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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열린 조직문화와 계획성 있는 운영이 중요 원주 태봉초(교장 심춘석)는 올해로 개교한 지 불과 9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교원평가 선도학교, 영재교육연구학교 등 굵직한 정책과제를 수행했고, 금년에도 사교육 없는 학교와 학교문화 선도학교로 지정됐다. 매년 이런 주요 연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던 데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그 비결에 대해 이 학교 심 교장은 “잘 듣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자치, 초등학생도 할 수 있어요” 심 교장이 말하는 열린 조직문화의 출발점은 바로 학생자치다. 최근 많은 학교가 학생자치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어린 초등학교에서는 여전히 교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태봉초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학생자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 비교적 많은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학교장과의 대화 시간’ 등을 통해 학교의 일상적인 운영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예회나 운동회, 입학식 같은 중요한 학교행사도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진행한다. 다른 학교에서는 교장이 하는 것이 당연한 대회사 역시 태봉초에서는 학생회장의 몫이다. 처음 학생들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할 때는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막상 맡겨 놓으니 자기들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해낼 뿐 아니라 참여도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이 심 교장의 소감이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운동회의 진행을 맡겨보았는데, 오히려 교사들이 할 때보다 더 재밌게 잘해서 학예회와 입학식도 스스로 하도록 했다. 곧 돌아오는 졸업식 역시 학생들에게 맡길 계획이다. 열린 운영을 위한 노력은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학교 운영과정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수업공개일에는 행사가 형식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수업 직후 학부모들의 의견을 묻고, 점심식사 시간에는 심 교장이 반별로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며 아이들의 생각을 직접 듣는다. 학년별로 실시되는 현장체험학습 역시 학년별 담임교사의 의견에 따라 장소를 정한다. 자치활동과 어우러진 특색 있는 행사 운영 학교문화 시범학교인 태봉초는 학교의 각종 행사를 알차고 특색 있게 운영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학예회는 3일에 거쳐 2개 학년씩 나눠 진행된다. 모든 학생이 한 가지 이상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진행은 각 반 학생들이 맡는다. 시상식이 빠진 졸업식도 눈여겨볼 만한데, 이는 소수 졸업생들이 상을 받는 동안 대다수 참석자들이 들러리가 되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대신 전날 시청각실에서 간략한 시상을 하며 이를 녹화해두고, 졸업식 당일 졸업장을 수여받을 때 스크린에 틀어주는 동영상에 시상식 장면을 넣어 방영한다. 이렇게 하니 형식적인 행사로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대신 재밌는 공연 등을 함으로써 보다 알찬 졸업식이 가능하다. 자율을 뒷받침하는 치밀한 계획 심 교장은 “구성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심 교장의 생각은 태봉초 홈페이지에서부터 그대로 드러난다. 각 학급별로 학급계획과 여러 소식을 전하는 ‘학급마당’과 ‘알림마당’ 게시판에 수시로 업로드되는 계획서에는 학교교육 관련 정보가 매우 상세히 안내되어 있어, 학부모들이 홈페이지만 잘 살펴보아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꼼꼼한 계약 · 회계 관리는 필수 학년별로 진행되는 현장체험학습도 처음 기획은 학년별 담임교사들에게 맡기지만, 일단 기본적인 계획이 수립되면 관리자인 심 교장이 직접 나서서 세세한 것까지 하나하나 살핀다. 우선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 12월에 미리 모든 계획을 수립하고, 업체는 공개입찰 방식으로 선정한다. 특히 계약을 할 때는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의 조건 중에서도 장점을 추려 최상의 여건을 조성한다. 업체가 선정되면 점검할 내용을 간추린 책자를 만들어 사전답사를 하는데, 학생들이 조금의 불편함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숙소의 신발장 개수까지 체크할 정도로 자세히 살핀다. 요즘 종종 문제가 되고 있는 버스 추가 요금관련 문제도 미리 계약서에 정확히 명시해 분란의 소지를 사전에 제거했다. 현장학습 후에는 반드시 평가회를 열어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데, 이때 각종 업체에 대한 만족도 조사도 함께 실시해 그 결과를 다음 업체 선정 시 반영한다. 학교의 노후 기자재를 교체할 때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지원기준을 살펴 예산을 편성함으로써 학교 지출을 최소화해 대부분의 교육기자재를 최신형으로 교체했고, 여느 학교 부럽지 않은 영어전용 교실도 마련했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교사는 교사답게 태봉초가 학교운영에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기본을 지키는 일이다. 쉽게 말해 어린 학생들이 자기 나이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래서 학생은 물론 선생님들께도 항상 기본적인 약속은 꼭 지켜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심 교장은 자신의 교육관을 이렇게 피력하며, 일본의 질서문화교육을 모범적인 예로 꼽았다. 그래서 태봉초에서는 누구에게나 기본적으로 필요한 독서습관을 키워주기 위해 매일 아침 8시 40분부터 독서시간을 갖고, ‘튼튼이 공부방’을 만들어 부진학생들이 기초학력을 쌓도록 한다. 또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위해 자율적인 체육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들이 많아 도내 5개 대회를 3년 연속 재패해 우승기를 영구 보관할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자랑한다. 양궁 역시 올해 준우승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와 함께 건전한 식습관을 들이도록 하기 위해 급식 때도 잔반을 적게 남기는 반을 선정, 그중 5명의 학생에게 상품을 수여한다. 이렇게 기본이 강조되는 것은 학생뿐만이 아니다. 심 교장은 교사들에게도 교사다운 단정한 복장으로 언제나 친절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함으로써 학생들의 모범이 될 것을 주문한다. 학교 시설 관리에 있어서도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언제나 만전을 기하고 있는데, 그 결과 ‘경관이 우수한 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 심 교장은 끝으로 “요즘 사교육이 성행하는 이유 중에는 보육 때문인 경우도 있다”면서 “앞으로 공교육이 이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오늘날 사회가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전통적인 가치 체계가 흔들리고, 청소년의 비행은 날로 조직화 · 폭력화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갈수록 생명 경시 풍조, 인간 소외, 공동체 의식 결여, 이기주의의 만연 등 도덕성의 타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오늘날의 학교교육은 공교육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채 경쟁적 입시교육으로 인한 학교 병리 현상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학교 부적응 및 비행 학생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학교교육의 중요한 역할은 학생의 지적능력 개발과 인성교육을 통한 건전한 인격체로서의 성장을 도모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급격한 산업화와 지식정보화시대를 거치면서 사회적 · 경제적인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 교육환경은 교육과정, 교사관, 학생관, 학력관 등 가치관의 재정립을 서둘러야 하는 혼돈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즉, 과거 전통적인 학교교육의 틀로는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광범위한 교육적 역량을 발휘하는데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학생 일탈현상 이미 심각한 수준 현실적으로 학교는 학생들의 지력증진과 인성교육이라는 두 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행하며, 효과적이고도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요즘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학생 생활지도가 더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는 학생들의 일탈현상들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생활지도 상의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교실에서의 집단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학생의 자퇴와 자살, 교사에 대한 폭행, 학생들의 음주 · 흡연, 교사의 정당한 교육적 지도에의 불복과 도전, 학생 간의 폭력, 집단 따돌림,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 등 학교 내외를 막론하고 도처에 생활 · 인성지도의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의 학교 현장에서 볼 수 없는 뚜렷한 변화다. 학교가 사회와 학교문화의 변화에 따른 생활지도의 대응책을 적절히 마련하지 못한 측면도 있으나, 사회적 가치관의 이중적 갈등 구조에서 기인했다고도 할 수 있다. 본래 생활지도는 학생 각 개인이 가능한한 자신의 노력으로, 자기가 지닌 성장가능성으로서의 능력과 흥미 등을 발견하고 그것을 최대한으로 발전시키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교사들은 생활지도의 본래 목적을 추구하기보다는 학생에 대한 제어와 통제에 급급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에서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조력하기보다는 우선 당장 학생들의 일탈과 반항 현상들을 해소하는 데 단기적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따라서 학교 사회의 변화를 인정하면서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는 가치 지향적 인성교육이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인 학생생활지도는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 학생 통제 수단 없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교사 628명을 대상으로 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교사들은 교직 생활에 따른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교직에 대한 사회적 비난여론’(25.3%), ‘과중한 수업부담과 잡무’(23.7%),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학부모의 태도’(15.5%)에 이어, ‘교과 · 생활지도의 어려움’(15.0%) 등을 호소하는 교사가 많았다. 이와 같이 학생생활지도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은 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학생 문화의 변화, 매스컴, 소통부족으로 인한 인간관계의 단절, 자율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일부 시 · 도교육청에서 마련한 ‘학생인권조례안’은 과거의 지시 · 감독 · 통제 위주의 학교문화를 자율적 · 인격적 문화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지도 측면에서 보면, 학생들의 자율권 및 개성신장, 체벌금지, 교육활동 참여권, 자치활동의 보장 등은 학교로 하여금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많다. 특히 의무교육인 초 · 중학교의 경우 퇴학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심각한 일탈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통제할 수단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비행을 일삼는 학생들이 학교의 징계조차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등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은 오늘의 학교교육 현실을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통제 불능 상태의 교육 현장 될 우려 커 이런 우려는 과거 학생의 자율화 요구에 따라 나타난 현상을 하나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더 명확해진다. 우리나라는 근대교육 이후, 1982년 이전까지만 해도 중등학교 학생들은 각 학교의 특성에 따라 획일적으로 교복을 착용했다. 그러나 1982년 학생들의 개성과 자율성을 무시한다는 지적과 일제의 잔재 청산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주 1회 사복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1983년에는 당시 문교부가 학생의 교복자율화 조치를 시행해 중 · 고등학생들이 교복 대신 자유로운 복장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미성숙한 학생들은 교육 · 훈육의 대상 그러나 학생의 교복자율화 이후 사복을 착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여러 문제(빈부격차로 인한 위화감 조성, 탈선 증가 등)로 인해 시행 2년 뒤인 1985년부터 복장 선택 권한을 학교장 재량에 따라 하도록 다시 바꾸었다. 이후 교복이 다시 등장했으나 전처럼 디자인에 제한을 두지 않아 다양한 모양의 교복이 나오기 시작했다. 많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교칙에 의한 교복을 입지 않았을 경우에는 벌점을 부과하는 등 일정한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특히, 교복 자율화만 보더라도 계층 간의 위화감 조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두발길이 및 두발 유형(파마나 염색 등)에 대한 자율화는 일시적인 충동과 감정에 치우칠 수 있는 미성숙 학생들의 개성을 발현시켜 주기는 커녕 오히려 몰개성적 통제 불능 상태의 교육현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바가 크다. 물론 학생들도 엄연한 인격체로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수 있는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동시에 학생들은 정신적으로 미성숙자로서 ‘교육 · 훈육 대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생 자율성의 신장 측면만을 강조하다 보면 학교는 학생지도에 있어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학습 및 생활지도에 있어서 학생들의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기인한 편견적인 표출이 있을 때에는 학교와 교사로서는 학습 및 생활지도에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즉,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이 분출되어도 학생의 훈육과 지도에 있어 효과적인 대체 방안이나 프로그램이 쉽게 마련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권 보장만큼의 책임도 따라야 학교교육에서 학생의 인권은 기본적으로 충분히 보장되고 존중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또한 학생들은 어디까지나 학생들은 미성숙의 인격체이므로 사회와 학교, 가정에서 보호받고 훈육 · 지도되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려는 이상적 사고에 앞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학생들의 인권 신장에만 일방적으로 초점을 맞추지 말고, 학생 신분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자율에 따른 책임이나 준법정신도 함께 키워줄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학생 생활지도를 위한 방법이 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균형감을 상실한 학생인권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자칫 학내 문제 해결에 있어 학생 교육의 최후 보루인 학교가 그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할 것임이 틀림없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학생들의 자율과 권리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학생 본분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역시 중요하다. 따라서 학생들의 자율과 권리 부여와 피교육 대상자로서의 학교에 의한 교육과 훈육의 정당성이 담보될 수 있는 교사의 교수권 보장 등 균형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교사의 교수권 보장 필요해 교육은 현실에 바탕을 두면서 미래를 지향하는 사회공동체적 사업이다. 교육공동체 구성원 간의 상대적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상호존중과 협력이 이루어질 때, 학생들은 그 안에서 최선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학교가 직면하고 있는 생활지도의 현실적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생활지도의 방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학생의 자율적이고도 민주적 시민의식을 배양하기 위한 학교와 학생 간의 양립적 가치 추구의 학생생활규정 제정이 필요하다. 둘째, 학교 내 갈등요소를 해결할 수 있는 단위학교 차원의 ‘학교-학생 간 갈등 문제 해소 위원회’의 설치가 요구된다. 셋째, 학교는 권위적, 비교육적인 과도한 학생 체벌, 언어폭력, 학생 규제 등의 문제를 학생, 학부모, 학교 간 협의 구성체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학생 인격형성의 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학생 스스로 하나의 인격체로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학생 본연의 책임과 준법정신 함양을 위한 ‘학생 생활 규범집’ 등의 표준화 된 매뉴얼을 시급히 개발 · 보급해야 한다. 청소년기는 자아정체감(Ego-identity)의 형성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시기이다.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학교와 가정의 틀 안에서 큰 영향을 받는다. 학생들은 사회구성원과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완전한 신뢰감을 형성할 때 자아정체감과 독립성이 제대로 발달한다. 그것은 또 학교와 가정, 사회적으로 매우 견실하게 지탱되어야 한다. 지금, 학교의 교육적 역할이 강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생에 대한 생활인성지도 역할의 약화는 건전한 인격을 갖춘 성인으로의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비행 학생들을 위해 선도위주의 훈화와 상담교육 강화를 통한 인성교육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 윤완 경기 오산고현초 교장
학생보호 틀 안에서 학생인권 범위 정해져 미국에서는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이 성인과 마찬가지로 향유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학생 보호라는 관점에서 학생의 기본적 인권 향유의 정도 · 범위가 성인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1960년대까지 ‘부모 대신(학교는 부모 입장에 서서 학생을 제약하고 교정할 권한을 갖는다는 원리)’의 원리에 따라 학교 당국은 중 ·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생에 대해서도 교육목적을 위해 학생들의 권리를 광범하게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1960년대 말 전통적 · 제도적 권위에 대한 항거라는 시대적 정신과 특히 유럽에서의 학생운동은 미국에도 영향을 주게 되었다. 학생의 권리라는 개념을 들어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를 평등관계로 바꿈과 동시에 교내의 규율을 종전의 보호관계로부터 상세한 규칙에 준거한 법규적인 것으로 변화시키게 되었다. 이에 기여한 대표적 것이 Tinker사건이었다. Tinker 외 2명의 학생은 베트남 전쟁을 반대한다는 완장을 차고 등교했다는 이유로 정학 처분을 받자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대법원은 “연방헌법 수정 제1조 상의 권리(표현의 자유)는 교원들과 학생들에게 적용될 수 있다. 학생들 또는 교원들이 학교 문을 들어서는 순간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권이 포기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하면서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했다. 연방대법원의 견해는 학생의 완장 착용이 학교 운영에 필요한 규율을 구체적 · 실질적으로 침해했거나 실질적으로 수업을 중단하게 하고 중대한 혼란을 초래하거나 다른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들의 행위는 연방헌법 수정 제1조의 표현의 자유와 연방헌법 수정 제14조의 적법절차 조항의 보호 내에 있다는 것이다. 이를 제한한 학교 당국의 행위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1970년대 ‘어린이의 권리 운동’1)을 통해 미국 각지로 확대됐고 또한 국제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1988년 제정된 ‘아동의 권리에 관한 조약’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학생의 자율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육을 위한 조치에서도 적법 절차를 요구한 결과 교실에서의 과잉 섹스표현, 미혼모, 폭력, 총기사건, 마약매매의 비약적인 증가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사 간의 인간적인 교섭을 곤란하게 함으로써 결국 사태를 악화시키게 됐다. 이러한 혼란의 중요한 한 요인은 학교 내의 규율과 징계의 완화에 있었고, 그러한 상황에 앞서 말한 것처럼 연방대법원이 상당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주정부는 학생들의 일탈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식 경찰인 ‘스쿨폴리스’를 학교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급심 법원이 학교 관련 사건에서 Tinker 사건 판결의 취지를 무리하게 적용함에 따라 연방대법원은 1980년대부터 새로운 판단을 하기 시작했는데, T. L. O 판례, Fraser 판례, Hazelwood 판례, Frederick 판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교육’안에서 제한되는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Fraser 사건은 Fraser가 학생회 간부 후보로 출마한 친구를 지원하는 연설 중에 교묘하고, 생생하며, 분명한 성적 비유를 사용하면서 친구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정학을 받은 사건이었다. 1986년 연방대법원은 이에 대해 “연방헌법 수정 제1조(표현의 자유)는 성인의 대중 연설에서는 광범위하게 보호된다. 연방헌법 수정 제1조 하에 무례한 표현의 사용은 성인 연사가 정치적 견해라고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에서는 금지되지 않지만, 같은 정도로 공립학교의 어린 아이들에게 허락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립학교 연설에서 저속하고 무례한 용어들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공립학교 교육의 매우 적절할 기능인 것이다”라고 판결했다. Hazelwood 사건은 미주리 주 Hazelwood East 고등학교 학생인 Kuhlmeier와 2명의 학교 신문 편집 위원들이 학생의 임신 경험과 이혼이 학교 안에서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2면 분량의 기사를 작성해 제출해 문제가 된 것이었다. 학교장은 이러한 기사가 학생들에게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게재 불가 명령을 내렸고 그러자 학생들은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1988년 연방대법원은 “공립학교 학생의 연방헌법 수정 제1조 상의 권리는 다른 환경에 있는 어른들의 권리와 동일한 범위로 향유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학교 환경의 특수성(The special characteristics of the school environment)의 견지에서 적용되어야 한다. 학교는 학교 밖의 유사한 언론(표현) 행위에 대해 정부가 검열할 수 없는 것과는 달리 학교의 기본적인 교육 사명에 부합되지 않는 학생들의 언론(표현) 행위에 관용을 베풀 필요가 없다”라고 하면서 “교원이 학교 주관 표현활동에서 학생 언론(표현)의 방식과 내용을 편집 차원에서 규제하더라도 교원의 조치가 정당한 교육적 관심에 적절히 관련되는 한 이는 연방헌법 수정 제1조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 판결했다. Frederick 사건은 Joseph Frederick을 비롯한 몇 몇의 고등학생들이 올림픽 성화단을 취재하던 텔레비전 카메라가 학교 앞으로 다가올 때 ‘Bong Hits 4 Jesus’2)라는 14피트 길이의 현수막을 펼쳐 Morse 교장이 Frederick에게 10일간의 정학 처분을 해 문제가 된 사건이다. 2007년 연방대법원은 “불법적인 마약의 위험에 대해 학생들을 교육하고, 마약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학교의 교육적 사명이다. 학생의 표현이 마약의 사용을 조장하는 것으로 조사된 경우 학교장은 학교와 관련된 사건에서 학생의 표현을 제약하는 것이 학생의 연방헌법 수정 제1조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학교관리자가 마약을 찬성하는 현수막을 압수하는 것과 학생에게 정학처분을 하는 것이 학생의 연방헌법 수정 제1조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학생들 또는 교원들이 학교 문을 들어서는 순간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권이 포기된다고 할 수 없다”는 Tinker 사건의 원칙을 수용하면서도 학생의 권리는 성인의 권리와 같은 수준의 보장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원칙을 세웠다. 다시 말해, 학교는 특수한 환경이기 때문에, 합리적 범위 내에서(교육목적 또는 교육사명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급심 법원은 학생의 완장의 착용과 같은 소극적 표현의 경우에는 Tinker 사건을 인용해 보장하지만, 학교의 교육목적을 위해 학생의 권리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는 Fraser 판례, Hazelwood 판례, Frederick 판례들을 폭넓게 인용하고 있다. 두발 규정 따로 없지만 학교에서 관리 학생들의 두발에 대한 연방대법원 판결은 없다. 1970년대 연방항소법원(우리나라의 고등법원에 해당)의 판결이 다수 있었지만, 두발 규제에 대해서는 찬 · 반이 양분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두발과 관련된 판례는 거의 없다. 그리고 각 주 교육법에 두발 규정을 두고 있는 곳도 없다. 다만 각 주의 교육구(school district)에서 복장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다. 휴스턴 시의 Independent School District의 학생행위규칙을 보면 “각 개별 학교는 복장과 용의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채택한다”라고 하면서, “모든 학생은 학교의 기준 사항을 잘 알고 그것을 따라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Lamar 고등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규정을 제정했다. 이 규정에서 처럼 학교는 학생들이 단정한 머리를 하도록 지도한다. 특히 학생들이 염색을 하거나 머리에 멋을 부림으로써 교육 활동에서 다른 사람의 정신을 산란하게 하는 것과 같은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 규제하고 있다. 미국 교장들이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학교 관리자들이 자를 가지고 두발 길이를 제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두발 길이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학생의 염색에 대해서는 다른 학생에게 혼란을 주기 때문에 규제하는 곳이 많이 있다. 교육 사명에 맞지 않는 복장은 금지 법원은 학교가 기본적 교육 사명에 맞지 않는 학교 내에서의 학생의 복장(마약, 담배, 술 등이 그려진 옷)을 금지시킬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학교당국이 복장을 제한하는 경우 교실의 혼란을 막고, 비행 집단의 행동을 단절시키려는 것과 같은 교육의 근본 원리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학생들의 복장에 대한 논쟁은 학생들에게 교복을 지정하는 교육위원회의 정책에 맞춰져 있었다. 강제적으로 교복을 입게 하는 정책이 볼티모어, 시카고, 휴스턴, LA, 마이애미, 뉴올리언스, 뉴욕과 필라델피아를 포함한 큰 도시의 학구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교복 착용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학생 교복이 유행하는 옷을 입는 것보다 학업에 더 열중하게 해 학교 분위기를 좋게 할 뿐만 아니라, 폭력조직과 관련된 복장을 없애주고, 폭력과 빈부의 사회 · 경제적 차별을 줄인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일부 학부모들이나 백화점 업자들은 교복 착용이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요즘에는 여학생의 치마 길이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주의 학교는 학생들의 치마 길이가 무릎 위로 올라가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도 규제가 원칙 집회와 시위에 대한 교육법 규정은 없다. 다만, 뉴욕시 ‘학생의 권리와 의무 장전’에는 “뉴욕시 교육부가 수립한 방침 및 절차에 따라 모든 학생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특정 주장을 지지하며,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해 단체를 결성해 집회하고, 자신의 의견을 옹호하기 위해 평화적이고 책임 있게 시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 받는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뉴욕 시 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버클리, 휴스턴 시의 학구 생활담당관, 교장, 교감, 생활지도부장들은 한결같이 학교 내 시위는 일과 중에 다른 학생에게 혼란을 주기 때문에 규제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더욱이 뉴욕시 ‘학생의 권리와 의무 장전’에는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행동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자신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집회 또는 시위는 규제된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혐의, 이유’ 있다면 소지품 검사 허용 소지품의 압수 · 수색에 대한 연방대법원 판례가 있다. 1980년 뉴저지 주 미들섹스 카운티에 소재한 Piscataway 고등학교의 한 교사가 여학생 두 명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적발했다. 그중 한 명인 T. L. O.는 흡연사실을 부인해 교감이 자신의 사무실로 T. L. O.가 데리고 와 소지품 검사를 요구했고 지갑 속에서 담배 한 갑과 담배를 마는 종이를 발견해 마리화나를 할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되었다. 계속된 검사에서 소량의 마리화나, 파이프, 비닐봉투, 꽤 많은 현금, T. L. O.에게 돈을 지불해야 할 학생의 명단, 그리고 T. L. O.의 마리화나 밀거래를 예상케 하는 편지 두 통을 발견했다. 경찰에 넘겨진 학생은 결국 소년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게 돼 상고한 사건이다. 1985년 연방대법원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사생활에 대한 합법적 기대를 가진다. 하지만, 사생활을 누리고자 하는 학생들의 법적 기대와 적당한 학습 환경을 유지하고자 하는 학교 관리자들의 필요 사이의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공권력에 의한 수색에서 부과되는 제한을 학교 환경에서는 다소 풀어줘야 한다. 따라서 학교 관리자들이 학교 내 학생들을 수색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할 필요는 없으며 학교관리자들은 수색 대상자가 법을 위반했거나 위반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혐의 또는 이유(Probable cause)에 근거해 수색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생들에 대한 수색의 적법성 판단은 모든 환경에서 수색의 합리성을 가지고 했는 지이다. 수색의 합리성이란, 그 수색을 시작한 것이 정당했는지 또는 처음부터 정당한 개입 상황에서 수색을 시작했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보통, 학교 관리자가 어떤 학생이 법이나 교칙을 어긴 증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 또는 혐의(Reasonable cause)가 있다고 판단해서 학생 수색을 시작하는 경우 정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수색은 방법이 합리적인 수사의 목적을 위한 것이고, 침해의 성격이나 학생의 연령 · 성별을 고려할 때 지나치지 않다면 허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일반 시민들을 압수 · 수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혐의가 있어야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을 압수 · 수색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이유 또는 혐의만 있으면 되고 영장도 필요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일반인에 비해 학생들은 낮은 프라이버시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하급심 법원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압수 · 수색의 적용 유형을 구분하고 있다. 학교 당국은 사물함을 수색해야 하는 경우 언제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방이나 지갑 등을 수색할 경우에는 합리적 이유(Reasonable cause)가 있어야 한다. 몸을 수색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상당한 이유 또는 혐의(Probable cause)가 있어야 하며, 가능하면 학생이 스스로 옷에 있는 물건을 꺼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학생의 옷을 벗기면서 하는 알몸 수색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러한 수색에는 위험이 내재하고 있다. 하급심 판례의 경향은 알몸 수색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합리적 의심만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알몸 수색을 위해서는 개별 학생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거가 되는 ‘상당한 이유(Probable cause)’가 있어야 한다. 다른 학생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한 수색을 필요로 하는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영장 없이 옷을 벗기고 하는 수색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소지 · 사용 금지 학교는 학생들의 학교 내 휴대전화 소지 · 사용은 교사와 학생의 교수 · 학습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생은 휴대 전화가 문명의 이기이고 자신들의 표현을 다른 사람에게 자유롭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휴대전화를 학교 내에서 소지 · 사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학부모는 학생들과 수시로 연락할 수 있는 것이 학생의 안전과 일탈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학교 내 휴대 전화 소지 · 사용을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의 대부분의 주는 학교에서 휴대 전화를 소지 · 사용하는 것을 주 교육법이나 교육구(School district) 학생행위규정으로 금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교육법에는 “학교 당국은 학생이 교정에 있는 동안, 학교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동안, 혹은 교육구 직원의 감독과 통제를 받는 동안, 호출이나 송신 장비 등을 포함해 무선 전파의 송수신을 통해 작동하는 모든 전자 신호 기기의 소유나 사용을 규제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샌프란시스코 Unified School District의 학생행위규칙에는 “① 교장이나 교사가 특별하게 문서로 인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라디오, 삐삐, CD/MP3, TV, 휴대 전화 그리고 다른 전자발신장치를 학교에 가져오면 안 된다. ②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기고 학교에 이러한 장치들을 가지고 오는 경우, 학교는 이것들을 압수할 권한을 갖는다. 그리고 학교는 부모/보호자에게 몰수된 것을 돌려받기 위해 학교에 나올 것을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텍사스 주 교육법에서는 압수한 휴대 전화 등을 돌려줄 때 소유자나 학생의 부모에게 15달러를 초과하지 않는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체벌에 대한 권한은 주에 있어 Ingraham 사건은 중학생인 Ingraham이 선생님의 지시에 천천히 응답했다는 이유로 교장실에서 20대 이상의 매를 맞자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1977년 연방대법원은 “학교는 형무소와는 달리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부당한 체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교장은 교육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체벌을 신중하게 행사한다. 왜냐하면, 체벌이 지나치게 과다한 것으로 후에 발견된 경우에는, 교장은 민사상 손해 배상의 책임이나 형사상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전 통고와 청문과 같은 행정적 보호 장치가 추가된다면, 아이들의 권리는 보다 잘 보호될 것이다. 그러나 추가적인 헌법상의 요건으로 행정적 보호 장치(사전 통고와 청문)를 요구한다면, 근본적으로 공립학교 당국에 맡겨져 있는 교육적 책임 영역을 상당히 침해하게 될 것이다. 사전 절차적 보장을 위해서는 교육 자원의 전환(예를 들면, 청문은 시간, 직원 및 보통의 학교 직업수행에 필요한 주의의 전환 등)이 필요하며, 따라서 학교 당국은 이런 힘든 절차적 요건을 준수하기보다는 차라리 징계 조치로서의 체벌을 포기할 것이다. 체벌 남용의 빈도가 낮고, 학교들이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실체적 권리를 침해할 잘못의 위험은 최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헌법을 동원해 사전 통지 및 청문을 하게함으로써 추가로 얻어지는 이익보다는 그에 따른 소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정당화할 수 없다”라고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 이후 체벌 반대 시민단체는 ‘미국의 법 아래서 합법적으로 맞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학생들이다’라고 하면서 학교에서의 체벌을 금지하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 결과 체벌을 금지하는 주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 체벌에 대한 권한은 주(州)에 있다. 1971년까지 미국에서는 뉴저지 주만 체벌을 금지했다. 그러나 현재는 미국 27개 주와 콜롬비아 특별지구가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3) 캘리포니아 주는 교육법에는 체벌을 엄격하게 금지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뉴욕 시의 경우, 뉴욕 시 교육국장이 제정한 조례인 ‘뉴욕시 징계 및 중재 기준’에 ‘학생의 권리 및 책임 규정에 체벌을 받지 않을 권리(교육감 규정서 A-420 및 A-421에 의거)’를 명시하고 있다. 텍사스 주 교육법에는 체벌에 대해 어떤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텍사스 주에는 8개의 County가 있는데, 휴스턴 시는 Harris County에 속해 있다. Harris County에는 24개의 School District가 있는데 그중에서 2개의 School District가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 Houston Independent School District도 몇 년 전만 해도 체벌을 허용했지만, 학구 교육위원회의 방침과 표준행동규약(Standard Practice Memoranda)의 개정으로 학구 내에서 체벌을 금지시키고 있다. 학교장과 면담 결과 휴스턴 시 동부 쪽 학구와 텍사스 주 동부 쪽에서는 아직도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인권 ‘학교’라는 특수성 안에서 판단돼야 어느 나라든지 학생에 대한 1차적 책임은 가정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정교육은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너지고 있다. 결손 가정이 늘어나 자녀에 대한 교육을 방치하는 곳이 늘고 있으며, 부유층 가정 가운데에서는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든지, 자기 자녀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과잉보호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 가운데 학교는 점점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과거보다 부적응 학생 수가 늘고 있으며, 교실에서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잠자는 학생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의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을 합리적 범위 내에서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통 성인들의 기본적 인권도 타인의 권리 · 공중도덕 · 사회윤리 ·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 교육목적을 위해 성인보다 더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은 단순히 인권이라는 기준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고 학교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미국, 선진국보다 열악한 한국의 학교 상황 특히 한국의 교육 현실은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학교의 상황이 더 열악하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학교 마다 상담교사, Social worker, 스쿨 폴리스, 수업을 하지 않는 생활지도부장들, 교감들, 부교장들, 교장이 있고, 한 학급당 인원수도 20명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국의 기준을 우리나라의 기준으로 삼는 것도 문제가 있다. 다만,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미국 학교에서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의 보장과 제한에 대한 것을 우리나라 법 규범과 문화의 테두리 내에서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발은 학생인권 중에 가장 민감한 문제이다. 미국에서는 학생의 두발 길이를 규제하는 규칙은 없지만, 단정하고 깨끗한 상태로 다니도록 지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학생들의 두발 자유를 보장해야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교의 현재 상황에서 볼 때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학교구성원들의 자율적 결정에 따르도록 하는 정도가 바람직할 것이다. 복장에 대해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는 것이 없는 듯하다. 다만, 여학생의 짧은 치마는 다른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도록 규제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다른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크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는 단순한 학생들의 모임 이외의 정치성을 띤 집회나 시위는 금지시켜야 할 것이다. 다만, 학교 밖에서의 집회 및 시위는 경찰(사회)이 판단해야 것이다. 소지품 검사와 휴대 전화 압수에 대해서는 미국의 사례가 한국에도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체 방법 정착되지 않은 체벌 금지는 안 돼 체벌은 미국에서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학교 내 교원의 체벌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할지라도 체벌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체벌금지를 해야 한다면 교사들은 아마도 손을 놓아 버릴 것이다. 그 결과는 바로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할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추구하는 방향은 옳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학교의 특수성도 깊게 생각하고 신중하게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과 책임이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해 냈으면 한다. Lamar 고등학교의 자체 두발 규정 •(PE(Physical education · 체육)와 댄스반에서 허가한 것을 제외하고) 선글라스, 모자, 머리 띠, 그리고 모든 종류의 머리 덮개를 실내에서 착용하지 않는다. 착용할 경우, 이 물건들을 영구적으로 압수할 수 있다. •머리카락을 마는 헤어 롤러(Hair rollers), Metal Rakes, 그리고 빗을 꽂고 다녀서는 안 된다. •머리는 깨끗하고 단정하게 해야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실험실에서 길거나 흩날리는 머리를 덮든지 묶도록 할 수 있다. •머리 스타일과 인공적인 머리 염색이 교육과정을 혼란시키지 않아야 한다. 그것들은 징계처 분을 받을 수 있다(못처럼 세운 머리카락, 염색 금지). 1) ‘어린이는 성인의 권위가 없는 곳에서 가장 잘 배운다’고 하는 아동관을 뒷받침하고 있는 운동 2) 여기서 ‘Bong’은 마리화나 등의 마약 흡입용으로 쓰이는 파이프를, ‘Hit’는 ‘흡입하다’를 의미한다. 또, ‘4 Jesus’는 ‘For Jesus’를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3) 체벌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주(州)는 기독교 신앙심이 돈독해 ‘바이블 벨트’라고 불리는 13개 남부 주(미시시피, 아칸소, 앨라배마, 테네시, 루이지애나, 텍사스, 미주리, 뉴멕시코, 아이다호, 콜로라도, 켄터키, 인디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이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체벌을 허용하는 주는 애리조나, 와이오밍, 캔자스, 오클라호마, 조지아,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의 9개주이다.
“학생의 문제 행동에 대해 학생과 상담을 하는 도중 아이가(초등 4학년) 저에게 욕을 하며 발길질과 주먹질을 해 저는 그 아이의 손을 제압해 움직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아이는 특수교육 대상학생이지만 옳고 그른 일에 대한 지식은 있습니다. 부모님께 전화했으나 오히려 제게 따지며 교육청에 신고하겠다고 했습니다. 생활지도와 문제 행동 지도가 가장 필요한 학생에게 아무런 지도를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수시로 몇몇 문제 학생이 지도에 불응하며 수업 분위기를 망쳐놓기 일쑤입니다. 학교에서 정한 벌점제(엘로우 카드)를 적용, 발부해도 만성적인 기만태도를 고치지 못합니다. 체벌금지 분위기를 악용하는 파렴치한 학생이 너무 많습니다. 정말 앞날이 걱정입니다.” 한국교총에 접수된 학생인권조례, 체벌금지관련 학교현장 고충 사례다. 갈수록 통제가 안 되는 학생, 갈수록 생활지도 하기 어려워지는 학교 현장 사이에서 교사들이 방황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체벌금지 조치와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다. 문제가 되느니 아예 학생 생활지도를 놓아버리고 싶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의 체벌금지 조치와 내년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문제에 대해 교원들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대책은 무엇일까.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우선 교원들은 학생들이 권리만을 주장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지 않고 인권만을 강조할 때 오히려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고, 교사의 지도는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으며 학교 질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학생들의 무분별한 권리 주장 때문에 학교 본연의 교육활동마저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체벌과 학생인권을 어떻게 인지하고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 알게 하는 사전 교육과 직접 체벌 대신에 간접 체벌을 우선 허용하게 하는 등의 경과 조치가 필요했는데 그런 준비 없이 무조건 시행에 들어가 여러 부작용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본인의 권리주장 때문에 타인이 불쾌하거나 피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알아야 한다”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학부모, 학생 교육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체벌의 대안 마련이 가장 큰 관건 체벌금지조치와 학생인권조례 문제의 핵심은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활용될 체벌에 대한 대안이 나오느냐가 관건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또 대다수의 교원들은 즉각 시행보다는 교육적 목적을 가진 간접체벌 등을 두는 경과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기 안양의 모 초등학교 교장은 “문제의 핵심은 학생인권조례 하에서 학교에서 즉각 적용할 현실성 있는 대안이 나오느냐 하는 것”이라며 “대안이 실효성 있게 나오지 않은 채 인권조례를 무조건적으로 시행하면 아이들의 교육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될 테고 그러면 결국 최고의 피해자는 학생이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일례로 최근 체벌을 전면 금지시킨 서울시교육청은 단위학교에 체벌전면금지와 대체 프로그램의 내용을 담은 학생생활 규정을 제 · 개정토록 했지만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아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S초 L교사는 “최근 만난 한 교장은 ‘내 인생 내가 사는데 교장선생님이 무슨 상관이냐’며 대드는 학생도 지도하기가 겁났다는 말을 하더라”면서 “대안으로 내놓은 성찰교실은 학교 사정상 마련하기 어렵고, 결손가정이나 맞벌이 부모의 경우 학부모소환에도 응하지 않으며 외국처럼 문제 학생을 교장, 교감이 상담하고 지도하려고 해도 업무가 많아 현실화하기 힘들다는 말이 와 닿더라”라고 말했다. 한국교총이 10월 14~20일 서울지역 학교 322개교의 교원 3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체벌전면금지 학생생활 규정 개정’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8.2%가 민주적 학생생활지도 방법으로 부적합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이 제시한 다섯 가지의 체벌대안 예시 프로그램 중에서 학교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에 대해 응답자의 39.4%는 ‘봉사 및 노작활동 명령, 이행’을 37.9%는 ‘교실밖 지도’라고 답했다. ‘다섯 가지 모두 다 적용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26.1%로 나와 체벌대안 프로그램의 효용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안 프로그램 적용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응답자의 49.1%는 ‘법적 구속력 미비’, 27.9%는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인력과 시설 부족’을 꼽았다. 최수룡 대전 버드내초 수석교사는 “이미 언론을 통해 학생들이 무조건 체벌은 안 된다고 알고 있고, 어떻게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운동장 돌기, 벽을 보고 서 있기 등 교육 목적을 가진 체벌은 할 수 있도록 하는 경과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학생의 권리에 따르는 ‘제한 규정’도 명시해야 체벌금지 조치와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는 학교 현장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원들은 우선 학생의 권리가 법으로 인정되는 만큼 학교의 교육 목적에 따라 그 권리가 일부 제한될 수 있다는 제한 규정까지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생의 인권보장과 함께 그 한계까지도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광주 Y중 J교사는 “한 학급에 한두 명씩은 수업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말썽 피우는 학생이 있는데 중학교에서는 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그 학생들로 인해 학교 교육활동이 피해를 받는다면 마땅히 학생들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권과 교육활동도 보호해야할 대상 교원들은 교권 침해 사건이 매해 증가하는 가운데 학생들의 권리 강화로 앞으로 교권이 더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교권침해 문제는 한국교총이 매년 발간하는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교권침해 사건 중 학생 및 학부모의 폭언, 폭행, 협박 등 부당행위가 2001년 12건, 2002년 19건에 불과했으나, 2006년 89건, 2007년 79건, 2008년 92건, 2009년 108건으로 10년 사이 약 9배나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도 2006년에 63건이었던 교권침해 사례가 2007년 89건, 2008년 162건, 2009년 161건으로 지난 4년 동안 1.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수룡 수석교사는 “그렇지 않아도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있고 교권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 인권만 강조하다 보니 학교에서 교사들은 어떤 것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학생들이 인권조례가 있듯이 최소한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할 권리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의 징계 세분화하고 강화해야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현재 학생의 징계 수준과 단계를 더 세분화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행 「초 · 중등교육법시행령」 제31조에 학교 내의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퇴학처분 등이 규정되어 있지만 퇴학의 경우는 의무교육대상자(초 · 중학생)가 아닌 고등학생의 경우에만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징계에 대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에는 학교폭력을 제외하고는 아무리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더라도 ‘특별교육이수’가 최대 징계조치여서 징계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반대로 고등학교의 경우 퇴학 전 단계의 징계조치가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석진 대전 송촌중 교감은 “대부분이 다 잘하는 학생이고 이들의 권리는 지켜져야 하지만 본인의 행동으로 모든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하는 나쁜 학생들로 인한 폐해는 최소한 막아야 한다”면서 “현재 중학교의 징계규정을 벌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없는 상황에서 교사가 통제할 수 없다면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더 강력한 징계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체벌 금지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처럼 문제 행동의 정도에 따라 방과 후 잔류, 교육활동 배제, 출석정지, 전학(강제전학) 등 다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교총이 교원대상(452명)으로 지난 8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징계사항으로 출석정지를 신설하더라도 ‘학생의 학습권 및 교사의 교수권 보호’에 충분하다(38.9%, 179명)는 의견보다는 불충분하다(58%, 267명)는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난 바 있으며, 불충분하다고 응답한 경우 ‘출석정지’ 이외에 대안 방법으로 높은 의견은 학부모소환(26.3%), 생활기록부 기재(19. 6%), 강제 전학(17.4%)순으로 나타난 바 있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학교에서 상담이 강조되면서 학생들에 대한 학교의 징계는 사실상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며 “학교 내의 봉사, 사회봉사에 그치는 솜방망이 징계로 생활지도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 학생 대응 절차 담은 명확한 매뉴얼 필요 교원들은 현장에서 생활지도를 하는 데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문제 학생 지도 시 처벌 허용 범위와 절차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곽태훈 경기 수원 태장중 교사는 “경기도 학교 현장은 지금 우왕좌왕 하고 있다”면서 “대체로 조례로 인해 학생 지도는 해봐야 교사들만 손해라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그는 “혼란을 겪지 않도록 정말 학교 현장에 필요한 것은 ‘대충 이렇게 하라’는 피상적인 내용보다 상황별로 명확한 절차와 대응방안, 구체적인 처벌 방법까지 담은 매뉴얼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사실상 현행법상 퇴학처분이나 정학이 불가능한 중학교의 경우 사회봉사가 최고 처벌인데 정확히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사회봉사를 받을지까지 매뉴얼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상담교사 배치, 지자체 연계 교육도 더 이상 학생 생활지도 문제는 학교에서만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해서 풀어야 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중 · 고 교사들은 보통 교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을 뿐 학생 생활지도는 또 다른 노하우와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현실적으로 교사가 문제 학생을 지도할 방법이 없다면 이 학생들을 전담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전문상담교사 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학교에서 해결되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이제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면서 “지자체와 연계해 문제 학생을 교육할 별도의 센터를 마련해 위탁 교육하거나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동지도시스템을 계획하는 등의 장기적인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원들 “앞으로의 학교, 더 걱정스럽다” 이외에도 운동장을 돌거나 벌을 세우는 등 가벼운 체벌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체벌금지, 교육적 지도보다 학생들의 권리가 중요해지는 학교 현장의 앞날은 더 문제라는 교원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오석진 교감은 “중 3보다 1〜2학년 지도가 더 힘들고, 초등도 이전에는 5〜6학년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4〜5학년부터 지도가 어렵다고 할 정도로 점차 교사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의 연령이 내려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나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탄하는 교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수룡 수석교사 역시 “교직 경험이 적어 여러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신규교사, 저 경력 교사의 경우가 더 큰 문제”라며 “원래도 생활지도, 학습지도에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현실적으로 언론에서 체벌 전면 금지가 대대적으로 발표되고 난 후에는 교실이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규 교사도 “그렇지 않아도 학교 현장에는 생활지도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어 있는데 이제는 남다른 소신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아이들 생활지도를 하고 바른길로 이끌겠다고 나서는 교사가 줄어들 것은 자명한 이치”라면서 “학교 현장에서 학생 생활지도를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생활지도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교사들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 것인지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 이상미 smlee24@kfta.or.kr
연방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최정상을 향한 레이스 정책을 통해 막대한 예산이 분배되는 만큼, 제1〜2차 선정 기간 동안 각 주에서는 대상지역으로 선정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특별팀을 꾸리면서까지 혁신적인 제안서를 만들고자 애쓰기도 했다. 특히, 제1차 선정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뉴저지 주의 경우, 제2차 선정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야심찬 계획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의 성취수준에 따른 교사 성과급제를 제안했다. 학생들의 시험 점수에 따라 교사의 성과급 및 단위학교 교육재정 지원금에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다. 뉴저지 주는 또 성적부진 아동이 밀집되어 있는 교육 취약 지역에 자원해 근무하는 교사들에게 성과급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아울러, 주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 성과급 체제를 마련해 성과급 예산의 절반을 교사, 교원팀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각 학교에 지급해 재량에 따라 교직원 혹은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교사들에게는 마스터 교사/교장(Master teachers/Principals) 칭호를 부여할 계획이었다. 뉴저지 정부가 지난 5월 이러한 계획을 발표했을 때, 교사 간의 경쟁분위기 조성이 학교 전체 분위기에 해가 될 수 있으며, 교사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우려를 표명하는 반대 입장도 있었다. 그럼에도 주 정부가 이러한 계획을 세운 데에는 교사 및 학생의 성과에 대해 보상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 것이 학교교육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가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뉴저지주가 ‘최정상을 향한 레이스’ 제2차 선정 결과에서 또다시 고배를 마시게 됨으로써 교사성과급제의 전면 도입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뉴저지주의 교육개혁 안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가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개혁안의 실행에 필요한 예산의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과 교사의 성과급을 학생의 성취와 연결시킴으로서 교수와 학습의 과정을 지나치게 물질화할 수 있다는 점 등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과연 이 교사 인센티브제도가 학생의 성취 향상에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지에 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PART VIEW] 그러한 가운데 최근 2010년 9월 워싱턴포스트 지가 인용한 보고서가 흥미롭다. ‘교사 인센티브제도에 대한 실험적 검증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의 학업성취 향상을 위해 도입되고 있는 교사 성과급제도가 사실상 학생들의 시험점수 향상에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3년간에 걸쳐 테네시 주 네쉬빌 공립학교 수학교사를 대상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교사성과급 시행이 학생의 성취향상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과학적으로 엄정한 첫 평가로, 교사들에게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학생들의 성취를 높이는 데 충분하지 않지 않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한다. 학생들의 학업성취 향상을 위해 교사들에게 최고 미화 1만 5000불까지의 성과급을 제공해 보았지만 이 인센티브가 학생들의 학업 성적을 유의미하게 향상시키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학생의 성취에 따른 교사성과급제도를 여전히 지지하는 측에서 해당 연구의 결론 도출 과정이 지나치게 편협해 전체적인 교사의 직무능력향상 측면이나, 인센티브가 교사의 직업 안정성과 우수 교사모집에 미치는 영향 등 해당 제도의 핵심적인 목적에 대한 교육적 분석을 결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교사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학생들의 주요교과에 대한 기본적인 성취수준의 부족이라는 미국 공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마술 지팡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 박희진 미국 피츠버그대 국제교육연구소 연구원
최근 통계에 따르면 1950년대 10여 명에 불과하던 외국 유학생이 2009년 기준 190여 개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이 중국 전국 31개 성, 자치구, 직할시의 610여 개 대학에 24만 명에 이를 정도로 그 규모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외국 유학생 규모는 중국의 국제적인 위상에 비해 미미하지만 최근 중국으로 유학을 오는 유학생 비율이 매년 17%, 약 3만 명씩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외국 유학생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중국 정부는 외국 유학생 유치를 위한 10년 장기 계획을 국내외적으로 공포했다. 지난 9월 말 중국 교육부는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유학업무 회의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중국유학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날 발표된 계획에는 2020년까지 아시아 최대의 유학생 유치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담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한 해 동안 대학 및 초 · 중 · 고에 50만 명의 외국 유학생을 유치할 것이며 그 가운데 대학으로 유치하는 외국 유학생 수를 15만 명으로 잡고 있다. 중국유학계획은 그동안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흐름과 함께하면서 세계와 연결한다는 창조적인 생각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대학입시 준비 과정인 예과제도를 완비해 중국에 유학 온 학생들이 대학 입학 시 필요한 전공 학습의 표준을 만들 예정이다. 또한 중국 유학 교육기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외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탄력적인 학제를 운영하도록 하는 것을 장려해 다양한 형태의 유학생 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각 대학에서는 중국어로 수업을 받는 전문적인 전공을 만드는 데 힘쓰는 동시에, 일정 부분은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학위 과정도 개설할 계획이다. 중국유학계획은 또한 교사의 자질을 향상하기 위한 여러 방면에서의 요구도 담고 있다. 교사 및 교수들의 외국어를 사용한 교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기로 했으며, 교사업무 성적에 대한 평가 방법도 정비하기로 했다. 또한 외국 유학생에 대한 교육조건을 강화하고, 외국 유학생들을 관리하는 업무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며, 동시에 학교의 합리적인 위치 선정과 외국 유학생들을 위한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러한 계획 하에 중국은 이미 35개 국가와 학력 및 학위증서 상호 인정에 대한 협약을 마쳤다. 이는 중국 대학교육의 질이 국제적으로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인가를 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으로의 유학을 원하는 외국 유학생들을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증가되고 있음도 의미한다. 이 외에도 해외 유학생들의 중국 유학의 흡인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학계획은 유학 학생들의 의료보험 체계를 정비하고, 중국에서 혼자 돈을 벌며 유학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편리를 제공하며, 중국에서 유학한 유학생들의 동문회 설립을 돕는 것 등에 대해 명시했다. 최근 중국 대학교들은 영어 강의를 진행하는 수업을 점차 늘려가고 있으며, 유관 기관에서는 외국 유학생 관리 제도를 완비해 나가고 있다. 각 대학의 수업, 생활조건도 점차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각급 공안의 입출국관리 부문과 위생검역 부문은 외국 유학생들을 위해 양질의 비자제도 및 위생검역 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PART VIEW] 또한 외국 유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체계를 완비해 보다 많은 외국 유학생들이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미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장학금 제도를 마련해 금융위기로 곤경에 처한 자비유학생에 대한 금전적인 보조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처럼 중국은 국내 교육개혁의 완성과 더불어 해외 인재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여, 중국어, 중국 문화 등을 배우게 하고, 이로써 점차 중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 김정호 서울 백석초 교사
독일은 매년 장애인 약 2억 6천만 유로를 특수학교에 투자한다. 그러나 투자 결과에 대한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함부르크 대학 학습장애 교육과 한스 보켄 교수는 “학생이 특수학교에 오래 다니면 다닐수록 맞춤법도 더 많이 틀릴 뿐만 아니라 지능지수도 낮아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수학교 교과 과정은 매우 빈약해서 학생들에게 학습동기를 부여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북부의 도시 브레멘이 장애 학생 통합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예로 브레멘 오버슐첸트룸 학교는 시범적으로 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 통합 학급 운영을 시작했는데 5학년인 이 반은 영재부터 학습장애 아동까지 모두 함께 공부한다. 통합교육의 기본은 학생 각각 다른 개인 학습 계획표다. 각 학생의 수준에 맞춰 학습계획표를 짜서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게 하며 교사가 점검하는 식인데 최근 가장 현대적이며 개혁적인 교육 방식으로 통하는 학습방식이다. 이러한 학습 방법을 통해 장애학생도 일반학교에서 학습이 가능하다. 장애아동 교육문제는 사회문제인데 2010년 독일 국민교육 보고서의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반 아동의 학부형에 비해 장애아동 학부형의 교육수준이 낮고, 실업자율도 높아서 그만큼 가정에서 많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는 장애인 통합교육을 시작한 브레멘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브레멘 시 교육 담당관 레나테 위르겐피퍼에 따르면 특수학교 학생의 90%가 저학력이고 저소득층이다. 이번에 신설된 브레멘에 생긴 통합학교에 장애 학생을 보내기로 한 학부모가 60%다. 실비아 코르드도 학습 장애로 판명된 딸 샤론(11)을 통합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샤론은 읽기는 하지만 쓰기를 하지 못하는 학습 장애 아동이다. 샤론 어머니는 “샤론이 중학교 졸업을 했으면 해서 집에서 지원할 수 있는 한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라고 말한다. 그녀도 실업수당을 받는 어려운 처지에 건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브레멘 오베슐첸트룸 교장 게르트 멘켄은 “통합학교 콘셉트는 부모의 지원뿐만 아니라 우수학생이 함께 학습하도록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우수학생들의 부모들에게 통합교육을 하자는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PART VIEW] 이 통합학급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 모하메드(10)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우리 아들이 통합학급 때문에 학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하곤 했지만 아이들의 공부를 돌봐주는 교사 수가 두 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런 걱정을 떨쳐 버렸다”고 했다. 물론 통합교육에 불신과 회의를 품는 학부형들도 있다. 올해 통합학급이 설립되었는데도 특수학교에 보낸 나머지 40%의 학부형들 중 하나다. 볼프강 슈나르스는 “도대체 그런 통합교육이 어떻게 가능하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는 지체 장애가 있는 아들 안드레를 특수학교에 보냈다. 통합학교 대신 특수학교를 선택한 또 다른 학부형은 “나는 우리 아이가 실험 대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은 이미 1학년을 두 번 다녀야 했다. 학습 속도가 느려 따라가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이 우리 아이에게 ‘바보 오네’라고 놀리는 것을 들었다”면서 아이를 정규학교 대신 특수학교에 보내는 이유를 밝혔다. 특수학교 교사들도 특수학교의 보호된 공간이 아이들에게 더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장애학생들이 일반학교에 다니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는 것이다. 특수교육을 위해 훈련된 교사들이 아이들의 요구에 맞춰 돌보고 교육하기 때문에 특수학교가 장애 학생에게 더 나은 교육 기관이라고 주장한다. 이렇듯 장애학생 통합교육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지만 독일은 장애인 통합교육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앞으로 통합교육 성공 사례가 쌓이면 지금까지 특수학교에 지원되던 예산이 통합교육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 한주연 자유기고가
건조한 공기가 부르는 피부건조증 겨울철 건조한 공기는 각질층의 수분을 빼앗고, 낮은 기온은 피부의 지방샘과 땀샘을 위축시킨다. 건조해진 피부에는 전기스파크가 일어나기 쉬운데, 이 전기스파크는 피부를 자극해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피부건조증은 피부가 건조해지고 거칠어지면서 각질과 가려움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주로 허벅지, 종아리 등 다리나 팔 부위에서 먼저 나타나 전신으로 퍼져 온몸을 심하게 긁게 된다. 냉찜질, 연고 등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예방이 우선이다. 피부건조증이 발생한 부위를 심하게 긁으면 2차 염증이 생겨 세균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반복 자극에 의한 피부염이나 소양성 결정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 없이 스테로이드 연고를 남용하면 홍조, 혈관확장, 피부위축 등의 피부 부작용을 유발해 오히려 병을 키울 수도 있다. 샤워는 하루 1회 15분 이내로 피부건조증은 피부에 수분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인만큼 충분한 수분섭취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하루에 8잔 이상의 물을 마시고, 과일이나 채소 등을 통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때를 밀거나 뜨거운 목욕은 피부를 자극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하루 1회 15분 이내의 샤워를 한다. 샤워나 세안 후 보습제를 사용하면 피부 속 수분을 유지하도록 도울 수 있다. 실내 온도는 18~20℃정도를 유지하고,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빨래를 널어두는 방법 등으로 60~70%의 습도를 유지하자. 환절기 피부 관리 TIP 1. 하루 8잔 이상의 물을 마신다. 2. 과일이나 채소 등을 통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한다. 3. 샤워는 1일 1회 15분 이내로 한다. 4. 샤워 및 세안 직후 보습제를 사용해 피부 속의 수분손실을 막는다. 5.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 (온도 18~20℃, 습도 60~70%) 6. 피부를 자극하지 않는 면소재의 옷을 입는다. 마른 입술도 피부병 될 수 있어 환절기 날씨에 고통 받는 것은 피부뿐만이 아니다. 입술은 건조하고 추운 날씨나 외부 자극에 의해 쉽게 마르고 갈라진다. 입술과 주위의 피부는 다른 곳 보다 두께가 얇고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땀샘과 피지선이 없어 찬바람에 손상되기 쉽다. 입술은 쉽게 건조해지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으로 지나갈 수 있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장기간 증세가 낫지 않고, 매년 반복될 수 있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건조한 입술에 무의식적으로 침을 바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더 많은 수분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소화효소로 인해 염증까지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심할 경우 박탈성구순염 등으로 악화돼 수년 간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구순염 역시 입술의 수분을 유지해주는 것이 가장 큰 예방법이다. 입술의 마른 느낌이 지속된다면 입술 보습제를 사용해 입술이 트거나 갈라지기 전에 예방을 해야한다. 또 입술을 깨무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 습관을 자제해야 하며, 만약 구순염이 몇 년간 지속된다면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피부염과도 상관관계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진료 시 의사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도움말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김일환 교수
‘수도(水道)’ 혈자리에 대해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 인체 내에서 수액을 운반하는 수도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논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개시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강줄기로부터 논까지 물을 대기 위해서 물길을 만듭니다. 수도라는 명칭처럼 이 혈자리는 물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 몸의 물길과 연관 깊은 수도 혈 우리 몸의 가슴, 배 부분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3개의 혈자리가 물과 관련되어 있는데 그 혈자리는 바로 수돌(水突), 수분(水分), 수도(水道)입니다. 각각 상, 중, 하의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중국의 의학서인 황제내경에서는 “삼초는 결독지관(決瀆之官)으로 여기에서 물길이 나온다”고 합니다. 여기서 결독은 물길이 소통되는 것을 의미하고 삼초는 이 물길을 통제하고 조절하며, 우리 몸의 수액을 총괄하는 역할을 합니다. 삼초 중에서는 하초가 가장 특별합니다. 방광은 주도지관(州都之官)이라고 합니다. 사실 주도는 옛날에는 강 가운데의 모래톱을 의미하며 물 가운데에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곳을 지칭합니다. 방광은 삼초의 수액이 모두 한꺼번에 모이는 곳으로, 삼초위 수액은 모두 이곳에 모여서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수도혈은 방광의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광의 수액을 운송하고 기화시키는 작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젊은 여성들에게 좋은 혈자리 수도는 물을 다스리는데 좋습니다. 일체의 수액과 관련이 있는 문제 즉,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문제나 삼초에 열이 모이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습니다. 또 이곳은 여성에게는 복음과도 같은 혈자리이기도 합니다. 특히 월경통이 있는 젊은 여성들에게 더 좋습니다. 매월 월경 전 수일 동안 소복부를 꿰뚫는 통증에 시달리는 증상의 원인은 월경의 경로가 찬 기운으로 인해 기가 정체되거나, 막혀 있거나 또는 경혈(經血 · 생리혈)이 장애를 돌파하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PART VIEW] 이러한 고통은 피할 길이 없는데 이럴 때 가장 중요한 해결방법은 바로 물길을 소통시키는 방법입니다. 자궁 내에서 떨어져 나온 혈액이 순조롭게 체외로 배출되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우리 몸의 수도혈은 의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등공신입니다. 수도혈은 배꼽으로부터 옆으로 2촌 아래로 3촌 떨어진 곳에 있는데 이곳을 가볍게 눌러 주시면 됩니다. 만약 안마를 싫어하거나 번거롭다면 따뜻한 물주머니를 준비해서 매달 월경 전 며칠 동안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수도혈 자리에 10〜30분 정도 놓아주십시오. 동시에 손바닥으로 가볍게 자극해 주면 효과가 배가됩니다. 이번 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재테크의 동상이몽 ‘부채’ 코스피가 1900선을 오락가락하고, 시중 은행 금리가 2%대로 접어들면서 저금리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물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돌고 있다. 현재 시중에 풀려 있는 유동성도 500조 원에 이른다는 이야기로 인해 적은 이자를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도 연일 회자되고 있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 확장 통화 정책의 일환으로써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게 된다. 금리가 낮아지면 자금의 조달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에 자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이로 인해 투자가 증가하면서 시중에 자금이 늘어나게 된다. 조금만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렇게 저금리인 환경에서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부채에 대한 고금리의 금융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채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 실리적인 의사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환경이 계속 지속되다 보면 싼 이자로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다. 약간의 수익만 낸다고 가정하더라도 저렴한 금융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또 다른 투자의 거품을 부를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 된다. 불과 2년 전 거품 붕괴로 고생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또 다른 거품을 조장하고 있는 현 상황은 마치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형국’임에도 금융 당국은 물론이고, 이러한 환경에 노출된 일반인들 사이에는 쉽게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버린다. 빨간 불이 들어온 가계 부채, 더 이상의 비상구는 없다 10월 14일 신용평가회사인 한국신용정보(NICE)는 채무건전성지수가 지난 6월 말 현재 74.8로 2분기 연속 80을 밑돌았다고 밝혔다. 채무건전성지수가 80 아래로 떨어지면 부실 우려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즉 가계 빚이 6개월 째 위험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등 빨간 불이 켜졌다는 얘기다. 저금리는 투자를 활성화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정책의 일환이지만, 양날의 검인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이라는 또 다른 변수를 시한폭탄처럼 함께 가지고 있다. 현재 시중에 지나치게 풀려 있는 유동성은 가파른 물가 상승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석 이후 배추를 포함한 각종 야채 값과 물가의 폭등을 경험했듯, 가정에서는 당장의 소득 증가도 없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계 부채의 이자 비용으로 인한 고정 비용 증가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의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PART VIEW] 현재 8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를 적자 구조인 가정이 버티지 못 하면 올해 초처럼 자산 투매 현상이 나타나 자산 시장이 붕괴되고, 결과적으로 자산 가격의 급락으로 인해 늘어난 가계 부채와 올라버린 물가로 가계의 현금 흐름은 더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부채 상환에의 전력투구 이 지경인데도 불구하고, 저금리를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가 마치 대세인 양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정 경제에 있어서 적자 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은 고정적인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 중에서 특히 부채 관련된 금융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함은 두말 할 나위 없다. 만약 부채가 여러 개라면 우선 상환해야 하는 것은 고금리 부채이지만, 이자율이 비슷하다면 금액이 적은 것부터 상환하면 된다. 부채 개수가 줄어들면 부채 상환이 해결되고 있다는 생각에 상환에의 동기 부여가 더 견고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또는 즉흥적으로 결정한 투자는 미래의 수익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에 가깝다고”고 투자 분석가인 벤자민 그레이엄은 조언한다. “더군다나 빌린 돈으로 주식투자를 한다는 것은 투기와 같다”고 덧붙였다. 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져 아무리 투자하기에 유리하다고 하더라도, 투자에 적합한 그 어떠한 금융 환경 속에서도 투자로 인한 부채는 빚으로 남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재고해 봐야 하는 이유다. | teresa_kim@hanmail.net
합격한 아이들의 해이해진 마음이 막바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앞섰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시모집에 합격한 아이들을 무작정 귀가시키자니 그것도 문제가 많다. 그렇지 않아도 들뜨는 연말연시에 입시에 대한 해방감으로 아이들의 행동이 무질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교의 경우, 아이들 대부분이 수시모집에 합격한 상태였기 때문에 수능시험을 꼭 치러야 할 아이들은 실제 20%에도 못 미쳤다. 그래서 수시모집에 합격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특별 프로그램을 짜서 운영하는 등 수시모집에 합격한 아이들의 생활지도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대학진학지도로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이러한 부작용을 알면서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시 · 도교육청은 수시모집에 합격한 아이들이 수능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최근 2학기 수시모집 전형에서 전문대를 포함해 4년제 대학 세 군데에 합격한 한 여학생이 담임인 내게 우스갯소리로 한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선생님, 수능시험 꼭 봐야 하나요? 그리고 시험을 보지 않으면 수능응시료 환급해줘야 하지 않나요? 돈 때문이라도 시험 봐야 되겠죠?” 사실 수능원서 접수일이 수시모집 전형일보다 먼저 있기 때문에 대학합격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응시료를 내면서까지 수능원서를 제출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국가는 수시모집에 합격한 아이들이 수능시험에 응시하지 않을 경우 전형료의 일부라도 돌려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수시모집에 지원할 기회를 많이 부여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학부모가 부담해야 할 전형료 또한 만만치 않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수도권 일부 사립대학이 2011년 수시모집 전형료로 벌어들인 수익금이 무려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국가와 대학이 수험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장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ART VIEW] 이번 수시모집에 12개 대학에 지원한 우리 학급의 한 아이는 수시모집 전형료로 약 80여만 원의 돈을 지출했다. 더군다나 지원한 모든 대학에 면접과 논술을 보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까지 가는 경비를 더하면 수시모집에 지출되는 총비용이 무려 100만 원이 훨씬 넘어 학부모의 부담이 이루 말할 수 없다. 학부모의 부담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국가 차원에서 명확한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원인과 결과의 다양한 관계 어떤 이야기를 듣고 나서 우리는 ‘과연 그럴 수 있겠군’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앞뒤가 안 맞는 엉터리군’ 하고 반발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감상이나 평가에 관여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개연성 또는 인과성이다. 개연성은 절대적으로 확실하지 않으나 아마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성질을 가리킨다. 전통적인 논리학에서는 그럴 것 같다고 여겨지는 정도를 수량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경우를 개연성이라고 정의한다는데, 오늘날의 학문에서 보자면 이것은 수학의 확률이나 철학에서 말하는 ‘확실성’에 해당할 것이다. 한편 인과성은 원인과 결과가 맺는 규칙적인 관계를 가리킨다. 그런데 물리학처럼 둘 사이의 필요충분조건을 인과성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생물학처럼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필요 또는 충분조건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간암의 원인으로 흔히 지나친 술 담배를 거론하지만, 술, 담배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도 간암에 걸릴 수 있다. 즉, 술, 담배는 간암의 필요충분조건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 둘 관계를 딱히 인과성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보면 개연과 인과는 원인과 결과의 다양한 관계를 나타낸다. 개연성과 인과성은 학문적으로 매우 중요한 개념 범주에 해당하며 우연성, 가능성, 필연성 같은 개념과도 관계가 깊다. 여기에서는 특히 문학과 역사를 둘러싸고 두 개념을 통해 드러나는 문제의식과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자. 인과 관계로 이루어진 서사의 구조 사건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서사문학에서 개연과 인과는 핵심을 차지한다. 서사에서는 시간적 질서가 무척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인과적 질서도 중요하다. 서사의 모든 요소는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알기 쉬운 예를 들자면, “왕이 죽고 왕비가 죽었다”는 시간적 질서만 나열한 것이다. 그러나 “왕이 죽자 왕비가 죽었다”는 두 죽음 사이에 모종의 인과 관계가 있음을 슬며시 내비치고 있다. 전자는 서사에 못 미치지만, 후자는 서사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일어난 사건들을 시간적 순서로만 나열한다면 단순히 사건의 기술에 그칠 것이다. 어떤 사건의 기록으로서 날짜별로 찍어놓은 필름 다발이 곧바로 다큐멘터리 영화가 될 수 없는 이치와 똑같다. [PART VIEW] 서사작품은 인과성이 있어야 비로소 플롯이 성립한다. 독자들은 사건의 발단부터 그 결과에 이르는 일련의 경위가 ‘그럴 듯하게’ 즉 ‘인과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묘사되어야 서사의 구조를 파악하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이른바 서사의 문법을 일부러 거스르거나 새로운 실험에 치중한 작품을 읽고 나서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는 독자의 반응은 바로 서사의 구조를 파악하지 못한(혹은 파악하지 못하게 한) 데서 오는 불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과성은 항상 명시적으로 드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은 인과 관계를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벌어지는 사건의 연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과 관계를 짐작한다. 작가가 던져주는 상황과 행동을 통해 독자는 인과 관계를 추적하고 상상하는 서사적 추론을 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독서를 통한 작가와 독자의 대화일 것이다. 서사 속의 인과성과 개연성 서사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을 초래하는 인과의 연쇄가 끊없이 펼쳐지는데, 이에 대한 설명이나 암시가 굳이 없더라도 상황과 조건의 설정이나 인물 및 사건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 서사의 관습이다. 이를테면 동화를 들려주는 동안 어린아이가 천진난만하게 수없이 ‘왜?’ 하고 따져 물으면 당황하기 십상인 것과 마찬가지로, 서사 속의 인과 관계를 엄밀하게 일일이 따지고 든다면, 서사를 독해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하지만 실은 서사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 같은 우연적 요소는 재미를 유발하는 첩병이기도 하다. 근대소설의 효시이자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독자를 끌어 모았던 무정에는 난데없이 주인공들이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이 속출한다. 이러한 우연의 남발은 오늘날에도 꾸준히 TV드라마 같은 장르에서 ‘효율적으로 툭하면’ 동원되고 있다. 또한 옛이야기, 동화, 신화 등 환상성이 풍부한 장르에도 인과 관계라는 기준을 들이대는 일은 확실히 무리다. 이렇게 우연성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문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건에 있다기보다는 ‘그럴듯하지’ 않은 일이 많이 발생한다는 데 있다. 서사의 관습에 익숙한 독자에게 어떤 존재나 사건의 원인이 확실하지 않아 우발성(Contingency)이 강한 서사 작품은 무척 불편한 느낌을 줄 것이다. 사실 대중성이 강한 작품일수록 단순하고 알기 쉬운 인과관계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인과 관계에 기초한 서사적 질서가 작품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함에도, 그것이 반드시 작품성의 우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인과 관계는 서사 속의 사건이나 행동을 독자가 수긍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여기에서 ‘그럴 듯함’, 즉 개연성(Probability)이 나온다. 이렇게 보면 개연성이란 인과 관계가 적절하게 설정되어 인간의 이성이나 감정에 호소하는 힘을 가졌을 때 발현되는 성질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개연성은 인과성보다 더욱 넓고 느슨한 인과 관계를 가리킨다. 아전인수 격 인과 관계 과연 어떤 사건의 원인이 ‘바로 그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모르는 것에 대한 불편함, 다시 말해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다는 편안함과 안도감 때문에 우리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마음대로 꾸며내는 것은 아닐까? 특히 역사 서술이나 역사 담론에서는 자기중심적인 관점으로 역사적인 사건을 해석해 그 속에서 아전인수 격으로 인과 관계를 끌어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를테면 프로이센이 프랑스와 보불전쟁(1879~1871)을 치르고 승리를 거둠으로써 독일제국을 성립시켰을 무렵, 독일에서는 자신들의 군사적 승리를 독일 문화의 승리로 치환하는 풍조가 만연했다. 철학자 니체는 이러한 풍조에 동조하는 지식인을 ‘교양 속물’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니체는 당시 프랑스와 치른 전쟁이 독일에 미친 나쁜 영향 가운데 다음과 같은 착각이 보급된 것이 가장 최악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바로 그 전쟁에서 독일 문화가 승리를 거두었고, 그래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사건과 성과에 월계관을 씌워야 한다는 여론이었다. 그리하여 니체는 ‘커다란 승리는 커다란 위험’이라고까지 단언했던 것이다. 인과성이라는 역사의 병 니체는 왜 ‘승리’를 가리켜 ‘위험’한 것이라고 했을까. 그것은 어쩌다 얻은 승리의 원인을 사후에 갖다 붙임으로써 마치 승리가 그 원인의 결과라는 식으로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과거라는 원인은 현재라는 결과를 낳고, 그 현재가 원인이 되어 미래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논리, 즉 모든 것은 역사의 필연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사태를 합리화하기에 이른다. 니체가 보기에 ‘교양 속물’들이 떠들어대는 인과성이야말로 ‘역사의 병’이 아닐 수 없었다. 인과성은 가장 믿기 쉬운 것에 위대한 사상을 심어놓고 그것을 더욱 위대한 사상으로 발전시키는 논리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과성에 의해 성립하는 것이 곧 역사의 필연이라면, 이 인과성의 기만이야말로 비판과 폭로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실은 주관적으로 갖다 붙인 허구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확실한 원인으로서 ‘나’를 상정한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행동한다고 여긴다는 것은 ‘내’가 원인이 되어 사고나 행위라는 결과가 생겨난다는 말이다. 요컨대 원인과 결과의 ‘직접적 확실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나’를 주어로 삼는 모든 사유다. ‘나’라는 허구가 ‘역사의 병’을 낳는 것이다. 이번 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소인족의 탄생 마루 밑 바로우어즈 어릴 적 잠자리에 누워 뒤척이던 밤이면 어디에선가 도란도란 정체모를 소리들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가만히 숨죽이고 있으면 발소리 같은 작은 움직임들이 느껴지는 듯도 했다. 그러다 몸을 한 번 뒤척여서 돌아누우면 어느새 쥐 죽은 듯 조용해지는 그 밤의 묘한 고요함이란…. 그렇게 내 방의 작은 세계에서, 낮 동안 숨죽이고 있던 사물들이 밤새 살아서 움직이는 상상을 하곤 했다. 늘 조용한 말상대가 되어주던 인형들, 그리고 책상 밑의 세계에 사는 이름 없는 존재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을 거라는 그런 공상을 나만 한 건 아니었나 보다. 영국의 동화 작가 메리 노튼은 ‘만약 인간과 똑같은 작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집 안에서 바늘과 우표 같은 것이 자꾸 없어지는 건 그들이 그 물건을 가져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공상에 빠지곤 했다.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생활이 어려워지고 자유를 침해받게 되자 집필활동에 들어간 노튼은 지하에서 살고 있는 ‘바로우어즈(Borrowers)’라는 소인족을 창조하게 되고, 1952년 마루 밑 바로우어즈라는 동화를 발표했다. 바로우어즈 종족은 키는 연필만하고 생김새와 생활 방식은 인간과 똑같다. 그들은 훔치는 것을 ‘빌리는 것’이라 말하고, “버터가 빵을 위해 존재하듯이 인간은 바로우어즈를 위해 존재한다”고 우기며, “세상의 중심은 바로우어즈다”라고 큰소리를 치는, 작지만 자존심 강한 종족이다. 책에서 이 마루 밑 지하 소인들의 세계는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부엌 마루를 천장삼아 숨어 살면서 골무를 냄비로, 병뚜껑을 세숫대야로, 수프 그릇을 욕조로 삼는 그들의 생활은 꽤 흥미롭다. 그러나 동화라고 해서 밝은 이야기만 담긴 것은 아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이 책을 집필한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아기자기한 동화 속 곳곳에 전쟁에 대한 비판과 그로 인한 공포, 그리고 생존에 대한 염려와 인간 문명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공존을 이야기하다마루 밑 아리에티 올해 칠순이 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메리 노튼의 이 소인족 이야기를 원작으로 신작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를 만들었다. 지하에서 살아가는 ‘바로우어즈’들의 세계를 꼼꼼한 수작업으로 실감나게 되살려내 아이들의 상상과 어른들의 추억을 환기시킨다. 물론, 이번엔 요네바야시 히로마사라는 젊은 신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극본과 기획에 참여한 미야자키의 감성은 영화의 곳곳에 잔잔히 스며들어 있다. 미야자키 월드에서 그 소재나 스케일로 볼 때 소품에 속하는 이 영화는 푸르디푸른 어느 여름날에 일어난 사춘기 소년소녀의 동화 같은 만남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청량함과 애잔함을 선사한다. “그해 여름… 엄마가 말했던 소인을 만났다”라는 소년 쇼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소년의 기억을 따라가고 있지만, 그 중심에서 생기를 부여하는 것은 사랑스러운 소녀 아리에티와 그의 가족들이 펼치는 모험이다. 아리에티는 이제 14살이 된, 한 작고 예쁜 소녀의 이름. 용감하고 총명하며 맑은 눈을 가진 이 소녀는 키가 10㎝ 밖에 안 되는 소인이다. 아리에티 가족은 마루 밑에 숨어 인간의 물건과 생필품을 빌려 살아가는 ‘바로우어즈’족이다. 증조부 때부터 한 집에 보금자리를 틀어온 아리에티 가족은, 심장 수술을 앞두고 외갓집에 요양 온 소년 쇼우가 정원에서 아리에티를 발견하면서 큰 위기를 맞는다. 어려서부터 심장병을 앓아온 터라 또래 친구 하나 없이 책에 파묻혀 지낸 쇼우는 나이답지 않게 속 깊고, 웬만한 일에도 놀라지 않는 12살 소년이다. 아리에티네 가족의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인간들의 살림을 빌리는(?) 것이다. 밤에 사람들이 잠들었을 때 몰래 가져오지만 ‘훔치기’가 아닌 ‘빌리기’라고 말한다. ‘훔치기’와 ‘빌리기’의 차이는 그 행위를 바라보는 시각에 의해 규정된다. 원작자와 감독은, 이 바로우어즈의 행위를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유분의 물건을 나눠 쓰는 것으로 본다. 휴지나 비누, 각설탕 같은 아리에티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생필품은 인간의 세계에선 아주 사소한 물건들이다. 그것의 일부분, 딱 필요한 만큼만 소량을 가져다 쓰면서 아리에티 가족은 인간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그런데 이 ‘빌리기’는 바로우어즈에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집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덩치만한 생필품을 운반해오는 일은 에베레스트 등정만큼이나 험난한 일이다. 가장으로서 늘 이 일을 담당해오던 아리에티의 아빠는 14살이 된 딸에게 비법을 전수하고자 마음먹는다. 아직 어린 아리에티는 첫 빌리기 모험이 두렵지만, 기대되기도 한다. 영화는 아리에티가 아빠와 함께 나선 첫 여정을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양면테이프를 신발 바닥에 붙여 높은 곳을 올라가고, 밧줄 끝에 고리를 달아 암벽 등반을 하듯 이동하며, 갖가지 소품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그 여정에서 긴장과 설렘의 교차로 볼이 빨개진, 실수를 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아리에티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또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앞으로 혼자 남게 될지 모를 딸의 미래를 위해 힘든 교육을 시키는 아빠와, 그런 아빠 마음을 깨닫게 된 딸, 그들 부녀 사이의 애틋한 정이 느껴져 흐뭇한 동시에 짠하다. 동심이 가르쳐주는 우정과 배려 아리에티가 위험에 처했을 때 쇼우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도움을 준다. 아직 어린 탓에 일처리를 완벽히 못해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소년의 진심은 소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사춘기 소녀 아리에티는 친절한 소년이 내미는 호의의 손길에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부모의 걱정에도 쇼우를 향한 호감을 숨기지 못하는 아리에티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부분에선, 어김없이 미야자키 감독의 장기가 드러난다. 중요한 첫 모험을 앞둔 아리에티가 사람들의 눈에 띌 염려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빨강색 옷을 입고 거울 앞에서 빨래집게로 머리를 올린 다음 꼼꼼히 매무새를 들여다보는 것은 알게 모르게 쇼우를 의식한 행동으로 보인다. 둘 사이에 직접적인 로맨스가 없음에도 아리에티의 설레어 하는 모습과 쇼우의 사려 깊은 배려는 시너지 작용을 해서 영화 전반에 풋풋한 첫사랑의 긴장감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그 순수함에도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일원인 쇼우는 온전히 바로우어즈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진 못한다. 주변의 바로우어즈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본 아리에티의 부모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리에티는 마지막 생존자로 고독하게 살게 될 거라고 염려하듯이, 감독은 영화 내내 바로우어즈의 ‘멸종’을 강조한다. 쇼우 역시 “너희는 곧 멸망할 것”이라고 아리에티에게 단언한다. 지구상에서 이미 많은 종족이 사라져갔고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그러나 아리에티는 수긍할 수 없다. “우린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아.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다들 나름 열심히 살고 있어!” 아리에티의 이 대찬 발언은 잔잔한 호수와 같던 쇼우의 세상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지금껏 시한부 환자라는 처지로 인해 체념했던 쇼우의 삶에 작은 소녀가 가진 열정으로 인해 새로운 꿈이 생긴 것이다. 소녀의 용기에 힘입은 쇼우는 아리에티 가족이 어른들의 위협을 피해 새로운 거처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신 또한 수술을 잘 받고 건강해질 것이라고 다짐한다. 아리에티와 공유했던 소중한 기억과 삶에 대한 의지는 이 착한 소년을 한 뼘 더 성장시킬 것이다. 아리에티 역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발걸음이 두렵지만은 않았을 것이기에 지켜보는 관객들도 한숨 놓게 된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동화를 통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가르침을 선사한다. 소년과 소녀가 함께 누렸던 짧은 여름날의 시공간에서 다른 존재들 간의 우정과 존중을 배웠던 것처럼, 어른들도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지 말고 화해와 공존을 모색하라고. 이 지구는 우리가 미래의 후손들로부터 빌려 쓰는 것이기에 소중히, 평화롭게 가꾸어가야 한다고…. 현실은 가시밭길이지만 작은 희망을 품고 성실하게 나아가는 삶의 가치를 믿으며, 오늘 하루 또 용기를 내어 본다. 아리에티처럼.
초등학교 시절 가슴 짜릿하게 했던 ‘참 잘했어요 도장’ 초등학교 시절 숙제 검사가 끝나고 다시 공책을 돌려받을 때면 늘, ‘선생님께서 어떤 도장을 찍어주셨을까?’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책을 열어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조심히 열어본 공책에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이 찍혀 있을 때의 짜릿함이란…. 대부분 아이들이 받는 특별하지 않은 것이었음에도 왜 그렇게 짜릿했을까요? 그때 당시에도 어지간하면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을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을 텐데, 매번 그렇게 좋아했던 것은 칭찬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마력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성장의 밑거름이 된 ‘일상의 감동’ 이번에 소개할 참! 잘했어요는 40여 명의 필자가 학교에서 경험한 ‘감사한 일’들을 담고 있습니다. 교사, 예술인,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각각의 필자는 제각기 자신의 입장에서 누군가에게 감사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학교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성장해갑니다. 때론 선생님을 통해, 때론 제자를 통해, 때론 친구를 통해서 말이죠. 이 책이 담고 있는 45편의 짤막한 에피소드들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특별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부분 학창시절 또는 교사로 재직하면서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법한 이야기들입니다. 학창시절 교복을 입은 채 스타워즈를 보러 극장에 갔다가 걸려서 반성문을 썼던 일, 사투리가 심한 선생님을 앞장서서 놀렸던 일, 교사가 학생의 자기소개서를 써준다고 해놓고 잠들어버린 일…등 종종 일어나는 평범한 일들이지만 그것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가다 보면, 오가는 대화나 행동 사이사이에 당시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많은 감정의 고리들이 얽혀 있었다는 것과 그것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밑거름이 됐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선생님이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이 책의 부제가 참 잘 어울립니다. 한 편 한 편의 에피소드가 무척 짧고 큰 감동을 준다기보다는 잔잔한 여운을 남기지만, 40여 개가 가슴에 쌓이니 다 읽고 나면 진한 무언가가 가슴에 남습니다. 그리고 다 읽고 책장을 덮었을 때 보이는 뒤표지의 ‘참! 잘했어요 도장’은 “나름대로 제법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 알고 있으니 힘내라”며 어깨를 두드려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합니다. 마치 예전에 써놓았던 일기장을 다 읽고 난 후 맨 뒷장에 찍혀 있는 담임선생님의 도장을 확인한 기분이랄까요? 소소한 이야기들이지만 별다른 치장 없이 글로 솔직담백하게 그려내 더욱 깊게 몰입되는 것 같습니다. 2010년의 마지막 달, 서로에게 따뜻한 격려를 진심어린 칭찬과 격려의 한마디가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습니다. 캔 블렌차드가 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이제 하나의 속담처럼 자리 잡았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칭찬이 오가야 할 자리를 혹독한 질책과 독려가 차지하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2등에게는 1등을, 1등에게는 짐작도 하기 어려운 더 큰 단위에서의 1등을 요구하는 것이 요즘 현실입니다. 더욱이 이런 요구는 요즘 우리 교육현장에 더욱 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 선생님들도 많이 상처받고 지치셨을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모두가 진심을 알아줄 것이기에 서로의 등을 쓰다듬으며, 따뜻한 말로 한해를 정리하면 어떨까 합니다. “참 잘했어요”라고 말이죠. | 강중민 jmkang@kfta.or.kr 밈 (수전 블랙모어 저. 바다출판사) 리처드 도킨스가 자신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에 상응하는 개념으로 문화의 진화를 이끈 새로운 복제자로 제시한 ‘밈(Meme)’개념을 한 단계 더 구체화한 책. 저자인 수전 블랙모어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간의 큰 뇌와 의식, 자아까지도 밈을 통해 생산되었다고 주장한다. 내용이 복잡하기 때문에 기초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만, 지식 · 문화의 모방과 창조, 전달 등의 과정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서관 친구들 이야기 (여희숙 저. 서해문집) 초등학교 교사로서 독서교육에 힘쓰다가 퇴직 후에는 공공도서관을 돕는 자원봉사단체인 ‘도서관친구들’의 대표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희숙 대표가 지난 5년간의 과정을 진실하게 담은 에세이. ‘도서관친구들’의 설립과정부터 구체적인 활동내역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으며, ‘도서관친구들’로 활동하고 있는 멤버들이 개인적인 입장에서 솔직담백하게 쓴 이야기도 수록돼 있다. 미래를 여는 소비 (안젤라 로이스턴 저. 다섯수레) 청소년들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천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된 ‘청소년 에코액션 시리즈’의 첫 권인 이 책은 인간의 무절제한 소비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그 위험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지속이 불가능해진 현대 농업’, ‘끝없는 소비가 만드는 쓰레기 산’ 등 6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책의 말미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웹사이트가 소개돼 있다. 교육마술 (박근영 저. 올댓컨텐츠) 우리나라 1호 교육마술사 박근영이 교사들을 위한 교육마술을 소개한 책. 마술에 대한 기초 지식, 교육마술의 종류, 마술과 수업의 관계 등 실제로 마술을 수업에 적용하기 위한 기초 지식과 스토리텔링 교육마술, 숫자카드 교육마술, 드롭 링 교육마술, 이중 주머니 교육마술 등 23가지 마술 비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기에 더해 책에 수록된 모든 마술의 비밀을 자세히 설명한 2장의 DVD와 마술도구를 부록으로 수록했다.
산천어와 송어는 형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연어과 어류에는 열목어, 산천어(송어), 연어 등이 있습니다. 곤들매기는 북동해안 고성 이북 최상류 지역에서 관찰되고 있으나 남한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천어는 동해안 하천에 사는 종으로 우리나라 토종 송어가 담수에 머물며 육봉(陸封)1)화된 것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학자들도 서로 다른 물고기로 분류, 다른 학명을 갖고 있었으나 지금은 하나의 종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우리 송어 이름 찾기 산천어와 송어는 같은 종이지만 왜 어떤 놈들은 바다로 내려가지 않고 계곡에 남아 산천어가 되는지 아직까지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어 신비감을 주는 물고기입니다. 하천에서 육봉화된 산천어는 크기가 30㎝ 정도인데 반해 바다로 내려간 송어는 최대 60㎝에 이릅니다. 클 놈은 큰물에서 논다는 속된말처럼 산천어와 송어의 크기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송어 하면 사람들은 지난 1960년대 미국, 일본 등지에서 들여온 북미산 무지개송어를 떠올립니다. 토종물고기인 우리 송어는 무지개 송어에게 이름을 내준 격이 돼 버렸습니다. 송어는 우리 하천에서 태어나 동해에서 일생을 보낸 후 산란을 위해 다시 우리 하천을 찾아오는 물고기입니다. 산천어의 방류 한때 방류로 인해 영동하천에 산천어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방류로 인해 일본 산천어인 ‘아마고’가 우점종(優占種)으로 위치하는 등 자연 번식에 의존하는 토종 산천어의 생존을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 계곡에 어느 정도의 개체수가 적당한가에 대한 사전 조사 없이 행해지는 산천어 방류는 물고기뿐만 아니라 계곡의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합니다. 태풍 루사로 영동지역 하천 생태계도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훼손됐습니다. 또 수해복구 과정에서도 하천 생태계를 염두에 두지 않아 그나마 남아 있던 수중생물들이 자취를 감춰 버렸습니다. 인간의 인위적인 간섭이 사라질 때 자연은 스스로 제자리를 찾는다는 점을 하천 복구에도 참고했으면 합니다. [PART VIEW] 남북 오가는 산천어 고성 고진동 계곡의 물줄기는 남에서 북으로 흐릅니다. 금강산 비로봉에서 발원해 동해로 흐르는 남강의 지류입니다. 이곳에 산천어가 살고 있습니다. 이 산천어는 남강을 따라 올라온 송어와 부부입니다. 철책선으로 땅은 분단됐지만 철망 아래로 흐르는 물을 통해 산천어들은 끊임없이 교류를 해왔습니다. 고진동에 살던 산천어의 후손들이 지류를 따라 남강으로 흘러들어 동해로 나아갑니다. 앞으로도 동해에서 청년기를 보낸 송어는 다시 남강을 통해 자신이 태어난 고진동으로 헤엄쳐오기를 수만 년 동안 계속할 것입니다. 쥐 잡아먹는 열목어 열목어는 빙하기 이후 내륙에 고착된 연어과 어류입니다. 전형적인 냉수성 어종으로 국내에서 주로 청정지역인 강원 영서의 심산유곡에 서식하고 있는 탓으로 일반인에게 신비감을 주는 어류입니다. 열목어는 잘빠진 유선형 몸매를 가지고 있어 개인적으로 열목어를 볼 때마다 아름다운 미인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하지만 식성은 수줍은 미인답지 않습니다. 곤충류뿐만 아니라 쥐까지 잡아먹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의 전형적인 육식성 어류입니다. 수온에 민감한 열목어는 한여름 깊은 소에 은신하거나 상류 고지대로 이동합니다. 산란은 3월에서 5월 정도에 수심 30㎝ 정도의 유속이 느린 지역을 선택합니다. 열목어는 두개 지역(정선 정암리계곡, 대현리계곡)에 지정된 지역천연기념물이며 보호어종입니다. 열목어 관찰을 위해를 계곡에 몸을 담가 쫓다 보면 머리만 바위틈에 박은 채 숨는 녀석이 있을 정도로 우둔한 구석도 있습니다. 잘못된 만남 최근 열목어의 서식장소인 강원도 영서지역의 계곡에 자치단체가 산천어를 무분별하게 방류해 열목어와의 생존싸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열목어의 생태를 무시한 방류로 자치단체가 얻는 것이 무엇일지 모르겠지만 한번 훼손된 생태계를 원상태로 복구하는 데는 막대한 대가를 치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자연생태계와 환경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친화적인 산천어 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이때 바다와 하천을 오가는 산천어의 생태적 습성과 산천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관광객들에게 홍보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름다운 만남 열목어와 산천어의 잘못된 만남과 대조적으로 산천어와 송어의 만남은 한 편의 소설입니다. 견우와 직녀가 서로 갈망하는 만남처럼 8월에서 10월 영동지역의 하천에는 바다를 회유(回遊)하던 송어들이 자신의 종족 번식을 위해 어머니의 강으로 올라옵니다. 또한 성숙한 신부들을 맡기 위해 심산유곡 하천에 터를 잡은 산천어들은 두근거리는 흥분된 마음을 참지 못해 하천 하구로의 발 빠른 여행길에 오릅니다. 해마다 어김없이 동해안 하천에서 펼쳐졌던 이 아름다운 만남이 요즘은 하천 주변 난개발에 따른 수온상승, 수량감소, 수중보 축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전설이 되어버려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현재 산천어와 송어는 무관심과 개체 수의 빈곤으로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내수면연구소 등 관련 기관에서 우리 토종송어에 대한 연구와 보호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지역 주민 또한 송어가 하천에서 다시 소상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송어와 산천어의 자유로운 만남이 곧 우리가 사는 환경의 건강함을 알리는 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1) 바다에 사는 동물이 바다와 분리되어 있는 호수나 늪 따위에서 세대를 되풀이 하는 일. 연어, 송어 등에서 볼 수 있다.
영월 단종 장릉+ 장릉과 국장재현 장릉은 다른 왕릉에서 볼 수 없는 시설물이 있습니다. 장판옥(藏版屋)과 배식단(配食壇)이 그것입니다. 장판옥은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쳤거나 그의 뜻을 따랐던 이들의 위판을 모신 곳입니다. 안평대군, 금성대군, 화의군, 한남군, 영풍군, 사육신, 엄흥도와 같은 충신 32명을 포함해 모두 268인을 모셨습니다. 배식단은 장판옥에 모셔진 위판을 올려 두고 제향을 올리는 제단입니다. 해마다 영월에서는 한식을 전후해서 단종문화제를 개최하는데 이곳 장릉에서 단종제향과 함께 충신들을 위한 제향도 함께 모십니다. 영보전 안에는 작고하신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린 단종 영정이 있습니다. 충신 추익한이 백마를 탄 단종에게 산머루를 진상하는 내용이지요. 어느 날 추익한이 꿈을 꾸었습니다. 평상시처럼 산머루를 진상하려고 단종을 찾아가는데 곤룡포와 익선관 차림에 백마를 타고 동쪽을 향해 가는 단종을 만났답니다. 깜짝 놀라 행선지를 물으니 단지 태백산으로 가는 길이라는 말만 남기곤 사라져 버렸다네요. 추익한이 서둘러 관풍헌으로 갔더니 이미 단종이 승하한 뒤였답니다. 영보전에서 다시 돌아 나와 오른쪽으로 난 길을 올라 능침을 향합니다. 능침에 닿기 전에 정령송(精靈松)이라는 소나무를 한 그루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소나무는 단종 비 정순왕후의 사릉에서 1999년 4월 9일 옮겨온 것입니다. 죽어서도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안타까운 운명이지만 정령송 한 그루가 마치 전령사처럼 느껴져 다소 안심이 되는 듯합니다. 능침을 살펴볼까요? 곡장은 마련되었으나 병풍석과 난간석은 없습니다. 무인석도 생략되었고요. 봉분이나 석물 규모도 작습니다. 봉분 앞에는 혼유석과 장명등이 자리하고 있고, 망주석과 문인석, 석양과 석마가 한 쌍으로 나란히 서 있습니다. 능침에서 보는 좌향(坐向) 또한 산줄기에 시선이 막혀 산만한 느낌이 듭니다.[PART VIEW] 영월에는 청령포, 관풍헌, 장릉 외에도 그를 기리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장릉 인근에 있는 보덕사는 장릉의 원찰(願刹)입니다. 동강이 내려 보이는 곳에 자리한 민충사는 단종을 따라 강물에 투신해 죽은 종인(從人)과 시녀(侍女)의 신위를 모신 사당입니다. 창절사는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가 세조에 의해 피살되거나, 절개를 지킨 충신들의 위패를 모신 곳이고 그밖에 충절사와 영모전도 있습니다. 단종은 조선의 왕 중에서 유일하게 국장(國葬)을 치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550년 만인 지난 2007년에 국장을 치렀습니다. 이후 해마다 단종문화제 행사의 하나로 국장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올해 단종문화제는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단종의 미소’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동안 단종은 비운과 한(限)의 대명사로만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국장도 치러 드렸으니 웃음으로 단종을 맞이하자는 취지입니다. 국장 재현 행렬은 관풍헌을 출발해 창절사에서 노제를 마치고 장릉으로 향합니다. 행렬에는 한지와 대나무로 만든 모형 말인 죽안마와 죽산마가 등장합니다. 죽안마는 안장을 올린 말이고 죽산마는 안장을 올리지 않은 말입니다. 임금의 장례인 국장에서는 말을 타고 좋은 곳에 가라는 뜻으로 죽안마와 죽산마를 장지에서 불태웁니다. + 정순왕후와 사릉 단종 비 정순왕후 송씨는 18세에 단종과 이별해 82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평생을 단종만 생각하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묘호도 사릉(思陵)입니다. 남양주 진건읍에 있는 사릉은 다른 왕릉과 달리 주변에 일반묘가 함께 있습니다. 본래 왕릉이 조성되면 주변의 묘는 모두 이장을 해야 했습니다. 이는 이장을 해야 하는 가문의 입장에서는 여간 성가신 문제가 아닐 수 없지요. 이러한 연유로 왕릉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왕권이 약했을 경우엔 예정했던 장지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묘를 조성할 당시 정순왕후는 왕비의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조건들이야 물론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한참 뒤 1698년 그녀는 단종 복위와 더불어 부인의 신분에서 왕후로 복위되어, 종묘에 신위가 모셔지고 묘호까지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때라도 주변의 무덤은 모두 정리해야 했을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숙종실록 24년 기록에는 정씨 집안 무덤을 그대로 두게 했다는 내용이 보입니다. 봉릉 도제조(封陵都提調) 최석정(崔錫鼎)이 임금에게 아뢰기를, “사릉(思陵)의 능 안에 정씨 집안의 여러 무덤이 이미 여러 백 년이 지난 것이 있으나, 정릉(貞陵) 안에 있는 옛 무덤들을 파서 옮기지 않은 예(例)에 따라 특별히 그대로 두도록 허락하시더라도 방해되지 않을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대신에게 물어 허락하였다. 정순왕후에게는 후사가 없었고 친정 또한 역적으로 몰려 죽고 가산도 모두 몰수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경혜공주의 시가인 해주 정씨 문중이 자신들의 선영에 기꺼이 장지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단종의 누나인 경혜공주의 아들 정미수는 정순왕후의 양자가 되어 제사를 봉행해 주었습니다. 그의 묘 또한 사릉 경내에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사릉에 제향을 올릴 때는 전주 이씨, 여산 송씨, 해주 정씨 문중이 함께 모여 지내고 있습니다. 사릉은 비공개 지역입니다. 하지만 답사 목적으로 미리 신청하면 탐방이 가능합니다. 장릉과 같이 봉분의 규모도 작고, 병풍석이나 난간석은 설치하지 않았으며, 문인석과 석양과 석호가 각각 한 쌍씩 서 있습니다. 사릉의 소나무 숲은 조선왕릉 가운데 잘 보존된 지역에 속합니다. 하지만 지난 봄 눈폭탄을 맞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곳에는 전통 수목양묘장이 있는데 향후 궁과 능에 필요한 재목을 미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나무를 비롯해 전통조경에 필요한 느티나무, 회화나무, 화목류(花木類 · 관목류 중 꽃이 피는 나무) 뿐 아니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 백송 등도 키우고 있습니다.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문화재 행정이 칭찬 받을 만합니다. + 업을 깨끗하게, 정업원 아주 짧은 생을 살았던 단종과는 달리 정순왕후는 82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세종 대에 태어나 중종 대에 생을 마감했으니 무려 8대 왕조를 거친 셈입니다. 하지만 지아비가 없는 장수(長壽)는 그것마저 업(業)이었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평범했던 한 소녀의 운명은 왕비로 책봉될 때부터 예견되었다고 하겠습니다. 1452년 5월 문종이 승하했고, 1454년 1월에 그녀는 왕비로 책봉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삼년상이 채 끝나지 않은 시점에 가례가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 가례는 영의정이었던 숙부 수양대군에 의해 진행되었습니다. 논란 속에서 왕비가 되었지만 아버지 송현수는 단종복위 사건과 연루되어 교수형에 처해지고 다른 가족들은 지방의 관노가 되고 말았습니다. 정업(淨業), 전생에 어떤 업보가 있었기에 질곡 많은 여인으로 살게 했을까요? 그녀는 단종이 영월로 유배를 떠난 뒤 흥인지문 밖 정업원이란 곳에서 그의 명복을 빌며 살았습니다.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청룡사라는 절에 옛 정업원의 흔적이랄 수 있는 ‘정업원구기(淨業院舊基)’라는 비석이 서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재 안내문에 기술된 것처럼 정업원에서 생을 마감한 것은 아닌 듯싶습니다. 실록에 의하면 정미수로 하여금 시양(侍養)하도록 한 후 정미수의 집으로 옮겼다고 나와 있네요. 1711년 영조가 이곳이 정순왕후가 머물렀던 곳임을 알고 눈물을 머금으며 쓴 비가 정업원구기비입니다. 영조는 ‘전봉후암어천만년(前峯後巖於千萬年)’이란 친필 현판도 내려 주었답니다. 앞산과 뒷바위 천만년을 가리라는 내용이지만 현판 글귀와 무색하게 벌써 앞산 동망봉은 한쪽이 떨어져 나갔고, 주변은 온통 콘크리트 집으로 둘러싸이고 산 아래로는 터널까지 뚫려 있습니다. 정업원과 동망봉에 관련된 기록은 영조실록 47년(1771)에 다음과 같이 보입니다. 임금이 정업원(淨業院)의 옛터에 누각(樓閣)을 세우고 비석을 세우도록 명하고, ‘정업원구기(淨業院舊基)’ 다섯 자를 써서 내렸다. 정업원은 흥인문(興仁門) 밖 산골짜기 가운데에 있는데, 남쪽으로 동관왕묘(東關王廟)와 멀지 않았으며, 곧 연미정동(燕尾汀洞)으로, 단종대왕(端宗大王)의 왕후 송씨(宋氏)가 손위(遜位)한 후 거주하던 옛터이다. 이보다 앞서 임금이 정업원의 유지(遺址)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에 비석을 세워 표지(表識)하게 하였다. 그리고 친히 ‘동망봉(東望峰)’ 세 글자를 쓰고 원(院)과 마주 대하고 있는 봉우리 바위에 새기도록 명하였는데, 곧 정순왕후가 올라가서 영월(寧越) 쪽을 바라다보던 곳이다. 서울시는 ‘정업원구기’를 우리말로 풀면서 ‘정업원 터’로 바꾸었는데, 이는 논란의 여지를 남겨 두었습니다. ‘정업원구기’를 집터라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비석이라고 봐야 할까요? 집터라고 한다면 문화재 종류를 유형문화재가 아닌 기념물로 고쳐야 할 것이고, 비석으로 본다면 유형문화재가 맞을 것입니다. 현재는 ‘정업원 터’라는 문화재 명에 유형문화재로 지정됐으니 어딘가 어색합니다. + 자주동샘과 여인시장 터 공원으로 조성된 동망봉에는 동망봉의 유래를 설명한 표석과 함께 최근에 세운 동망정이라는 정자가 있습니다. 현재 동망봉에서 당시 흔적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영조가 직접 써서 동망봉 바위에 새기라고 했던 글귀도 개발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왕비가 동쪽 영월 땅을 바라보며 단종을 그린 대신, 이제는 배드민턴을 치고 산책을 하며 정담을 나누는 주민들로 가득합니다. 정업원에 머물던 정순왕후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옷감에 염색을 하며 살아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도와주려 했던 것인지 비단 빨래를 하면 저절로 자주색 물감이 들었다고 하네요. 그곳이 자주동샘[紫芝洞泉]입니다. 청룡사에서 한성대학교 쪽으로 비탈길을 올라가면 원각사라는 절이 보이는데요, 바로 그 절 옆에 샘터가 있습니다. 원각사까지 오셨다면 비우당이라는 초가집을 찾으시면 됩니다. 초가집 오른쪽 편에 자그마한 샘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자주동샘입니다. 비우당(庇雨堂)은 ‘비를 피하는 집’이라는 뜻으로 실학자였던 이수광이 지봉유설을 쓴 곳이라 합니다. 여인시장터는 채소시장으로 금남(禁男)의 시장이었습니다. 여인들은 이 시장에서 북적거리는 틈을 타 곡식과 채소를 정업원 담 너머로 던져 정순왕후의 살림살이를 도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정업원구기비가 있는 청룡사와 ‘여인시장터’라는 표석이 있는 동관왕묘까지 제법 멀어서 의아해집니다. 어쨌거나 여인시장 터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 서울의 대표적인 벼룩시장으로 이름을 날리게 했습니다. 다만, 옛날과 달리 여인보다는 남자들이 훨씬 더 많더군요. 단종은 여인시장 터 근처에 있는 청계천의 한 다리를 건너 영월로 갔습니다. 그리고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영영 건너갔다 해서 영도교(永渡橋)이고, 영영 이별했다 해 영리교(永離橋)로 불립니다. 옛 다리 모습은 알 수 없지만 이름은 그대로 남아 그네들의 아름답고도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를 잊지 말라고 주문하는 듯합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사릉과 장릉에도 겨울 칼바람이 불겠죠? 독자 여러분,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라며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사랑하면서 따뜻한 겨울 되시기를 바랍니다. | 울산 청량초 문수분교장 교사
스토리텔링과 밀접히 연관되는 내러티브 접근 도덕 수업에서 내러티브 접근(Narrative approach)이란 비교적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도덕 수업에서 학생들의 도덕적 사고력과 판단력, 도덕적 민감성과 도덕적 상상력을 함양하기 위해 도덕적 이야기를 활용한 교훈적 이야기 말하기(Story telling) 방법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그렇다면 먼저 내러티브 접근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론적으로 탐구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내러티브의 의미, 내러티브 접근의 유형과 의의, 내러티브 접근을 위해 교사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정확하게 이해함으로써, 내러티브 접근을 활용한 반편견교육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러티브는 라틴어 동사 ‘Narrare’에서 온 말로 ‘관련되다’, 혹은 ‘알게 되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이야기(Story)’와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내러티브는 흔히 우리말로 ‘서사’라고 번역되는데, 시공간적으로 인물, 사건, 사연들이 인과관계를 갖고 연결되어 말해지는 이야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러티브는 에피소드, 행동 그리고 행동에 관한 설명을 조직화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현실의 사실과 환상적 창조물을 묶어주고, 시간과 공간이 통합되는 성취물이다. 내러티브 또는 이야기는 어떤 목적을 향해 흘러가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그러한 인상을 가지고 행위 전체를 강조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야기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 혹은 단순한 오락 이상의 것이다. 즉, 이야기는 인간의 행동 방식을 보여주는 세상의 요소를 표현하고 있다. 아무리 간단한 이야기라고 해도 세계에 존재하는 관계를 보여주고 어떻게 인간이 행동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간단히 말하면, 이야기의 내용은 어떤 도덕적 조언을 간직하고 있으며 따라서 사회의 가치를 전달한다.[PART VIEW] 강조점과 활용방법에 따른 다양한 접근 유형 도덕수업에서 도덕적 이야기를 활용하여 학생의 인격을 함양하고자 하는 접근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으나 그 강조점과 이야기의 활용 방법에 따라 상이한 유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유형에는 첫째 전통적인 도덕교육에서 강조한 ‘교훈적 이야기를 제시하는 방법’과, 둘째 콜버그를 중심으로 한 합리적 도덕교육론자들이 강조하는 ‘도덕적 딜레마 사태’를 활용한 방법, 마지막으로 최근 인격교육론자들이 주장하는 ‘학생 주도적으로 도덕적 경험 이야기 말하기’ 방법이 있다. 이 세 가지는 이야기의 구조와 그것을 어떤 목표를 위해서 어떻게 활용하는가 등에서 차이가 나지만 이야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 교훈적 이야기 제시하는 것과 도덕적 딜레마 사태를 활용하는 것에는 큰 차이 있어 도덕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감동과 감화를 주기 위해 오랫동안 사용해 왔던 ‘교훈적 이야기를 제시하는 방법’이 합리적 도덕교육론자들에 의해 주입식 방법 혹은 도덕적 교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게 됨에 따라, 그동안 우리나라 도덕 수업에서는 도덕적 딜레마를 활용한 토론 중심 수업이 강조되었다. 이는 콜버그를 중심으로 한 인지적 도덕발달 이론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 합리론적 도덕교육론자들이 가한 비판의 주된 근거는 바로 교사에 의해 특정한 가치나 덕목이 주입됨으로써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자율성에 해가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은 덕목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도덕적 갈등사태를 제시하고 도덕적 논의를 이끌어 내는 것, 즉 소위 말하는 ‘내용 중심’의 도덕교육이 아닌 ‘형식 중심’의 도덕교육을 강조해왔다. 여기서 강조하는 도덕적 갈등 사태는 흔히 가상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거나 실생활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 사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생들의 도덕적 판단을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한 시도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 도덕교육에서 주로 활용한 교훈적 이야기 제시 방법은 주로 교사가 모범적인 행동을 담고 있는 이야기(영웅의 이야기, 우화, 신화, 문학 작품 속 등장인물의 모범적 삶 등)를 학생들에게 들려줌으로써 학생들이 일정한 가치나 행동을 배우게 하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도덕 교과서에서 다루어야 할 덕목을 학습하는 데 유용할 뿐만 아니라 학생의 정서적 감동을 통해 행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배제한 채 교화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도덕적 딜레마 사태나 교훈적 이야기를 제시하는 방법은 모두 ‘이야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가? 그 이야기는 얼마나 우리의 구체적인 삶과 연관되어 있는가? 하는 점에서 명백하게 차이가 난다. 우선 도덕적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에게 명백한 도덕적 가르침을 주지만 딜레마 사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주지 않는다. 도덕적 이야기는 결론이 명백하게 도덕적 함축을 지닌 구조를 갖지만 딜레마 사태는 그러한 종결이 없다. 여기서는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도덕적 가치나 규범들 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주인공이 처해 있는 상황만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갈등사태에서 제시되는 인간의 삶이란 오직 끝없는 도덕적 갈등의 연속으로만 제시된다. 콜버그가 제시하는 도덕적 딜레마 사태가 갖는 결정적 한계는 그 문제 사태가 실제적인 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추상적이고,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현실 세계와의 유기적 연결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하인츠의 딜레마에서 볼 때 하인츠에게는 ‘약을 훔칠 것인가’ 아니면 ‘아내가 죽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의 두 가지 선택만이 주어져 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이 두 가지 선택 이외에도 여러 가지 대안들이 가능할 수 있다. 이처럼 인위적이고 의도적으로 제한된 경험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도덕적 추론을 하도록 한다면 그것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가설적인 도덕적 딜레마 사태는 도덕 생활의 복합적 성격에 대한 과잉 단순화를 통해 학생들의 도덕적 사고와 상상력, 도덕적 창의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약점을 갖는다. 갈등을 일으키는 장면만을 인위적으로 선택한 것이기에 인간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 콜버그가 제시하는 딜레마 사태의 등장인물은 추상적이고 형식적인 상황의 대변자 역할을 할 뿐이고, 이야기는 갈등을 겪는 상황 자체에서 끝나고 있어 갈등 자체만이 중시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에 의하면 인간의 삶에 풍부한 의미를 주는 것은 차디찬 논리적 사고가 아니라 오히려 정감 있고 따스한 이야기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작품이나 실생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어떤 갈등에 처해 있더라도 콜버그가 제시한 딜레마 상황과는 다르다.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생생하게 살아 있고, 구체적인 성격을 가진 존재들이며, 구체적인 사회관계 속에 놓여 있는 살아 있는 존재들이다. 거기에는 주인공이 어쩔 수 없이 갈등 상황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고, 갈등 상황 속에서의 주인공의 고민과 번뇌도 피부로 느껴지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가공된 콜버그식 갈등 상황을 놓고서 도덕적 추리를 연습하는 것보다는 작품 속의 주인공이 처한 갈등 상황에 공감하면서 주인공과 함께 갈등 상황 속에서 같이 번뇌하면서 좋은 문학 작품을 읽는 경험을 갖는 것이 도덕과 교육에서 훨씬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 ‘교훈적 이야기 제시하기’와 ‘학생 주도적 도덕적 경험 이야기하기’ 적절히 혼합해야 인간 삶의 윤리적 지혜, 즉 우리에게 교훈적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 자료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인격 특성이나 행동 양식을 길러주고자 한다는 점에서는 양자에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수되고 내면화되는 과정을 보면 차이가 있다. 전자는 주로 도덕적 전통과 교사의 권위를 빌어 학생들에게 전수되고 내면화되는 것을 방법론적 목적으로 삼고 있다. 즉, 불변의 고정된 도덕적인 진리가 이야기에 전제되어 있으며, 이러한 진리를 담지하고 있는 교사는 그 권위의 힘을 빌려 이를 해석해 학생에게 전수해 준다. ‘성현의 가르침’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교훈적인 이야기 속에 담긴 가치를 특별한 이의를 달지 않고 수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학습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학생이 그러한 진리에 가까이 도달한 정도로 측정될 수 있다. 이때 학생은 다만 학습될 뿐이다. 이에 비해 후자에서는 개인들의 크고 작은 도덕적인 삶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교사가 일방적으로 이야기에 스며 있는 교훈적 가치를 학생들에게 전해 주고 따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혹은 협동학습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가치를 파악하고 그것의 의의를 상호토론을 통해 교류하면서 최종적으로 내면화하는 방식을 취한다. 특히 각자의 도덕적 경험을 말하고, 교류하며, 타인의 도덕적 경험에 대해 숙고하면서 자신의 사고와, 감정, 행위에 대한 책임감을 높여가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는 상대적으로 학생 중심의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인간의 도덕적 삶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 즉 개인이 갈등이나 딜레마 상황에 직면했을 때 모종의 도덕적 결정이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도덕적 삶의 이야기가 도덕적 성숙을 위해 매우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도덕적 이야기를 활용한 인격함양의 방법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학생 주도적인 도덕적 경험 이야기하기’는 기존의 ‘교훈적 이야기 말하기 혹은 교훈적 이야기 들려주기’에서 강조점이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옮겨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야기 주체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접근법을 데이와 태펀(Day Tappan)은 ‘도덕발달에 대한 내러티브 접근’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두 가지 도덕 이야기하기 방법을 놓고 도덕 수업에서 반편견 교육을 할 때 어느 하나의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은 부적절할 것이다. 전통적인 교사 중심의 이야기하기만을 강조할 경우 학생의 자율적 사고와 도덕성에 대한 구성의 능력을 소홀히하게 되며, 반면에 학생 중심의 이야기하기만을 도입할 경우, 도덕과 교육과정에 목표로 하고 있는 방향대로 학생들을 유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도덕적 경험 이야기하기 방법’, 학생 스스로에게 도덕적 권위 부여해 학생은 자신의 도덕적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덕목과 관련된 이야기를 활용한 도덕교육에서 학생들이 듣게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자신의 말로 이야기하도록 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학생 주도의 개인적인 도덕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서, 한 개인은 자기 삶에 관한 이야기의 저자로서 자신의 도덕적 관점에 의해서 도덕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러한 과정 가운데 도덕적 권위가 형성되고 발전한다고 전제한다. 여기에는 자신의 도덕적 경험 스스로 이야기하기와 글쓰기의 두 가지 방법이 대표적이다. 스토리텔링은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도덕적 갈등과 선택의 기회에 직면한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고, 개인이 실생활에서 직면하는 여러 가지 도덕적 경험을 반성적으로 숙고해 청중 앞에 제시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도덕적 경험으로 구성된 도덕적 삶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그것의 발표를 통해 상호 배움의 장으로 삼는 데 이야기하기의 의의가 있다. 개인의 도덕적 경험을 말하는 것은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도덕적 경험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함으로써 과거 생활에 대한 반성과 미래 생활에 대한 결의를 다지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다. 학생들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신의 인지적, 정의적, 행동적 차원을 이야기 속에 통합함으로써 총체적인 도덕 경험을 갖게 된다. 특히, 살아 있는 자신의 고유한 도덕 경험을 이야기로 구성함으로써 학생들은 도덕발달의 중요한 과정인 도덕적 권위를 가질 수 있다.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자아의 형성을 도울 수 있다. 현재의 자아는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명료화될 수 있다. 과거의 자아는 얽히고설킨 전체로서 현재의 복잡한 자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자아가 계속적인 관계를 맺는 한 방법이다. 글쓰기를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우리는 자신의 삶의 스승이요, 연구자가 되며 그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에게 권위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도덕 수업에서 내러티브 접근법의 의의 도덕 수업에서 내러티브 접근을 강조하는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도덕적 이야기, 기타 이야기, 신화 혹은 시 등이 아이들에게 도덕적 행동의 모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아이들의 생생한 도덕적 경험이 서사 혹은 이야기를 통해서 표현되고 재현되기 때문이다. 태펀과 브라운(Tappen Brown)은 도덕적 경험1)의 심리적인 차원을 분석한 후, 내러티브가 도덕성을 가르치는데 핵심적인 것이라고 전제한 후, 아이들은 개인이 자신의 도덕적 이야기를 짓고 자기 삶에서의 도덕적 경험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 속에서 교훈들을 학습하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발달한다고 말한다. 셋째, 내러티브적 접근은 실제 삶에서 ‘인지적, 정의적 행동적 차원으로 구성된 도덕적 경험의 상호관계’를 중시하는 도덕적 이야기를 제공한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도덕적 이야기를 말할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자신의 도덕적 이야기 짓기 과정(Authoring process)2)을 통해 자신의 권위와 책임을 증진시킨다. 넷째, 내러티브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도덕적 접근으로부터 자신의 경험에 대해 반성하도록 고무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현재의 도덕적 갈등을 보다 분명하게 인식하고 올바른 도덕적 결정을 내리게 해준다. 더 나아가 자신과 타인의 삶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타자와의 관계를 깊게 해주고, 더 나은 자아를 찾게 해준다. 즉, 내러티브 접근법은 도덕 원리와 바람직한 가치 규범을 직접 제시하고 그 의미와 근거, 중요성 등을 차근차근히 밝혀줌으로써, 합리적인 이해를 통한 깊은 내면화를 도모하는 데 크게 공헌할 수 있다. 다섯째, 우리 사회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축적되어 온 도덕적 경험, 훌륭한 도덕적 전통과 지혜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직접 전수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학생들에게는 건전한 도덕적 사회화를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그 나름대로의 도덕적 정체성을 유지 · 발전시켜 갈 수 있는 중요한 토대를 제공한다. 내러티브 접근을 통한 효과적인 반편견교육을 위한 준비 전략 첫째, 교사는 도덕수업의 반편견교육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가치 · 덕목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학생들이 반편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생들의 일상생활에서 경험했거나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예화를 찾아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재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항상 반편견과 관련된 도덕적 이야기의 수집과 창조적 재구성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둘째, 반편견에 관련된 도덕적 이야기 자료는 신문, 역사적 기록, 문학작품(시, 소설, 수필 등), 영화, 드라마, 아이들의 생활 모습의 관찰 및 인터뷰 등에서 다양하게 수집할 수 있다. 도덕적 이야기의 자료로 지나간 과거의 훌륭한 이야기나 기록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사람의 훌륭한 이야기도 필요하고, 긍정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이야기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야기를 아울러 수집해,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그런 후 자료에 대한 정밀 분석에 착수한다. 이를테면, 해당 자료의 성격, 내용, 내포되어 있는 가치 등을 고려해 활용 차시와 활용 방법 등을 표시해 재분류한다. 즉, 실제 도덕 수업에서 이 도덕적 이야기를 어떤 단계(도입-전개-결론)에서 어떤 목적(학습동기 유발, 토론을 위한 소재의 제시, 감동감화, 실천동기의 부여, 결심 촉구 등)으로 어떻게(직접 소개, 인쇄, 녹음자료, 역할극 등) 활용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계획해야 한다. 이렇게 도덕적 이야기를 정밀 분석해 놓으면, 언제든지 반편견교육을 하고자 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넷째, 수집된 자료들을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발달 수준과 학습 흥미에 부합하도록 이야기를 재구성하거나, 이야기의 제시 방법에 창의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경우, 자신의 생활 주변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자료로 재구성해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방관자적인 태도를 버리고 ‘바로 나에게 닥친 문제이다’, ‘나에게 닥친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해결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다. 또한 매일 듣는 선생님의 목소리보다는 친구의 목소리나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자료나 영상 자료들을 제시해야 흥미를 가지고 더욱 왕성하게 참여할 수 있다. 일례로 초등학교의 경우, 적절한 그림으로 구성된 자료를 제시하면서 교사의 잘 준비된 구연을 곁들이는 방법이 있다. 내러티브 접근 이렇게 해봅시다. 내러티브 접근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도덕적 사고와 도덕적 민감성 및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기 적절한 발문을 제시하고 교수 · 학습 활동을 이끌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사항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이야기 속 인물이 할 수 있는 선택과 결정이 무엇이며, 그것이 옳은 것인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탐구한다. •이야기 속 인물이 직면한 것과 유사한 상황에서 각자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해 글로 쓰거나 짝 또는 모둠별 토론해 본다. •인물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하여 글로 쓰거나 짝과 토론해 본다. •이야기 속의 인물이 당면한 것과 유사한 우리 자신의 생활 경험에 대해 쓰거나 토론해 본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에 발생되는 다양한 인물의 감정을 그래프나 도표로 만들어 본다. •이야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려 본다. 1) 개인의 도덕적 결정이나 도덕적 행위를 요구하는 상황, 갈등, 딜레마에 직면하게 되는 산 경험을 말한다. 2) 일련의 사건들을 시간적인 순서로 단순히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말하는 것인 서사화(Narrativizing), 즉 이야기나 서사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고, 자신의 도덕적 접근에 도덕적 권위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소설을 작가가 책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권위를 표현하는 것처럼, 어떤 도덕적 문제에 대해 자신의 책임 있는 사고 감정, 행위를 표출하는 것이다.
독서를 지도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독서를 지도하다 보면 종종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문제가 ‘어떤 책을 읽게 할 것인가’이다. 교과서에 제시된 책에는 관심도 없으며 수행평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읽는 것이 보통이다. 독서교육의 근본적인 목표인 ‘자발적인 독서 문화 형성’과는 거리가 멀다. 독서를 스스로 즐기는 학생들도 선호하는 책은 천차만별이다. 어떻게 읽히고, 어떤 독후 활동을 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앞서 어떤 책을 읽게 할 것인가의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천편일률적인 독서 지도의 문제 상황을 지적하고 학생 개인의 성향과 배경지식 수준에 맞게 지도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보도록 한다. 독서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 상황 1 책을 왜 읽어요?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정하고 흥미를 주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마련했다. 교과서의 기억 속의 들꽃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당시의 시대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짧은 다큐멘터리를 편집했다. 동영상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동영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책을 함께 읽어보자는 다음 활동을 제시하자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특히 A는 노골적으로 “책을 왜 읽어요?”라며 불만을 표시한다. A는 늘 이런 식인데 독서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주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수업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독서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막무가내로 읽기를 거부한다. 화를 참고 타일러보지만 A의 대답은 “읽으면 수행평가 점수 줄 거예요?”였다. 상황 2 저는 이 책이 재미 없어요 다문화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단원의 수업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완득이의 일부를 함께 읽으며 다문화의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근했다. 예상처럼 괜찮은 반응이었다. 인물들의 특징이 선명하게 제시되고 있는 작품이라 그런지 쉽게 몰입했다. 이미 읽은 아이들도 확장된 문제로 접근하는 등 기대 이상의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그런데 B의 반응은 의외였다. B는 평소 책읽기를 좋아해 도서관에도 자주 가는 아이이다. 책의 일부를 읽어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중했지만 B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딴청을 부린다. 이미 읽었기 때문인가 싶어 물어보았지만 읽지 않은 책이라고 답한다. 다른 이유가 있을까 판단해보았지만 알 길이 없어 직접 물어본다. “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니?” B는 머뭇거리며 대답한다. “저는 이 책이 재미없어요.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이 너무 단순해요.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뻔히 보여서 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저기서 다른 아이들의 야유와 공감의 반응이 교차한다. 상황 3 수학, 과학이 더 좋아요[PART VIEW] 중학교 2학년 국어시간. 최재천의 개미와 말한다를 설명하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개미혁명을 독서 자료로 활용했다. 어려운 과학적 내용을 소설 작품을 통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활동이었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교과서 본문 내용과 독서 활동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내용을 정리하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아이들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독서 내용을 정리했다. 반에서 1등을 하는 C도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다. 작품을 읽고 느낀 점을 어떻게 썼는지 기대가 되었다. 다가가자 C는 황급히 쓰던 것을 숨기려 한다.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여 달라는 말에 C는 “죄송해요. 저는 수학이나 과학이 좋아서요. 책 읽는 게 재미있지는 않아요”라며 메모한 것을 내민다. 메모에는 개미의 페로몬의 기능을 분류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복잡한 실험 설계도가 그려져 있다. 상황 4 저는 그리고 싶어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읽는 동안 아이들은 비교적 집중을 잘 하고 있다. 시대적인 배경은 다르지만 인간의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을 어린 아이의 눈을 통해 순수하게 그리는 작품의 내용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1분단 구석에 앉은 D는 계속 책에 무언가 적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평소에도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여서 걱정이 되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책의 빈 공간에 끊임없이 낙서를 하고 있다. D는 만화동아리 활동을 할 정도로 그림에 관심이 많다. 그래도 수업 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 잘못에 대해 지적하고 나무랐다. D에게 독서에 집중하라고 했지만 D는 “저는 그냥 그리고 싶어요”라며 울먹였다. ‘아이들은 모두 같지 않다’는 데 답이 있다 위의 상황은 독서 지도를 해본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법한 일들일 것이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책과 애써 준비한 자료들이 순간 무의미해지고 만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그 답은 ‘아이들은 모두 같지 않다’에 있다. ‘상황 1’에 등장하는 A는 어느 교실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고 있으며 매사에 무기력하고 부정적이다. A와 같은 아이들을 지도하기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A의 부정적인 반응에 다른 아이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독서에 대해 중립적인 생각을 갖던 아이들도 A의 말에 의문을 갖게 되고 독서보다 편한 다른 활동을 요구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독서지도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심각한 상황이다. A의 행동에 나타나는 근본적인 문제는 동기에서 찾을 수 있다. 동기는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있어 시작점이고 활동 중간에 계속 유지되어야 하며 활동이 끝난 후 동기 자체가 변화하게 되어야 하는 교육의 중요 변인이다. 선생님은 누구나 동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활용할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상을 준비하고, 최신의 뉴스 자료를 수집한다. 그런데 왜 동기의 문제가 발생하는가? 필자는 세 가지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첫째, 동기의 성향은 내적 · 외적으로 나뉘는데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 한 쪽에만 치우쳐 수업을 설계한다. 둘째, 동기는 아이들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로 존재한다. 그러나 하나의 동기 요인만 제시해 많은 학생들에게 좋아하지 않는 내용을 좋아하라고 밀어 넣는 격이다. 셋째, 동기를 수업의 출발점에서만 고려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동기는 수업의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우리는 동기만 활성화했을 뿐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동기 자체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적게 가졌던 것이다. ‘상황 2, 3, 4’에 등장하는 B, C, D는 모두 달라 보인다. B는 작품이 너무 쉽다며 독서 활동에 성실히 참여하지 않으며, C는 그리기에만 관심이 있을 뿐 책 읽는 활동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 D는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지만 독서보다는 실험 설계와 같은 과학적 탐구활동에 관심이 있다. 이처럼 각각의 예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서로 다른 이유에서 독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B, C, D가 겪는 문제의 원인 같은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아이들마다 관심 분야가 다르고 배경지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복숭아의 향과 맛은 그저 고통에 불과하듯이 관심이 없는 분야의 독서에 대해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독서는 모든 아이들에게 공통으로 가르쳐야 할 중요한 가치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단계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적절한 활동을 통해 점진적으로 독서에 익숙해지게 하고 다른 분야의 독서도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교육을 통해 자발적인 독서 습관과 건전한 독서 문화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드너를 통해 동기를 말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들이 원하는 개별적인 독서 활동을 적용할 수 있을까?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개인별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독서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서는 아이들의 성향을 쉽게 판별하고 모둠형태로 독서를 지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도록 한다. ‘상황 1’에서 살핀 것처럼, 동기는 독서 활동 자체에 참여하느냐, 못하느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우선, 동기의 성향을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동기의 성향은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표 1 동기 성향 내적동기 학습 활동에 있어서 흥미나 관심 혹은 자기 만족감 등에서 비롯되는 동기로서 외부의 별다른 보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재적 동기화된 사람들에게 최선의 보상은 실력 향상, 자기 통제의 느낌, 자기 만족, 혹은 자신이 해낸 일에 대한 뿌듯함 등이다. 외적동기 외적 동기과제 참여의 이유가 과제 외부에 있다.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거나, 좋은 성적을 받거나, 교사의 칭찬을 받고 인정받는 것을 위해 과제에 참여한다면 이 학생은 외재적 동기화된 것이다. 아이들마다 동기 성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동기 성향에 따라 독서 지도를 달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내적 동기를 더 우월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외적 동기 역시 실제 행동과 연결되는 만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동기 성향에 맞는 독서 지도를 위해 독서 동기를 진단해야 한다. 다음에 제시하는 독서 동기 검사는 학교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간단한 설문과 통계를 거쳐 독서 동기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표 2 독서 동기성 검사 나의 생각과 같거나 비슷하다고 여기는 곳에 표 하세요. * 출처 : 방인태 외, 초등학교 독서교육, 역락, 2007, p.86 ※ ① 검사 지수를(내적동기/외적동기) 산정한 후 아동의 내, 외적동기 여부 확인. 즉, 25/5인 경우는 내적동기가 강한 아동이며, 5/25일 경우에는 외적동기가 강한 아동임. 지수가 클수록 내적동기가 강한 아동이며 작을수록 외적동기가 강한 아동임. ※ ② 지수 결과에 따라 어떤 강화와 보상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함. 내적동기가 강한 아동에게 보상과 강화를 지속할 경우 내적 동기 유발 자체를 감소시키는 부작용이 있으며, 외적동기가 강한 아동에게 자발성이나 자기주도성만을 강요할 경우에는 동기성 자체를 상실할 수 있음. 따라서 학급에서 독서 교육 및 기타 활동을 할 경우 교사가 모든 이들에게 동일한 강화와 보상을 하기보다는 동기성 여부를 판단해 적절한 선택적 강화와 보상을 실시해야 함. 홀수 문항에 대한 반응은 내적동기이고 짝수 문항은 외적동기의 성향을 보여준다. 이 검사를 통해 동기 성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반응의 총합을 동기 지수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학습자의 선호 동기 영역을 찾는 방법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가드너(H. Gardner)의 다중지능이론은 학교 현장 연구, 학문 연구, 실제 교육 현장에서 폭넓게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다. 다중지능이론의 요지는 아이들의 지능은 모두 동일하지 않으며 자신의 지능에 맞는 영역의 활동을 할 때 적극적인 참여와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다중지능이론은 앞의 사례들에 대한 문제 원인과 답을 찾게 해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다중지능이론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다음 그림 1은 현재의 교과 체계에 맞춰 6영역으로 나눈 방식이다. 다중지능을 다중동기로 변형해 독서 활동 참여에 초점을 두었다. 이 방법은 현재의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개인별 동기 영역을 찾아 개별적인 독서를 적용시키는 활동으로 아이들의 흥미에 맞는 독서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성향이 비슷한 아이들을 모둠 활동 형태로 운영할 경우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중동기의 영역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정확한 진단은 가드너의 다중지능 검사를 하는 것이다. 검사 결과 가장 높은 성향이 나타나는 영역을 위의 그림에 대입해 영역을 설정하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의 경우 별도의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게 되므로 다음과 같은 간단한 문항지를 통해 조사가 가능하다. 다중동기분석(Multiple motivation analyzing) 설문지 1.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① 국어( ) ② 수학( ) ③ 도덕( ) ④ 사회( ) ⑤ 과학( ) ⑥ 미술( ) ⑦ 체육( ) 2. 위에서 선택한 과목을 좋아하는 이유는? 3. 다음 주제에 대한 학습을 할 때 하고 싶은 활동은? 주제 2차 세계 대전 ① 전쟁의 참상을 담고 있는 문학 작품을 읽는다. ② 2차 대전 이전, 이후의 유럽 사회에 나타난 각종 수치를 비교 분석한다. ③ 생명의 가치와 국가의 체제 사이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본다. ④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사회적 현상에서 파악한다. ⑤ 각종 무기들의 작동 원리와 방법을 알아본다. ⑥ 전쟁의 상황과 아픔을 그림으로 표현해 본다. ⑦ 전쟁놀이를 실제 상황으로 가정해 직접 해 본다. 4. 가장 좋아하는 것에 표시하세요. 각각의 문항은 6개의 동기 영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앞서 제시한 그림에 대입시키면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보다 확실하게 독서 동기 영역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개별 면담을 통해 어느 성향을 보이는지 확인해야 한다. 수업의 적용 아이들의 개별적 특성을 분석하고 동기에 맞게 독서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수업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이루어질 수 있다. ※ 검사 결과를 통해 개인별 지도 방법을 결정함(예를 들어 외적 동기가 큰 경우 실제적인 보상을 주어야 하며, 내적 동기가 큰 경우 칭찬과 인정을 함) 1단계 동기 성향 분석 동기 성향을 분석해 내적 동기/외적 동기의 성향을 파악한다 2단계 다중 동기 검사 다중 동기 검사와 면담을 통해 6개의 영역 중 어디에 속하는지 결정한다. 영역은 독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3단계 동기별 맞춤 독서 활동 동기 성향에 따라 개별적인 독서 지도가 이루어진다. 절대적인 방법은 없겠으나 다음 두 가지의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 영역별 추천 도서를 제공한다. △ 영역별로 다른 독후 활동을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에 대한 책은 풍부한 배경지식과 자발적인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독서가 이루어진다. 모둠을 만들어 자신들이 읽어야 할 도서 목록을 작성하는 작업도 의미 있게 진행될 수 있다. 각각의 동기 영역에 맞는 활동을 함으로써 독서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텍스트의 이해를 강화할 수 있으며 각 영역의 활동은 텍스트의 성격과 아이들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다. | panda0324@naver.com
매개체를 활용한 문제해결 매개체(Mediator)란 결혼 중매자의 역할과 같다. 상대방의 이성에게 직접적으로 만날 수 없거나 처음 만날 때 중매자가 상대의 장점이나 특징 등을 말해줌으로서 결혼이 이루어지게 하듯 매개체는 작용을 전달하거나 수행하는 등의 역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즉, ‘매개체를 활용한다는 것’은 작용을 수행하거나 전달하기 위해 중간 매개물을 사용하거나 쉽게 제거할 수 있는 물체를 원래 물체에 임시로 연결하는 방법을 뜻한다. 이러한 매개체 원리를 이용한 학생들의 문제 해결 방법을 살펴보자. 사례 ❶ 재활용 페트병을 이용한 세면대 배수관 거름장치 일반 세면대 아래쪽에 P트랩, S트랩 등 배수관이 설치되어 있지만 머리카락이나 이물질을 걸러 주는 장치가 없어 배수관이 자주 막히고 청소하기도 번거롭다. 또한, 청소하는데 많은 시간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이물질이 하수구로 흘러내려가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배수관을 쉽게 청소 할 수 있을까? 세면대 배수관을 청소하는 방법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트랩을 공구로 분해해 청소를 하거나 화학 세제를 사용해 머리카락 같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공구를 사용해야 하는 등 불편할 뿐더러 청소시간이 많이 걸리고 화학 세제 사용으로 인해 수질을 오염시키는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한 한 학생의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재활용 페트병에 다수의 구멍을 뚫어 만든 이물질을 걸러 주는 거름장치를 세면대 배수관 가운데 부분에 설치하고, 이물질을 간편하게 청소할 수 있도록 거름장치에 손잡이를 달아 탈 · 부착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연결 호스는 자바라 형식으로 된 배수관을 이용함으로써 사용 장소에 따라 P트랩, S트랩으로 변경 할 수 있도록 했다. ‘재활용 페트병을 이용한 세면대 배수관 거름장치’를 매개체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PART VIEW] 사례 ❷ 부패 확인용 우유팩 이 학생의 아이디어는 우유의 부패 상태를 기계장치나 전기장치와 같은 복잡한 장치 없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우유가 부패할 때 가스가 발생해 우유팩이 부풀어 오르는 점을 이용한 작품이다. 이 발명품은 우유팩에 아로마 밸브를 장착하고 그 위에(우유팩의 바깥 쪽) 미니 풍선을 덧씌워 우유의 부패로 인한 우유팩 안쪽 공기압 증가 여부를 풍선이 부풀어 오르는 정도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우유의 부패 여부를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이 장치는 기체만 양방향으로 통과할 수 있는 아로마 밸브를 이용해 제작되었기 때문에 우유와 풍선의 직접적인 접촉을 방지할 수 있으며, 부패를 확인한 뒤 살짝 떼어내 빨대 구멍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사례 ❸ 블록을 이용한 놀이상자 매개체는 놀이기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학생들이 개발한 거울을 이용한 놀이상자다. 거울에 상이 맺히는 특성을 이용한 것으로, 블록을 물체를 똑바로 보기 위한 매개체로 이용했다. 이 놀이는 게임 통 옆면에 바르게 또는 회전시키거나 거꾸로 표시된 숫자나 그림이 마지막 상자에서는 똑바로 보이도록 블록을 쌓는 게임이다. 거울에 비치는 물체의 좌우가 바뀌는 현상을 이용해 거울이 두 개 이상 서로 접하는 각도를 다양하게 하고 물체의 상을 상하좌우로 회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상의 변화를 이해하도록 하는 교육적 효과도 있다. 사례 ❹ 미세한 소리로 신생아의 호흡 돕기 성인이 물을 마시다가 사래 들리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신생아도 가끔 자신의 호흡 주기를 놓쳐서 호흡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아기의 호흡과 같은 주기로 미세한 소리를 내는 인형을 아기 옆에 놓아 주어 아기가 자연스럽게 호흡의 주기를 놓치지 않게 한다. 사례 ❺ 만능 별자리 지시 세트 눈과 별 사이에 투명반구(매개체)를 설치해 별자리 모습이 오목유리로 된 투명반구(매개체)에 레이저포인터의 조작에 따라 별자리가 나타나거나 사라지게 해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는 장치다. 레이저포인터의 빛이 유리를 통과할 때 굴절해 나타나는 약한 빛을 별자리 찾기에 이용한다. 지름 15㎜정도의 작은 구멍의 관측대를 설치하고 별과 투명유리, 눈이 일직선이 되도록 해 별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 별자리 지시대를 삼각대 위에 설치해 회전 및 각도조절이 가능하다. 8개의 레이저포인터를 하나의 스위치로 조절해 별자리가 한 번에 또는 하나씩 투명 유리에 투영된다. 사례 ❻ 수도관 녹 방지 코팅 수도관에 오존을 발생시켜 순간적으로 높은 압력의 공기를 불어넣어 수도관 안에 쌓여있는 녹을 공기압으로 부서져 내리도록 해 낡은 수도관의 녹을 90% 이상 제거한다. 그 후에 특수 에폭시 페인트 매개물을 관 내부를 코팅해 관의 수명을 반영구적으로 연장한다. 사례 ❼ 주형 주형은 주물을 만들 때 금속을 녹여 부어넣기 위해 실물과 같은 형태의 공간을 만드는 거푸집이다. 미술공예품 같은 주물의 주형은 예술가가 일일이 손작업으로 만들고, 공업제품의 주형은 만들어서 주조 후에 주형을 해체해 주물을 꺼낸다. 셀프 서비스를 활용한 문제해결 셀프 서비스(Self Service)란 어떤 물체가 스스로 상태가 좋아지게 하고 유지 · 보수 할 수 있게 하며 저절로 기능이 수행되게 하는 원리를 의미한다. 셀프 서비스와 관련된 모순은 직접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이다. 직접 하지 않으면 대신 할 것을 빌려오든지 대신 기능을 수행해야 되는데 이때 새로운 비용이 들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상 해결책이란 ‘저절로’ 없어지고 장점은 ‘스스로’ 증가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셀프 서비스’는 물체가 스스로 서비스 하거나 보충 및 수리작업을 수행하고, 낭비되는 재료와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셀프서비스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물체가 스스로 서비스 하거나 보충 및 수리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잠수부가 바다 속에 들어가기 위해 사용하는 공기탱크는 처음 공기압이 200psi정도이며 사용함에 따라 점점 줄어든다. 그러나 이렇게 높은 압력의 공기를 직접 폐로 들어가게 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공기가 폐에 도달할 때까지 그 압력을 주변의 공기압 정도로 낮춰 줘야 한다. 보통은 레귤레이터라고 하는 공기압 조절기를 사용한다. 여기서는 공기압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압축 공기를 잠수부가 등에 착용하는 지느러미형 추진 장치 안으로 통과시킨다. 그러면 수중 항해 거리가 일곱 배로 늘어난다. 공기압을 단순히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어차피 떨어뜨려야 하는 공기압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데 이용한 것이다. 두 번째는 낭비되는 재료와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석탄같은 재료를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청소하는 기구는 빨리 닳는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청소 기구를 영원히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청소기구가 닳지 않으면서 영원히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 컨베이어 벨트와 청소기구 사이에 틈새를 만들어 재료 중의 거친 입자가 청소기구의 브러시 면 위에 떨어져 틈새를 채우게하면 입자 스스로 컨베이어 벨트에 묻어있는 입자를 닦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셀프 서비스의 사례를 몇가지 더 알아보자. 사례 ❶ 남는 전기 비축하기 첫 번째 사례로 전기에너지는 다른 에너지로 전환이 용이하고 사용하기 편리해 그 사용량이 계속 증가 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에너지는 만드는 과정에서 효율이 낮고 저장이 어려우며 감전의 위험이 있다. 그중에서도 저장이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 전력 사용량이 많은 낮 시간에 맞추어 전력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야간에는 전력 사용량이 많지 않아 생산된 전력이 남아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심야 전력을 싼 값에 공급하고 있으나 여전히 남는 전력을 그대로 버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어떻게 하면 야간에 남아도는 전력을 활용해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을까? 야간에 생산된 남는 전력을 비축하는 방법에는 야간에 필요하지 않은 만큼의 발전을 중지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화력 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지했다가 다시 가동해 정상 괘도로 올리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오히려 효율적이지 못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예로 양수식 발전소가 있다. 양수식 발전은 수력 발전소의 위와 아래에 저수지를 만들고, 야간에 남은 전기를 사용해 발전에 이용한 물을 아래의 저수지에서 퍼 올려놓고, 다음날 주간에 다시 이 물을 방출해 발전하는 방법이다. 즉, 야간에 발전한 전기를 물의 상태로 저장해 놓고, 주간에 다시 전기로 바꾸는 식으로 전기를 비축하는 것이다. 사례 ❷ 스스로 일어서는 다리미 다림질을 하다가 다리미를 사용하지 않을 때, 다리미를 세우지 않으면 옷이 탄다. 다리미를 세워두는 경우에도 주의하지 않으면 넘어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다림질 할 때 다리미 받침대가 필요하다. 그림 4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림질을 하다가 옷감 위에서 그대로 사용을 멈추면 다리미의 열이 옷감에 전달되지 않게 다리미 밑판이 옷감에서 떨어지도록 만든 다리미다. 밑판에 스테인리스 강선으로 받침대를 만들어 스테인리스 강선의 탄성에 의해 다리미를 사용하다 손을 놓으면 다리미가 스스로 올라가서 옷감에 닿지 않도록 한 것이다. 사례 ❸ 회전식 물걸레 학생이 개발한 전기에너지가 필요 없는 회전식 물걸레 장치도 있다. 밀고 다니는 대걸레를 이용해 청소를 하다보면 힘이 많이 든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것으로는 진공청소기와 스팀청소기 등이 있으나, 전기에너지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 회전식 물걸레는 베벨기어를 활용, 바퀴가 달린 대걸레를 밀고 가기만 하면 바퀴의 회전력을 회전판으로 전달해 설치된 걸레가 회전하면서 바닥을 닦도록 설계됐다. 사례 ❹ 열병합 발전소 열병합 발전은 복합화력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 중에 얻어지는 증기를 공장에서 쓰이는 열이나 일반 주택의 난방열로 이용하는 발전 방식으로서, 연료를 연소시킴으로써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그 폐열까지 유용하게 이용하는 종합적인 발전 방식이다. 열병합 발전 방식 이외의 다른 발전 방식은 전기만 생산하고 폐열, 송전, 배전에서 발생하는 손실 등으로 효율이 35% 정도인데 열병합 발전은 그 폐열을 냉난방에 이용해 효율을 70〜80%로 향상시킬 수 있다. 열병합 발전소는 신도시 같은 아파트 밀집 지역에 많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사례❺ 자동 변속기 자동차의 자동 변속기는 변속 레버와 클러치 페달의 조작이 필요 없다. 자동차의 속도가 빨라지거나 늦어지면 그에 따라 알맞게 고속 기어 또는 저속 기어로 자동으로 바꾸어 준다. 이 장치는 가속 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반응한다. 자동 변속기의 작동은 유압으로 제어되고 기어의 변환은 가속 페달을 밟으면 변속 밸브의 움직임에 따라 고속 기어나 저속 기어로 변화시켜 준다.
문득 이 가을, 간이역과 함께 스러져 가는 우리네 이야기, 폐가처럼 버려진 쓸쓸한 풍경도 새롭게 보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란 기대로, 느린 열차마저 그곳에선 풍경이 되는 경전선 기차여행을 계획했다. 기차로 이동하는 시간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여행이 되는, 최저시속 30㎞로 달리는 가장 느린 기차를 타고 철길 따라 굽이굽이 돌아 흐르면서 느린 풍경의 속살을 내비치는 간이역을 느끼고자 하는 마음이다. 드라마 여름향기를 찍었던 보성 명봉역의 아름다운 붉은 벽돌과 화순역 승강장의 소나무가 일품이란다. 이제는 퇴역한 앵남역과 석정리역, 그리고 다솔사역은 각기 또 다른 모습으로 아련함을 간직하고 있단다. 속도가 느리니 시선은 자연히 사소한 곳에 머물게 될 것이고 계절의 냄새는 짙어져 논리의 세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광주 송정역과 경남 삼랑진역 300.6㎞의 단선 구간을 5시간 40분간 천천히 달리며 40여 개 역에 정차하는 동안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허락’함으로써 ‘한소식’1)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교장 선생님! 달력보기가 참 어렵습니다. 왜 이렇게 보기 힘들게 만들었습니까?” 2009학년도 1학기 ‘학부모와의 대화’ 시간에 각 가정에 배부한 학사일정표에 대해서 어느 학부모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달력의 요일을 가로가 아닌 세로로 배열했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디자인이라 불편할 수밖에 없다. ‘창의성’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보고 싶었던 것인데 2010학년도부터는 다시 원위치 할 수 밖에 없었다. 익숙함과 고정관념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기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망치로 내리쳐도 피는커녕 소리도 안 나는 게 고정관념이라는 것을 생각과 마음은 아는데 몸이 따르지 못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요즘은 온통, 미래사회는 기술의 차이가 아닌 창의성과 예술성, 디자인 감각의 격차가 모든 것을 결정지을 것이라 얘기하고 있다. 시 · 도교육청 홈페이지의 교육감 인사에서도 ‘창의성’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혹자는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배워왔던 많은 지식들이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는 말도 하고, “재주 있는 아이도 중 3만 되면 자기가 뭘 잘하는지 다 까먹게 된다”라는 얘기가 학교로 들려온다. 아이들에게 숙제만 요구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이렇듯 이 시대의 화두인 창의성이란 무엇인지 포실한 생각들 몇 가지를 적어 본다. 창의성에 대해 과학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1950년 미국심리학협회(APS)의 회장이었던 길포드(J. P. Guilford)가 창의성에 관한 기조연설을 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 창의성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제시되었지만 창의성은 실체가 있는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잠재 능력을 설명하기 위한 가설적인 개념으로, 그 정의를 내리는 일이 결코 쉽지가 않다.[PART VIEW] 나는 종종 창의성을 설명할 때 다음의 악보를 사용한다. ① 악보는 단순히 우리가 음악 시간에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같은 길이로 ‘도, 시, 라, 솔, 파, 미, 레, 도’ 로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음악 시간에 그렇게 단순히 불러왔을 뿐이다. 그런데 여기 한 사람, 그는 음의 길이에 작은 변화를 주었고 그 결과는 무의미하던 음의 배열이 ② 처럼 ‘기쁘다 구주 오셨네’라는 위대한 음악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정의를 내려본다. 창의성이란 ‘다른 사람들이 이미 보았던 것을 보면서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이라고. 또한 우리는 바야흐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누군가가 한 포털사이트에서 ‘꿈’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더니 책 제목과 연관된 것이 5만 개가 넘고, 카페는 340만 개에 이르며, 웹페이지는 약 300만 개나 되더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렇듯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익사하지 않고 나만의 브랜드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곧 끊임없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정보들을 걸러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낸다는 뜻이고, 상상하는 것은 정보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연결되지 않는 것들을 서로 연결해, 알려진 용도 외에 또 다른 용도를 찾아내는 힘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다산 정약용은 18년간의 강진 유배기간 중에 500여 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서를 완성했다. 한 사람이 베껴 쓰는 데만도 10년은 족히 걸릴 작업량이다. 다산은 이 엄청난 저술 작업을 어떻게 진행했을까. 그 답은 바로 지식경영, 즉 정보의 재배열을 통해 관계없는 것끼리 연결하고 또 다른 용도를 찾아냄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감동받는 능력 또한 창의력이라는 생각이다. 나팔꽃을 보고 감동해본 사람은 나팔꽃에 관련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무엇이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며 작은 것들에도 감탄하는 것이 창의력 아닐까. 프랑스의 소설가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는 “진정한 발견행위는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다”라고 했다. 오리냐 토끼냐? 지난 8월, KAIST에서 공부를 마치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박사과정에 들어가는 제자가 출국 인사차 찾아왔다. “KAIST의 실험정신은 좋지만 젊은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학생들의 실패에 대해서 가혹하다”는 얘기에서부터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류시화 씨가 번역한 것이 마음에 와 닿고, 마음이 심란할 때는 데미안을 읽으며 최근에는 진중권이 쓴 미학 오디세이를 읽었다”라는 얘기까지 이어진, 오랜만에 가진 상쾌하고 유익한 자리였다. 제자와 헤어진 그날 저녁 바로 미학 오디세이 3권을 인터넷으로 신청했다. ‘에셔와 마그리트의 역할’, ‘뒤러의 하늘’ 등 생소한 내용들과 씨름하면서 느릿느릿 읽어가고 있다. 그중에서 우리에게 낯익은 그림이 있어 소개한다. 취미론은 애매한 이중 구조를 갖고 있어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래서 현대에 들어오면 미는 아예(豫) 완전히 주관화하기 시작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게 아름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대상이 어떤 성질을 가졌는지 따져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 문제는 주관이 어떤 상태에 있을 때 대상이 아름답게 보이느냐다. 과거에 사람들은‘무엇이 아름답냐’고 물었지만 이제 사람들은‘언제 아름답냐’고 묻는다. 하지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에 따르면 ‘무관심적 주목’을 할 때라고 한다. 가령 배를 타고 가다가 폭풍우를 만났다고 하자. 만약 물고기 밥이 될 염려가 없다면,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면은 무척 장엄하고 아름다울 거다.‘~로서 봄’이라는 이론도 있다. 그림을 보라. 어떻게 보면 토끼로, 어떻게 보면 오리로 보인다. 이처럼 세상 모든 것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평범한 대상일 수도 있고, 미적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가로수 길이 어느 날 갑자기 미치도록 아름답게 보이는 경험을 한 적 있는가? 그럼 무슨 얘긴지 알 거다. 타고나는가, 길러지는가? 창의성은 정의하기도 매우 까다로운 개념이지만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교육에 의해 길러질 수 있는 것인지를 두고 많은 논쟁이 이어지고 있으되 이 또한 답이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다음의 구절로 이해를 하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는가, 양육되는가’는 오랜 논쟁거리였다. 요즘엔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유전적으로 어떤 병에 약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병에 전염될 가능성은 어떤 환경에 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타고난 것을 조금도 바꿀 수 없다면 노력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후천적 노력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면 과욕을 부리게 될 것이다. 유전과 환경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은 희망을 잃지 말고 노력하며 살라는 의미로 들린다.2)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가 오랜 기간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듯이, 창의성이라는 것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길러지고 나오는 것이다. 그것은 순간적인 우연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거쳐 열심히 고민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스며 나와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창의성은 진부한 일상 속에 들어 있는 흥미로움을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하며 영감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잘 익은 과일에서 자연스럽게 풍기는 향기와 같은 것이며, 마치 진주조개가 자신의 속살에 상처를 주는 모래를 겹겹이 에워싸는 가운데 마침내 진주를 탄생시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러나 결국, 창의성을 찾아가는 길은 주어진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창의성이란, 알기를 원하는 것 / 냄새를 맡고, 귀를 기울이는 것 / 먼 길을 거쳐 무언가를 깊게 파고 드는 것 / 때론 모래성을 쌓고, 틀 밖으로 벗어나 인내와 의지로, 내일과 악수 하는 것 /허락 하는 것 이라고 마무리를 해본다. 1) 불가에서 쓰는 말로 ‘법력이 쌓이고 수행이 높아진다’는 뜻. 2) ‘유전 대(對) 환경’(조선일보 2007년 10월 30일 자, 강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