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 계절이 되었다. 그러나 학교는 낭만과는 다른 물리적 공간 속에 또 다른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쯤 중간고사 성적처리와 교원평가, 공개수업으로 학교는 바쁠 것이고, 그러건 말건 또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사는 교사도 있을 것이다. 연간 계획에 의해 항상 해왔던 일들의 반복이지만, 학교는 교육이라는 낯선 수레바퀴를 움직인다. 바라보면 눈물이 날 것 같이 푸른 하늘, 그동안 간직해 온 색채를 마음껏 발산하는 자연. 산과 들은 이렇게 장엄하게 스스로를 완성하는데 교육 현장은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다. 아이들을 위해 산다고 하지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교무실에 별반 인사도 없이 출근해 책상에 앉는 선생들. 그들의 일과는 컴퓨팅으로 시작한다. 모든 수기 장부가 업무포털과 나이스로 대체돼 편해지면서 알게 모르게 프로그램에 종속돼 우리는 노트북을 끼고 산다. 각종 공문을 화면에서 클릭하면서 처리해야만 한다. 일일출결에서부터 성적처리, 부서 업무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옛날이 좋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처럼 긴박하지 않았다. 파놉티콘이 아니라 인간이 우선인 체제였다. 논의가 필요하면 교사와 교사가
2011-10-20 14:01수능 출제와 연관한 EBS 문제집 70% 연계 공표 이후, EBS 교육 방송의 위상에 대한 논란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 사태를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은 매우 무겁다. 사실 이러한 사태의 발단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주지하다시피, 오래 전 김영삼 정권에서 EBS 위성방송 출범한 이래로 새로운 정권은 하나 같이 EBS를 활용한 교육문제에 깊숙이 개입해왔다. 한데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는 이 EBS 활용이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그 강도가 아주 파괴적이며 치명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수능 수리영역은 숫자만 바꾸어 출제하고, 언어와 외국어영역은 지문을 통째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민주적 자율 경쟁의 틀과 학습자 중심의 창의성 파괴, 그리고 공교육 황폐화를 자행하고 있다. 먼저 민주적 자유 경쟁의 파괴 양상을 살펴보자. 공영방송이라는 EBS가 거대 권력 기관화됐다. 교육과학기술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BS의 사이는 호형호제의 사이를 넘어선 진한 혈육적 연대감을 보인다. 그러니 EBS는 그들 공권력을 등에 업고 사교육 기관보다 더한 영업 행태를 보이며 호가호위(狐假虎威)한다. 영업 노하우는 ‘땅 짚고 헤엄치기’이다. 불
2011-10-17 17:39교직은 말로 먹고 사는 직업이다. 거의 모든 가르침이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랜 경험에 비추어 보면 말끝마다 부정적인 언어를 달고 사는 선생님도 있고 뭐든지 긍정적으로 밝게 보는 선생님도 있다. 긍정적인 선생님의 반 아이들은 선생님을 닮아서 그런지 밝고 명랑하다. 반대로 부정적인 언어를 입에 달고 살거나 큰 소리를 잘 지르는 선생님 반의 아이들은 왠지 모르게 기가 죽어 있고 자신감도 결여돼있다. 혹자는 아이들은 그 반 선생님의 성품을 닮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결코 틀린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가랑비에 옷 젖듯 선생님의 말투와 행동이 아이들의 내면에 스며들어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정교육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 바닷가 학교에서 1학년을 가르칠 때였다. 21명 중에서 반장으로 뽑힌 남학생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늘 웃고 친구들도 많았다. 친구들에게 다정한 말을 쓰는 것은 기본이고 자기를 건드리거나 힘들게 하는 친구까지도 자기편으로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어느 날 1학년답지 않은 배려나 봉사 정신이 기특해서 어디서 배웠는지 물어보았다. 그 학생이 대답하기를 "저희 어머니께 배웠어요.
2011-10-12 14:53최근 우리 반에 어떤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 왔다. 본인의 아이가 어제 과학 선생님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는데 학부모입장에서 벌점을 받을 만한 행동이 아닌 것 같다고 이의를 제기하기 위함이었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함에 있어서 편견을 가지고 지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학교를 찾아 온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잘못을 안 했는데 왜 벌점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평소 학교에서의 생활태도와 행동에 대해 말하자 이해가 가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남기고 돌아갔다. 요즘은 학교에서 학생이 잘못을 해 학부모에게 전화를 해도 학부모의 반응이 제 각각이라 조금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한 학부모는 “뭐 그런 거 가지고 저한테 전화를 하세요?”라고 반문을 했다. 학부모에게 이유를 설명했지만 전화를 왜 자기한테 했냐고 반문을 하는 학부모에게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교사가 학생을 올바르게 지도하기 위해 자식을 키우는 부모에게 전화를 해야지, 그럼 누구한테 전화를 해야 할까? 이러한 학부모의 무례하고 무관심한 태도는 교사에게 더 잘 지도하고 싶은 의욕을 상실하게 만든다. 한번은 학급의 학생이 친구에게 장난을 쳐서 조금 기분을 나쁘게 한 상황이…
2011-10-12 10:23현대 사회에서 학교는 사회발전을 선도했고 그 핵심에는 변화하는 교사가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에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교사의 학습연구년제는 교원이 수업과 기타 업무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세운 학습 계획에 의거해 학습과 연구에 전념함으로써 전문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원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 제도가 도입된 배경에는 다양화되고 정보화된 사회에서 교사에게 평생학습이 요구되며, 교원 개개인의 상황과 요구에 맞는 맞춤형 연수와 연구 기회를 제공할 제도적 장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가 깔려있다. 교사 학습연구년제는 2010년 9월 시범운영으로 시작됐다. 교원능력개발 평가와 연계해 우수 교원에 대한 합리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지속적인 전문성 신장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고 것이다. 올해 2월 교육과학기술연수원 연수 후 성과 분석 결과를 참고해 보면, 전체 참가자(99명) 중 95.7%가 전문성 신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결과가 나온 이유는 기존의 교원연수에 비해 이 제도가 교사의 자율적 참여를 보장하고 현장성 있게 전문적 식견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2011-10-12 10:22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즉, 양자강의 앞 물결은 뒤 물결에 밀려나게 된다. 그 후 일대신인환구인(一代新人換舊人) 즉, 강호무림의 새로운 고수가 옛사람을 몰아낸다는 뜻이다. 산업화, 민주화 과객(過客)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권력(정치)의 세계에선 같은 사안을 놓고도 서해를 바라보는 구주류가 하면 감동이 없고, 동해에서 떠오르는 신주류가 하면 국민들은 환호하고 마음을 사로잡는다. 눈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귀는 익숙한 것을 좋아 한다. 따라서 산업화, 민주화 세대는 그간 역사의 물결에서 수명을 다 했다고 여겨진다. 이제는 스마트 파워 리더가 필요하다. 스마트 파워 리더는 기성 정치인과 다른 서민성, 참신성, 봉사성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역사의식이 뒤틀렸거나 헌법을 초월하는 오만함과 혀는 너무 빠르고 권위를 담을 그릇이 없는 경조부박(輕佻浮薄)한 지도자는 안 된다. 정치학적으로 우파의 부패와 타락이 좌파의 구호를 정당화 시키고, 좌파의 독선과 도그마가 우파의 가치를 입증해 주는 법이다. 서민들에게 피눈물의 희생을 떠안긴 어느 권력 측근의 저축은행 비리 연루가 전자의 예라면 어린 학생에게 계급투쟁의 민중사관을 주입시키는 의식화 교육은 후
2011-10-12 10:18요즘 ‘나는 가수다’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화제다. 이미 대중의 인정을 받고 있는 가수들이 다른 가수의 노래를 그것도 색다른 편곡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있어서도 이런 감동적인 무대는 없을까?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가수들이 노래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넣듯이 교사들 또한 아이들에게 정성을 다해 가르치고 그로 인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과 보람을 느낀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어쩌면 이상론에 그칠 수도 있다. 현실에 비친 교사상은 치열한 입시경쟁에 파묻혀 아이들에게 지식만을 전수하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자괴감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연초에 해마다 열리던 독서토론논술대회가 취소됐다는 공문을 받았다. 하긴 매년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학생들을 선발해 지도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혹시 아이들이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지 못하면 학교 윗분들의 눈치를 받을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이참에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아이들도 교외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공부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대회를 준비
2011-10-12 10:16교육공동체는 교육에 대해 뜻을 정하고 방향을 설정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는 네트워크다.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 학교만은 아니지만, 그 어느 교육기관보다 학교가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공동체는 그 자체로 학교공동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 우리 사회에서 학교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시대와 정부가 바뀌어도 비록 그 의미와 초점이 달라질지언정 꾸준히 지속돼 왔다. 1990년대부터만 보아도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모두 학교공동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학교공동체를 구성하려는 노력을 부단히 경주해 왔다. 문민정부에서는 학교공동체를 학교운영 과정에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의미로, 국민의 정부에서는 교육정책과정이나 학교운영에 교원들의 자율성과 참여를 확대한다는 뜻으로 사용했다. 참여정부는 교육현장에서 교육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는 교원조직 간 또는 시민단체 간에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고 교단안정화를 강조하는 의미로 썼다. MB정부는 나눔과 배려, 돌봄 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 학교공동체가 기능을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학교운영의 핵심 구성원, 즉 교장과 교사, 학부모와 지역사회 인사들이 학교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
2011-10-11 14:35얼마 전 일본 애니메이션 ‘코쿠리쿠 언덕에서’를 볼 기회가 있었다. 1964년 동경 올림픽 직전의 일본 고교생들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지금의 중년 세대들에게 친숙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을 담고 있었다. 어른들과 동료들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지금의 우리는 그 모든 예의를 거의 상실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학교에서는 인사가 사라져가고 있다. 수업 시작과 더불어 ‘차렷’, ‘경례’ 하는 의식조차 생략하는 학교가 많아졌다. 애국조회가 없어졌으므로 ‘교장 선생님께 경례!’ 하는 절차도 물론 사라졌다. ‘국기에 대한 경례!’는 남아 있지만 예전처럼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일도 거의 없다. 인사예절을 생략해도 우리가 선생님을 존경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지킬 수 있는 것일까. 만일 예의를 단지 형식이라 하여 무시하면 결국 그 안에 담긴 정신도 무시하게 된다. 자녀가 집을 나설 때 부모님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한다. 이러한 인사에는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사를 단지 형식이라 여겨 무시하기 시작한다면, 자기도…
2011-10-11 14:34그동안 교육활동 업무와 행정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교원의 업무 경감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교육 현장에서는 대다수의 교원이 교원의 업무가 많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교원의 고유 업무인 학생지도보다는 행정업무 처리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교원업무 경감의 주요한 목적은 교원들이 학생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구성하는 데 있으며 아울러 교원은 전문성을 신장하고 이를 학교교육에 투입해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데 있다. 교원업무 경감을 위한 과제로 업무의 발생단계에서는 △교수·학습활동을 저해하는 행정업무의 과감한 축소 △상위 단계 교육정책의 세밀한 점검을 통한 행정업무 발생요인 제거 △교원 직무기준 및 범위의 제도화가 필요하고 전달단계에서는 △각종 통계보고 절차 간소화 및 보고단계 축소 △단위학교 자료 데이터베이스화 및 정보시스템 연계 △업무 유통의 중간 통제자 혹은 조절자 역할 강화를 통한 공문서 여과 시스템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처리단계에서는 △업무처리를 위한 정보화시스템 활용도 제고 △교원업무 구조조정 △교원행정지원 인력의 과감한 확보와 전문적인 양성과 훈련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 교원업무의 경감은 그…
2011-10-11 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