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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1] 서이초 1년, 무엇을 남겼나

 

너무나 뜨거웠던 2023년의 여름
2023년 7월,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에게 수십 대를 맞았다는 소식은 교육계에 충격을 주었다. 이어 곧바로 7월 18일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의 소식이 전해지며, 충격을 넘어 분노를 일으켰다. 이후 한 학생이 학교로 찾아와 교사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뉴스, 방학 중 근무를 위해 이동하던 선생님이 폭행당해 목숨을 잃은 사건, 군에 입대한 선생님에게까지 연락하고 민원을 넣은 일 등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수많은 부당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나친 교권침해, 악성 민원,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던 선생님들은 더는 참지 않겠다며 거리로 나왔다. 


부당한 교육권 침해와 악성 민원, 학생에게 맞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교사들의 경험은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졌다. ‘안전하게 학생을 지도할 권리’를 위해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교사가 광화문과 여의도에 모여 뜻을 모았다. 자리를 함께한 선생님들은 자신이 겪은 다양한 사례들을 나누며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교육당국에 엄중하게 제도 마련과 개선책을 요구했다. 

 

교권보호 4법의 통과 +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
2023년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1호 안건으로 의결되었다.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교육기본법」 등 교권보호 4법 개정안에는 ① 교원 대상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 ②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③ 보호자 권리와 책임 간의 균형을 위한 의무 부여, ④ 피해교원의 확실한 보호 및 가해학생 조치 강화, ⑤ 정부 책무성 및 행정지원체제 강화, ⑥ 유아생활지도 권한 명시 등이 포함되었다.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하여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하고, 검사가 아동학대 사건을 수사하거나 결정하는 데 교육감의 의견을 참고하도록 하는 의무를 신설하였다. 


이렇게 법률안이 마련된 것은 다행이지만, 기준도 모호한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가 일명 ‘기분 상해죄’로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1년이 되어 가는 지금 학교는 달라졌을까?
교육부와 교육청의 다양한 교권보호 대책들의 시행 속에서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교원단체들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교조는 교권보호 대책 중 민원대응팀과 학생 분리 조치에 대한 설문을 실시하였다. 응답 교사 중 불과 38.8%만 학교 민원대응팀을 구성하였다고 밝혔다. 학교장을 책임자로 하는 민원대응팀 구성에 대한 답변은 ‘아니다’ 22.1%, ‘모르겠다’ 39.0%로 나왔다.

 

학생 분리 조치를 요구했거나 들어본 사례는 23.1%이며, 필요하지만 요구하지 않은 이유는 ‘민원에 대한 염려’(62.9%)라고 밝혔다. 교사노조연맹의 설문에서는 ‘민원 응대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설문에 긍정응답 13.6%(1,545명), ‘수업방해 학생 분리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느냐’는 물음에 부정응답 60.4%(6,869명)로 답했다. 교총의 경우 ‘수업방해 학생에 대한 분리 경험’ 18.6%(2,105명)이며, ‘분리 학생 담당은 교장이나 교감’이 38.5%(4,362명)로 나타났다.


1년이 지나가지만, 학교현장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한 교사의 인터뷰 영상을 보며 마음은 더 답답해졌다. 결국 사고가 생기면 민원대응팀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만들라고 한 것이 아니냐는 현장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가만히 살펴보니 학교는 민원대응팀 구성을 위해 지원받은 인력도 예산도 없었다. 

 

학교(學校)의 본업은 교육(敎育)이다.
가장 좋은 학교는 실력 있는 교사, 양질의 커리큘럼, 교육에 최적화된 물리적 환경이 있는 곳일 것이다. 실력 있는 교사를 선발 육성하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성장을 가져오는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학교의 시설과 교육자료 개발에 힘쓰면 학교 교육의 질은 향상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러한 역할을 국가는 잘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교육예산이 교사의 성장, 교육과정 연구, 교육환경 개선에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안타깝게도 교과별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한 예산의 투입이나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 학급에 30명씩 있는 학교 인근에 새로 건물을 지어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했다는 소식도 들어본 기억이 없다. 지난 6월 복도를 지나다가 어두워 고개를 드니 복도와 교실은 아직도 형광등이 깜빡거리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펴겠다는 뉴스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질 높은 방과후교육, 돌봄프로그램 확대 같은 소식이 대부분이다. 학생 교육을 잘하라고 학교를 만들고 실력 있는 선생님을 선발해 놓은 것인데 정작 학교는 학생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역할이 교육에서 돌봄으로 변하는 사이 선생님도 학생에게 지식과 생활지도를 담당하던 스승에서 국어·수학을 가르치면서 아이를 돌보는 사람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사이 학부모는 학생의 성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점수와 등수로 알려 주는 학원에 교과수업을 맡겨버리고, 남아있던 선생님의 권위 없는 생활지도는 민원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 있다.

 

지식교육과 생활지도는 학교에서, 돌봄과 보육은 전문기관에서
학교는 ‘교육 맛집’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정책은 ‘돌봄 맛집’을 추구하고 있는 느낌이다. 한 공간에서 이 두 가지가 이루어지다 보니 둘 다 아쉽다. 교육은 음식을 골고루 먹어 보게 하는 것, 달리기가 빠르지 않아도 달려 보게 하는 것,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 친구에게 사과하는 것, 자신이 실수한 일은 스스로 책임져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을 ‘아이 돌보는 관점’에서 바라보니 교사의 교육이 못 먹는 음식을 억지로 먹인 것, 달리기를 못하는 아이를 뛰게 시킨 것, 왜 억지로 사과를 시키는지, 실수는 누구나 하는데 보상하면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어버렸다. 이렇게 학교에 교과수업부터 방과후수업·돌봄교실·늘봄학교까지 들어오면 또다시 민원은 증가할 것이다. 


이제 학교 안에서 돌봄과 방과후수업을 없애는 것은 쉽지 않다.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많은 교육 전문가는 학교교육과 돌봄을 분리하여 운영하고, 돌봄은 지자체가 맡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편의주의적인 선택이 아니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학교 운영의 정상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선생님이 계신다


학교 안을 지나다가 인사를 드리면 내일 수업에 사용할 자료를 만들고 있다며 수줍은 모습을 보이시는 선생님들이 계신다. 동학년 선생님들이 부장교실에 모여 그날 있었던 수업의 경험을 나누고 생활지도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등굣길에 마주치는 학부모를 통해 아이가 학교생활을 너무 즐거워한다며 감사의 인사도 종종 듣게 된다. 출근 이후 긴장이 풀어지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다.


선생님은 교육자다. 학생의 인격과 인권은 존중하되 때론 잘못을 알려주고 참아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학교는 선생님이 학생에게 조언하거나, 잘못된 모습을 바로잡도록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조심스럽다. 그래서 해야 할 이야기도 삼키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학교에서 선생님께 혼이 나는 것은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벗어나 사회에 나가면 아이를 걱정해서 조언해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행복으로 사는 선생님들이 아직 많이 계신다. 학생지도에 어려운 환경과 부당한 민원 때문에 좋은 선생님들이 학교를 떠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꿈꾸는 디지털교육·미래교육의 성패도 선생님께 달려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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