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논의 대상으로 남은 작품은 , ,,등 4편이었다. 당선작을 가려내기 위해 다시 흠이 많은 것부터 밀어내기로 하였는데 두 심사위원의 의견이 비슷하였다. 은 석수장이 인도인 샴과 꿈을 이루지 못한 석수장이 할아버지를 내세워 불상이 완성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인 딸을 가진 인도인 샴을 끌어들였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지 못하고 이미 익숙해진 이야기에 머물고 말았다. 불교의 나라 인도 이야기로 시선을 확대했더라면 더 새로운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은 가장 동화적인 분위기를 지닌 작품이다. 그러나 주독자인 어린이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다. 항아리에 모신 ‘부처님의 몸’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었더라면 훨씬 빛나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는 특수한 아이 ‘지호’ 때문에 벌어진 일을 제재로 하고 있다. ‘성질이 나면 무엇이든 내리치는’ 지호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은 개연성을 지니고 있으나 동화로서의 향기는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은 할머니와 아들 그리고 손녀간의 갈등과 화해를 짧은 글 속에 잘 표현한 작품이다. 많은 습작기를 거친 듯 깔끔한 문장이 돋보였고 다른 두 편의 작품 수준도 골라서 쉽게 당선작으로 정할 수 있었다. 쉬지 않고 정진해
청소년 교육을 위해 만든 출판물이나 교육자료 라고 하면 목적이나 동기에서부터 과정까지 속속들이 교육적이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제 중3 학급에 들어갔더니 처음 보는 신문이 교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물론 학급 담임교사의 손을 거쳐 학급 학생들에게 전달된 인쇄물이리라. 경제엔 문외한이지만 수업 후 여유시간이 있어 살펴보니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학생에 이르기 까지 청소년들의 경제교육을 돕기 위해 탄생한 신문임을 알 수 있었다. 정보통신부 장관도 지냈고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한국경제교육협의회 회장 명의의 발간사가 눈부시고, 그래서인지 대통령이 보낸 축하 말씀도 있고 경제인 대표의 글도 있어 한층 공신력을 갖춘 신문임을 과시한다. 발간사와 축사를 살펴보면 ‘경제교육 시간에 부교재로 활용’, ‘한국경제의 현안이나 경제 원리 등 경제 정보의 지속적 제공‘, ’경제현상의 올바른 이해‘, ’경제적 소양과 문제해결력 획득‘, ’학교경제교육 활성화 추진‘ 등 희망찬 가치와 비전을 제시해 놓고 있다. 또한, 신문과 온라인의 영역을 넘어 경제강좌 및 세미나, 출판, 연수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실천되도록 돕겠다는 약속 어떻게 얼마나 실천되는지 큰 기대를 걸고 지켜보겠다
우리 집 아이들은 할머니 집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도시 속에 있는 할머니 집이지만 들어서는 순간 마당에 펼쳐진 각종 플라스틱 그릇, 세숫대야에 심어진 고추, 상추 등 여러 채소를 보면서 신기해합니다. 만져보고, 직접 캐보기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릴 적 시골 할머니의 텃밭이 생각났습니다. 그런 텃밭을 할머니는 도시 속에 옥상, 베란다, 작은 화단에 가꾸고 계신 것입니다. 신기하게만 채소를 들여다보는 아이들을 위해 할머니의 고마움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그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 긴 터널을 뚫고 온 느낌입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내가 쓴 동화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동화는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이야기 끈이 풀리지 않을 때는 꼬박 밤을 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이 좋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쓴 동화에 혼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계속 울고, 웃으며 동화를 써 나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마당을 텃밭으로 가꾸어 저에게 소재를 안겨준 할머니에게 오늘의 영광을 돌립니다. 부족한 글이나마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써서 기대에 보답
안개가 자욱한 숲 속입니다. 어둠에서 깨어난 나무들이 이슬을 머금고 있습니다. “왕을 배신하는 신하는 있어도 백성을 버리는 왕은 없는 것이여.” 할머니의 목소리가 꿈결처럼 이어집니다. 바위 뒤로 할머니의 옷자락이 보입니다. “할머니!” 나는 할머니에게로 다가가려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허공을 걷는 듯 발은 제자리를 맴돕니다. “은하야! 은하야!” 은비 언니가 흔들어 나를 깨웠습니다. 아직 방문에 어둠자락이 묻어 있습니다. “찾았다. 할머니는 지금 산골짜기에 작은 왕국을 세우고 계시는 거야.” “너 요즘 드라마 너무 많이 보는 거 아니야?” 머리를 빗던 은비 언니가 쿡쿡 비웃었습니다. 할머니의 왕국이 무너지기 전에 왕을 배신한 첫 번째 신하가 바로 언니였습니다. 시골에 있는 할머니 집은 하나의 작은 왕국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할머니는 왕처럼 살았습니다.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쌀을 나누어 주고 병든 사람에게는 약도 사다 주었습니다. 베풀기를 좋아하는 할머니를 사람들은 왕처럼 받들었습니다. 마을 사람 누구도 왕의 말을 거역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왕의 창고는 곡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과일들이 단지를 꽉 채웠습니다. 그것들은 언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희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었어요. 교장 선생님께 드리려고요." 우리 학교 희망반, 소망반 학생들이 교장실을 찾았다. 필자는 크리스마스 카드 두 장을 받았다. 색도화지에 겉표지에는 눈꽃 모양이 붙어 있고 'LOVE'글자와 산타 모자,크리스마스를 나타내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고맙다, 애들아! 너희도 메리크리스마스다!" 희망반, 소망반은 우리 학교 특수학급 명칭이다. 과연 편지 속에는 무슨 내용이 있을까?대표라고 신분을 밝힌 여학생은 10여 줄 이상 길게 썼다. 특수학급 학생들에게 비친교장의 모습은 어떠할까? 주 내용을 보니 '저희 학교를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하다' '더 좋은 학교를 만들어 달라' '인사를 잘 받아 주시고 농담도 잘 해 주시고 너무 재미있다' ' 건강하시고 안전 운전하세요' 등이다. 또 다른 학생도 자기 신분을 밝히고 '몸 건강' 과 '안전 운전'을 당부하였다. 특수반 학생들에게도 건강의 중요성과 교통사고의 위험이 각인 되었나 보다. 교장과 학생들과의 만남, 그렇게 많지 않다. 애국조회도 없어지고 하여 기껏 만나는 것이 복도에서의 지나침, 급식실에서의 만남 정도다. 그 짧은 시간이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교
돈을 벌까? 아니면 공부를 할까? 그것이 문제로다 지난 16일(수요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아이들에게 예치금 일자(12.14∼16)를 다시 상기시켜 주려는 의도에서 수시모집에 합격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전화를 건 적이 있었다. 확인결과, 아이들 대부분이 예치금을 납부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락이 되지 않는 일부 아이들에게는 ‘기간 내 꼭 예치금을 납부하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난 뒤,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아이들 대부분은 특별히 하는 일이 없었으며 일부 아이들만이 자격증 공부와 대학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리고 용돈과 등록금을 벌 요량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 모두에게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라는 말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퇴근 무렵,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일부 아이들이 비번을 이용해 학교를 찾아왔다. 사복을 입은 아이들의 모습이 왠지 낯설어 보였지만 성숙미가 묻어나왔다. 반가움에 악수를 하고 난 뒤, 아이들을 데리고 휴게실로 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아이들은 아르바이트하면서 느낀 점과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학창시절 공부하기
이번 교원문학상에 응모한 응모자수는 시 부문 91명, 동시 부문 37명으로 전체 교원수에 비하면 지극히 소수라 하겠다. 어쩌면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조차도 문학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옅어지는 게 아닌가 하고 염려되었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전체적으로 작품 수준이 골랐으나 고르다는 그 점이 바로 문제점이었다. 그것은 그만큼 개성적이지 못하고 평균적이라는 뜻으로, 문학은 ‘개성’에 많은 점수를 주지 ‘평균’에 많은 점수를 주진 않는다. 교실현장을 평면적으로 노래한 시, 여행지 풍경을 일차원적으로 묘사한 시, 감상적 추억담을 나열한 시, 일상을 정리한 일기풍의 시,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등과 같은 뻔한 교훈시, ‘삶의 향기’ 같은 상식적 기도시 등은 이번 심사를 통해 숙고해봐야 할 문제점이라고 생각되었다. 시 부문 당선작 ‘풍경의 살해(권영준)’는 군계일학이라고 할 정도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의 시에 의하면 카메라로 풍경을 찍는다는 것은 결국 하나의 풍경을 살해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카메라로 찍은 풍경을 영원히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는 풍경의 존재가 살해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어
당선 소식을 받았다. 일단 기쁨보다 부끄러움이 앞섰다. 그 무언지 모를 이유로 나는 며칠 동안 이 소식을 입안에 물고 우물거렸다. 학교에 당선 공문이 도착했다. 당선소감을 써 달라는 것인데, 무엇을 써야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시 한편 쓰는 것보다 소감을 쓰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닐 때가 있었다. 내면에 우울한 무기력이 창궐하여 시간을 생매장시키던 때가 있었다. 나는 반생을 그렇게 살았다. 산 자의 몸에서 나는 腐臭가 사라진 자의 소멸보다 지독하다고 느꼈을 때, 나는 썩어도 거름이 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 때 바싹 마른 나뭇잎 하나가 내 가슴을 건드리며 날아갔고, 나는 살고 싶었다. 火口의 재처럼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나는 간절히 詩를 찾았고 시의 젖가슴을 더듬었다. 몸속의 죽은 꿈들에 새살이 돋기 시작하자 나의 별에도 따스한 봄이 몰려왔다. 생은 지독하게 허무했고 지독하게 아름다웠다. 내일이 나를 담보해 주지 않을지언정, 오늘 나는 살아 눈 뜬 자가 되고 싶다. 한국교육신문사에 고마움을 전한다.
기억될만한 풍경이 스쳐 지난 후 다시 고개를 돌려 쳐다보면 풍경은 이미 창백하게 숨져 있다 갓 피어난 저 꽃도 지금 스쳐 지나가는 저 사람도 좀 전의 그 꽃이 아니다 좀 전의 그 사람이 아니다 어느 공원에 가더라도 풍경의 목을 치는 자들이 있다 찰칵, 찰칵, 살아 숨쉬는 풍경의 숨통을 끊고 있다 아름다운 꽃과 단풍든 가을산, 화사한 웨딩드레스의 행복한 웃음의 육질이 예리한 시선의 렌즈에 떠져 액자에 걸리고 있다 사람들은 풍경을 도려내어 기억에 끼우고 풍경은 사물의 표정을 쉴새없이 베어 추억에 걸어둔다 이것이 시간이라 불리는 슬픈 통념임을 아는 자들은 풍경의 살해에 함부로 동참하지 않는다 시시각각 풍경은 새로 태어나 이미 죽은 꽃잎과 사랑을 속삭이며 시선의 칼날이 닿지 않는 먼 미래에 광속도로 이관된다 한때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쉼 없이 타오르던 풍경들아, 창백한 시간이 날(刀)이 너의 마지막 웃음을 베고 조용히 지나갈 때까지 아름다운 꽃잎 앞에 섣불리 무릎을 꿇지 마라 너는 다시는, 지금 스쳐 지나는 이 풍경을 보지 못한다
그 날 아버지께서는 깻단을 지고 마당에 들어서셨으며 어머니는 그것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들깨 향기가 배어있는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글짓기에서 상을 받은 초등학교 3학년 어느 저녁의 풍경입니다. 학교 가는 길은 멀었지만 아이들은 개미굴보다 더 많은 샛길을 만들어내었고, 모롱이 모롱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달아두었습니다. 청보리밭 둑을 지나면서는 풀피리를 불었고, 아무 곳에서나 신발을 벗어 던지기만 하면 바로 뛰어들 수 있는 개울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소나무가 많은 숲길 그늘엔 보물인양 공깃돌을 파묻어 두었으며 홍시가 하늘을 메울 만큼 가득한 동네도 지나다녔습니다. 그리고 그 샛길들이 모여드는 끝에 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학교에 들어서면 운동장 한켠에서 넉넉한 품으로 우리를 맞아주던 아름드리 노란 은행나무는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엄마였고 이야기가 모여드는 우체통이었습니다. 묻어두기엔 아까워 하나 둘씩 끄집어낸 유년의 그림들이 어쭙잖게 시의 모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름다운 유년의 뜰을 마련해 주신 부모님, 나의 글을 읽고 함께 즐거워해 준 가족, 동심의 세계로 길을 내어주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 늘 힘이 되어주시는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