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는 학창시절을 마무리하는 뜻 깊은 자리인 졸업식이 한창이다. 그런데 학교는 혹여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 잔뜩 긴장하며 졸업식을 ‘무사히’ 치를 수 있기만을 바란다. 과거 졸업식에서 짓궂은 장난이라 해봐야 밀가루 한주먹씩 뿌리는 정도였지만 지금의 졸업식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물론 세대가 달라서 문화도 다를 수 있지만 졸업식만큼은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차이가 크다. 뒤풀이 준비 명목으로 선배가 후배에게 폭력을 행사해 금품을 갈취하거나, 학생들이 교복을 찢고 알몸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는 등의 일탈 행위를 우리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런 일들이 매년 2월이면 심심치 않게 보도되니 안타깝기만 하다.
본래 졸업식은 정들었던 친구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며 학생의 새 출발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자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학교가 졸업식의 근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학생 지도 능력까지 상실하면서 축제가 소위 ‘난장판’이 됐다. 그 책임을 교육자들이 통감하면서, 이제라도 졸업식의 참뜻을 살리기 위해 다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해를 거듭할수록 졸업식이 과격해지며 폭력적인 성향을 띄는 것일까. 문제는 학생들의 법의식 부재다. 학생들은 자신의 행위가 범죄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몇 년 전에 알몸 졸업식으로 경찰에 불려간 학생들이 ‘그저 즐기기 위해서였다’라고 진술했다 하니, 학생들의 법의식 부재는 우려 수준을 넘어 심각하다.
또 학생들의 성숙하지 못한 심리상태도 놓쳐서는 안 된다. 문제가 되는 졸업식 뒤풀이는 대부분 중·고등학생이 일으키는데, 사춘기 학생들은 걷잡을 수 없는 충동과 예민하고 불안정한 심리상태 때문에 순간적으로 일탈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성년자에게 적용되는 처벌 기준이 미미하다는 것을 아는 학생은 좀 더 과감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학생의 법의식 부재나 미성숙한 심리상태를 학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보듬어줘야 한다. 이렇듯 비뚤어진 졸업식 문화를 바꾸고 본래 취지에 맞는 졸업식이 치러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학생들의 행동이 어떤 법적 문제가 있는지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졸업을 축하한다며 선배가 후배를 폭행하거나, 친구들끼리 서로 때리는 사례가 가장 빈번한데 이는 형법 260조 폭행죄에 해당한다. 밀가루나 달걀을 사기 위해 후배에게 돈을 갈취하면 형법 350조 공갈죄에, 졸업식을 기념한다고 음주나 흡연을 강요하는 경우는 형법 324조 강요죄에 해당한다. 최근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교복 찢기, 알몸 졸업식은 성폭력 관련법에 의해 처벌된다. 또한,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지켜보기만 한 학생도 공범죄가 적용된 사례도 있다. 이렇듯 학생은 가벼운 마음으로 한 행동이지만 형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또 학교가 경찰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시대적 흐름과 학생 눈높이에 맞춰 졸업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노력이 확산돼야 한다. 다행인 것은 형식적인 졸업식에서 벗어나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축제형으로 특색 있는 졸업식을 준비하는 학교가 점차 늘고 있다. 게다가 각종 사회단체, 경찰 등도 참여하면서 학교와 지역사회가 한 데 어울리는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건강하고 실속 있는 졸업식으로의 변화로 인해 조금씩 학생들의 과도한 일탈 행위도 줄고 있다.
마지막으로 졸업식 문화 개선을 위해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건전한 졸업식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의식적 변화에 대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학교는 ‘졸업식 문화 개선 및 추진 대책반’을 구성해 건전한 졸업식 문화 조성을 위해 계획을 세우거나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졸업을 새로운 시작이 아닌 끝으로 보고 잘못된 일탈을 삼는 학생들에게 ‘졸업식은 끝이 아니라 더 넓은 새로운 세계,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일깨워줘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학교에서 학생·학부모, 교사가 서로 힘을 모아 새로운 졸업 문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졸업식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