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개정된 교육과정이 현장에 적용되기도 전인 2009년 12월에 다시 개정되었다. 개정 배경으로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 경감, 체험 활동을 통한 창의적 인재 양성, 기초 과목의 강화 및 진로 적성에 적합한 핵심 역량 증대, 자율적 교과목 운영을 들었다. 이렇게 교육과정이 개편되면서 소위 제2외국어가 생활·교양 영역 안으로 흡수되었으며, 외국어(영어)는 영어로 표기가 변경되었다. 기존의 명칭 표시를 살펴보면 영어를 괄호 안에 넣어서 외국어의 한 부분으로 보았던 것을 독립시켜 놓았고 외국어는 없어졌으며 제2외국어가 다른 여러 과목들과 함께 묶여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2009개정교육과정의 개편과 함께 2014 대입수능시험 개편안도 소개되었으며, 여러 차례 공청회를 거쳐 이제 최종적 결정이 내려질 시기에 다다랐다.
그런데 2009 개정교육과정과 2014 수능개편안 간에는 서로 모순되는 부분이 드러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07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기도 전에 2009개정교육과정으로 개정하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교과부는 “학생의 지나친 학습 부담을 감축하고 학습흥미는 유발하며, 학습하는 능력과 폭넓은 인성을 기르는 ‘하고 싶은 공부, 즐거운 학교’로의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미래형 교육과정 구상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당국에서는 제2외국어를 수능 시험에서 배제하려 하고 있다. 즉, 외국어는 영어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이다.
우리는 현재 글로벌 화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하나의 시장이 되어 무한 경쟁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어느 나라와도 우방 관계가 될 수 있고 또 동시에 우방 국가였던 나라가 경쟁상대가 되는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구상에 있는 다양한 나라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이것은 외국어의 학습을 통해서 도달할 수 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바로 우리와 다른 것을 이해하고 학습하며 나아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준다. 외국어의 학습을 통해서 우리와 다른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 이렇게 다름을 학습함으로써 고정적인 틀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 외국어 학습은 우리의 포용력을 높이고 사고방식을 유연하게 해준다.
만약에 수능시험에 제2외국어가 배제되면 고교에서의 제2외국어 교육은 황폐화될 것이며, 영어 일변도의 교육으로 우리의 사고방식은 축소 지향적이 되고 말 것이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창의 인재양성이라는 교육과정의 목표와도 거리가 멀게 되는 것이다. 또한 현행 수능에서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는 제2외국어를 배제하겠다는 것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며 폭넓은 인성을 기르고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하도록 하겠다는 교육과정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
제2외국어는 우리에게 영어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와 가까이 접하고 있는 세계 2위 강대국이 된 중국을 비롯해 경제 강국인 일본을 배워야 하며, 우리나라가 긴밀하게 경제적 교류를 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영어만으로 이들 모든 나라들과 교류를 하고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현지 언어를 구사하면서 교류를 할 때 친밀감을 줄 수 있으며 더 깊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외국어가 배제되고 사탐 과목에서 선택하는 교과목수가 줄어들면 수능시험은 결국 국어, 영어, 수학 세 과목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국영수 중심의 공부를 하게 될 것이고,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며 결국에는 사교육시장만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의도와는 정반대로 가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은 국영수 과목에서 오는 것이지 선택과목인 제2외국어 때문에 오는 것이 절대 아니지 않은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진정으로 경감하기 위한 것이라면 현재의 수능개편안과 같이 시험 과목수를 줄이려는 정책보다는 고교에서의 선택 교과목을 확대하고 수능시험에도 다양한 교과목을 설치해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교과목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교육과정이 구성되고 운영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고교교육을 총결산하는 수능시험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될 것인지 장기적인 안목에서 관찰하고 연구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제2외국어교육정상화추진연합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