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 교육자라면 누구나 숱하게 들어온 이 경구를 대선 후보들은 들어보지 못한 모양새다. 5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나선 주요 정당의 후보자 공약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교원정책 외면’이다. 대통령 선거일을 19일 남겨둔 4월 20일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원내 교섭단체 4개 정당의 대선 후보 공식 대선공약 중에 교원정책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나마 미래교육과 관련한 세부적인 추진사항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해 1만 명의 인력 양성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행을 혁파하겠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공약 정도가 교원과 관련된 공약이었다. 대신 후보들이 내세운 주요 공약의 관심은 교육 지배구조, 학제, 입시 등 구조 개편에 있었다. 물론, 정치의 계절마다 단골로 나오는 각종 복지제도의 확대나 개선도 공약에 반영됐다. 교육위위원회 중·장기 계획 수립 한목소리 세부적인 정책 연구가 어려운 촉박한 대선 일정을 고려할 때 거시적인 구조 개편을 의제로 꺼내 드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 중 자극적인 문구로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은 교육부 폐지다. 주요 후보들은
지난해 봄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 사이에 벌어진 세기의 바둑 대결 이후 우리 교육계는 교육제도와 틀, 교육내용과 방법 등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듯하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 학교교육의 빠른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학교교육의 혁신을 강제하려고 들어서는 안 된다. 물론 학교가 외부의 변화에 대해 더디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다. 학교 ‘밖’에서는 그것을 깨우치고픈 욕심과 조급증에서 교육의 변화와 혁신안을 만들고 학교에 강제하고픈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위기의식과 조급증은 학교구성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그들을 교육개혁의 과정에서 소외시킬 수 있다. 그럴 경우에 학교개혁과 변화는 오히려 어려워지고 교육의 위기는 심화될 수 있다. 교육개혁을 주장하는 정치가나 기업가, 교육운동가들은 교육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그러나 교육문제는 결코 한꺼번에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교육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교육개혁에 대한 역사적 연구들은 교육의 혁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역량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이다. 이런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단편적인 지식만 전달하는 교과 교육이 아닌 토의·토론 수업과 실험·실습 활동 등을 확대하고 과정 중심의 평가를 활성화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과정이 지식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 효율적으로 아이들에게 전달할지, 어떻게 성취도를 높일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개정 교육과정은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준비하는 교육과정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런 교육과정의 개편은 학교 도서관 교육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학교도서관 교육의 이론적 목표는 생애능력, 자기주도적 학습, 정보 활용 능력인 리터러시(Literacy)의 배양이다. 학교도서관 이용 교육과 활용 수업은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활동으로 단순히 학습과제의 주도적인 해결뿐 아니라, 생활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를 매체가 담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활용(정보 활용 능력)해 해결하는 능력(생애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PART VI
01일곱 시간에 걸쳐 공연하는 연극을 보러 갔다. ‘일곱 시간’이나 공연을 하다니,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그 관심을 두고 특별히 예술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세상에, 그렇게 긴 연극이 있단 말이야? 어떤 건지 한번 봐야겠다’ 하는 정도의 호사가적 관심에 가까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곱 시간’에만 집중하는 관심은 대중적인 관심(popular issue)에 머문다. 나도 저 공연을 보고, 누구에겐가 ‘일곱 시간 공연을 보았노라’고 말하고 싶은, 일종의 ‘지적인 허영심’ 같은 것에 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이 공연을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무대에 올리는 작품을 확인하는 순간, ‘아! 인내심이 필요하겠구나. 짜릿한 재미 같은 것은 기대하지 말아야지. 지루해서 졸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작품은 도스토옙스키 원작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었다. 젊은이들에게 관람을 권유해 봤다. 재미없으면 책임지라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진한 관심을 갖고 응하는 사람은 그 분야 전공자 외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일곱 시간짜리 연극 관람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우리라. 난해한 내용에 일곱
학교에서 교과를 제대로 가르쳐서 참된 이해를 개발시키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안이 있지만 최근에 주목을 받고 것 중에 하나는 역행설계(Backward Design) 교육과정이다. 역행설계 교육과정은 미국의 위긴스(Wiggins)와 맥타이(McTighe)가 제안한 이해중심 교육과정(Understanding By Design, UBD)이라는 교육과정 설계 모형의 별칭이다. 이 모형은 사실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심층적인 지식의 구조에 대한 앎과 적용이 이뤄졌는가를 평가과제로 제시한다. 위긴스와 맥타이는 이런 ‘이해’를 돕기 위한 단원 설계와 수업 계획이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까지 교사들은 주어진 학습목표를 보고 어떤 재미있는 활동을 수업에 포함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수업이 모두 이뤄진 후에 평가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해중심 교육과정 설계 모형에서는 교사들이 수업 전에 먼저, 단원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학문의 핵심 개념과 원리에 기초해 끌어내고, 학습자가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음을 드러내는 증거가 될 수 있는 평가과제를 개발한다. 그런 다음, 학생이 평가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방식으로 학습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주요 정당의 후보가 확정돼 경쟁적으로 대한민국호를 어떤 비전과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밝히고, 집권 구상을 담은 공약을 알린다. 매스컴은 연일 여론조사 결과와 후보 동정을 보도한다. 5년마다 이뤄지는 주기적인 일들이지만 이번 대선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 이유는 이번 대선이 전임 박근혜 대통령의 예기치 않은 탄핵을 야기한 국정 운영의 숨겨진 난맥상과 그로 인한 사회의 갈등을 어떻게 치유하고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느냐에 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시기가 약 7개월 정도 앞당겨졌기 때문에 각 정당 후보의 선출이 짧은 기간 동안 이뤄졌다. 이에 후보들은 장시간에 걸친 공약의 학습과 내부 검토 및 검증이라는 준비 과정을 철저히 거치지 않고 그때그때 이슈 선점을 위한 공약들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슈 선점을 위한 그들의 입장 표명과 언명은 여전히 구태의연하다. 이런 시점에서 대선의 교육정치학적 의미를 탐색하는 것은 학술적 탐구 영역의 확대뿐 아니라 미래의 교육대통령을 올바르게 선택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의의 국민이 참여하는 여러 선거
01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 학생들은 각종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지만, 학생들의 행복감이나 자존감은 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그 이유는 지식 전달 중심의 교육,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 객관식 위주의 정답 맞추기 교육, 교과서 중심의 진도 나가기 수업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중·고교에서는 학생들의 평가 결과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고 상급학교 진학 전형에 반영되기 때문에 준거 지향적 평가보다 규준 지향적 평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수업은 교과서 내용 중심으로, 평가는 학생들의 서열을 확인하기 위한 방식이 선호되는 구조를 만들면서 수업과 평가의 괴리감이 커지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4차 산업혁명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해, 학생의 요구와 수준에 맞게 ‘교사가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고, ‘배움중심의 철학과 가치가 반영된 학생중심의 수업’과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과정 중심의 평가’를 학교교육과정의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학생의 수준과 요구에 맞게 해줄 필요가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대한 담론을 반영하고, 학생의 삶을 연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며
장미는 5월부터 피는 대표적인 꽃이다. 이번 대선을 ‘장미 대선’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 소설 속에 핀 두 송이 장미가 있다. 한 송이는 신경숙이 베스트셀러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며 쓴 장미이고, 다른 송이는 정이현이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불타는 사랑을 표현할 때 쓴 장미다.‘엄마를 부탁해’ 표지는 강렬한 빨간색에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듯한 여자가 기도하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일본어판 표지는 장미 사진으로 뒤덮여 있다. ‘엄마를 부탁해’가 장미와 무슨 연관이 있어서 이런 표지를 쓴 것일까. 일본 출판사에 문의해본 것은 아니지만, 소설에서 장남이 서울에 처음 집을 장만했을 때 엄마가 담장 옆에 장미를 심어주는 내용에서 착안한 것이 확실하다. “그가 집을 갖게 되고 처음 맞이한 봄에 서울에 온 엄마는 장미를 사러 가자고 했다. 장미요? 엄마의 입에서 장미라는 말이 나오자 그는 잘못 듣기라도 한 듯 장미 말인가요? 다시 물었다. 붉은 장미 말이다, 왜 파는 데가 없냐? 아뇨 있어요. 그가 엄마를 구파발에 쭉 늘어서 있는 묘목을 파는 화원으로 데리고 갔을 때 엄마는 나는 이 꽃이 젤 이뻐야, 했다. 엄
이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에서 도착지 날씨를 알려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이웃 나라니 새삼 놀랍지는 않지만, 생각보다도 일본은 훨씬 더 가까웠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공항 천장을 가득 메운 요괴 그림들이 먼저 우리를 반긴다. 현란하게 채색된 애니메이션의 향연에 놀라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이번에는 공항 한 면을 가득 메운 유리창이 눈에 띈다. 스테인드글라스 형식의 애니메이션이 한가득이다. 가히 요괴 공항으로 불릴만하다. 사카이미나토 시요괴 만화의 고향 공항 곳곳에 배치된 요괴 그림은 바로 요괴 만화의 거장, 미즈키 시게루(水木しげる)의 대표작인 ‘게게게의 기타로(ゲゲゲの鬼太郎)’의 캐릭터들이다. 곳곳에 숨은 요괴 그림은 지방도시의 작은 공항에 불과한 요나고(米子) 공항을 여행자들의 기억 속에 각인시킨다. 공항에서부터 고조된 가슴은 요괴 열차에 올라 사카이미나토 시(境港市)의 요괴 마을에 도착하면서 그야말로 뻥 터질 만큼 부풀어 올랐다. 외눈을 달고 달리는 택시들, 기괴한 웃음으로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정표들, 요괴 모양 얼굴로 만들어진 빵들. 발길 닿는 곳마다 마주치는 익살스런 요괴들 때문에 미소와 탄성을 멈출 수 없다. 철들지 않는 남편, 애니
교육공약 중에서 향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공약은 교육정책 결정권을 갖는 교육 지배구조에 관한 공약이다. 일부 후보 진영에서는 정책결정권을 갖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하면서도 국민적 합의와 많은 논의가 필요한 학제를 비롯한 중요한 교육공약도 함께 발표해 국가교육위원회의 정책결정권을 부정하는 상호 모순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정책의 잦은 변경, 일관성 결여, 정책 독점, 갈등 심화 등의 많은 문제가 이런 대선 공약 개발 절차와 적용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는 점을 생각할 때 어쩌면 가장 바람직한 교육공약은 졸속 교육공약 개발과 이를 그대로 국정 지표에 반영하는 행태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일 것 같다. 교육부의 상급기관 행세하는 청와대 중앙정부 조직과 관련해 가장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교육부 폐지 여부, 권한 축소, 그리고 합의제 기구 신설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과 대통령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는 청와대의 존재다. 잦은 정책변경과 같은 문제의 뿌리는 실질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주체와 조직은 뒤에 숨어 있으면서 책임만 교육부가 지도록 한 구조에 있다.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