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공직자의 정년퇴직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국가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하여 「공무원임용령」 제42조 제2항에 따라 정년퇴직 예정 공무원에게 사회적응능력 배양과 퇴직 후의 삶을 보람 있게 설계할 수 있도록 공로연수제도(이하 ‘퇴직준비교육’)를 운영하고 있다. 근무지를 떠나 6개월에서 1년까지 교육받는 이 제도는 공직자가 명예롭게 퇴직하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도록 돕는 매우 의미 있는 정책이다. 교원만 배제되는 퇴직준비교육 제도 퇴직준비교육은 모든 공무원(현재 120만 명 추정)과 직업 군인이 대상이며, 정년퇴직을 앞둔 공직자는 이 제도를 활용하여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오직 교원만이 퇴직준비교육에서 배제된 채 정년을 맞이하고 있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에 위배될 뿐 아니라, ‘교원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사회적 지위를 우대해야 한다’라는 「교육기본법」 제14조와 ‘교원이 존경받고 긍지와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2조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교원을 담당하는 교육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교원의 퇴직준비교육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
2025-06-05 10:00
받아쓰기와 노트 정리 우리는 스마트기기가 사람 말 그대로 받아 적어주고, 녹음파일도 텍스트파일로 바꿔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와 달리 학생들이 수업내용을 그대로 받아쓸 필요는 거의 없어졌다. 그렇다고 하여 노트 정리할 필요도 없어진 것일까? 노트 정리란 그대로 받아 적는 활동이 아니라, 학습내용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정리하여 기록하는 것이다.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의 인지발달단계에 따라 노트 정리가 기억력 향상, 개념 이해도, 수업 몰입도, 장기 학습효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 글에서는 ‘인출’이라는 관점에서 노트 정리의 효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인출로서의 필기 고급 역량을 기르려면 배우는 개념과 원리 및 사실을 잘 이해하고 기억해야 한다. 배운 내용을 오래 기억하고 필요시에는 이를 능숙하게 회상할 수 있어야 분석력·비판력·적용력·창의력 등의 고급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뢰디거와 맥다니엘(Roediger and McDaniel, 2014)의 주장처럼 지식의 탄탄한 토대가 없는 창의력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나노로봇을 통해 뇌에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직접 다운로드할 수 있지 않는 한, 인간의 뇌는 스스로 노력을 통해
2025-06-05 10:00
지난 4월 28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는 기자회견을 통해 저출생 대책을 제21대 대선 핵심 교육의제로 발표했다. 교직단체가 교사의 교육권 보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저출생 대책을 첫 번째 의제로 부각한 것은 얼핏 특이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저출생 문제 해결이야말로 교육기관으로서 학교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다. 그간 정부는 아이들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로 학교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교원 수는 감축해 왔다. 반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학교에 돌봄과 보육 기능만은 대폭 강화했다. 학교투자의 주요 기준이 수업과 생활지도를 중심에 둔 본연의 역할 지원이 아니라, 저출생 문제가 학교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교육여건 개선 소홀 → 사교육비 증가 → 저출생 심화 악순환 끊어야 교원 감축 기조로 이어진 저출생 문제는 교단의 비정규직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개별화 교육, 과밀학급 문제 등 교원 증원이 절실한 정책적 과제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학생이 줄고 있다는 이유로 교원 수요를 기간제 교원으로 임시 충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규 교원 대비 기간제 교원 비율이 급격히 올라…
2025-06-05 10:00
농촌 소외지역에서 근무하다 보니, 좋은 점도 있고 어려운 점도 있다. 좋은 점은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꼽을 수 있고, 어려운 점은 교통·문화·교육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100여 년이 가까운 역사를 가진 학교라 다른 도시지역 학교와는 사뭇 다른 환경이다. 사계절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학교의 큰 자랑거리다. 소외지역에서 학교도서관은 그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전형적인 독서교육의 거점이기도 하고, 휴식처이기도 하며, 문화센터이기도 하다. 때론 비상교실로도 활용하고, 도서관 활용수업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생업으로 너무 바쁜 보호자들은 아이들의 독서나 학습을 찬찬히 돌볼 여유가 없다. 그래서 학교의 역할이 더욱 크기도 하다. 대체로 독서력도 좀 낮은 편이라 처음에는 많은 고민을 했다. 우리 학교에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는데, ‘동시 쓰고 시화 꾸미기’다. 우리 학교는 2009년부터 3~6학년까지 동시를 쓰게 하고, 그 작품을 시화로 꾸며서 학교 화단에 있는 스테인리스 액자에 넣어 전시하고 있다. 작품이 많을 때는 복도에도 전시하고, 학교 전자게시판에도 올려서 모두가 감상하고 있다. 6학년은 봄, 5학년은 여름, 4학년은 가을, 3학년은 겨
2025-06-05 10:00
비극적 사건 앞에서 요구되는 신중함 최근 발생한 하늘이 사건은 우리 사회를 깊은 충격에 빠뜨렸다.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계의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사건 직후 논의되는 대책은 주로 ‘가해교사의 정신질환 여부’에 집중되거나, ▲위원회 신설, ▲교원평가 강화, ▲경찰력 확대 등 규제 중심 해법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피상적 원인 규명과 단기 대책으로는, 학교현장에 만연한 학생 자살과 교사 무기력이라는 훨씬 심각한 위협을 가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규제중심의 교육부의 질환교원 정책 현재 교육부의 대책도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교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2025년 2월 발표된 (가칭) 하늘이법1에 따르면, 교육부는 정신질환 고위험 교원이 확인될 경우 긴급분리·조치제도를 신설하고, 교원직무수행적합성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며, 복직심사를 엄격히 적용한다고 한다. 교원 맞춤형 자가 심리검사도구를 개발하고, 학내 CCTV 설치와 학교전담경찰관(SPO) 증원도 추진한다. 정신질환이 곧 범행 동인인가? 이 같은 정책은 가해교사의 정신질환이 이번 범행의 원인이라는 전제에 기반한다. 그…
2025-05-07 10:00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 저자 마틴 셀리그만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부 교수를 지냈다. 정신의학자들은 마음의 부정적인 면에만 몰입한 경향이 있다. 병들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던 것. 그런데 이러한 경향과 달리 마음의 밝은 면을 규명해서 북돋우려는 심리학의 새로운 분야가 바로 긍정심리학이다. 불안·우울·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 감정보다 개인의 강점과 미덕 등 긍정적 감정에 초점을 맞춘 심리학의 새로운 연구 동향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밀스대학의 1960년도 졸업생 141명 졸업사진에서,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짜 미소를 지은 사람은 절반 정도. 이 여학생들이 27세, 47세, 52세가 될 때마다 모두 만나 결혼과 생활 만족도를 조사한다면? 놀랍게도 졸업사진에서 진짜 미소를 짓고 있는 여학생들은 대개 결혼해서 30년 동안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매일 밤 자기 전에 그날 있었던 좋은 일 3가지씩을 종이에 적고 왜 좋았는지 생각해라. 또 자신이 갖고 있는 강점을 찾고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목표를 설정해라. 그리고 상대방의 말에 적극적이고 건설적으로 응해주는 방법을 익혀라. 실험에 의하면 6개월 동안, 이 일을 해 본 사람들은 모두…
2025-05-07 10:00
죽음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인생은 설계할 수 있다 (비탈리 카스넬슨 지음, 함희영 번역, 필름 펴냄, 448쪽, 2만 2,000원) 성공한 금융가가 발견한 ‘물질적 성공 너머의 삶’ 이야기. 핵심은 ‘통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하는 데 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상황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의 태도와 선택에 집중하는 것이다. 특히 산책, 충분한 수면, 가족과의 시간 같은 평범한 순간들이 어떻게 삶의 토대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부정적 시각화’, ‘리프레이밍’ 등의 개념을 실제 삶에 적용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에르디아 비경쟁토론 수업을 디자인하다 (에르디아 대화학교 지음, 초록비책공방 펴냄, 240쪽, 2만 2,000원) 승패를 가르는 기존 토론방식에서 벗어나 공감과 경청을 바탕으로 집단지성을 키우는 ‘에르디아 비경쟁토론’을 소개한다. 승리를 위한 논쟁 대신 대화의 안전지대를 만들고 느린 대화를 통해 깊이 있는 사고를 이끄는 토론법이다. 15년간 교육현장에서 구축한 6단계 토론 프로세스를 통해 교사와 학생들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질문 만들기, 키워드 관점 전환, 성찰하기 등 구체적 실천법을 담았다.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물
2025-05-07 10:00
“감정 소모 심한 역할이라도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해요!” 여기 지독한 흙수저 여고생이 있다. ‘인영’(이레)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60년 전통의 국악단에서는 단비를 내지 못해 친구들의 멸시를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교통사고로 엄마마저 세상을 떠나며, 인영은 하늘 아래 혈혈단신 고아가 된다. 참았던 눈물이 터지는 날엔, 아이들 비타민을 만병통치약이라며 건네주는 동네 약사(손석구)가 있다. 원래부터 씩씩했던 인영은 다시 더 씩씩해진다. 월세를 내지 못해 집에서 쫓겨나는 상황에서도 돈 될 만한 물품들을 당근에서 ‘쿨하게’ 거래한다. 학교에 숨어 산 지 일주일 만에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실력만이 최고’라 믿는 마녀 단장(진서연)에게 발각당하는 인영. 마녀 단장이 ‘무한긍정’ 여고생 인영을 집으로 데려가며 둘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자신이 갇혀 있던 편견의 울타리를 깨며, 결국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간다. 2월 26일 개봉해 열흘 만에 누적 관객 수 7만 명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린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감독 김혜영, 이하 괜괜괜!)…
2025-05-07 10:00
윤성희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에 ‘블랙홀’이라는 단편이 있다. 이 소설에 쌍둥이 자매가 고속도로 옆에 핀 하얀 꽃 군락이 이팝나무꽃인지 조팝나무꽃인지를 놓고 티격태격하다 내기하는 장면이 있다. 고속도로 옆으로 하얀 꽃들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었다. 나는 자동차 창문을 내렸다. 향긋한 냄새가 날 줄 알았는데 아무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언니는 그 꽃이 이팝나무꽃이라고 했다. 나는 조팝나무꽃이라고 했다. “내기할까?” “응, 내기하자.” 우리는 무엇을 걸지 한참을 생각했다. (…중략…) 나는 휴대폰을 꺼내 이팝나무와 조팝나무를 검색해 봤다. 세상에.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과이고 조팝나무는 장미과였다. “이름만 봐서는 쌍둥이 같은데 말이야.” 내 말에 언니가 쌍둥이들도 얼마나 성격이 다른데, 하고 받아쳤다. “그건 그렇고 그래서 저 꽃은 뭐야?” 언니가 물었다. “잘 모르겠어. 너무 멀어서 그런가. 똑같아 보여.” 우리는 확실해질 때까지 당분간 고속도로 옆에 핀 흰 꽃을 이조팝나무꽃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팝나무와 조팝나무는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이름이 비슷한 데다 둘 다 흰색 꽃이 피어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나무다. 더구나 둘 다 꽃이 예뻐서 산과 들에서…
2025-05-07 10:00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죠? 푹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해짐을 느낍니다. 학창시절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잠은 죽어서 실컷 자라”며 잠자는 시간을 줄여 공부시간을 늘리라고 강조하셨는데, 사실은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보약’이었나 봅니다. 그렇다면 왜 나이가 들면서 보약같은 ‘꿀잠’ 자기가 힘들어지는지, 점심 먹고 나면 어쩌자고 졸음이 밀려오는 것인지, 이번 달에는 ‘피곤의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이언스뷰’ 연재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Q1. 왜 우리는 졸음이 오는 거죠?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도어락이나 리모컨 등에는 AA 건전지를 쓰지 않습니까? 그 건전지 안에 있는 전기에너지를 사용해서 작동하는 거죠. 우리 몸에도 이런 배터리가 있습니다. 이 배터리 역할을 하는 분자의 이름은 ATP입니다. ATP가 무슨 뜻이냐 하면, A는 아데노신이고 TP는 트라이포스페이트(Triphosphate)라고 해서 아데노신에 인산기가 3개 붙어있다는 뜻이에요. 이 인산기가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에너지가 방출되고, 그 에너지를 우리가 쓰는 거죠. 인산기 3개가 모두 떨어져 나가면 아데노신 분자만 남습니다. 즉 우리 몸속에 아데노신이 많아졌다는 것은 에너지를 많이 썼다는 뜻이…
2025-05-0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