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북한 도발로 우리 사회가 뒤흔들렸다. 2006년과 2009년의 연이은 북한 핵실험은 한국의 안보역량에 근본적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면서 북한은 제2차 세계대전 후 66년간 계속되어온 개인 숭배적 전체주의를 봉건적 3대 세습체제로 완성 짓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에 있지 않았다. 우리 자신의 문제였다. 누가 보더라도 북한의 소행이 뻔한 것이고 모든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북한의 군사공격이었던 천안함 격침에 대해 국민 상당수가 그 사실을 부정했다. 작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1200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36%의 우리 국민은 천안함 격침사건에 대한 정부 조사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북한산 어뢰까지 발견되고 전 세계가 나서서 북한을 규탄했지만 정작 우리 국민 상당수는 여전히 그 사실을 믿지 않는 상황에 있다. 지금도 지도층이고 엘리트라는 상당수가 북한이 한 짓이 아니라며 국제사회에 떠벌리고 다니고 한국정부의 자작극이거나 오폭이라 강변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북한과 대한민국에 대한 기본 인식의 부재와 왜곡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것은 북한이 지난 66년간 만들어온 가혹한 문명 파괴적 체제에…
2011-04-04 14:38동북부 지역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일본의 엄청난 피해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진심어린 걱정과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발표된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해서는 모처럼 고조되고 있는 한일 간의 우호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서 실망 또한 그만큼 크다. 자연재해로 인해 일본열도가 입은 피해와 상처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교과서 논쟁은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발표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애국심 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2008년 일본 정부가 마련한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가 적용되는 첫 케이스라는 점이다. 도쿄서적을 비롯한 제국서원, 일본문교출판, 교육출판, 일본서적신사 등 5개 민간 출판사의 12종 교과서 모두 이 방침에 입각하여 ‘독도를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등 독도 영유권 주장을 적시한 교과서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이로 인해 한일 간의 독도 갈등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각도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독도는 지리적 역사적 권원을 바탕으로 국제법적으로 한국이 관리하는 고유영토이다. 일본이 역사를 넘어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즉 지리와 공민에서도 독도 교육을 강
2011-03-31 11:52아침 일찍 나서는 길에 마주한 하늘은 온통 붉은 잔치 놀음이다. 구름 사이로 고개를 든 해는 빨갛다 못 해 짙은 자주 빛이다. 그 아래 하얀 물살을 가르고 달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길게 굽어 있는 해안 길을 걷는 게 요즘 필자의 새로운 일과 시작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뜻밖의 임지(臨地)는 설렘보다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새로운 환경의 적응력에 대한 긴장의 연속이다. 이래저래 어지러이 떠오르는 상념을 하얗게 부서지는 물결 속에 묻어두고, 송림(松林)이 잘 정돈되어 있는 도립대학 통학로로 접어들면 햇빛이 흐르는 솔잎 사이로 새어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이 출근길의 무게를 덜어준다. 교원인사의 한 종류인 전보는 희망지역을 제1, 제2, 기타 순으로 선택해야 한다. 보통 제1은 생활근거지에 신청 하나, 자리가 없으면 제2, 기타로 임지가 정해지는데, 이미 전 순위에 밀리면 후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이 때문에 가는 놈 붙잡지 않고 오는 이 살갑지 않은 것이 인사전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다 우연히도 옆 학교로 오게 된 동료교사가 있어 인사차 갔더니 객지에서 고향 친구 만나듯 반긴다. 거쳐는 정했으되 뒤늦은 나이에 조석을 에우는 일이 만만치 않
2011-03-31 11:50
대지진과 쓰나미, 그에 따른 원전사고, 이웃 나라 일본이 한계상황에 시름하고 있다. 자연의 대재앙 앞에 쓸려간 집과 헤어진 가족, 방사능 피폭의 두려움 등으로 마음마저 무너지고 있다. 대성통곡 없는 수심에 차고 절제된 슬픔이 오히려 더 큰 안타까움과 측은함을 가져다준다. 이러한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이웃 나라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안타까움, 그 자체다. 대지진의 참상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민 나라가 대한민국인 것은 당연하다. 아픈 과거사와 역사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에 따른 국민감정은 남아 있지만 자연의 대재앙 앞에 신음하고 있는 이웃 나라의 어려움을 외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픈 과거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발적인 일본 돕기 성금운동에 너나없이 나서는 대한민국 국민의 모습을 보면서 대대로 이어져 온 어려울 때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마음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음을 느낀다. 저녁거리를 걱정하던 시절에도 나그네가 집을 찾으면 함께 나눠 먹던 우리 민족이 아니던가. 한국교총도 일본교원조합, 일본교육연맹에게 위로 서한을 보내고, 전국 교육자에게 일본 돕기 성금 모금 및 격려 운동에 적극 나서자고 제안하고 있다. 파키스탄,…
2011-03-28 11:40최근 발표된 한국교총의 ‘2010년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는 교권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교총이 접수 처리한 교권침해사례는 총 260건으로 104건이었던 2001년에 비해 2.5배 증가했으며, 2006년(179) 대비 1.5배 늘어났다. 2009년(237건)에 비해서는 23건이 증가돼 약 10% 정도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수치는 교총에 접수 처리된 사건에 국한될 뿐 실제로 학교현장에서는 훨씬 많은 교권침해사건이 발행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 내용 중 주목할 점은 학생지도 차원의 경미한 체벌에 대한 피해보상 및 처벌 등의 피해가 39건으로 2009년 28건과 비교해 14%의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학생체벌전면금지조치 및 학생인권조례제정과 무관하지 않으며, 학교현장의 교권추락, 교실위기 현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권침해의 형태도 더욱 다양화·지능화되고 있다. 교원이 정상적으로 학생을 지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식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교사나 학교에 사직 및 전근 강요, 담임박탈 등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례도 많았다. 또 안전사고가 학교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2011-03-28 11:38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사회를 흔히 포스트모던 사회라고도 한다. 그 이전의 사회를 근대사회라고 하며, 그 이전의 사회를 전근대 사회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사회는 전근대사회와 근대사회를 거쳐 오늘날의 포스트모던 사회로 이행된 것이다. 그러면 서로 다른 이러한 사회의 특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전근대사회는 한마디로 마술적 세계관이 지배했던 사회이다. 즉, 전근대사회의 사람들은 세계가 정령(精靈)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보았다. 예컨대, 옛날 사람들은 숲에는 숲의 신이, 별이 빛나는 하늘에는 신 혹은 초자연적이고 신비스런 그 무엇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누군가가 병에 걸리면 ‘악령’이 깃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마술적인 관념이 일상생활의 모든 곳에 내재되어 사람들의 삶을 지배했던 사회가 전근대사회이다. 반면에 근대사회는 한마디로 이성적 세계관이 지배했던 사회이다. 모더니즘의 사회가 등장하면서 근대 합리주의가 가장 먼저 해체해 버린 것이 이러한 마술적 세계관이었다. 모더니즘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이성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명함으로써 ‘탈(脫)마술화’를 추진하였다. 따라서 숲이나 하늘 그리고 인간 등은 더 이상 신비적인
2011-03-28 11:35
승동표 선생님은 필자가 중학교 때 미술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미술에 무던히도 소질이 없는 나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고마운 분이다. “나는 너희들을 모두 미술가로 키우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던 선생님은 미술에 소질 있는 학생은 그 소질을 더욱 키우고, 애를 써도 소질이 없는 학생은 이 시간에 성실성을 기르면 된다고 가르치셨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그림 실력이 모자란 학생을 꾸짖지 않으셨고 그 대신 미술시간에 준비물을 갖추지 못한 학생이나 뒤처리를 잘 못하는 학생, 불성실한 학생,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학생에게는 따끔한 벌을 내리시곤 했다. 선생님의 벌(罰)은 마치 벌(蜂)에 쏘이는 것처럼 따끔하기로 유명해 학생들 사이에서는 호박벌 선생님이라고 통했다. 나는 호박벌에 쏘인 것 같은 따끔한 벌을 한 번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내 부족한 그림을 보고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생각이 난다. 선생님은 “남궁이가 그린 그림은 미워. 그러나 아주 열심히 했어. 좋아!”라고 칭찬을 해 주시곤 했다. 선생님은 미술만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성, 열성, 근면, 착실한 인성을 미술시간에 겸해 가르치신 수준 높은 인성 교육자이셨던 것이다. 그림에는 워
2011-03-24 10:16언젠가 소로우의 ‘월든’을 읽던 필자는 자연주의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가까운 시골에 작은 텃밭을 구입한 적이 있다. 퇴직을 하면 시골에 들어가 밭을 일구며 느림의 미학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틈틈이 옥수수, 감자, 아욱, 완두콩, 무 등을 심고 향기로운 땀을 흘렸다. 그 결과 내 식탁은 사계절 푸르른 행복이 넘쳤다. 식목일 때쯤인가. 나는 또 나무시장에 가서 감나무, 밤나무, 복숭아, 호두, 홍매화 등을 몇 그루씩을 사서 심었다. 다행히 나무들은 고맙게도 해마다 키를 올렸다. 바라만 봐도 주렁주렁 달릴 열매에 나는 ‘타샤의 정원’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초식동물의 여유로움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밭에 나간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누군가가 나무의 우듬지를 싹둑싹둑 잘라놓았던 것이다. 후투티의 머리깃처럼 멋지게 자라던 나무가 졸지에 볼썽사나운 꼴이 되어 있었다. 나는 밭 아래쪽에서 일하던 촌부에게 누가 내 나무들을 저 모양으로 만들었는가 물어보았다. 뜻밖에 그는 자신이 그랬노라 했다. 그러니까 그가 들려준 말은 이러했다. 그냥 심어놓기만 하고 내버려 두면 나무가 엉망이 된다는 얘기였다. 자고로 나무란 가지가 웃자랄 때 쳐주기를 잘해
2011-03-23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