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학교 창 너머 연못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파문(波紋)이 어리연꽃과 함께 상쾌하다. 교무실 한편에 앉아 잠시 망중한을 즐기면서 10여 년 전에 퇴임하신 어느 교장선생님의 장모상(喪)에 다녀오신 선배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참으로 많은 분들이 오셨더라면서 차 한 잔을 권한다. 그 맛이 정겹다. 나는 연락받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하면서 25여 년 전에 교무부장으로 잠깐 모셨던 그 교장선생님에 대한 추억을 더듬는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많은 감동을 주셨던 분, 화물(貨物)같은 분이었다. 화물(貨物)은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운반하는 사람 모두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준다. “돈을 남기면 하수(下手), 업적을 남기면 중수(中手), 사람을 남기면 고수(高手)”라고 했던 일본 근대 정치가 고토 신페이(後藤新平, 1857~1929)의 말과 함께 “그 교장선생님은 사람을 많이 남기셨으니 리더 중의 리더이신 것 같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모 기업체 간부로 있는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부장까지는 어느 정도 능력이 중요했지만 그 이상 올라가려니 신뢰가 중요했고 능력만으로는 사람을 사귈 수가 없더라.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신뢰를 쌓으려면 먼저 베
장학의 窓 장학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은 장학의 개념을 살펴보는 일이다. 장학에 대한 개념규정은 하나로 단정하기 어려운데 김종철 교수의 견해에 따라 법규면, 기능면, 이념면 등 세 가지 접근 방법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법규면 장학이란 교육활동의 계획연구면, 행정관리면, 학습지도면, 생활지도면 등을 포함하는 제반 영역에 걸쳐서 계선조직을 통한 행정활동에 대한 전문적 · 기술적 조언을 통한 참모활동이다. 둘째, 기능면 장학은 교사의 전문적 성장, 교육운영의 합리화 및 학생의 학습환경 개선을 위한 전문적 · 기술적 봉사활동이다. 마지막으로 이념면 장학은 교수, 즉 학습지도의 개선을 위해 제공되는 지도 · 조언이다. 와일즈는 장학의 개념을 봉사활동, 인간의 가능성을 최대한도로 개발하는 것, 지도성, 의사소통의 수단, 교육과정의 발달을 가져오게 하는 것, 교수개선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장학의 개념은 시대와 장소, 어디에 강조점을 주느냐에 따라 학자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으나 교사의 교수행위에 영향을 주고, 교육과정을 개발 · 수정 · 보완, 교육자료와 학습환경으로 학생의 학습을 촉진하는 것 등을 말한다. 또한 교사와 학생의 성장발달에 관한 제 조건
A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교원이라면 누구나 소청심사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소청심사청구는 징계처분 및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았을 때 그에 대한 취소나 변경을 구하고자 할 경우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경고나 주의는 지위 · 감독 권한자가 환기 또는 각성을 촉구하는 행위일 뿐 처분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심사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신청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홈페이지(www.act.go.kr)에서 소청심사청구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후 ‘처분이 있은 것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인편 · 우편 · 팩스 또는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됩니다(방문 및 우편 청구시 2부 제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소속 교육청의 ‘징계처분사유설명서’와 청구인의 ‘소청심사청구서’입니다. 심사과정 중에 추가 자료를 제출할 수 있으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청구서입니다. 특히 ‘청구 이유’가 청구서의 핵심이며 이는 처분사유를 중심으로 처분이 취소되어야 하는 이유를 항목별로 기술하면 됩니다.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으나, 강제사항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청심사위원회는 소청심사청구의 대상이 되는 처분보다 청구인에게 불이익한 결정을 하지 않으며, 비용이
뙤약볕이 내리쬐는 8월 초, 전남 여수 도원초 김효근 교사와 15명의 학생들이 서울 도시 탐방을 위해 상경했다. 숙소인 교육문화회관에 짐을 푼 후, 장거리 여행과 더위에 힘들어 하는 학생들에게 김 교사가 “날이 더우니 일정을 바꿔 수영장부터 갈까?”하고 묻자, 아이들은 어른스럽게 ”안돼요, 서울에 오자마자 활동도 하기 전에 수영부터하면 어떡해요?”하고 대답한다. 그리고 이내 줄을 맞춰 첫 번째 활동장소인 예술의 전당으로 가기 위해 김 교사를 따라 버스에 올랐다. 학생들은 익숙하지 않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면서도 질서정연함을 잃지 않고 침착히 행동했다. 많이 피곤했을 텐데도 버스 노약자석을 비워두는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김 교사 일행이 예술의 전당을 찾은 이유는 ‘2011년 세계보도사진전’을 보기 위해서다. 도슨트를 따라 여러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는 내내 진지한 모습이 눈에 띄었던지, 방송 촬영 중이던 아리랑 TV에서 한 학생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사진전을 다 보고 나서야 아픈 다리를 두드리며, 조금 흐트러지는 아이들. 잠시 로비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다가 금세 힘을 내 두 번째 장소인 코엑스로 향했다. 코엑스에 도착해서 시원한 팥빙수로 더
나를 알고 미래를 디자인하라 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성적에 맞는 학과, 직업이 아니라 자신이 관심 있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긴 인생을 사는 데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격, 장점, 적성을 파악해 진로를 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전남 목포청소년문화센터에서는 중 ·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9월 10, 17, 24일 3회에 걸쳐 진로적성검사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해 가는 프로그램 ‘미래를 디자인하다’를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은 자신의 장점과 단점,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진로탐색 검사를 통해 나타난 진로 유형, 이와 관련된 직업군에 대해 살펴볼 수 있도록 또래 친구들과의 다양한 게임 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더 이상 고민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가는 즐거운 과정이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진로 탐색 후에는 구체적인 진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목표를 둔 것이다. 미래의 경제인이 되기 위한 교육 청소년들은 미래에 직업을 갖게 되면서 자신이 주체적으로 경제활동을 해나가야 한다. 지금은 비록 부모님의 용돈을 받아 생활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경제, 금융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의 이름은 신라 시대에는 북한산군이었고 고려시대에는 한성(漢城)이었으며, 조선 시대에는 한양(漢陽)이었다. 대한제국기에는 다시 한성이라고 불리었다가 1910년 일본이 국권을 강탈하면서 경성(京城)으로, 해방된 후에는 현재 명칭인 ‘서울’로 바뀌었다. 경주를 가리키는 서벌’에서 기원 ‘서울’이라는 말은 용비어천가(1447) 49장 “셔 드러 님그미 나갯더시니(서울에 도적이 들어 임금님이 나가있으시더니)”라는 구절에 ‘셔’의 형태로 처음 나타난다. ‘셔 ’은 같은 시대의 자료인 월인석보(1457)에 이미 ‘셔울’로 나타나고 그 이후에는 대개 ‘셔울’로 실현되고 있어서 15세기에 이미 ‘셔 셔울’로의 변화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 ‘셔울’이 지금과 같은 ‘서울’의 형태로 쓰이게 된 것은 대략 19세기에 와서의 일이다. 20세기 초반까지도 간혹 ‘셔울’과 ‘서울’이 혼재되어 나타나기는 했지만 입말에서는 적어도 19세기 후반에는 ‘서울’로 통일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셔 셔울서울’의 어원에 대해서는 경주(慶州)를 가리키던 ‘서벌(徐伐)’에서 왔다는 설이 가장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서 일연은 삼국유사(1285)에 ‘신라’의 국명(國名)에 대
9월과 10월, 국립극장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이 남산의 가을을 물들인다.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은 해외 각국을 대표하는 공연단체들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국립극장의 간판 행사다. 관객들에게 세계적인 공연예술의 흐름을 보여주고, 각 나라의 공연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2007년 첫 막을 올린 이후, 지난 4년 동안 한국을 포함한 25개국이 참여해 30여 편의 해외 걸작들을 선보여왔다. 올해는 총 7개국의 해외 공식 초청작, 국립극장 전속단체 공연을 비롯한 국가브랜드공연 화선 김홍도 외 15여 편의 국내 우수작과 다양한 부대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특히 올해는 페스티벌 5주년을 맞아 일반 관객들과 행사 참가자 그리고 페스티벌 관계자들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축제의 장을 준비하고 있다.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해외 초청작 2011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의 주제는 ‘400년에 걸친 풍자와 해학의 세계적인 걸작’이다. 17세기부터 21세기에 걸쳐 시대상을 풍자하며 해학미를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로 구성해 이전과는 다른 색깔을 보여주고자 한다. 프랑스의 코메디 프랑세즈가 20여 년 만에 내한하고, 체코 프라하국립극장은 자국을 대표하는 연극을 선보인다. 불가
선생님, 당뇨예요? 오후 1시에 ‘키움반’1) 선생님들이 회의를 했다. 학교에서 문제아들만을 데리고 하루 종일 생활지도에다 학습지도까지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수고가 매우 놀랍다. 비록 일정한 월급을 받고 하는 일이긴 하지만 여느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회의 중에 학년별로 담당하고 있는 키움반의 실태를 공개하고 그에 대한 대처방법이나 지원, 협력 방안을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오후에 세 아이(주동, 모건, 민조(가명))가 왔다. ‘민조가 와서 문제가 되겠구나’ 하고 예상했더니 여지없이 학습 분위기는 붕괴되고 말았다. 내가 옆에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함을 치며 다른 아이들을 때리고 엉겨 붙어서 장난을 친다.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약을 올리듯이 히죽히죽 웃으며 능글거리는그를 보기 좋게 한 대 때려주면 속이 시원할 것만 같은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녀석은 나의 그런 약점을 이미 간파하고 있다. 내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조용히 좀 있으라고 했더니 그는 나를 정면으로 노려보 면서 나보다 더 큰 소리로 “아동학대!”라고 하며 엄지와 검지로 카메라 파인더를 만들어 사진 찍는 흉내를 냈다. 첫째 시간에는 그
글로벌 시대이고 국제화 시대에 우리나라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면서 국민들의 영어(외국어) 의사소통 능력이 필수가 된 시대, 우리 영어교육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변화인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란 산이 우리 앞에 있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학생의 영어 수준과 진로에 따라 실용영어와 기초학술영어로 구분해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등 영어교육의 4대 기능에 대한 영어 능력을 인터넷 방식(Internet-Based Test)으로 평가하는 시험이다. 지금까지는 영어 능력을 평가할 때 비교적 평가하기가 쉽고 채점에 공정성이 확보가 쉬운 ‘듣기와 읽기 영역’ 위주의 평가만을 해왔다. 그러나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듣기와 읽기를 포함한 ‘말하기와 쓰기영역’까지도 평가하는 시험이다. 이것은 어떤 평가시험이고 초등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은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또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특별활동 영역에서 학교 나름의 영어교육을 해오다가 지금부터 15년 전인 1997년부터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외국어(영어)가 도입되고 편성되어 3학년에서 6학년까지 주당 2시간의 영어교육을 실시하기 시
1 읽기 어려웠던 고전 작품 가운데 내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는 두 작품이 있다. 하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고, 다른 하나는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이다. 대학 시절 컴컴한 기숙사 골방에서 지적 허영과 우수(憂愁) 짙은 정조 속에서 읽었는데, 짙은 감동과 공감으로 읽었다는 말은 못 하겠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이 난해했기 때문이다. 그 ‘우수’라는 것도 공연히 잘난 척 내가 만들어낸 감정의 겉멋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선 너무 어렵고 지루했다. 이 책들을 읽고서 내가 무언가 심오한 것을 깨우쳤다기보다는 책의 후미에 실린 쟁쟁한 학자들의 설명과 해석을 흘금흘금 대조해 가면서, 겨우 억지로 아는 척 해가면서 읽었다는 고백이 오히려 정직하겠다. 그러니까 이 작품들을 근근이 읽어낸 것은 순전히 지적 허영심이었다. 속된 말로 친구들에게 꿀리기 싫어서 읽은 것이다. 나도 그 작품을 완전 독파했노라고 말하기 위해서, 나도 그 작품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읽었다고나 할까. 남들에게 그럴 듯 근사하게 보이려는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읽었으니 분명 오갈 데 없는 허영심이다. 그 허영심을 밑천으로 친구들과 막걸리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