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어촌과 농어촌 학교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그 동안은 도시학교와의 교육격차를 고민해 왔으나 이제는 학교존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2005년 이후 학생 수 변화추이를 보면 10년을 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학생 수가 급격하게 감소해 초등학교는 약 4백만 명에서 1백만 명이 이상이, 중학교는 약 2백만 명에서 20만 명 정도가 줄었다. 초등학생과 비교해 중학생 수는 상대적으로 적게 줄었지만 곧 초등학생 수 감소의 파고가 중학생 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폐교 압박 속 읍 지역 학생수 안정
그렇다면 전국적인 학생수 감소 추세 속에서 면과 도서벽지 지역의 학생수는 얼마나 줄었는가. 초등학생 수가 면지역이 30%, 도서벽지 지역은 50%가 줄었다. 그 결과 학생수 60명 이하의 과소규모 학교가 분교를 제외해도 면지역은 두 개 중의 한 학교, 도서벽지 지역은 세 개 중의 두 개 학교 정도다. 대다수의 학생수 60명 이하의 학교는 폐교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좋은 교육이 이뤄지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농어촌의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학생 수 감소는 더욱 가속화되고 많은 학교가 연쇄적으로 문을 닫게 될 운명이다. 이렇듯 농어촌 학교의 미래는 그저 암울하기만 하다.
하지만 행정구역상으로 농어촌 지역으로 분류되는 읍지역의 경우, 초등학생 수는 대도시나 중소도시보다 감소폭이 현저하게 적고, 중학생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속해서 면과 도서지역으로부터 읍 지역으로 학생이 유입되는 반면 읍 지역에서 시 지역으로의 학생유출이 크게 완화됐다는 증표이다. 읍 지역 학생수가 비교적 안정화 됐다는 점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농어촌학생 대학입학특별전형제도의 도입 및 비율 확대, 농어촌 1군 1우수 고등학교 육성 및 기숙형고교로 전환 등의 정책적 노력과 재정적 지원에 따른 가시적 성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제 면과 도서지역으로부터 읍 지역으로의 학생이동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시급히 강구돼야 할 때다. 다행히 지난 정부부터 면 지역에 소재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대상으로 전원학교 재정지원 사업을 전개해 왔다. 이 사업을 통해 소규모학교의 학생수 유지 또는 학생수 증가를 통한 학교규모 적정화 가능성을 확인했고, 일부 학교들은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발전 가능한 학교로 성장하기도 했다.
새 정부는 농어촌학교 육성 정책의 연장선에서 첫 번째로 ‘농어촌 학교 ICT 활용 시범운영학교 사업’을 착수했다. 이 사업은 ICT를 활용한 스마트 교육을 농어촌 학교에 국한하지 않고 장차 전국 학교로의 확산을 전제로 하면서 취약지역인 농어촌을 우선해 추진한다는 의의를 가진다. 예컨대, 중학교 무상의무교육을 1985년 도서벽지에서 시작해 읍면지역으로 확대하고, 2002년에야 전국 모든 지역으로 확대한 것과 같은 농어촌 우대정책의 성격이다. 이 사업을 통해 농어촌 작은 학교의 학습여건 개선과 문예․예술 학습 기회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두 번째로 농어촌 거점별 우수중학교 육성사업 이른바 ‘거점 중학교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면 지역에 소재하는 중학교의 학생 수를 유지 또는 증가시키기 위해서 교육프로그램의 질 개선과 함께 2B(boarding, busing)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각종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 기숙사 신축, 통학버스 임차 등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고, 향후 5년간 80교를 지정·육성할 계획이다. 농어촌에서 초등학교 단계의 전원학교와 고등학교 단계의 기숙형 고등학교의 연계를 강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경직된 학구제 적용 탈피해야
농어촌 학교의 육성을 도모함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농어촌 특히 면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고사 직전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육력을 향상시키고,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지역 또는 공간으로서 농어촌 학교의 가치가 재인식되고 있는 시점에서 농어촌 학교 발전의 최대 걸림돌인 경직적인 학구제 적용을 탈피하는 과감한 조치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