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5.09.08 (월)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서울대 10개’ 정책, 대입-고교 연계가 필수

 

연구의 맥락과 정책 검토 필요성
우리나라 고교 교육은 오랫동안 대학입시 중심의 구조 속에서 운영돼 왔다. 이 과정에서 수업의 다양성과 창의적 학습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입시는 학습자가 평생에 걸쳐 성장해 나가는 교육 여정 속 하나의 전환점에 불과하지만,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입시 준비가 학생들의 학습활동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다양한 탐구 경험이나 자기주도적 학습기회는 상대적으로 제한되며, 이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융합형 역량을 균형 있게 함양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글은 서울교육정책연구소가 2025년 자체 연구로 수행하고 있는 ‘고교 교육과 대입의 선순환 체제 구축을 위한 미래형 대학입시제도 방안’의 중간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연구에서는 일본·싱가포르·미국·독일·핀란드·프랑스 등 6개국의 대학입시제도와 고교-대학 연계 구조를 비교 분석하여, 미래형 대입제도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고교 교육의 연계 과제를 도출하고자 했다. 


주요 국가들은 고교 교육과정 기반 평가체계, 다양한 진학 경로의 제도화, 공정성과 형평성을 보완하는 정책적 장치를 통해 고교와 대입 간의 유기적 연계와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체제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최근 현 정부의 공약에 포함되면서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수도권 대학 집중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려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고교 교육과 대입 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대학체제 개편만으로는 고교 수업의 질 개선이나 평가 혁신과 같은 구조적 변화를 유도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 글에서는 해외 사례에서 도출된 시사점을 바탕으로, 서울대 10개 정책이 고교 교육과 실질적으로 연계되기 위해 필요한 보완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핵심 내용과 고교 교육 전망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서울대학교의 위상을 전국 주요 거점 도시로 확장하거나, 서울대급 국립대학 10곳을 신설·재편함으로써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국립대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책이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서울대라는 단일한 서열 구조를 분산시켜 다양한 상위권 국립대를 육성함으로써 대학 서열 체계를 완화하려는 목표이다. 둘째,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줄이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려는 구상이다. 셋째, 서울대 중심의 연구 역량과 교육 자원을 전국으로 확산해 국가 전반의 고등교육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고교 교육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학 서열 완화는 특정 몇 개 대학에 집중된 입시 경쟁 구도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지역 대학의 위상 강화는 지역 고교의 교육환경 개선과 학습동기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대학의 연구 인프라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고교-대학 간 교육 연계 가능성도 넓어진다. 


그러나 고교 교육의 변화까지 기대하기에는 몇 가지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먼저 서열 완화가 ‘10개 서울대’ 간의 새로운 선호도 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고교 교육은 또다시 특정 캠퍼스 입시에 맞춘 준비 중심의 교육으로 회귀할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 역시 수도권 상위권 학생들이 여전히 서울권 캠퍼스를 선호하는 현실에서 지역 고교와 수도권 고교 간의 격차를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렵다.

 

또한 연구 중심 대학체제의 확장이 고교 수업의 질 향상이나 평가 혁신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면, 고교 교육 정상화와 학생 성장 중심 학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정책이 고교 교육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단순한 대학 구조 개편을 넘어, 고교 교육과 대입 간 연계 강화, 평가방식 변화, 교육과정 질 개선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고교-대입 선순환을 위한 서울대 10개 정책의 보완 과제
서울대 10개 정책은 공정성과 지역 격차 해소라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의미를 가지지만, 고교-대입 선순환 체계 구축이라는 관점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일본·싱가포르·미국·독일·핀란드·프랑스 등 6개국의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형 대학입시제도가 지향해야 할 다섯 가지 방향을 제안한 바 있다.

 

다섯 가지 방향은 ① 고교 교육과정 기반 평가, ② 입시 정보 통합 및 평가기준 정교화, ③ 다양한 진학 경로 보장, ④ 형평성 및 공정성 강화, ⑤ 질 중심 평가체계로의 전환 등이다. 서울대 10개 정책이 이러한 방향과 연계되기 위해 필요한 보완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교 교육과정 기반 평가와의 연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독일·핀란드·프랑스 등은 고교 교육과정의 성취 수준을 국가 단위의 시험과 연계하고, 이를 대학 입시에 직접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고교 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이 일상적인 수업 참여를 통해 입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 학습동기 유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서울대 10개 정책이 이와 같은 평가체계 개편과 결합한다면, 고교 교육과 대입 간의 연계는 더 구조적이고 실질적인 방식으로 촘촘하게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입시정보 통합과 평가기준 정교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파르쿠르스업(Parcoursup), 핀란드의 스터디인포(Studyinfo)와 같은 통합 플랫폼은 학생의 진로설계를 지원하고 사교육 의존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학별 전형 정보가 흩어져 있고 평가기준도 상이해 예측 가능한 입시 전략 수립이 어렵다. 대학별 평가요소 사전공개와 표준화된 정보제공 시스템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서울대 10개 정책이 이와 같은 정보 인프라 개선과 결합한다면 입시 체계 전반의 신뢰성과 투명성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셋째, 다양한 진학 경로와 유연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미국·독일·핀란드는 직업계열이나 성인학습자, 평생교육과 연계된 진학 경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한국에도 사이버대학이나 학점은행제 같은 경로가 존재하지만, 실제로 대학입시제도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지는 않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이후에는 다양한 학습 경로와 진로 선택을 반영하는 대입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서울대 10개 정책이 대학 서열 재편뿐 아니라 진학 경로의 유연성 확대와도 연결될 필요가 있다. 

 

넷째, 형평성과 공정성을 보완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Cordées de la Réussite, 미국의 Affirmative Action 및 Pell Grant와 같은 정책들은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진학 불평등을 제도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고등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줄이고, 교육 시스템 전반의 형평성을 높이는데 기여해 왔다. 서울대 10개 정책이 이와 같은 공정성 확보 장치와 결합한다면, 지역균형과 사회적 형평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질 중심 평가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독일·프랑스 등은 서술형·논술형 문항, 구술시험, 프로젝트 기반 평가 등을 고교 내신과 연계하여, 학생의 사고력과 탐구 역량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질 중심 평가체계를 제도화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정답 중심의 시험 방식을 보완하며, 학생의 성장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 역시 성취기준에 기반한 채점체계 정비, 서·논술형 평가 확대, 내신의 실질적 반영을 위한 평가 개편이 요구된다. 서울대 10개 정책이 이 같은 질적 평가 혁신과 연계된다면, 고교 수업은 단편적 암기 위주에서 벗어나 사고 중심, 탐구 중심의 학습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10개 정책과 고교-대입 선순환의 방향
서울대 10개 정책은 단순한 대학 구조 개편을 넘어, 고교 교육과 대입의 관계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고교 수업의 방향성과 학생 성장의 과정을 입시 제도 안에서 어떻게 제도화하고 뒷받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입시와 고교 교육의 관계를 다시 구성한다는 것은 단순히 선발 방식의 개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어떤 방식으로 길러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학이 바뀌면 고교도 달라질 수 있지만, 고교가 준비되지 않으면 대학의 변화 또한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시사점은, 대학체계 개편과 고교 교육혁신이 별개가 아니라 긴밀히 연결된 과제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의 선순환 구조는 하나의 제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 간 연계와 현장 실행의 조율 속에서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