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 교육계에서는 교육개혁이라는 명분아래 크고 작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지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 아직도 교원이라면 누구나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교원정년단축'은 실패한 정책의 대표격이다. 물론 실패한 정책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실패를 안겼음에도 이후에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관행을 되풀이 해왔다.
오늘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정년단축이 실패한 정책이었다는 것을 재삼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을 재삼 논의한들 돌이켜 지지 않는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된 '교무업무시스템', 이 시스템은 2003년부터 시행하고자 마련했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교무/학사, 입/진학, 보건등의 3개 시스템이 전교조의 강력한 반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따로 분리된 시스템이다. 올해는 그 누구의 반대도 없이 도입되었다.
그런데, 예전의 NEIS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교사라면 새롭게 도입된 '교무업무시스템'에 의아함을 감출 수 없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전의 시스템과 새롭게 도입된 시스템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메뉴 구성이나 사용법 등이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다른점이라면 하나의 서버를 분리하여 운영하게 되었다는 점인데, 컴퓨터 서버시스템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교원이라면 이런 방법이 결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서버를 세분화 해서 분리한 것 뿐인데, 이것이 마치 개인정보보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의 주장 중 '학교생활기록부는 학교장의 책임하에 관리되어야 한다. 따라서 서버가 학교의 담을 넘으면 안된다.'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럼에도 현재 교무업무시스템의 서버는 학교내에 있지 않다. 다만 고등학교의 경우는 단독서버, 초·중학교의 서버는 몇개학교를 하나로 묶어 놓았다는 것이 예전과 다를 뿐이다.
이렇게 큰 차별없는 시스템도입이 3년여를 끌어왔고, 더우기 서버구축에 5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개인정보 보호문제가 완벽히 해결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결국 안들여도 될 막대한 예산을 추가투입하였고, 일선학교에서는 그동안 생활기록부 관리에 따른 어려움을 겪어오는 결과만을 가져온 것이다.
이 문제 역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이다. 어느 하나 완벽하게 해결된 것 없이,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의 NEIS에서 보완된 부분이 있을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투입된 예산과 효율성 측면에서 본다면 결코 상쇄될 수 없다. 책임을 져야할 첫번째 당사자가 전교조라는 생각이다.
전교조 교사들은 NEIS를 이용해 본 경험이 없는 쪽이 더 많을 것이다. 따라서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시스템이 현재의 '교무업무시스템'일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거의 비슷한 메뉴로 구성되어 있고 접속방법 역시 유사하다. 사용방법도 매우 비슷하다.
잘못된 정책에는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큰 것은 숨기고 작은 것을 내세우는 그런 오류가 더이상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교육정책은 그 시대에 학교를 다니던 모든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우리는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더 이상의 책임회피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데 걸림돌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