지만, 삶의 원금에 꾸준하게 이자를 붙여가는 게 가장 확실한 성공 방법이다. 자신만의 인생 복리 법칙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생각 도구를 소개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슬람 이야기 (이수정 지음, 주니어태학 펴냄, 224쪽, 1만 7,500원) 히잡을 착용한 여성을 신기하게 보거나, 중동 사람을 테러리스트로 연결하는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하지만 세계 3대 종교인 이슬람과 이를 믿는 무슬림에 대한 편견 없는 이해는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양이다. 근거 없는 소문과 오해, 착각을 짚으며, 이슬람 역사부터 문화·경제·정치에 이르기까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진짜 호르몬 때문일까? (박승준 지음, 다른 펴냄, 240쪽, 1만 5,000원) 우리는 왜 단것을 먹으면 힘이 나고, 밤만 되면 감성이 폭발할까? 호르몬의 핵심 개념을 일상 사례와 연결해 알기 쉽게 풀어냈다. 도파민·멜라토닌·코르티솔 등 대표 호르몬의 특성과 역할에 대한 설명에 더해 ‘호르몬 패치로 기분을 조절한다면?’, ‘성호르몬으로 남녀를 나눠도 될까?’ 같은 틈새 토론으로 윤리적 성찰도 유도한다. 그래서 이런 직업이 생겼대요 (우리누리 글, 송진욱 그림, 길벗스쿨 펴냄, 164쪽, 1만 5,000원) 의사·교사·경찰 등 전통적 직업부터 로봇 엔지니어와 빅데이터 전문가 등 미래 유망 직업까지 다양한 직업의 탄생 배경과 의미를 알기 쉽게 소개한다. 직업이 단순히 사회적 필요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사회 변화 그리고 문화 트렌드 등 다양한 맥락 속에서 발생한 결과임을 알려준다. 직업 자체보다, 그 직업이 탄생한 배경에 초점을 맞췄다. 직업의 역할과 중요성, 그리고 그 직업을 갖는 데 필요한 능력과 자질도 알려준다. 할머니랑 나랑 수수께끼 장바구니 (이시즈 치히로·나카자와 쿠미코 지음, 김지예 번역, 초록귤 펴냄, 32쪽, 1만 3,000원) 시장 골목에서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장을 보는 따뜻한 분위기의 그림책. 문방구·과일가게·제과점·옷가게 등 다양한 상점을 구경하며 50가지 물건들을 수수께끼로 풀도록 구성했다. 특별한 스토리는 없지만, 수수께끼와 정겨운 그림을 통해 사물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고 관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상처 없는 인간관계는 없다. 친하면 친할수록, 믿었던 사람일수록,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 쉽게 상처받는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문자 보낼 시간조차 없었다고?’, ‘너라면 날 이해해 줄 거라고 믿었는데….’ 좋아했던 만큼 배신감은 크고, 기대했던 만큼 서운함이 커진다. 관계의 역설이다. 허물없이 지낼수록, 빈번하게 만날수록, 많은 것을 공유할수록 ‘나의 영역’이 침범됨을 느낀다. ‘아, 오늘은 그냥 혼자 있고 싶은데’, ‘이건 좀 선 넘는데’, ‘언제까지 내가 이걸 해줘야 하는 거지’ 등 너와 나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에 불편감이 느껴진다. 인간관계는 이처럼 언제나 어렵다. 관계 속에서 기쁨을 함께 나누고, 슬픔을 위로받으며, 나를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종종 피곤하고, 때론 상처받고, 문득 외롭고, 어떨 땐 깊이 실망스럽다. ‘너무 가까이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리하지도 못하는’ 관계의 딜레마를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The Hedgehog′s Dilemma)’를 통해 들여다보자. “추운 겨울날, 여러 마리의 고슴도치가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피하기 위해 가까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곧 서로의 가시에 찔리는 고통을 느끼게 되었고, 다시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가까이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 끝에, 그들은 서로에게 가장 좋은 거리는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적당한 거리는 곧 예절과 품위의 규범이다.”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소품과 부록(Parerga und Paralipomena), p.464. 고슴도치 딜레마는 인간관계에서 가까워지려는 욕구와 상처받을 두려움 사이의 긴장을 비유한 심리·철학 개념으로 ‘적절한 거리 유지’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고슴도치에게 가시는 자신을 지켜주는 무기지만, 서로에게 다가서는 데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모진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인간관계가 부담스러워 한 발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경계하기도 하며, 또 어떤 사람은 마음의 벽을 세워 철통방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벽이 두꺼워질수록, 너무 멀리 물러설수록 외로움이 커진다. 그래서 우리는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또 다시 관계를 맺기 위해 도전한다. 결국 인간관계의 핵심은 상처와 외로움 사이의 ‘거리 조절’이다. 관계의 적정 거리를 찾는 일은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우리는 고슴도치처럼 반복해서 관계를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조율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실망하고, 때로는 위로받으며, 삶의 전반에 걸쳐 관계의 복잡한 진실을 배워간다. 교사에게 심리적 거리 조절이 꼭 필요한 이유 교사의 일상은 매일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고, 학부모와 소통하며, 동료와 협업하는 ‘촘촘한 대인관계의 연속’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숨 쉬는 직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학생과의 관계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생활지도를 하면서 사생활이나 감정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학생은 간섭으로 받아들이며 반발하거나 방어적으로 변한다. 학생과 너무 가까워지면 어느 순간 ‘내가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감정까지 소모됨을 느낀다. 반대로 거리감을 두면 두면 학생은 ‘외면당했다’는 서운함을, 교사는 ‘내가 너무 정이 없나?’라며 신경 쓰인다. 학생끼리도 마찬가지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싶지만, 상처받을까 봐 두렵다”라는 아이들을 종종 만난다. 이럴 때는 친구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력해 볼 것을 권하기보다 이들이 겪는 고슴도치 딜레마를 이해하고, ‘어떻게 가까워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거리를 조절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줘야 한다. 청소년 시기에 관계의 거리 조절을 실패하면, 앞으로의 인간관계는 과도한 집착이나 배타, 혹은 단절의 문제를 안고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학생들이 서로의 가시에 찔려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가시를 인식하고도 함께 설 수 있는 거리를 찾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교는 지식 전달의 공간을 넘어 안전한 울타리에서 건강한 인간관계를 충분히 연습하는 ‘관계의 완충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서로를 찌르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관계 심리학에서 말하는 ‘심리적 거리 조절 기술’ 3가지를 소개한다. ● ‘좋은 관계’의 부담감에서 벗어나자 _ ‘좋은 사람’이 아니라 ‘안정된 사람’ 우리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말실수를 피하고, 상처 주지 않으려 애쓴다. “에이, 내가 좀 손해 보고 말지 뭐”라며 솔직한 감정과 진짜 속마음을 피한 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특히 교사는 학생에게 이해심 있어야 하고, 학부모에게는 친절해야 하며, 동료와는 협조적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큰 직업이다. 아이의 반항, 학부모의 예민한 반응, 동료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감정은 요동치지만, ‘교사니까’ 참아낸다. 하지만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 할수록, 자꾸 지쳐간다. 관계의 감정 노동이 계속 쌓이게 되면 ‘나도 지쳤어. 더는 힘들어’라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거리두기에 들어가거나, 반대로 ‘그래, 나는 교사니까, 더 잘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죄책감으로 감정을 과도하게 소진하게 된다. 사람은 항상 따뜻하고 완벽할 수 없다. 상처 없는 인간관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건강한 관계는 ‘완벽한 이해’나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불편’을 견디면서도 연결을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조율하는 끊임없는 노력이다. 마침내 고슴도치들이 서로를 찌르지 않으면서도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거리처럼 말이다. 우리 역시 서로를 찌르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둘 줄 아는 여유, 그 거리를 존중해주는 이해, 밀착된 가시가 불편하다는 말을 꺼낼 용기와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태도를 지닐 때 비로소 ‘좋은 사람’의 부담에서 벗어나 진짜 나로 존재하면서도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 _ ‘가깝게’가 아니라 ‘선명하게’ 아무리 허물없는 사이라고 할지라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 선을 넘는 순간, 관계는 불편해지고 단절되기도 한다. 지나친 밀착 역시 때때로 귀찮고, 부담스럽다. 고슴도치가 찾아낸 진정한 친밀감은 ‘뜨거운 밀착’이 아닌 적절한 거리에서 나눠지는 ‘온기’였다. 그리고 그 온기는 서로를 찌르지 않기 위해 거리를 조절하는, 즉 배려와 존중으로 유지되었다. 쇼펜하우어는 이를 ‘예의(politeness and good manners)’라고 불렀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거리두기’는 서로를 보호하는 장치이다. 친할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옛말처럼 건강한 선을 긋는 지혜이자 ‘서로를 존중하며 마주하는 것’이다. 경계는 선명할수록 오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경계가 애매모호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면 ‘지난번엔 좋아하더니, 이번엔 왜 이러는 거지?’,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야?’ 등 오해의 틈이 생긴다. ‘허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선명하게 세우면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으며 마음을 열 수 있다. ‘다름’ 속에서도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1’이라고 부른다.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되면 자기 생각과 감정을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하고,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슴도치가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되,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교사는 인간관계의 폭이 넓은 직업이다. 10대의 어린 학생부터 중년층의 학부모까지 연령대는 물론 각양각색의 성격까지 아울러야 한다. 교사에게 명확한 경계는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안전밸트이다. 종종 아이들에게 경계 세우는 것을 ‘너무 정 없어 보이지 않을까?’, ‘아이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닐까?’ 하며 미안해하는 경우를 본다. 하지만 아이들과 친밀하게 지내기 위해 경계를 느슨하게 하면 아이들은 그 틈을 여지없이 파고든다. 너무 과하다 싶어 한마디 하면, 아이들의 태도는 돌변한다. 모든 관계가 가까워야 좋은 것은 아니다.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경계를 지나치게 내세우면 아이들은 다가오지 않는다. 경계가 느슨하면 권위와 존중이 무너지고, 경계가 지나치면 아이들은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기 어렵다. 교사에게 심리적 거리 조절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_ ‘상처 없는 관계’가 아니라 ‘회복하는 관계’ 관계에서 가장 큰 피로는 감정에 휘둘릴 때이다. 이해받고 싶었지만 외면당한 말 한마디로 무너지고, 기대했지만 돌아오지 않은 메시지로 멀어지며, 정성을 다했지만 무시당한 순간 때문에 관계는 위태로워진다. 하지만 우리는 상처 받을 것을 알면서도 다시 ‘연결’을 시도한다. 상처를 두려워한 나머지 관계 자체를 단절해 버리면, 위로받을 기회 또한 잃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계로 상처받고, 관계로 치유 받는다. 문제는 ‘상처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있다. 만약 누군가가 모진 말과 행동으로 가시를 곤두세우고 있다면 ‘왜 저래?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러는 거야?’라고 거리를 두기보다 ‘상처받기 싫어서 저러는구나’라고 이해하려 한다면 좀 더 발전적인 대화와 관계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다음의 실천 팁이 회복하는 관계 맺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나, 관심은 드러내되 강요하지 않기 “무슨 일이 있니?”보다 “필요하면 이야기해도 돼”라는 말이 더 심리적 안전감을 준다. 상대방에게 대답의 선택권을 주는 것은 심리적 거리 유지를 돕는다. 둘, 기다림으로 관계의 속도 조절하기 친해지는 속도와 방법은 모두 다르다. 어떤 사람은 금세 친해지지만, 어떤 사람은 천천히 마음을 연다. 반응이 없다고 실망하거나 속단하지 말고 거리를 유지하며 기다리는 것도 중요한 ‘관계 기술’이다. 셋, 공개적 관심보다 조용한 지지 누구나 관심을 원하지만, 주목받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드러내놓고 칭찬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다정히 웃어주는 표정과 진심 어린 문자 메시지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넷, '관계도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마음가짐 관계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이럴 땐 내가 상처 줬을 수 있겠구나”, “네 생각도 의미 있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되돌아봄이 필요하다. 서로의 의견과 감정을 존중하는 말과 태도는 우리 안의 ‘가시’를 무뎌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건강한 관계는 ‘연결되되 얽매이지 않는 삶’ 교사는 학생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우지만, ‘멈추는’ 법은 배우지 않는다. 그러나 관계는 다가서는 만큼, 멈춰 서는 지점도 중요하다. 우리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학생과 가까워지려 애쓰지만, 어쩌면 학생들은 적당한 거리에서 기다려주는 선생님을 더 편안해할지도 모른다. 건강한 관계는 ‘적당한 거리’에서 자라고, 존중으로 유지되며, 노력으로 성장한다. 이해하려는 마음, 기다릴 줄 아는 여유, 서로 다름을 품을 줄 아는 용기, 그것들이 쌓여 진짜 관계가 된다. 고슴도치 딜레마가 말해주듯, 상처 없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관계 속에서 기쁨을 함께 나누고 슬픔을 위로받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부딪히며 상처받고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관계 속에서 사랑을 배우고 공감능력을 키우며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익힌다. 관계는 고통스럽지만, 멈출 수 없다. 관계를 통해 우리는 성장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찌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태도와 찔려도 다시 회복하려는 의지이다.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들처럼 우리도 시행착오 속에서 적당한 거리감을 배우고 있다. 다정하지만 지치지 않는 거리, 단호하지만 따뜻한 시선, 그 절묘한 균형을 조금씩 찾아갈 때 우리도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연결되되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