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엔 버스를 타고 긴 여로(旅路)에 오르는 것이 설렘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좁은 공간에 갇혀야 하는 그 시간이 지루함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낯선 사람을 옆자리에 앉힌 채 긴 시간을 함께 자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다란 무게감을 지닌 채 다가오는 법이다. 그런 만큼 나이가 웬만큼 든 승객들은 차에 오르며 혼자 앉게 되기를 갈망한다. 김명자 씨도 그런 바람을 가지고 고속버스에 올랐다. 가는 곳은 같되 그곳을 향하는 목적은 서로 다른 승객들이 이미 열댓 명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승차권에 기재된 번호를 확인한 뒤 자리에 앉았다. 바랐던 대로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 의자를 뒤로 젖히며 등을 깊숙이 묻었다. 온몸이 물에 잠긴 솜뭉치처럼 무겁고 나른했다. 눈을 감자 심신이 심연으로 가라앉는 듯 풀어졌다. 종아리에서 찬바람이 일도록 일분일초를 아끼며 하루 종일 뛰어다닌 노력의 결과가 건더기가 전혀 건져지지 않는 장국처럼 멀겋게 쑤어져 피로감은 더했다.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모두는 보호 시설에마저 조금의 정도 나누어주려고 하지 않았다. 운전석 위의 전자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직 출발 시각이 10분 정도 남아 있었다. 그녀는 버스가 출발
실천은 아무나 하나 ? 연초, 어떤 계획들을 세우셨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세우는 신년계획에는 운동, 금연, 다이어트와 같은 건강계획, 이직, 어학능력향상 등의 자기계발, 솔로탈출, 결혼하기, 재테크가 주를 이룬다고 하네요. 저 역시 지난해 다이어리를 펴고 신년계획을 살피니 ‘다이어트, 영어회화, 솔로탈출’ 3가지 항목이 모두 포함되어 있더군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3가지 계획은 전혀 실천하지 못한 허울뿐인 계획이었다는 사실에 탄식할 뿐입니다. 왜 매년 반복되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새해에는 다시 계획을 세우는 일에 급급할까요? 실제로 실천할 방법은 없을까요? 계획은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세워라 지인의 상사 중엔 이런 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업무 진행을 위한 플로차트 작성 시에는 분 단위까지 계획하여 제출하라’는 지시를 하는 타입. 업무라는 것이 10분 만에 끝날 수 있는 일도 있고, 한 달이 걸려도 원점으로 돌아와 진척되지 않는 일도 발생하는, 다양한 아이템들의 집합체인데, ‘1분’, ‘5분’을 가르는 계획을 작성하기란 너무 융통성 없는 지시였겠지요. 그런데 그분은 “일단 실천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팀원들을 밀어붙였고, 회의시간 역시 ‘10
학교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래, 그러니까 여덟 살 이래 나는 줄곧 학교에 다니고 있다. 초로에 이른 여태까지 학교에 다니고 있다. 신작로 옆 측백나무 울타리 초등학교로부터 소읍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도회의 대학교를 거쳐 다시 그 도회의 중학교에 이렇게 다니고 있는 것이다. 어릴 적, 야트막한 단층 교사(校舍)는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이었다. 학교 운동장은 세상에서 가장 넓은(?) 마당이었고, 그 운동장 가장자리에 줄지어 선 플라타너스는 세상에서 가장 장대한(?) 나무였다. 어디 이뿐인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도 학교를 통해서 만났다. 한 분 한 분 어떤 인간형의 전형으로서 큰 바위 얼굴처럼 우뚝 서 계시던 여러 선생님을 만났고, 또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여러 벗을 만났다. 학교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였고, 그 세계를 딛고 또 다른 세계를 꿈꾸게 하는 거대한 창(窓)이었다. 그랬다. 학교는 온전히 하나의 세계였다. 세상 그 여느 풍경과 마찬가지로 사람살이의 애환이 간단없이 굽이쳐 흐르는 현장이었다. 저마다 자신의 삶을 위해 흘리는 땀과 눈물이, 탄식과 환호가 끊이지 않는 바로 그 삶의 현장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어린 벗들에게 우리말과
1 아부(阿附)를 싫어하는 사장님이 있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부하 직원들에게 자기는 아부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고 말하였다. 또 실제로 아부 모드로 접근해오는 부하 직원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면박을 주며 나무라기 일쑤이었다. 그렇게 되자 모두들 사장님 앞에서 환심을 사려고 알랑거리는 말이나 태도를 취하기는커녕, 사장님에게 격려가 될 수 있는 말조차도 꺼내기를 조심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모두들 사장님이 기분이 나빠져 있을 때 무슨 말로 위로를 드려야 할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기도 했다. 회사 내에 그야말로 아부하는 분위기는 사라져 갔다. 물론 사장님 앞에서는 아부의 ‘아’자조차도 튀어나올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도 사장님은 달라진 분위기가 되어도 부하 직원들의 변화를 인정해주려는 기색이 없었다. 그냥 계속해서 자기는 아부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는 말만 되뇌는 것이었다. 그런데 영업부장 직위를 가진 부하 직원이 사장님을 모시는 공식·비공식 자리가 있을 때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사장님은 아부하는 사람을 정말 싫어하십니다. 아주 강직하신 분입니다.” “사장님께서는 아부하는 근성을 용납 않으시는 분입니다. 사장님 또한 아부의 처세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