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 생태사진가 우아한 발레리나의 몸짓 "꾸룩 꾸룩 꾸욱" 겨울철새의 낙원 천수만 간월호에서 200여 마리 남짓한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들이 부르는 합창소리다. 호수를 뒤덮은 물안개 속에서 살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큰고니들의 우아한 자태는 차이코프스키의 를 떠올리게 된다. 언젠가 세종문화회관에서 보았던 러시아 볼쇼이 오페라단의 기억난다. 발레리나의 선녀 같은 율동에 흠뻑 빠져 치콥의 교향악을 매일같이 반복해 듣던 때가 있었다. 그 발레리나의 원조가 바로 큰고니 들이다. 활주로를 이용한 힘찬 비상 흔히 백조라고 부르는 고니는 11월 말쯤 되면 러시아 툰드라의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 해안가의 호수를 찾았다가 이듬해 3월에 돌아가는 희귀한 겨울철새다. 겨울철이면 수많은 탐조객들이 하얀 천사 같은 이들의 평화로운 춤사위를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갈대밭 속에 위장텐트를 치고 녀석들이 가까이 접근하기를 기다린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동지섣달의 한기에 온몸을 웅크렸다가도, 얼어붙은 호수 가에서 움츠렸던 선녀들이 얼지 않은 호수 한가운데로 서서히 움직이면서 하나 둘 입을 모아 노래 부르면, 어느새 팽팽한 긴장감 속으로 추위 속에서 떨었던 지루함은 금세 사라져 버린다
박경민 | 역사 칼럼니스트(cafe.daum.net/parque) 기원전 221년 시황제의 통일 진제국은 이후 중국 역대왕조의 기틀이 되었으나 결국 15년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전란에 시달려왔던 중국인들은 이번에는 전쟁의 고통 대신 급진적인 국정운영과 사상통제, 각종 노동착취에 시달려야 했다.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 군주 한 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군사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외교력'이다. 만약 분쟁이 있을 때마다 무력만을 앞세운다면 비록 승리한다 해도 자국의 아까운 생명과 국가재산을 소모하여 자칫 망국의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돈 한 푼 안들이고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면 도랑 치고 가재잡고, 마당 쓸고 돈 줍는 셈이 아닌가? 소진(蘇秦)이 합종책(合從策)을 들고 나와 여섯 나라가 연합하여 북방 오랑캐 나라인 진나라를 고립시키려고 하자(한족 제후국의 입장에서), 진나라는 북방 유목민 특유의 탁월한 정보 수집과 분석력을 발휘하여 장의(張儀)를 발탁, 연횡책(連橫策)을 씀으로써 '진나라 말려 죽이기 작전'을 허사로 돌려놓는데 성공하였다. 즉 다른 여섯 나라 책사들의 술책이 진나라
신아연 | 호주 칼럼니스트 이웃에 사는 한 한인 가정의 자녀가 올해 의과대학에 합격했다. 호주에서도 의대나 치 의대에 진학하려면 대학입시에서 최상위권의 성적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전 과목에 걸쳐 1등급에 해당하는 고득점을 받아 의대에 진학하게 된 그 학생과는 대조적으로 한 반이었던 한국 유학생 하나는 2등급을 받고도 같은 대학 의예과에 나란히 합격했다. 대학마다 유학생 모집 정원을 별도로 두고 있기 때문에 이 학생은 비교적 낮은 성적으로 입학허가를 받은 것이다. 일반 호주 학생들과 유학생들 사이에 입시선발기준의 차등을 두는 이유는 유학생들의 언어적 핸디캡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유학생 카테고리에 가산점을 부가해 주는 대신, 국내 학생들보다 비싼 학비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수험생들 간의 불공평함을 상쇄하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대학, 같은 과를 지원한 같은 호주 학생들 사이에도 합격 커트라인의 차별이 엄연히 존재한다. 차등대우의 기준은 대학 등록금을 자비로 마련하느냐, 정부의 융자를 받아 지원하느냐에 있다. 말하자면 호주대학은 유학생뿐 아니라 국내 학생들에게도 소위 ‘돈 많은 집’ 자식들에게 더욱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
글·사진 | 박하선/사진작가, 여행칼럼니스트 고생 끝에 허락된 왕국과의 첫 만남 여기는 티벳 고원의 서부 변방. 불같은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다. 해발 4000m의 고원에서 나무 한 그루 없는 주변의 산들이 하얀 사막처럼 빛나고 있다. 온 천지가 텅 비어있어 마치 오수(午睡)속의 적막함 같을 것을 느끼게 한다. 세 갈래의 갈림길 옆에 텐트를 치고 지나가는 트럭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린 지도 이틀이 되었다. 말로만 들어온 '구게 왕국'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오늘도 저 멀리 바라다 보이는 모래언덕에 뿌연 먼지가 피어오르기만을 눈이 빠지게 지켜보고 있다. 그것은 마치 구약성서에서 한 예언자가 신의 계시를 받고 성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분위기라고나 할까. 우리에게는 이름조차 너무도 생소한 이 구게 왕국. 9세기 한때 중앙 티벳의 '랑 다르마'왕의 불교에 대한 박해로 인해 흩어져 있던 추종자들을 모아 '예쉐 오(Yeshe O)'라는 사람이 866년에 창건한 왕국이다. 불교의 보존과 전래에 역점을 둔 이 왕국은 예쉐 오 왕 자신도 결국 왕위를 버리고 중이 될 정도로 불교가 크게 번성해 티벳 전역에 다시 불교의 부흥을 가져오게 하였으며, 17세기 카시미르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