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는 학교 현장의 교수·학습 활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이며, 학생들의 지적 성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자료일 뿐 아니라, 국가의 교육이념이나 목적을 구현하는 수단이며 도구이고, 교과서 속에 반영된 내용으로서의 문화가치 체계는 학생의 행동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는 교육과정의 탄력적 현장 운영 및 창의적 체험활동, 학년군제나 교과군제 도입, 교과 이수시기와 수업시수(단위)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또한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와 더불어 학생의 학습 부담을 덜어 주고, 진로지도 교육과정 운영 강조,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한 학습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교과부에서는 ‘창의적인 산지식을 제공하고 학습자 친화적인 미래형 교과서 보급’을 주요 골자로 한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을 확정·발표해 학생들에게 친숙하고 학습력을 높일 수 있는 교과용 도서를 보급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원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봤으면 한다. 첫째, 초등학교 5~6학년 전 교과의 검정도서 확대는 다양성의 강조보다는 일선 학교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결과가
2011-06-03 20:39사마천의 ‘사기’, ‘이사열전’에 “泰山不辭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태산불사토양 고능성기대 하해불택세류 고능취기심)”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를 줄여서 ‘불사불택(不辭不擇)’이라고 하는데,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버리지 않았기에 그 크기를 이룰 수 있었고, 바다는 아무리 작은 물줄기라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그 깊이를 이룰 수 있었다”라는 뜻이다. 이 내용은 지금부터 2200년도 더 전에 이사(李斯)가 진시황에게 낸 한 보고서에 있는 글이다. 진시황 시절 한나라 출신 신하가 치수사업을 맡아 하고 있었는데, 그는 논밭에 물을 안정적으로 대기 위해서는 대운하 사업을 해야 한다 주장했다. 이를 두고 조정에서는 이 사람이 한나라의 간첩으로 진나라의 국력을 피폐하게 하기 위해 운하를 판다고 비판했고, 결국 외국 출신 관리들에 대한 추방령까지 언급되기에 이른다. 이때 이사가, 대업을 수행함에 있어 외국인일지라도 모두 그 힘을 합쳐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진시황에게 올린다. 그런데 보고서를 올린 이사 또한 초나라 하급관리 출신으로 원래부터 진나라 사람은 아니었다. 인재의 중요성은 진의 통일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상앙, 장의, 범수, 이사, 여불위 등 진나
2011-06-03 20:365월 13일 금요일 아침. 일찍 출근해 교실 문을 여는 순간 여기저기 풍선이 달려있어 오늘이 무슨 날이지? 하고 갸우뚱거리고 있는데 언제 왔는지 미정이가 나타나 수줍게 이동식 칠판을 당기자 전지에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올해 스승의 날이 일요일이라 선생님, 학생 모두 그냥 넘어가겠다 생각해 차라리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어린 4학년 아이들이 필자를 위해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다. 새벽같이 일찍 와서 풍선을 불어 친구들 이름을 쓰고, 초코파이로 케이크를 만들며 기대에 찼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스승의 날은 단지 교사들만을 위한 날만은 아닌 듯 싶었다. 학급 친구들이 모두 등교하자 제대로 준비를 한다면서 필자를 복도로 내몰고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걸어 잠갔다가 한참 후 다시 문을 열면서 “선생님 라이터 있으세요?”하고 묻는다. “큰일 난다. 라이터로 불당기면~”하며 말리려 하자 “아니에요!” 하며 다시 문을 닫더니 잠시 후 다른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문을 또 열면서 “선생님, 성냥 있으세요?”라고 하질 않는가. 그 사이 다른 친구들이 내 책상 서랍이며 자료함을 다 뒤져 성냥을 찾는 통에 할 수 없이 옆 반으로 달려가 라
2011-05-30 16:54남아프리카에서 가장 사나운 짐승은 무엇일까? 정답은, 사자도 호랑이도 아니다. 의외로 ‘임팔라’이다.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임팔라 앞에 수식이 붙는다. ‘집단에서 이탈한 임팔라’이다. 임팔라라는 동물은 흔히 아프리카의 영양으로 불리는데 사슴처럼 무척 귀엽게 생겼다. 대개 집단적으로 이동하며 생활하는데 생김새처럼 매우 온순한 동물이다. 그런데 그런 임팔라가 집단에서 이탈하여 소외감을 느끼면 날카로운 이빨과 뿔로 사납게 상대를 공격한다. 심지어는 사자나 호랑이도 그런 임팔라를 만나면 못 본 체한다. “저 왕따 임팔라는 피해 가는 게 좋아. 완전히 미친놈이라니까.” 그러면서 슬슬 피하는 것이다. 우리들 학교에도 그런 임팔라들이 더러 있다. 평소 순진하고 착해 보였던 학생이 뜻밖의 문제를 일으켰다면 그 학생은 십중팔구 소외된 임팔라였을 가능성이 많다. 소외감은 인간성을 파괴하며 때로는 돌발적인 울분을 분출시키는 원흉이다. 성경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살인자 가인이라는 사람도 어쩌면 극도의 소외감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교사는, 특히 담임선생님은 내가 맡고 있는 학급에 혹시 숨죽여 울고 있는 임팔라는 없는지 늘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또 전문
2011-05-30 16:53언어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와 같아서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다양한 양상을 보여 왔다. 오늘날에도 어문규정에 맞는 바른말이 있는가 하면, 특정 부류나 계층이 쓰는 은어, 해학성과 풍자성을 띠는 유행어, 친근하고 재미있게 쓰는 속어, 정보화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 용어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청소년들이 쓰는 비속어와 욕설은 언어의 다양성을 넘어서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친구들끼리 사용하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도 욕설이 난무하고, 수업과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비속어와 인터넷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언어는 학생들 사이에 학교폭력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하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에 크나큰 지장을 주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저속한 언어가 소수 학생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수의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생활어’, ‘습관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의 언어생활이 이렇게 되기까지 학생들과 어른들의 안일한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학생들은 스트레스가 풀리고 친구들끼리 재미를 느낀다는 이유로 비속어와 은어를 사용하고, 사
2011-05-30 16:5170년대 중반, 고등학교 은사님 이야기부터 꺼내야겠다. 당시 그 선생님은 여름 방학 과제로 도스토예프스키의 방대한 저작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으라고 하셨다. 아울러 교과서에 등장하는 시조 전편과 추가분을 책자화해 거의 100여 수에 육박하는 시조를 외워 오라고 주문하셨다. 우리 대부분은 ‘에이, 설마 검사하시려니’, 반신반의하며 다소 불안하게 방학을 보냈다. 개학 이후 거대한 폭풍이 몰려 왔다. 각 반에서 당신의 방식대로 과제를 검사하시던 그 선생님의 당당한 위엄을 난 결코 잊을 수 없다. 학번 순서대로 불러 시조를 외우게 하셨고, 그 두꺼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아무 페이지나 턱하니 펼치시고는 앞뒤 내용을 설명하라셨다. 2학기 내내 탈락자들은 재시험을 치러야 했으니, 그네들에게는 국어 시간이 경악과 공포 그 자체였다. 당연히 탈락자들의 불평과 불만은 고조됐고, 심지어 조급한 학부모는 교장실로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40여 년 가까이 되는 지금 난 그 은사님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에게 운문의 서정성과 산문의 유장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신 분이셨다. 난 그 이래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죄다 섭렵했고, 선생이 된 지금 수업 시간에 학생들 앞에
2011-05-30 16:49지난 5월 2일 정부는 2012년 3월부터 모든 만 5세 어린이의 교육과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만 5세 공통과정’을 도입·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이원화되어 있는 유치원 교육과정과 보육시설 표준보육과정을 통합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적용함으로써 만 5세의 모든 어린이들이 새로운 공통과정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만 5세 공통과정’은 만 3~4세와 분리해 유아기에 필요한 기본능력을 중심으로 5세에 맞게 재구성·적용되며 초등학교 1~2학년군의 창의·인성교육 내용 등과 체계적인 연계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올해 7월까지 전문가와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 공통과정을 마련하고, 8월에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 공동으로 이를 고시하며, 내년 2월 담당교사 연수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모든 만 5세를 대상으로 교육․보육비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지원하며, 기존 만 5세아에게 지원되던 보육예산은 지자체와 협의해 만 4세 이하 영·유아 보육서비스 개선, 특히 보육교사 처우개선 및 어린이집 현대화 등에 우선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 만 5세 유아교육·보육의 질이 높아지고, 학부모 부
2011-05-18 13:27최근 모 방송국에서 진행한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나는 교사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졌다. 시쳇말로 진검승부를 가려야 한다는 도발적 의도인 셈이다. 정말이지 요즘은 교사다운 교사, 진짜 교사가 적지 않은가. 물론 최고의 가수를 가리는 것처럼 최고의 교사를 가린다는 것은 어렵다. 역시 척도가 주요 변수이다. 하지만 교사도 지역의 평가단으로부터 검증을 받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교사로서의 품격이라든가 전문성, 열정 정도는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가수다’에 참여한 일곱의 가수들은 사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대들이다. 어떻게 보면 최후의 1인을 가린다는 게 무의미하다. 그들은 잔재주를 부리는 ‘기인(技人)’이 아니라 소리에 정신을 불어넣을 줄 아는 ‘예인(藝人)’이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쌓아온 가수로서의 입지를 포기하고 무대에 오른 용기, 그래서 우리는 숙연함과 동시에 전율을 느끼는 것 아닐까. 우리가 교단에 오를 때를 생각해 보면 너무 큰 차이가 난다.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어쩌면 평가단이기도 한데, 아무 준비 없이 그저 무대에 오른다. 비장한 각오나 떨림도 없다. 그저 교과서 한 권 달랑 들
2011-05-18 1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