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2학기 종강 회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학생들과 교수들이 일 년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저녁식사 겸 간단한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들 표정들이 밝고 웃음꽃이 여기저기서 피었다. 그때 한 여학생이 늦게 회식 장소에 들어왔다. 친구들이 다가가서 그 학생을 반겼다. 나도 반색을 하며 그 학생에게 말했다. “근데 A는 왜 안 왔어?” A는 그 학생과 늘 함께 다니는 단짝 여학생이었다. 교실에서나 교정에서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자주 보아온 터라 나는 아무 생각 없이 A의 안부를 물은 것이었다. 그런데 무척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그 학생이 그냥 갑자기 눈물만 흘리는 것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옆의 친구들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A에게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겼나 하고 불안해졌다. 약간 조마조마해 하며 그 학생의 말을 기다리는데 학생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나는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는 기분이었다. 얼떨떨하고 멍해졌다. “왜 교수님은 나만 보면 A를 찾으세요?” 나는 이게 무슨 말인가 잠시 독해를 해야만 했다. 그 학생이 눈물을 흘린 것도 이 대답과 관련이 있음에 틀림없었다. 그 학생의 대답은 왜 자기가 왔는데 자기를
2013-08-08 21:01우리나라 영어교육은 공교육 시작과 함께 정규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이뤄져왔다. 사범대와 교대는 영어교원 양성을 위해 영어교육 초반기부터 영어교육과를 설치했고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초등교원 기초 영어연수를 의무화해 모든 교사가 이수하도록 했으며, 여러 사립대학원에서도 조기영어 교육과, 어린이 영어과를 설치해 중등교원과 더불어 초등교원들의 전문성도 함께 신장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그 결과 초등에서만 보더라도 4만5705명의 초등교육에 정통하고 영어과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영어 교원 인력풀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초등에서 필요한 영어교원의 수인 1만1567명의 네 배에 달하는 인원이다. 그러나 현실은 영어를 담당하는 초·중등교원들의 전문성 신장과는 사뭇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2010년 영어 수업시수를 증가시키며 늘어난 시간만큼 교원을 충원해야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영어교사들을 충원해 증배된 시수를 가르치게 하는 대신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명목아래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를 도입했다. 왜 2010년에 들어서 갑자기 영어회화 전문강사라는 새로운 이름이 학교 현장에 자리매김해야 했던 것일까? 현직교원의 영어과에 대한 전문
2013-08-08 16:00입학사정관제 지원 사업은 2007년 10개 대학 약 19억원에서 2013년 66개 대학 397억원으로 양적 팽창을 해왔고 2009학년도 4476명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선발한 후 2014학년도 4만9188명을 선발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짧은 시간 동안 빠르고 안정적인 정착을 하게 된 것은 정부 지원을 통한 제도적 장치와 평가 시스템 구축으로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교육부는 내년부터 입학사정관제 지원 방식을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 지원사업’ 명목으로 1200억원을 책정하고 35개 대학에 학교별 34여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변화 시점에서 대입전형으로서의 입학사정관제의 안정적 정착과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 지원사업’의 원활한 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입학사정관’ 명칭·재정지원 유지돼야 첫째, ‘입학사정관’ 명칭을 유지하고 입학사정관제 운영을 위한 재정을 할당해야 한다. 2014년도 입학사정관전형은 127개 대학이 실시하고, 66개 대학만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지원금 70%이상을 인건비로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전형은 타 전형에 비해 서류평가
2013-08-08 15:57얼마 전 익명의 학부모님으로부터 하소연을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가 학교 수업에 따라 가지 못하는데 선행 학습도 못하게 하고, 그렇다고 학교에서 아이들의 학력을 책임지지도 않으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공부하라는 말입니까? 먼저 입시 제도를 바꿔 주든지….” 내가 교육 현장에서 한 발짝, 아니 반 발자국만이라도 뒤로 물러서 있었다면, 나 역시 두 아이의 아빠이기에 그 학부모와 함께 이 현실을 마구 칼질하며 맞장구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런 위치에 있지 못하다. ‘교육 일선’ 교육 일선이라는 말을 옆에다 익숙히 두고 살아온 나는 그 학부모에게 아무런 속 시원한 이야기나 대책을 말해주지 못했다. 마음으로는 어느 한쪽의 양보를 전제로 하는 것이 정책이기에 이 또한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봐주길 바라지만, 당장 자녀의 미래가 달린 문제로 고민하는 학부모에게 쉽게 던질 말이 아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교육계 내에서조차 제대로 된 논의가 한 번도 없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비록 생각이 다르고 시각차로 인한 갈등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교사들로 하여금 터놓고 짚어 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이
2013-08-07 17:27예전에는 대가족으로 구성돼 있어 웃어른 또는 형제·자매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이뤄졌다. 웃어른에 대한 예의범절도 잘 지켜져 왔고 가족들과 화목하게 잘 지냈으며, 이웃이나 친구 간에도 사이좋게 어울려 지내면서 우의를 다졌다. 그런데 소가족 중심사회로 바뀌면서 맞벌이 부부가 점점 늘어나고 형제·자매가 적어지면서 가족들과 대화시간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로인해 예의범절을 배울 기회마저 갖기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 pc방의 증가와 스마트폰의 비약적인 보급은 어린이들이 친구들과 놀면서 놀이와 대화를 통해 사회성을 익힐 수 있는 여건마저도 상실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가족을 통하여 익혔던 생활예절 교육이 부실해지자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가 늘고 있다. 첫째, 웃어른에 대한 존경심과 예의범절이 현저히 낮아졌다. 전에는 가정에서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며 예의범절을 자연스럽게 가르쳐 왔지만 오늘날에는 그러한 인성교육의 통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둘째, 인내심이 점점 약해지고 성격이 급해지고 있다. 대가족 사회에서는 많은 가족이 생활하다 보니 음식을 먹을 때도 차례를 기다려야 했고, 화장실 사용도 차례를 기다려야 했으며, 등하교할 때에도 오랫동안 걸어야 학교나 집에 도
2013-08-06 13:50또 한 학기가 지났다. 신학기는 언제나 그렇듯 설렘과 우려가 교차한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노심초사하고 성적처리와 각종 잡무에 시달리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방학이 필요한지 모른다. 부족하고 아쉬웠던 부분을 잠시라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교육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져보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부족했던 부분이 있으면 연수를 듣거나 현장을 찾아 경험의 폭도 넓혀야 한다. 방학은 하계와 동계 및 학기말 휴가를 의미한다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나와 있다. 학생의 건전한 발달을 위한 심신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서 실시하는 장기간의 휴가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재충전의 의미를 가진 방학은 희망사항일 따름이다. 학교급 간 차이는 있지만 입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학교는 대부분 보충수업을 진행한다. 고입의 자기주도적학습 전형과 대입의 입학사정관 전형이 확대되면서 중등 교육도 입시중심의 교육에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방학만큼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학기 중에 진로나 동아리활동에 치중한 만큼 방학 중에는 학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계획을 세우다보니 과거보다 더 보충수업의 양이 많아지고 그만큼 교사들의 피로도 심해
2013-08-05 08:20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요즘 청소년들의 민망한 모습 속에는 입시중압감·학교폭력이라는 고통이 함께 하고 있다. 대다수가 행복하지 않고,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어른들 또한 마땅한 대책 없이 학교 탓, 부모 탓, 사회 탓으로 돌리며 위안을 찾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교총이 중심이 돼 ‘인성이 진정한 실력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교육의 패러다임을 지식이 아닌 인성으로 전환하기 위해 출범한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인실련)이 지난 24일 창립 1주년을 맞았다. 인실련은 출범식에서 “한국교육은 학교폭력 및 자살·청소년 범죄 등으로 얼룩져 가고 있으며 개인주의 풍조·성적지상주의로 인한 학교교육 위상 하락과 교권실추에 따른 교직의 권위약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배려와 존중의 문화를 배우고, 공동체적 인격과 품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실련은 그동안 취지에 동참해 공동으로 참여한 160여개 기관·단체(현재는 226개)와 함께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교육부 및 언론사와 인성교육 주간을 운영하는 한편 건전한 졸업문화 캠페인·언어문화개선 캠페인을 전개하고, 선생님·학생·학부모 자랑 글쓰기 대회를 개최했다.
2013-08-05 08:20정부가 23일 발표한 ‘현장중심 학교폭력 대책’의 내용 중 주목할 만한 것은 ‘학교폭력 예방교육 강화’다. 학교현장에서 내실 있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수준의 ‘어울림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교교육과정에 반영해 2017년까지 모든 학교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어울림프로그램은 학생, 교사, 학부모 등 학교구성원의 공감 및 소통능력을 향상시키고 단위학교에 학교폭력 예방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학교기반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이다. 현재 단위학교에서 학교별 특성과 여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감, 의사소통, 갈등해결, 자기존중감, 감정조절, 학교폭력 인식 및 대처 등의 모듈별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으며 2015년까지 체계적으로 개발·보급될 예정이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100m 달리기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이다. 특히, 학생의 심리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안전한 학교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울림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을 통한 학교폭력 예방교육 강화 정책이 학교현장에 실효성 있게 안착되려면 일회적인 관심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학교폭력 예방교육 강화에 대한 대책이
2013-07-25 19:10전국의 42개 자유학기제 연구학교가 2학기부터 운영을 앞두고 있다. 자유학기제의 의미는 시간 운영보다는 교육과정과 평가 등에서 새로운 교육적 시도를 수행하는 특별한 학기를 운영한다는 데 있다. 교육부는 자유학기제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방안으로 진로 교육 강조, 학생의 체험·참여형 프로그램 강화, 학생 중심 교수·학습 방법 다양화, 학교별로 자율적이면서 유연한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평가 측면에서는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부담 없는 학기를 표방하고 있다. 자유학기 교육과정은 ‘공통과정’과 ‘자율과정’으로 구분된다. ‘공통과정’은 기본 교과인 주지교과들로 주로 오전에 수업을 하고, 현행 교육과정의 창의적 체험활동과 유사한 활동들 그리고 예술·체육 교과가 포함된 ‘자율과정’은 오후 또는 전일제로 운영된다. 1974년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 도입 때도 처음에는 여론이 회의적이고, 비관적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의 지원과 열정적인 학교의 실행 덕에 전환학년제를 선택하는 학교가 40년간 꾸준히 증가해왔고, 전환학년제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는 국가 교육과정으로, 학생·학부모·교사 모두에게 만족도 높은 프로그램으로 인식되고 있다.
2013-07-25 18:42가족까지 죽이고 나온 백제 5천 결사대를 허물어 버린 건 신라 틴에이저 화랑들이었다. 아버지, 삼촌의 ‘너는 반드시 뜬다’ 꼬드김에 넘어간 화랑들은 죽음의 공포를 잊고 적진으로 돌진했다. 자식을 죽이고 나온 계백이나 죽으라고 자식을 내 보낸 김유신이나 정말이지 막상막하로 무서운 인물들이다. 전쟁이 어른들에게 중요한 문제인 것은 알겠는데 아비 손에 죽은 계백의 자식이나 희생타로 나간 화랑들은 대체 무슨 죄일까. 학생들 앞세우는투쟁전술 실천 지난 6일 서울 광장에서는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이란 단체의 주최로 ‘청소년 시국선언 운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앞에 내 건 플래카드에 보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 몸 바칠 각오로 나섰습니다!’라고 적혀있다. 멋지다 우리 청소년들. 우리나라 민주주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라는 단체를 살펴보니 이사장이 이수호 前전교조 위원장이다. 이수호 씨는 2007년 민노당 홈페이지에 “친북, 좌파 세력의 조직이 전교조요 민주노총”이라는 칼럼을 올려 일찌감치 커밍아웃을 실천하신 분이다. 갑자기 그림이 좀 어둡고 불길하게 느껴진다. 에이 설마. 그러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도
2013-07-24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