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학령 아동 급감에 따른 교육대학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교육대학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과정과 진로 선택의 기회 제공하기 위해 교육대학의 구조조정 필요하다”며 일반대학과 마찬가지로 교육대학도 하위 15% 대학(2개 교대)을 선정해 경영 컨설팅을 실시하고, 인근 국립대학에 통합시키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런데 정부가 들고 있는 필요성을 분석해보면 이는 표면상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유일 뿐 국립대학 수를 줄이겠다는 기존의 정책을 구조개혁안에 끼워 넣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교원 수요는 학령인구뿐만 아니라 교사 1인당 학생수를 포함한 다양한 정책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교원 정원을 매년 1720여 명씩 늘려야만 2020년에 교사 1인당 학생수가 OECD의 현재 평균인 16.4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등교원은 매년 4000~5000명의 교사를 신규로 뽑아야 한다고 한다. 이 경우 2015년 교대 신입생부터는 오히려 입학정원을 다시 늘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 때문에 2개 교육대학교를 일반대학에 통합해야 한다고 하고 있으나, 교육부는 자발적으로 일반대학과 통합하는 교대에 대해서는 정원을 줄이지 않거나 오히려 늘려주겠다는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어서 이 양자 간에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교대가 비효율적이고 영세하다고 하지만 실제 자료를 비교해보면 그렇지 않다. 국립대학교 학생 1인당 교육비 평균액을 비교하면 교육대학교는 530만 원이고 다른 국립대는 570만 원으로 오히려 교대가 더 낮다. 또한 과기대, 사관학교, 경찰대학 등 여타 특수목적대학들은 모두 총정원이 1000명 미만이어서 평균 2000명을 상회하는 교육대학교는 특수목적대학 중에서는 오히려 대규모 대학임을 알 수 있다.
구조개혁을 통해 다양한 교육과정과 진로 선택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하는 논리도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캠퍼스가 분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교대 교육과정이 아주 빡빡한 상황에서 이러한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의대생에게 다양한 교육과정과 진로 선택의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 것처럼 이치에 맞지 않는 논리이다.
이제 무작정 교대를 일반대학에 통합시키고자 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미래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우리나라 초등교원 양성체제뿐만 아니라 교원양성체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실시하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 교육대학교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초등교원 양성 대학이다. 그리고 지난 4년간 지속적으로 매년 10%씩 정원을 줄여왔기에 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에서 교과부장관도 교대는 부실대학 15% 정리 대상이 아니라고 명확히 밝혔다.
이 시점에서 이루어야 할 구조개혁은 교원양성기관 통합이다. 초등교원은 교대가 유치원과 중등교원은 종합대가 배출하는 분리형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방만한 중등교원양성시스템을 먼저 정리한 후에 국립 사대를 교대로 보내어 교육종합대학교를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다.
다음으로는 10개의 교육종합대학교를 하나의 대학(가칭 한국교육대학교)으로 연계시키는 연합대학시스템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 방안은 전국의 교육대학교가 한국교육대학교의 각 지역 캠퍼스가 되는 안이다. 이렇게 하면 교대 간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6년 전에 교육대학교가 제안한 이 안을 이제는 정부가 받아들임으로써 우리 교원양성체제를 세계에 수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와 함께 병행해야 할 것은 교육대학교 수학연한을 6년으로 연장하는 것이다. 전 교과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지도 등 학교생활 전반을 지도하는 학급담임교사가 되어야 하는 초등교사의 경우에는 4년 교육기간으로는 불충분하다. 갈수록 부모의 교육수요가 고급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졸업생들이 졸업 후 전문 교사로서 자신 있게 교단에 설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지식과 기능을 갖추도록 교육시키고 아울러 실습 기간 연장 및 프로그램 강화도 이루어야 한다. 이미 선진국은 초․중․고 교사를 대학원 수준에서 배출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법대, 의대, 약대 등을 비롯한 여러 전문직종도 진즉부터 6년 이상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대학교에 대한 박사과정 설치인가도 화급하다. 박사과정 운영 여건이나 역량 때문이 아니라 단지 교육대학교라는 이유로 박사과정 개설을 금함으로써 자기 계발을 하고자 하는 많은 초등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대 박사과정 개설은 초등교사의 질뿐 아니라 초등교원 양성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구조개혁에 발맞추어 교육대학교는 미래 흐름을 선도할 수 있도록 교대 교육과정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보다 미래지향적인 대학 운영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대학교의 그러한 노력이 병행되거나 선행될 때 사회의 교육대학교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커지게 될 것이다.
이상에서 제시한 교육대학교 구조 개혁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교육을 본받고 싶어 하는 세계인을 위해서도 꼭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대학교 구조개혁이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계와 사회각계가 나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