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교훈*
신아연 | 호주칼럼니스트 2월, 새 학년 시작을 앞두고 지난해의 묵은 교과서와 노트, 필기도구 등을 제 방 한가득 펼쳐놓고 정리하는 아들애를 돕다가 잡동사니 사이에 묻힌 유난히 낡은 과학책에 눈길이 머물렀다. 겉장은 벌써 어디로 떨어져 나가 없고 손때로 갈피갈피 말려 올라간 각 페이지, 여백의 군데군데 낙서까지, 지난 한 해 동안 아들애의 손에 몸살을 앓았을 과학책의 고단함이 한 눈에 읽히는 듯했다. 옆에 있는 영어와 수학책도 꼴이 남루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올해까지 계속해서 2년 연속 써야 하는 체육책은 그나마 좀 얌전하게 간수한 듯했다. 대학의 원서 버금가는 두꺼운 지질의 교과서가 이 지경이 될 정도로 책을 험하게 다룬 아들애에게 한마디 주의를 줄 법도 하건만, 책 더미 속에서 과학책의 표지를 찾는 손길 중에도 잔소리는커녕 오히려 흐뭇하고 내심 대견하기조차 했다. 아들애가 지난 1년간 사용한 과학 교과서는 실은 헌책이다. 표지 안쪽에 쓰여 있는 우리 아들의 이름 위에 또 다른 두 아이의 이름이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 교과서의 주인이 3년 내리 세 번이 바뀌었던 모양이다. 지난 해 9학년(한국의 중학교 2학년)을 시작하면서 아들애는 새 교과서를 갖고 싶어 했다
장세진 | 전주공고 교사, 문학평론가 어머님! 이렇게 불러보기는 처음입니다. 살아 계실 때는 ‘엄마’나 ‘어머니’로 불렀으니까요. 이렇듯 어머님께 편지를 써보는 것도 51년 만에 처음이지 싶습니다. 아, 아니군요. 대입에 실패하고 돈번다고 무작정 상경하여 대책 없이 살 때 돈 좀 보내달라며 한두 번쯤 편지를 쓴 것 같습니다. 그때만 해도 전화가 흔한 시절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 어떻게 지내세요? 불현듯 어머님 생각이 간절히 솟구쳐 헤아려보니 우리 곁을 떠나신지 벌써 3년이나 지났군요. 그렇게 훌쩍 떠나실 것을 왜 그렇게 여유롭게 사시질 못하셨습니까? 나들이하실 때 택시도 타시고, 화려한 옷에 맛난 음식도 사자시라고 용돈을 넉넉히 드렸는데도 말이에요. 일흔 셋이라는, 아직은 ‘새파랗게’ 젊은 연세에 딱 한번의 발병으로 그렇듯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신 것이 혹 그런 고생 때문은 아니었나요? 아, 아니에요. 서른일곱에 청상과부가 되시어 우리 형제를 키우느라 몸에 밴 고생이 더 큰 연원이라 생각하니 그 죄를 씻을 길이 없습니다. 아들들 장성하여 웬만큼 먹고 살 만해져 어머님 편히 사시게 해드린다고 저희들 깜냥으로는 자부했는데, 그렇듯 허망하게 가실 줄 어찌 짐작
김연수 | 생태사진가 주로 가파른 암벽지대에 서식 체감온도가 영하 30도를 밑도는 강원도 고성군 건봉산 산마루. 이곳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DMZ가 인접한 민통선의 최북단으로 해발 1000~1500m의 가파른 암벽지대이다. 산양(천연기념물 217호)은 인간이나 또 다른 포식자가 접근할 수 없는 이런 곳에 서식한다. 눈이 쌓이고 영하 15도를 밑도는 추위가 계속되면 산양들은 먹이를 찾아 DMZ의 철책선 근처로 이동하여 주로 건봉산 오소동계곡이나 고진동계곡에서 월동한다. 1960년대 초만 해도 강원도 설악산이며 오대산, 태백산 등지에 수천 마리가 넘는 산양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1964~65년에 대폭설이 내려 굶주린 산양들이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왔다가, 그 어렵던 시절에 몽매한 주민들에 의해 무참하게 포획되었다. 그 후 1968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국가에서 보호하고 있지만, 강원도 고성과 양구의 DMZ와 민통선에서 얼마 안 되는 개체수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밖에 설악산과 오대산 등지에도 몇몇 마리가 생존해 있는 등, 남한에 살고 있는 총 개체 수는 200마리를 넘지 못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민한 탓에 사진 찍기 어려워 농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