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 그동안 일선 학교 교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단위학교와 교육청에 각각 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교육감에게 교육활동 보호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 해 8월 발표된 ‘교권보호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로 2월초 공포돼 3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금년 5월초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 개정안은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기존에 유명무실했던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가 ‘학교교권보호위원회’로 개편되고 ‘시도교권보호위원회’ 설치 근거도 마련함으로써 ‘교권보호 종합대책’의 실효성을 1차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하겠다. 사실 그동안초.중.고교 각급학교에 설치돼 있는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는 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대한 최소 기준이 미흡해 대다수 학교에서 위원이 교원으로만 구성돼 있어 학생‧학부모와의 실질적인 분쟁 조정이 어려웠다. 또 교원의 교육활동과 관련한 분쟁 조정만을 담당하는 한계가 있고, 일부 역할은 학운위 등 타 위원회와 중복되는 면도 존재했다. 이 때문에 대다수 학교가 5
갈수록 가관이다. 충남교육청의 교육전문직 장학사 선발시험에 부정의혹이 처음 보도되었을 때만해도 ‘설마 그럴 리가’생각했다. 기우이기를 바랐다. 차라리 불합격한 사람들의 질투에 사로잡힌 투서나 경찰의 실적내기 경쟁이 부른 헛발질이 아닌가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하나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관련자들이 줄 소환되면서 일부가 구속되었고, 소환 대상자 한 명이 목숨을 끊자희망은 이제 절망으로 바뀌었다. 내가 소속된 교육청이 아니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시민과 학생들은 그러한 전문직 시험 비리를 어느 한 교육청으로 국한해서 생각하지 않고 다른 모든 곳들도 그러려니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필기시험 문제를 출제한 후에 밖으로 몰래 가져나와서 사전에 유출한 것으로 보도되었으나, 최근 언론지상에 나오는 것을 보면 출제 전부터 미리 문제를 알려주고서 알려준 문제를 그대로 출제한 것으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어느 부도덕한 한 개인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고위층 연루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매관매직을 한 것이다. 합격한 대다수 전문직 예비합격자들이 이런 식으로 합격한 것이라면 들러리를 선 탈락한 다른 사람들은 억울함을 넘어서 기울어진
나는 1951년9월 1일에 전남 보성군 율어국민학교에 1학년에 입학을 하였다. 왜 9월 입학이었느냐고 묻겠지만, 1951년에 우리나라에는 9월 학기제가 시행되었던 같다. 그것도 1951년만이고 1962년에는 4월 학기제로 바뀌었다는 것을 내가 다니던 모교의 연혁을 보면 알 수 있다. 1951년 7월 18일에 모교의 제4회 졸업식이 있었고, 1952년3월 22일에는 제6회 졸업식이 있었으니 이 사이에 학기가 4월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되어서 9월에 입학을 한 나는 교실도 없는 학교에 가서 운동장에서 모래밭에다가 막대기로 ㄱ, ㄴ, ㄷ...을 쓰고, 1,2,3...을 쓰고 다니다가 공비토벌이 시작되어서 온통 전쟁터가 되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집에서 놀고 있었다. 지리산의 공비를 토벌하기 위해 국군과 경찰력이 동원되어서 지리산의 자락인 벌교의 존재산태백산맥의 초기 무대가 되었던 산으로 부터 조계산으로 몰아서 지리산으로 작전 구역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내가 살던 율어면은 존재산의 전투 현장이 되었었기 때문에 학교에 다닐 수가 없었다. 집에서 쉬고 있던 동안에 우리 집은 동네의 가장 뒤편에 위치하여 있을 뿐만 아니라, 규모가 가장 큰 5칸 접집10칸짜리
언제부턴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할 때마다 목욕하는 습관이 생겼다. ‘목욕이 보약보다 낫다’는 말이 있듯 목욕을 하고 나면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고 몸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더군다나 동네 가까이에 목욕탕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가 있다. 금요일 오후, 며칠째 계속되는 감기로 몸이 좋지 않아 목욕하면 조금 나아질까 하는 생각으로 목욕탕으로 갔다. 평일이기에 부담 없이 목욕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목욕탕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호자와 함께 온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친구들과 함께 온 초등학교 학생들이었다. 연일 이어지는 맹추위로 밖에 나가 놀지 못한 아이들이 추위를 피하려는 곳 중의 하나로 목욕탕을 선택한 것 같았다. 그리고 방학 중 받은 모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목욕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조용히 앉아 목욕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함께 온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목욕탕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말 그대로 목욕탕은 아이들의 무법천지였다. 수영금지라는 경고문에도 일부 아이들은 물 만난 물고기 마냥 냉탕에서 물장구를 치며 수영까지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스스로 배울 수 있습니다'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수용이 가능한 명제이다. 그러나 언어교육에서도 이같은 정의는 통할 것인가 의문을 가진 나에게 이런 사례 발표는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미국 브루스 발라드(59) 교사는 침묵교수법으로 언어교육, 협동학습을 하고 동기부여까지 실천한 사례를 들려 주었다. 그는 “한국어를 배울 때 선생님께서 거의 말씀을 안 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게 하는 모습에 그동안 제가 받았던 언어교육의 틀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라고 새로운 배움의 창을 연 이야기로 시작하였다. 눈높이 교육상 글로벌 교육부문 수상자인 브루스 발라드 뉴욕 브롱크스 차터스쿨 교사는 지난 해 11월 22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대교문화재단 주최와 교총, 교과부의 후원으로 열린 ‘눈높이 글로벌 교육포럼 2012’에서 자신이 실천해 온 침묵 교수법을 발견하게 된 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평화봉사단원으로 1975년 한국에 왔을 때 한국어 교사가 수업 시간에 막대기를 하나씩 꺼내 ‘막대기’라고 알려준 뒤 다시 막대기를 꺼내들면서 침묵하자 학생들이 다같이 ‘막대기’라고 말하고 이어 서로 다른 막대기의 길이, 색깔 등을 표현하는 단어를 찾아갔다. 그는 이 경
억대의 국고보조금과 교비를 횡령한 전문대학 총장 등이 구속되고 학생들을 입학시킨 대가로 이 대학으로부터 돈을 받은 고교 교사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는 소식이다. 검찰이 밝힌 내용을 보면, 정말 놀랄 정도다. 이 대학에서 학생 모집 대가로 1000만원 이상을 받은 고등학교 교사 7명을 뇌물수수 등 혐의, 1000만원 미만을 받은 교사 41명에 대해서는 도교육청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가히 생각하지도 못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거다. 고등학교 교사들이 제자들의 대학 입학을 위해 대학에 찾아가서 좋은 정보를 수집하여 제공하던 것과는 달리, 대학에 사례금을 받고 제자를 특정 대학에 지원하도록 했다는 얘기다.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 모집 대가로 대학으로부터 사례금을 받아 사법처리되는 초유의사건이다. 물론 이런 일들은 이 지역만의 사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워낙 대학 숫자가 많고 대학진학률도 과거보다는 차츰 줄어들고 있는 이유도 이번 사건이 일어난 이유 중 하나일거다. 특히 MB 정부 들어 공기업을 중심으로 고졸 취업자가 늘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이번 일을 시작에 불과하다는 두려운 생각도 없지 않다. 그 이유야 어떻든 교사
표를 산 다음 매표소를 지나 절 입구에 들어섰다. 제일먼저 청아한 스님의 독경소리와 목탁소리가 길옆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독경소리를 귀담아 들으며 길을 걷는다. 특이하게도 사찰로 들어가는 길임에도 불구하구 전연 가파르지가 않다. 대로처럼 넓게 펼쳐진 길 양옆으로는 전나무 숲길이 인상적이다. 마치 오대산 월정사의 키다리 전나무숲길을 걷는 느낌이 든다. 하늘 찌를 듯이 늘어선 전나무들은 수령이 110년이 훌쩍 넘은 것들이라고 한다. 전나무들은 마치 방문객을 환영하듯 양손을 활짝 벌여 웅장한 터널을 만들어준다. 나무들이 만들어준 1km에 이르는 전나무터널을 걷다보니 속세의 미움도 애증도 봄눈 녹듯 사라지며 불국의 세계에 성큼 다가선 느낌이 든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나는 속으로 반야심경의 한 구절을 읊조리며 150년 전 후손들을 위해 친히 이 나무들을 심은 스님들께 감사함을 표시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곳 공기는 속세와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한참을 걷다보니 전나무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 큼지막하게 지어진 일주문이 길을 막는다. 능가산 일주문(一柱門)이다. 이 문을 들어선 순간부터 오직 一心으로 부처님께 귀의하라는 뜻으로 기
각 부서의 부장교사들이 둘러 앉았다. 그 사이에 행정실장이 뭔가를 배부해 주었다. 그 무엇인가는 바로 예산계획이다. 이미 12월에 각 부서별로 제출한 것을 돌려 받았다. 방학중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회의를 소집한 이유를 교장선생님이 설명을 했다. 각 부서에서 제출한 예산이 올해 실제 가용예산보다 더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각 부서의 부장들이 모여서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행정실의 이야기로는 실제로 가용예산이 지난해보다 6천만원정도 줄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강당임대와 각종 시험에사용되는 교실임대료를 지난해 수준으로 하더라도 6천만원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왜 예산이 줄었는지는 예측만 될 뿐 실제로 줄어든 이유를 설명하기 쉽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예산이 전년대비 6천만원정도 줄었고 줄어든 예산으로 학교살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요금도 인상되고 물가도 인상되었는데, 올해 1년이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각 부서에서 제출한 예산을 1차로 삭감했는데, 반드시 필요한지 검토후에 조금씩 줄여 놓은 상태다. 그렇게 줄이고 줄였음에도 더 줄여야 하는 예산액이 3천만원 가까이 되었다. 우선은 지난해 보다 증액해서 신청한 항목을 살피기로 했다. 가급적 지
노도에서 외쳐 부른 그리움의 노래 -“남해는 잠들지 않는다”를 읽고- 그리움이 사무치면 바람이 되고 별이 되리라. 금산 아래 한 점 섬 노도는 자개처럼 반짝이는 앵강만을 뒤로 붙박이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열세가구 노도의 집들은 한양을 향한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호구산과 망운산을 바라보는 섬의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섬의 동쪽 응달진 곳엔 파도소리에 애환을 싣고 보리암을 바라보는 세월을 간직한 김만중의 초옥이 있다. 그 초옥 주변엔 해마다 봄소식이 북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하면 그리움을 물들인 동백꽃은 나무에서 땅에서 붉은 빛을 바래며 두 번씩 눈물을 흘린다. 남해에 살면서도 김만중의 일대기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단순히 한글소설인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쓴 조선 시대 유배객 정도로 알고 있었을 뿐 그의 사람됨과 남해에 유배 온 삼 년 동안의 행적에 대하여서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남해는 잠들지 않는다’는 임종욱 작가의 소설은 이런 무관심에 불을 댕겨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책의 표지에 실린 바닷바람에 몸을 갉혀 먹히며 서안 앞에 대추처럼 마른 모습으로 붓을 든 사람이 바로 김만중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나 소설가를 꿈
지란지교(芝蘭之交)란 한자 성어가 있다. 이 말은 명심보감의 교우 편에 나오는 것으로 공자는 "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향기를 맡지 못하니, 그 향기에 동화되기 때문이다. 선하지 못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절인 생선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악취를 맡지 못하니, 또한 그 냄새에 동화되기 때문이다. 붉은 주사를 가지고 있으면 붉어지고, 검은 옻을 가지고 있으면 검어지게 되니, 군자는 반드시 함께 있는 자를 삼가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지란지교는 벗을 사귈 때는 지초와 난초처럼 향기롭고 맑은 사귐을 가지라는 뜻이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벗 사이의 변치 않는 사귐을 일컫는 한자 성어로는 관포지교(管鮑之交), 막역지우(莫逆之友), 수어지교(水魚之交), 죽마지우(竹馬之友) 등이 있는데 모두 벗 사이의 두터운 우정을 가리키는 성어들이다. 벗, 친구! 참 좋은 말이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사귐이다. 드라마 상도에서 ‘장사는 부를 남기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남기는 것이 진정한 장사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말은 신뢰를 동반한 사귐이 사람에게서 제일 중요 하다는 뜻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