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부터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쏟아져나왔다. 모든 대책의 공통적인 의견은 사후조치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학교폭력의 예방을 위해서는 인성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금까지 못해서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은 아닐 것이다.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말은 하기 쉽지만, 인성교육을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명확하고 체계적인 자료와 근거가 축적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에 따라 적절한 교육 목표 설정과 교육과정 개발이 어려웠던 것이다.
청소년들의 인성지도, 즉 도덕성 함양 교육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도덕성 지표와 검사도구의 개발이 동반돼야 한다. 효과적인 도덕교육을 위해 청소년의 도덕성 발달 정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발달수준에 비추어 체계적이고 타당한 도덕교육이 계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지난해 연말에 이 문제의 해결에 단초를 제공할 연구 결과물이 발표됐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원장 이재연)과 한국윤리교육학회(회장 김용환·충북대 교수)가 2011년부터 3년에 걸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도덕성 검사 도구 개발에 착수해, 1차년도 연구결과물을 발표한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 도덕교육 분야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도덕성을 체계적으로 진단해 볼 수 있는 표준화된 도구 개발이 전무한 상태에서 본 연구를 최초로 시작하게 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며, 그간 도덕교육 분야에서 이론적·실천적 노하우를 축적해 온 한국윤리교육학회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높아진 위상을 충분히 대변하는 쾌거라 할 수 있다.
이번 연구로 개발된 검사 도구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도덕성 발달을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한국판 표준화된 도구다. 이제 국가 수준의 청소년 도덕성을 진단함으로써, 청소년들의 도덕성 발달 교육이나 상담, 생활지도를 위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청소년의 도덕교육과 인성지도를 위한 국가 수준의 시계열적 자료를 축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연구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수행되는 다년연구로 1차년도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도덕성 발달 특성과 발달 경향, 선행 검사 등에 관한 문헌 연구와 더불어 예비검사를 통한 도덕성 검사 도구(안) 개발을 진행해 우리나라 청소년의 도덕성 검사 도구를 개발했다.
앞으로 2차년도의 연구에서는 예비검사를 통해 타당화한 한국형 청소년용 도덕성 검사 도구를 전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적용해 표준화 작업을 실시하고자 하며, 3차년도에는 최종 개발된 도덕성 검사 도구를 활용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도덕성을 총체적으로 진단해 보고자 한다.
이 연구를 통해 한국 청소년의 가치관과 윤리적 성숙을 발달적·심층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국가 수준의 데이터베이스와 청소년교육·상담·생활지도에 필수적인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대에 부합되는 국제 비교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또한 도덕적 행동에 이르는 심리적 요소들에 대한 기초 자료 제공으로 도덕 교육 목표 설정과 교육과정,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촉진하고, 관련 연구의 질과 양도 획기적으로 증대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연구는 청소년 인성교육을 위한 국가 수준의 기초 자료를 체계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도덕성 검사 도구 개발을 위해 교육관계 전문가들과 현장 선생님들의 아낌없는 조언과 애정 어린 비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