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교사들의 얼굴엔 아이들을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서울 서초구의 서일초등학교 교사 다섯 명은 학습 부진아 학생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학습커뮤니티 ‘콩나물시루’를 꾸려 작년부터 운영 중이다. ‘2013 서울시 우수 학습커뮤니티’로 선정되면서 힘을 얻었다. 교사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아이들의 변화가 보답으로 돌아온 덕분이다. ‘I CAN 프로그램’,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듯 + “콩나물시루는 아무리 물을 줘도 밑으로 다 빠져버리잖아요. 물을 계속 준다한들 콩나물이 잘 자랄까 싶은 생각이 들죠. 하지만 계속 물을 주다보면 콩나물은 어느새 쑥쑥 자라 있어요. 부진아 교육도 그런 것 같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들에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 같지만 지속적으로 관심 갖다보면 아이들은 분명 변하거든요.” 팀장을 맡고 있는 김수은 교사는 학습커뮤니티 명칭을 ‘콩나물시루’로 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교육철학에 공감하는 네 명의 교사가 동행하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다섯 명의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학습 부진아 구제를 위해 힘을 모았다. ‘I CAN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학습 부진아들에게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큰
“야~ 2반 담임이 누구야!” 창문 너머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딸이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는데 모르고 있었다는 게 말이 돼?” 교직경력 20여년 만에 맞딱드리는 이 당혹스러운 상황. 나는 순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멍해있었다. 수지(가명) 아버지가 학교에 찾아 온 것은 스승의 날 행사가 끝나고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있을 무렵이었다. 교무실 문을 요란스럽게 밀고 그가 들어왔다. 흥분한 아버지는 학교 측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며칠 뒤 학교에 비상이 걸렸다. 00당 정00 국회의원 비서실에서 최근 몇 년간의 학교폭력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시간차 공격을 하듯 서울시교육청 감사실에서도 학교로 오겠다는 연락이 왔다. 동료교사들의 한숨과 투덜거림에 심장이 두근거렸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순간 나는 죄인이 되었다. 나름대로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 노력했던 내 자신이 초라해보였다. 이유 불문하고 아이들 입장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행정적으로 처리해야하는 것이 역시 옳은 것 이구나 후회가 들었다. 그동안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행동했던 것들이 흐트러지면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주말이 지나고 3교시 수업이 끝난 후
꽃무늬 옷 +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면 꽃무늬 옷을 좋아하게 되어 있어. 여자들이 꽃무늬 옷을 자주 입으면 그건 할머니가 되어간다는 뜻이야.” 문경이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얼른 내가 입고 있는 옷을 확인했다. ‘휴~, 다행이다.’ 난 검은색 벨벳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목과 가슴 사이쯤엔 같은 색상의 천으로 만든 장미가 몇 송이 붙어있다. 꽃무늬 옷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난 안도하면서 웃는다. 아직까지 내겐 꽃무늬 옷이 거의 없는 편이라서 또 다행이다. 난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이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기 가족을 그리고 있었다. 초등학교 신입생들의 학교 초 적응기간이 거의 끝나가는 3월 말쯤. 그 날의 학습문제는 가족을 그려 그 가족에게 자기가 주고 싶은 선물을 그리는 내용이다. 우리 여자들은 아이, 어른을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참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진이가 그리는 그림을 흘낏 보던 문경이가 참견했다. “늬네 식구가 왜 다섯 명이야?” “우리 고모도 우리랑 사니까 가족이야. 같이 살면 가족이라고 선생님이 그랬어.” “누가 늬네 고모인데?” “여기.” “늬네 고모한테 왜 꽃무늬 옷을 그려놨는데?” “우리 고모는 꽃무늬 옷을 좋아해.” “이상
선생님에게 있어 수업은 무엇일까? 삶이며 일이다. 선생님은 수업을 통해 보람과 성장, 창조, 행복을 만들어 가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실망하기도 한다. 아이들에 있어서 수업은 무엇일까? 생활의 일과이며 자신의 개척이며, 미래를 꿈꾸는 시간이다.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을 바라보며 희망을 만들어 가는 것을 볼 때 선생님의 역할이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선생님의 생존적, 실존적 가치에서 아이들의 희망적, 창조적 가치로 바꾸는 일이 수업을 통하여 일어난다고 할 때 수업은 가치의 교류이며, 세대 간의 교류라고 할 수 있다. 수업시간을 통하여 아이들의 삶과 미래를 담아내 줄 수 있어야 하며,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아이들로 하여금 학습한 내용을 앎과 표현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배움이라고 볼 때 어떻게 이 배움을 표현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학습자가 수업시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방법으로 적용하게 할 수는 없을까? 눈으로 보고 생각을 공책에 쉽게 정리하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을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생각을 할 때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고 생각의 과정을 순서대로 나열하면서 표현하게 된다. 오늘은 그림이나 단어를 사용하여
한국교총과 영양교사회가 요구해 온 영양교사 교직수당 가산금이 3월부터 지급된다. 교육부는 영양교사수당 지급근거를 마련한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2014.1.18, 대통령령)한데 이어 지급대상의 범위와 지급시기를 명시한 ‘영양교사 교직수당 가산금 지급규정’(교육부훈령)을 지난달 12일 제정했다. 이에 따르면 고교 이하 각급학교에서 근무하는 영양교사는 어린이 기호식품에 대한 안전‧영양 교육이나 올바른 식생활교육 등을 월 2회 이상 수행할 경우, 매달 3만원의 교직수당 가산금을 3월부터 지급받게 된다. 교총은 지난 2007년부터 6차례에 걸친 교섭협의를 통해 영양교사 교직수당 가산금 신설‧지급을 요구해 왔고, 기자회견과 대국회 활동도 지속적으로 전개해 이번 규정 제‧개정을 이끌어냈다. 당초 국회와 정부는 관련 예산확보와 부처협의를 끝내 지난해 3월부터 영양교사수당을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이를 번복하고 교원 수당개편 과정에서 되레 배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1년여 시행이 늦춰졌다. 이에 교총은 “영양교사수당 신설은 교원수당 개편과 무관한 사안인 만큼 별도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요구를 교육부, 안행부, 정치권에 수
학교는 학생 성범죄 주장, 신고, 풍문을 듣고 알게 됐을 때,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할까. 아니면 학교가 기본적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신고 여부를 결정해야 할까. 이와 관련 학교의 합리적 판단에 따라 개연성이 있을 때만 신고의무가 발생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현행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에 따르면 ‘학교의 장과 그 종사자는 직무상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때는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반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7항에는 ‘성폭력 등 특수사건에 대해 학전문기관에 실태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며 학교의 조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는 신고 의무가 발생하는 ‘성범죄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때’가 과연 어느 ‘시점’을 말하는지 혼란스러워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대전 A중은 지난 2012년 12월, 여 자녀가 같은 반 남학생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학부모의 신고를 받고 즉각 사실조사를 한 결과, 추행사실이 발견되지 않아 학부모에게 설명하고 마무리 지었다가 1년여 이상 곤욕을 치렀다. 학부모는 학교가 사건을 은폐한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사진)이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답은 다시 ‘교사’였다. 문 교육감은 신학기를 맞아 지난달 27일 교육청 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반고 점프 업, 중학교진로탐색집중학년제, 학교 밖 청소년 등 대표적인 문 교육감표 정책들보다 ‘행복한 교실’ 만들기에 집중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 교육감은 “그동안 가시적인 ‘행복교육’의 골격을 잡아 왔다면 이제는 현장에서 실천되는 ‘행복한 교실’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는 매직파워로, 수업시간에 칭찬, 격려 인정하는 말의 빈도를 높이면 아이들이 달라지고 교실이 달라진다”며 “어떻게 하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긍정적인 언어 빈도를 높일 수 있을까가 요즘 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아주 시시하고 사소한 일 같지만 5·31 교육개혁위원회 활동 당시부터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해왔던 일”이라고 소개한 그는 “별도로 반 학생들의 배치표를 놓고 체크하며 하루에 한 번씩 어떤 방법으로든 모든 아이들을 ‘터치’해보자는 의도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교육정책 추진이나 행정지도만으로 교사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인정했다. 이를
기획 연구하는 교사가 희망이다 응모작 대비 40%만 입상 혜택 수 년 노력에도 실패, 좌절감만 석·박사 눈돌려 점수 따는 현실 현장 연구 관심·열기 점점 외면 미입상도 점수 주고 쌓게 해 연구년·연수 선발 등에 혜택을 “학교생활하면서 연구를 병행하기는 힘들지만 수업에 적용 했을 때의 보람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교사로서의 즐거움입니다. 그럼에도 1년간 각고의 노력을 다해 연구한 결과물이 막상 대회에서 떨어지면 느껴지는 실망감과 패배감은 연구를 접을 정도로 크죠. 1년 연구하고 1년 쉬고, 후회하며 다시 연구를 시작하고 그렇게 보내온 세월이 10년입니다.” 박병진(39·기술) 경기 금촌중 교사는 올해 ‘현장교육연구대회’와 ‘전국교육자료전’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이미 승진을 위한 연구실적점수 3점을 채운 지는 오래. 그럼에도 계속 목표를 세우고 연구하는 이유는 교사로서의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서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전국교육자료전 ‘국무총리상’ 수상은 10년간의 노력과 땀에 대한 값진 선물이 됐다. 박 교사는 “최고상 수상도 기분 좋았지만 1년 동안 공들인 내 연구가 기록되고, 다른 교사들에게 활용된다는 것이 가장 기뻤다”며 “대회에 미 입상한 대다수
27일 경기 이천남초(교장 김만근)에서는 신규임용교사 환영회가 열렸다. 막내로서 솔선수범하고 학생들을 이해하는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는 새내기 교사들의 포부에 선배교사들이 박수로 격려하고 있다.
교사로 임용된다는 것은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일처럼 힘들다. 대학 4년 동안 치열하게 공부를 해야 하고 임용고시를 치러야 한다. 정말이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이상으로 힘겨운 과정을 겪는다. 그럼에도 왜 많은 이들이 교직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교직이 성직이어서일까, 아니면 안정된 전문직이고 방학 때 쉴 수도 있어서일까. 아무튼 수많은 고급 인력들이 교사가 되고자 온갖 고난의 과정을 감수하며 피 말리는 노력을 한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거나 아니면 실패의 운명을 맞는다. 생각할수록 눈물겨운 희비의 엇갈림이다. 따라서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교사는 참으로 선택받은 행운아들이다. 그런 참신한 인재들이 해마다 교직에 유입되는데 교직 사회는 왜 생명력이 없는가. 대부분의 경우처럼 신임교사는 설렘 속에 연수를 받고 정장 차림의 출근을 한다. 긴장과 떨림으로 학교를 안내받고 배정된 담임과 업무를 맡는다. 모든 것이 꿈만 같다. 아이들도 하나같이 예쁘기만 하다. 그러나 그 기대와 꿈은 언제부터 무너지는가. 신임교사들은 나름의 설렘과 각오로 출발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비빌 언덕이 없다는 것이다. 선배교사들이 신임교사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