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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이윤식 | 인천대 교수 1. 바람직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3가지 특성 필자는 어떤 조직의 지도자이건 일반적으로 지도자가 효과적으로 지도성을 발휘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3가지 중요한 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계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교장·교감 그리고 교육전문직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으면, 강의를 시작하면서 3가지 특성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곤 한다. 첫째, 지도자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으로 지도성을 발휘하려면, 구성원들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더 많고 더 좋은 지식, 지혜, 기술, 정보, 경험 등을 포함하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머리가 나쁘면 수족이 편치 않다.”라는 말이 있듯이, 실력이 없는 사람이 조직의 지도자가 되면, 조직 구성원 모두가 피곤하다. ‘술 실력’도 실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그런 저급한 의미의 실력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력, 조직 구성원들에게 무언가 나누어 줄 수 있고, 가르쳐 줄 수 있는 실력을 의미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린 손주들에게 인기가 있는 경우, 그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손주들에게 무언가를 나누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실력있는 교육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교사들의 학력 수준과 지식 수준이 높아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지도자들은 ‘실력 배양’, ‘이론 무장’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지도자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분명하고 바람직한 원리·원칙 그리고 가치관을 지도자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철학은 지도자가 행동하는 방향, 조직을 인도하는 방향과 관련이 된다. 아무리 지도자가 ‘실력’이 있어도 지도력을 행사하는 방향 설정이 잘못되어 있으면, 그 실력은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함을 줄 수가 없다. 소수이긴 하지만, 최고 엘리트라고 하는 일부 사람들이 그 좋은 실력으로 사리사욕과 부정·부패에 빠져 사회발전에 해를 끼치는 것을 보게 된다. 미래의 주인공인 2세들의 교육을 주도해 나가는 교육지도자에게는 분명하고 바람직한 교육관, 사회관, 역사관 등을 포함하여 철학에 대한 요구가 다른 어떤 조직의 지도자보다 높은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셋째, 지도자는 ‘솔선수범’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군대에서 보병 장교들은 “Follow Me(나를 따르라)”라는 슬로건으로 정신무장을 하면서 부하들을 통솔한다. 스스로 앞장서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부하들이 따라 오도록 지휘한다. 일반 기업체 조직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지도자가 솔선수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시대적·사회적으로 민주화·자율화 추세가 진전되어감에 따라, 지도자가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조직 구성원을 지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교직사회에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나며, 교직단체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교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하려는 자세가 전보다 더욱 요구되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단위학교의 책임자인 교장이 효과적으로 지도성을 발휘하려면, ‘실력’있는 교장으로서, 분명하고 바람직한 ‘철학’을 가지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교사들을 지도해 나가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2. 교장의 일반적인 역할 학교경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교장의 중요한 역할은 크게 ①교육전문가로서의 교장 ②교육개혁선도자로서의 교장 ③학교경영전문가로서의 교장 ④교육기관통합자로서의 교장 등 네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가. 교육전문가로서의 교장 교장은 ‘교사의 교사’라고 할 수 있다. 교사들에 대하여 선배교사로서 또한 지도자로서 본을 보일 수 있는 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 학교경영의 핵심은 수업활동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 운영이라고 할 때, 교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 교사들에게 지도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학교와 지역의 필요와 요구 및 특수성을 고려하여 적절한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그러한 교육과정이 교사들의 교육활동에 잘 반영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교육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하여 후배 교사들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교육활동에 임하도록 지도·조언하고 장학활동을 할 수 있으며, 올바른 도덕적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도덕적 삶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서정화 외, 2000). 교육전문가로서의 교장의 역할은 교육활동 자체의 목적, 의미, 가치를 교사들이 발견하고 이를 교육활동에서 탐구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교장이 합리적인 지도성을 행사할 수 있는 바탕에는 교장이 교육전문가로서 전문성 면에서나 도덕적인 면에서 권위를 교사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 교육개혁선도자로서의 교장 교장은 교육환경의 변화와 사회환경의 변화를 명확히 인식하고, 끊임없이 자기를 혁신해 가고 교사들의 변화를 유도해 가는 선도자이어야 한다. 교장은 학교현장에서 개혁선도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교장들은 일반사회와 교직사회의 변화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변화에 대응하여 주체적으로 상황을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교장은 넓은 시야를 가지고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변화, 특히 학부모와 지역사회 자체의 변화, 그리고 이들이 학교에 대해 요구하는 것의 변화를 확인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진동섭, 1995). 교장은 변화하는 상황에서 교사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끊임없이 향상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변화하는 교육상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교장은 단순히 위계적인 관료조직상의 관리자가 아니라, 교육기관의 책임경영자이기 때문에 조직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나 행정기관 차원에서 추진되는 교육개혁안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학교현장에서 교장을 포함한 교원들이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된다. 교장은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주도적 위치에서 개혁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 다. 학교경영전문가로서의 교장 교장은 단위학교에서 교사라는 전문가 조직을 관리·경영하는 책임자로서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학교라는 전문가 조직은 대체로 느슨한 조직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추구해야 할 목표와 과업이 그다지 분명하고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교장은 학교 조직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 지도성을 발휘해야 할 영역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또한 어떠한 방식으로 지도성을 발휘할 것인가에 있어 높은 전문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유현숙 외, 2000). 전통적으로 학교 조직이 운영되는 상황을 보면, 행정기관으로부터 주어진 규정과 규칙에 의존하는 비효율적인 관리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학교경영에서 자율성이 강조되고, 교장의 경영마인드가 요구되며, 학교경영 결과에 대한 책무성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장은 학교라고 하는 조직의 경영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교장은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학교가 지향해야 할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지향적인 지도성을 발휘하여, 교사들을 그러한 발전지향적인 방향으로 동기유발 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교육의 목표와 방향, 교육과정 등을 설정하는 것은 교장이 중심 역할을 해야 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교사들이기 때문에, 교장은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따라서 학교경영에 있어서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격려·지원하며, 예산, 인사, 시설, 사무 분야를 포함한 전반적인 교육여건을 효율적으로 조성하여 교육활동의 효과가 높아지도록 노력해야 된다. 라. 교육기관 통합자로서의 교장 교장은 학교교육의 목표, 방향, 내용을 포함하여 전반적인 영역에 관련하여 학교 구성원들의 이해를 높이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의 에너지를 통합하여 교육활동 및 학교경영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확고한 교육철학의 바탕 위에 학교의 특성과 여건을 고려하여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 등 전체 구성원들의 노력을 결집함과 동시에 의사결정 과정에서부터 추진 과정에 이르기까지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모든 구성원들이 학교경영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교장은 학교교육에 관련되는 여러 집단의 다양한 요구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지식과 기술이 요구된다. 현재 교사집단은 보다 많은 권한과 자율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교원노조가 합법화된 이후 교사집단으로부터의 요구도 보다 강경해졌으며, 교사집단 내에서도 성격이 다른 소집단들이 생기면서 때로는 서로 상반되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학부모 집단은 학교 문제에 더 많은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 집단 내에서도 서로 상충되기도 하는 요구와 기대를 제시하고 있다. 자율화·민주화 시대의 도래에 따라, 학생집단도 점차 학교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학부모·학생 집단이 학교와 교장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서로 상반되는 기대에 당면할 때 이것을 조정하는 능력, 이들 간에 갈등이 발생할 때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교육기관 통합자로서의 역할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이 ‘갈등 관리자로서의 교장’의 역할이다. 또한 교장은 학교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지도성을 발휘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 등 학교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종전에 교육부에서 학교단위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토론문화를 정착시키자는 내용 등을 포함한‘새학교 문화 창조’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학교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육기관 통합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교장은 교육 관련 정보를 관리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정보 관리 능력이란 수없이 많은 정보 중에서 가치가 있는 것들을 가려내고, 의미있는 자료로 만들어서 학교조직 구성원들에게 전달해 주고,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진동섭, 1995). 교장은 학교 구성원들간의 정보 네트워크의 형성을 통하여 정보·지식의 흐름을 유도하고 이를 학교경영에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3. 학교교육 질 관리를 위한 교장의 지도성 교장은 단위학교의 경영책임자이다. 그가 교육활동, 학교경영, 장학활동에 관련하여 자신의 직무와 역할을 어떻게 인식하고 수행하느냐 하는 것은 학교경영과 학교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다. 학교교육이 얼마나 충실하고 효과적으로 계획되고 실행되느냐 하는 것은 교장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지도성에 크게 좌우된다. 교장이 강한 의지와 인식을 가지고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지도성을 발휘하여 교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격려하며 지도·조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 1항에 “교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교장의 교무통할권과 교직원감독권 및 학생교육권을 규정하는 것이다. 즉 교장은 학교의 모든 업무를 관할하는 권한과 책임, 소속 교직원 인사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며, 최종적으로는 학생을 교육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다. 따라서 교장은 학교의 인적·물적 조건을 적절히 정비·활용하고, 교원들이 학생교육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특히 학생의 교육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로 하여금 충실하게 교육활동에 임하도록 하여 학생들의 성장을 돕도록 지원해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 교장은 법규에 의하여 규정된 학교 경영책임자이기에 앞서 성인인 교직원들로 구성된 학교사회의 웃어른이라는 점에 유의하여, 교직원들로부터 전문적인 면에서의 지식과 능력에 있어서나 인간적 면에서의 인격이나 품위에 있어 존경받을 수 있는 지도자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교장이 효과적으로 학교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서는 적절한 지도성을 발휘하여야 한다. 교장이 단순히 주어진 법이나 규정에 따라 학교의 인원·재정·시설·사무를 유지·관리하는 수준에서의 지도성, 즉 관리지도성(managerial leadership)만을 발휘해서는 안된다. 교장은 학교의 유지·관리의 차원을 넘어서, 학교가 존재하는 근본 이유, 학교가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 학교가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는 수업활동·교육활동에 대하여, 교사들에게 지식, 경험, 정보를 나누어주며 필요한 지도·조언을 제공하는 차원에서의 지도성, 즉 수업지도성(instructional leadership)을 발휘해야 한다. 교장이 교육활동의 본질적인 요소인 수업과 관련하여 지도성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수업지도성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어 쓰여 오고 있다. 수업지도성은 교사들에게는 만족스러운 근무환경을, 학생들에게는 바람직한 학습 조건과 학습 결과를 조성해주기 위해 취해지는 모든 활동이라 하겠다(Greenfield, 1987). DeRoche(1987)는 효과적인 학교에서 교장이 좋은 수업지도성을 행사한다고 보았다. 효과적인 학교의 교장들은 교사와 학생의 성취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고, 수업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지니고 있으며, 교사들로 하여금 학생들의 기본 학습에서의 성취도를 책임지도록 하며, 교사들 가까이에서 교실 문제를 진단하거나, 수업을 개선하기 위하여 지도·조언을 한다고 하였다. 10가지 교장의 효과적인 수업지도성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p.60). ①수업지도자로서 교장은 학업을 강조한다. ②수업지도자로서 교장은 수업을 지도·조언한다. ③수업지도자로서 교장은 교사의 활동을 평가한다. ④수업지도자로서 교장은 교직원 능력개발을 위해 노력한다. ⑤수업지도자로서 교장은 팀 조성자가 되고, 협동적 의사결정을 도모한다. ⑥수업지도자로서 교장은 학생 평가체제를 구축한다. ⑦수업지도자로서 교장은 표준화되고 공통의 교육과정을 개발한다. ⑧수업지도자로서 교장은 수업에 관한 자원인사가 된다. ⑨수업지도자로서 교장은 수업에 대한 표준을 설정한다. ⑩수업지도자로서 교장은 효과적인 수업관리자가 된다.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서(오진석 외, 1988)는 수업지도성을 좁은 영역으로 한정하여 보았다. 수업의 보다 직접적인 개선과 관련을 맺고 있는 부분을 수업지도성의 영역으로 보고, 교장의 효과적인 수업지도성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p.40). ①교장은 교사들의 교수-학습 활동을 개선하기 위하여 새로운 아이디어, 방법, 자료 등을 지원해야 한다. ②교장은 교사들의 수업을 개선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장학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야 한다. ③교장은 교사의 담당교과의 특성 및 개인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수업지도성을 발휘해야 한다. ④교장은 수업지도성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교사들과 건설적이고 협동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⑤교장은 학교 내에서 수업을 중시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⑥교장은 교사들이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교수-학습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할 수 있도록 격려·지원해야 한다. ⑦교장은 교사들이 스스로 자신의 수업을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도록 고무시켜야 한다. ⑧교장은 자신의 수업지도성 효과를 적절하게 평가하고 그 결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상과 같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수업지도성을 행사하는데 교장은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첫째, 교장의 수업지도성 행사는 종래 교사들에 대한 지시적·감독적 형태가 아닌 교사들과의 협력적·동반적 형태로 변화되어야 한다. 수업지도성은 교장이 주도해 나가기는 하지만, 교장이 교사들과 더불어 수업개선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중심으로 하여 협력적·동반적 관계에서 지식, 경험, 정보, 아이디어, know-how를 공유하고 탐색하며 발전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지도성이 되어야 한다. 교장과 교사들은 효과적인 교육활동을 위한 공동체로서 서로 가르쳐주고 서로 배우는 관계를 설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교장과 교사들 간에 상호 이해와 협조를 바탕으로 수업지도성을 공유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둘째, 교장의 효과적인 수업지도성 행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협동적인 학교 조직문화가 형성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교장의 수업지도성은 전체적인 학교 조직의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학교의 전체적인 조직문화가 교장의 수업지도성의 효과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학교 조직은 대체로 상의하달의 관료적인 특성을 띠고 있다. 학교 조직에서 교사들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중시되고 교장과 교사들 간의 관계에서 민주성과 합리성의 원칙이 존중되는 전문적 교육공동체 문화가 형성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셋째, 교장은 수업활동에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문성을 함양하여, 교사들의 수업활동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업지도성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교장이 직접적 수업지도성을 행사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인은 교장이 수업지도자로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교장의 수업지도자로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하여, 교장 자격연수 과정 및 직무연수 과정에서 수업지도성 행사의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에 관한 내용을 편성·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4. 학교교육 질 관리를 위한 교장의 자기성찰 노력 교장이 효과적으로 수업지도성을 발휘하기 위해서, 교장은 평상시에 교사들로부터 전문적인 권위 그리고 인간적인 권위를 얻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교장이 교사들로부터 인정받게 되는 권위의 종류는 대체로 법적(지위) 권위(legal authority), 전문적 권위(professional authority), 인간적 권위(personal authority) 등의 3가지로 구분된다. 법적(지위) 권위는 교장이라는 지위에 법적으로 부여된 권한에 기초하여 교장이 갖게 되는 권위를 의미한다. 즉 교장의 역할과 기능에 관계되는 여러 가지 법이나 규정에 의하여 교장이라는 지위·자리에 부여된 권한이 교사들로 하여금 교장의 지시나 지도를 따르도록 유도하게 된다. 법적(지위) 권위는 모든 교장들 간에 동일하게 인정된다. 이러한 권위는 교장을 그만 두게 되면 자동적으로 소멸하게 된다. 대체로 법적(지위) 권위는 교사들에게 타율적이고 강제적인 성격을 띠는 것으로 인식되기가 쉽다. 교장은 효과적인 수업지도성 행사를 위하여 충분한 수준의 전문적 권위와 인간적 권위를 평상시에 꾸준히 쌓아두는 일이 필요하다. 전문적 권위는 오랜 기간의 교직생활이나, 연구활동, 그리고 자기발전을 위한 연찬활동 등을 통하여 수업활동·교육활동에 관해 남보다 많은 지식, 경험, 능력, 업적을 갖고 있음을 교사들로부터 인정받을 때 생기는 권위이다. 교직사회에서 “누구누구는 실력있는 교장이다.” 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 경우가 있다. 이런 교장은 교사들로부터 전문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실력있는 교장이 행사하는 수업지도성에 대하여는 교사들로서도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적 권위뿐만 아니라 인간적 권위도 중요하다. 인간적 권위는 교장이 좋은 인간관리 기술이나 능력을 갖고 있거나 훌륭한 인격을 갖추고 있을 때 교사들로부터 인정받는 권위이다. 교사들과 친밀하고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고 즐겁고 명확하게 의사소통이나 대화를 유지해 나가는 기술이나 능력을 갖추고 있는 교장, 공사간의 구분이 분명하고 언행이 일치하며 도덕적이고 모범적인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교장은 교사들로부터 상급자로서뿐만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인간적인 존경과 신뢰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전문적 권위와 인간적 권위는 그 생명이 길다. 교장의 직위를 떠나더라도 교사들로부터 여전히 오랜 기간 동안 그러한 권위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권위를 바탕으로 하여 교육활동이나 학교경영 활동과 관련하여 지도성을 발휘할 때, 그 효과가 높을 것이다. 교장이 교육지도자로서 그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해 가는 데는 적절한 기술이 필요하다. 교장이 어떠한 기술을 습득하고 활용해야 하는가에 관련하여 Katz가 제시한 ‘행정가에게 요구되는 3가지 기술’에 관한 아이디어는 좋은 시사를 준다. Katz는 행정가에게 ①실무적 기술(technical skills) ②인화적 기술(human skills) ③전체파악적 기술(conceptual skills)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실무적 기술은 담당한 직책에서 맡게 되는 기능 또는 과업을 수행하는 데 요구되는 능력과 기술을 말한다. 인화적 기술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또 그들을 동기 유발시키는 능력과 기술을 말한다. 전체파악적 기술은 조직을 조직 내부뿐 아니라 조직 외부와의 관계 속에서 전체적으로 볼 수 있으며, 하부 조직들의 활동을 전체 조직의 목표 달성을 가능토록 하는 방향으로 통합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3가지 기술 중에서 하위관리자들에게는 실무적 기술의 비중이 가장 크며, 중간관리자들에게는 인화적 기술의 비중이 크고, 최고경영층이 되면 전체 파악적 기술의 비중이 확대되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Alfonso는 위의 3가지 기술 중 전체 파악적 기술을 경영적 기술(managerial skills)로 변형하여, 인화적 기술, 경영적 기술, 실무적 기술로 구분하여 교장·교감을 포함한 장학담당자가 갖추어야 할 해당 기술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여기서 경영적 기술은 지도자가 의사결정을 하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조직관계를 아는 능력을 말한다. 교장은 가끔 과 같은 자기평가 도구를 이용하여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유익하다는 생각이다. 을 활용하여 자기평가를 해본 후, 교장 스스로 자신의 장점으로 평가되는 항목은 계속적으로 확대·발전시키고, 자신의 약점으로 평가되는 항목은 수정·보완하려는 노력을 하면 좋을 것이다. 필자는 2004년 2학기에 인천대 교육대학원 교육행정전공에 재학 중인 현직교사들에게, “나는 교사로서 교장 선생님에 대하여 언제 기분이 좋은가?”, “나는 교사로서 교장 선생님에 대하여 언제 기분이 나쁜가?” 라는 2개의 질문을 제시하였다. 근무 중인 학교에서 경험한 2가지 사례나 경우를 간략히 기재하라고 요구하였다. 초등교사 11명(남자 2명, 여자 9명), 중등교사 11명(남자 8명, 여자 3명) 모두 22명이 응답하였다. 2가지 사례를 제시하라고 요구했으나 3가지 사례를 제시한 교사도 있다. 물론 체계적인 표집방법을 거치지 않아서, 응답결과가 모든 교사들의 인식을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다. 응답결과가 일방적으로 교사의 입장에서 제기된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객관적이고 타당한 내용인가 하는 의문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중등 교사들이 그들 나름의 관점에서 교장에 대하여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개괄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자료는 된다고 볼 수 있다. 는 교사들의 반응을 유사한 항목 중심으로 묶어서 종합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반응율이 높은 순서로 제시하였다. 교장의 입장에서는 교사들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항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할 것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장들의 경우에는, ‘경영 능력, 조직관리 능력’(20.0%), ‘부드러운 언행, 교육자로서 품위(20.0%)’, ‘업무 관련 칭찬 격려(16.7%)’, ‘인화 및 인간적인 애정(16.7%)’, ‘교사 존중, 보호, 교사 입장 이해(16.7%)’ 등에 관한 활용 요구가 높아 보인다. 중등학교 교장들의 경우에는, ‘경영 능력, 조직관리 능력(26.7%)’, ‘애경사 등 개인사에 대한 관심(20.0%)’, ‘인화 및 인간적인 애정(20.0%)’, ‘업무 관련 칭찬 격려(13.3%)’ 등에 관한 활용 요구가 높아 보인다. 반대로 교사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항들은 시정하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장들의 경우에는, ‘대내외 소신없는 지도성(25.0%)’, ‘경영 능력, 조직관리 능력 부족(20.8%)’, ‘권위적, 독단적 자세(20.8%)’, ‘교육자로서 품위 부족(20.8%)’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중등학교 교장들의 경우에는, ‘경영 능력, 조직관리 능력 부족(19.2%)’, ‘교육자로서 품위 부족(19.2%)’, ‘권위적, 독단적 자세(15.4%)’, ‘교사 존중, 보호, 교사 입장 이해 부족(15.4%)’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교장의 역할과 직무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교사들의 입장에서 제기한 문제이기 때문에, 교장의 입장에서는 다소 동의하기 어려운 사항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장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에 제시된 항목들 중에서, 교사들이 바람직하다고 반응한 항목들을 자신의 지도성 행사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반면 교사들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응한 항목들에 대하여 혹시 자기자신이 부지불식간에 그러한 행동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시정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좋을 것이다. 물론 교사들이 교장의 역할과 입장을 잘못 인식하고 반응한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 항목에 대하여는 교사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높이도록 하는 노력이 병행되면 바람직할 것이다. 5. 맺는말 학교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교장의 효과적인 지도성 행사는 매우 중요하다. 교장은 교육활동의 본질적인 측면과 관련된 지도성을 효과적으로 함양·발휘하도록 하여야 한다. 교장은 교직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력, 무언가 나누어 줄 수 있고 가르쳐 줄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실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교장이 교육자적인 원리·원칙을 확고히 지켜나가는 것도 요구된다. 교육지도자로서 분명하고 바람직한 교육관, 학교경영관을 견지하면서 교직원들에게 학교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에 덧붙여 교장은 인간적인 면에서 그리고 전문적인 면에서 솔선수범해야 된다. 솔선수범하는 것은 교장이 교직원들로부터 권위와 신뢰를 찾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다. 인간적인 면에서 권위와 신뢰를 찾기 위해서는 교장 스스로가 공사를 분명히 하고 언행에 주의하며 사생활이나 교직생활에서 도덕성을 지키는 일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면에서 권위와 신뢰를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노력하는 모습을 교사들에게 보여주는 일이 필요하다. 솔선수범하는 교장을 교사들은 존경하고 따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상명 | 경북대 교수 1. 시작하는 말 학교는 더 이상 학교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과 정보만으로는 운영하기 어렵다. 교육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함에 따라 학교의 모습도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학교간 또는 학교 급별로 경쟁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학교의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환경으로부터 모색하게 만들고 있다. 즉 성공적인 학교경영을 위한 학교와 교육청, 그리고 지역사회, 국가 등 여러 조직과의 협조 및 상호교류가 더욱 절실해졌고, 학교의 사회적 책무성의 증대로 인하여 이를 입증하기 위한 보다 효율적인 학교경영이 요구되고 있다. 학교 내부적으로도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의 요구상황이 증대된 것은 마찬가지다. 문서화된 자료를 통한 정보 제공보다는, 방대하고 다양한 정보가 체계적으로 데이터화 된 시스템을 이용하여, 학교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를 원하는 형태로 제공받는 일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 학교 관리자는 특정 영역에 한정된 정보가 아니라 학교 전반에 필요한 정보, 즉 전교적 차원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학교조직의 어떤 구성원보다도 정확하고 총체적인 정보를 활용하여 학교경영의 효과성을 증대시키는 교장중심 정보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학교경영의 효과성을 증대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여겨지는 정보시스템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특히 학교경영의 책임자인 교장의 정보관리 여부가 관건이 된다는 점에서 교장정보시스템을 소개하고자 한다. 2. 교장정보시스템의 필요조건 교장정보시스템이 학교에 성공적으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 교장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전통적인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교장의 경우에는 정보를 문서화된 보고서나 구두 보고 등을 통하여 받아들이는 경우가 편한 데 비해, 교장정보시스템이 가져다주는 효과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부에서는 새로운 방식에 거부감을 갖고 시스템 도입을 반대하는 경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시스템 도입을 위한 하나의 요소로서 교장정보시스템의 효과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학교행정가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다시 말하면, 교장이 교육에 대한 비전 제시자, 변화촉진자, 그리고 갈등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의 필요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교장은 시스템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원형의 개발·검토 및 완전한 시스템의 보급·확산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즉 시스템의 직접적인 사용자로서 교장정보시스템의 성공적인 구축에 능동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둘째, 교장의 정보요구 수준에 맞는 간편성을 유지해야 한다. 정보시스템을 사용하는 교장의 기술적인 수준이나 정보요구에 맞게 가능한 한 단순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중요한 것이 그래픽 출력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숙련된 교장들을 위한 고급기능도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스프레드시트, 워드프로세서, 데이터베이스, 전자우편 등과 같은 응용 프로그램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셋째, 적절한 문제영역의 선택이 중요하다. 적절한 문제영역의 선택은 교장정보시스템의 효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즉 투자된 노력과 비용에 대비하여 시스템 운영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교장이 당면하는 문제가 과연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의 인사, 재정, 교육과정, 대외관계, 학생관리, 연구, 사무관리 등 다양한 영역 중 어느 영역에 당면한 문제가 있고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시스템구축 시 고려되어야 한다. 동시에 교장은 사무적 기술이나 인간관계 기술도 중요하게 요구되지만, 학교를 종합적인 관점으로 보고 파악할 수 있는 전체파악 기술이 요구되므로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는 정보도 제공되어야 한다. 넷째, 학교의 미래에 대한 가시화된 전망이 필요하다. 하나의 교장정보시스템 개발은 그것으로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를 전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계속적인 수정·확인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특히 교장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의 하나로서 학교교육에 대한 비전 제시자로서의 역할이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가시화된 전망에 필요한 정보가 요구되므로, 교장정보시스템 개발자들은 앞으로의 조직 전망에 대해서 인지하고, 이에 대한 고려를 통해서 유지·보수에 유연한 시스템을 개발하여야 한다. 3. 교장정보시스템의 특성 교장정보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첫째,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를 갖는다. 교장에게 유용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 존재하는 각종 데이터베이스들이 하나의 경영지원시스템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또한 기존 시스템의 데이터가 교장의 요구를 채우는데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교장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교장은 일반적으로 정보시스템을 사용하는 경우에 명령을 입력하거나 출력을 실행시키기 위해 키보드를 사용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못하다. 따라서 교장이 정보시스템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데, 이러한 장치는 세 가지 측면에서 고찰해 볼 수 있다. ①교장과 정보시스템 간의 상호작용 측면 : 일반적으로 이러한 상호작용에서는 터치스크린(touch screen)의 사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외에도 마우스를 사용한 ‘point-and-click’이나 터치패드(touch pad) 등이 있다. ②symbol의 사용 : 이것은 그래픽 사용자 장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료처리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명령의 입력이 그래픽 형식으로 지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벌(symbol) 혹은 아이콘(icon), 영상 그래픽 등이 있다. ③다양한 형식의 출력기능 : 교장정보시스템에서 출력되는 정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픽이 기본적인 출력형식이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래픽출력의 형식도 다양하게 지원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의 성적 현황과 변화는 다양한 형태의 그래프(막대그래프, 꺾은선그래프 등)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래픽 형식의 출력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문서 형식 혹은 도표 형식의 출력도 가능해야 할 것이다. 셋째, 외부 정보시스템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된다. 교장정보시스템은 외부의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되어 있을 때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 외부의 데이터베이스나 시스템과의 연결은 정보를 상호 교환하고 공유함으로써 보다 유용한 정보를 나누고 문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4. 교장정보시스템의 구성 교장정보시스템의 구성요소로는 교장 워크스테이션, 교장 데이터베이스 하위 시스템, 교장 모델베이스 하위시스템, 외부의 정보와 연결되어 있는 학교 내의 메인프레임, 타 학교 교장의 시스템, 사용자(교장)를 들 수 있다. 교장 워크스테이션은 조직 내의 메인프레임에 연결되어 있는 개인용 컴퓨터나 혹은 터미널을 의미한다. 이미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교장을 위한 데이터베이스가 따로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교장의 데이터베이스는 다른 학교의 관리자 워크스테이션과 연결되어야 한다. 이는 다른 관리자의 의사결정 사항을 열람하고, 그것을 자신의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며, 다른 학교행정가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학교 내의 메인프레임에 있는 전자사서함은 교내 구성원과의 의사소통 창구 역할을 하며, 전자결재시스템에 응용될 수도 있다. 5. 교장정보시스템의 단계적 구축 첫째, 교장의 정보요구를 분석한다. 교장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인사, 재정, 교육과정, 학생, 대외관계 등 학교업무 및 내부 정보와 교육부의 정책, 교육환경, 외부 학교의 정보를 동등하게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교장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우선 교장의 업무를 파악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시스템 개발과정에 있어서 교장은 사용자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실제로 개발팀이 교장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고 개발함으로써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장이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정보는 어떤 것인가? 교장은 학교의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학교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구성원과는 질적으로 다른 정보를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성공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러한 교장의 정보요구 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정보요구 사항을 조정한다. 처음부터 정보요구 사항을 만족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조정이 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시스템은 일관성을 잃게 되고 효율성을 상실하게 된다. 조정은 교장의 정보요구 사항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정보요구 사항의 분석에서 얻어진 내용들을 바탕으로 장래에 더욱 주목될 이슈, 전략 등이 예측되어야 한다. 셋째, 기능요건을 검토한다. 기능요건이라 함은 교장에게 원하는 정보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전달하기 위해 달성해야 할 시스템의 기능을 말한다. 예를 들면, 교장이 선호하는 공문서 형식, 어느 정도 수준까지의 정보를 제공할 것인가, 지원정보 중에서 전략적인 정보는 어떤 것인가, 접근하는 자료의 원천 중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자료 원천이 무엇인가 등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원형을 개발한다. 다른 정보시스템의 개발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원형(prototype)의 개발은 단숨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쳐 수행되어야 하며 그 절차 또한 다른 정보시스템의 개발절차와 동일하다. 다만 교장은 다른 구성원들과는 달리 다양한 측면의 정보를 원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스템의 전반적인 모양을 형성해 놓고 그 수준을 점점 더 심화시키는 진화론적 방식(Evolutionary Approach)에 따라서 개발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개발과정 중에는 개발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의미하므로 사전에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 다섯째, 도입 단계이다. 원형이 만들어져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난 후에는 이를 사용하게 될 교장의 스타일에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이외에도 필요한 데이터 근원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 이를 바꾸어주는 일, 분석기법을 발견하여 실행하는 일, 정보가 교장에게 편리하도록 프린터 출력이나 화면 출력을 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시스템이 교장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 주어야 하며, 교장이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확장 단계이다. 시스템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쓸 만하다고 인정되면 각 학교의 시스템을 다른 학교행정가와 공유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때는 중요한 영역의 정보는 암호화하고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다른 시스템에 접근하여 활용함으로써 다른 학교의 교장과 교장정보시스템의 원형을 서로 제공해 주도록 한다. 6. 교장정보시스템 구축의 참여 주체 교장정보시스템의 개발에 있어서 참여자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참신하고 도전적인 사람들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관련된 이해관계자 집단과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 첫째, 교장정보시스템에 대한 지침을 만들기 위하여 운영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 운영위원회에서는 시스템의 내용과 형식을 지정하게 되는데, 시스템에서 다루어야 하는 핵심적인 경영과제를 찾아내고, 이들 정보가 어떻게 표현되는지의 형식을 개괄적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장이 위원장이 되고, 각 부장교사와 학교운영위원 중에서 참여하여 구성하도록 하며, 데이터 제공자, 데이터 관리자, 개발자, 프로젝트 조정자가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이 위원회는 학교의 목표, 교장의 요구 사항, 학교 실정 등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조사·분석하고 개발에서 운영되기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둘째, 데이터 제공자가 있어야 한다. 시스템을 사용하게 될 교장이 원하는 정보를 각 업무나 부서별로 제공해야 하는데, 이는 각 업무의 부장교사가 종합하여 제공한다. 각 부장교사 및 행정실장이 데이터 제공자가 되어 어떤 정보를 어떤 수준으로 나타내고, 얼마나 자주 정보를 갱신할 것인지 등을 교장과 의논하여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시스템이 사용되는 단계에 가면 데이터 제공자는 출력되는 정보를 보호하고 이들의 정확성을 검토하며, 이 정보를 만들기 위한 원천 데이터를 입력할 책임을 가지게 된다. 셋째, 데이터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각 부장교사들은 자신들이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기는 하지만 데이터 파일을 관리하고 데이터를 수집하여 저장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데이터 관리자는 컴퓨터 활용능력과 시스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운영이 필요하므로 일반적으로 학교의 정보담당 부장이나 혹은 선정된 정보담당 교사가 적합하다. 구체적으로 학교에서의 역할은 원천 자료와 시스템을 관리하고 유지·보수하는 것이다. 즉 프로그램 관리자이고 파일 관리자인 것이다. 넷째, 시스템 개발자가 필요하다. 시스템 개발자의 역할은 교장정보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다. 이들은 데이터 제공자의 원천파일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시스템 이용자인 교장의 요구를 메뉴, 보고서, 그래프 등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역할은 학교 내부에서가 아니라 교장정보시스템을 대행해서 개발해 주는 외부 전문 업체나 담당자가 필요하다. 이는 시스템의 개발과 구축을 담당하는 것이고 지속적인 관리는 앞서 데이터 관리자가 있기 때문에 상호 교류하여 시스템적 문제나 요구를 다루는 것이므로 시스템의 개발자는 외부의 전문가가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조정자가 있어야 한다. 프로젝트 조정자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그룹의 사람들을 조정하는 역할을 맞게 된다. 이 역할은 교장이 담당하도록 한다. 이는 외부의 전문가나 시스템의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을 통할하고 관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7. 맺는 말 이와 같은 교장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조직성과를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게 된다. 효과적인 시스템은 교장들이 조직성과를 실제로 보면서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성공적인 교장의 일반적 특징은 구성원에게 책임을 맡기고, 적절한 자원을 제공하며, 목표가 성취되었을 때에는 목표를 이룬 사람들에게 보상을 제공한다. 이와 같이 교장정보시스템은 조직 성과의 측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학교 성과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주고, 동시에 성공적인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해준다. 교장정보시스템의 또 하나의 장점은 시간의 절약이다. 교장정보시스템은 교장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귀중한 시간의 낭비 없이 빠르게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취하는 데는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이 시스템이 의사소통을 증대시킨다는 점도 중요한 장점의 하나다. 조직에서 지위가 높을수록 외부정보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교장정보시스템은 학교조직 내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준다. 즉 정보시스템을 통하여 교장은 학교 내의 구성원들과 정보를 교환하거나 교육상황에 대한 정보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 그 결과로써 교내에 효과적인 협조체계의 형성이 가능해진다는 점도 이 시스템이 가져다 주는 장점에 속한다. 교장 역할 중의 하나가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 협조체계를 잘 유지하도록 하는 것인데, 교장정보시스템은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여 교장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업무 처리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의사결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준다. 흔히 21세기를 정보화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이제 정보화를 배제한 학교경영은 생각할 수 없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으며, 학교경영의 책임자인 교장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이 글을 마치며 본 글의 대주제인 ‘다시 쓰는 교장학’은 바로 20세기의 교장학으로부터 21세기 정보화시대 교장학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변중희 | 서울 보인중 교사 어느새 봄이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다. 황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가 다르게 빛을 내는 산수유 꽃! 이사하고 처음 맞이한 봄을 그 꽃으로 열었다. 솜털처럼 작고 족두리모양으로 퍼진 모습과 보드라운 꽃술이 섬세한 수채화의 번짐처럼 나름의 그림자를 갖고 있어 귀티까지 난다. 먼발치에서 칙칙한 노란 빛이 때도 맞추지 못 한다고 무시했던 눈길이 부끄럽다. 마음이 간사해서인지 개나리 빛깔은 너무 노래서 가볍고, 목련은 큰 송이가 주체할 수 없어 부담되고, 벚꽃은 불꽃놀이 같아서 허망하고, 동백꽃은 너무 처연하고, 매화는 서민적이지 않아 보여 먼발치로 맴돈다. 봄철에 먹을거리로 제일 욕심나는 것은 두릅나물이다. 쌉쌀한 맛에 도톰하여 씹히는 느낌이 일품이다. 그러다가도 시간이 흘러 더 자라면 억세고 온통 가시로 덮여버려 그 맛을 낼 때와는 딴판이다. 그 외에도 나른한 봄에 입맛을 돋우어주는 것은 돌나물 물김치, 산미나리 초장 무침, 달래 무침, 쑥국 등이 있다. 그러나 여름으로 접어들면 이것들 역시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된다. 대신 또 다른 먹을거리가 나타난다. 먹는 것뿐 아니라 약재로 쓰이는 것도 그렇다. 어떤 것은 나무껍질이나 뿌리가 소용되는가 하면, 열매나 말린 잎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또한 부위에 따라, 증상에 따라 각기 그 효능이 다르다. 신입생의 부모는 누구나 첫 등교를 불안과 걱정으로 맞이하게 된다. 초등학교든 중·고등학교든 마찬가지다. 맨 처음에는 ‘공부는 열심히 할까?’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지는 않을까?’ ‘잘 지도하시는 담임선생님을 만날까?’ 등의 걱정과 함께 조급한 마음을 갖게 마련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성적은 나오겠지.’ 기대를 求鳴?시험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세상이 무너질 듯 와글와글 시끄럽다. 생각과 현실의 차이이리라. 자기 자식과 경쟁 관계에 있는 아이들의 현상을 학과시험만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럴수록 교육 본질에 대한 부모들의 태도에 따라 성장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20여 년 전, 성적이 전교 바닥인 아이가 있었다. 실업계 고교도 미달인 곳이나 지원이 가능할까 그 이상은 무리인 학생이었다. 그런데 그 부모님은 한사코 인문계 고교에 입학시키겠다고 우겨 쉽게 원서를 쓰지 못했다. 결국 재수하여 특지 인문계 고교(서울 외곽이라 특별전형으로 학생을 모집하는 인문계 학교)에 들어갔다. 몇 년 후 어엿이 서울의 H 대학교에 진학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의 열의와 끈기가 이뤄낸 결과였다. 중학교 때는 간단한 방정식조차 풀지 못하던 실력이었지만 뒤늦게 철이 들어 열심히 노력한 결과였다. 어쩌면 그 아이는 늦게 피는 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부모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뒷바라지한 공이 크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격려와 지지와 사랑이라는 순수의 믿음으로 보살펴 주는 후원자이어야 한다. 부모가 믿어주지 않는 아이를 어떤 사람이 믿어주랴? 현재 전교에서 수위(首位)를 달리는 중학교 3학년인 아이가 있다. 1학년부터 ‘양’아니면 ‘가’를 독차지하는 실력인데도 그 아이의 부모는 늘 ‘네겐 잠재력이 있어, 잘할 수 있어!’라고 격려하며 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담임선생님이 한심하다는 듯 눈치를 주고 진한 충고도 주었지만 ‘우리 아이는 단지 공부에 대한 즐거움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며 믿어준 결과, 아이가 결심을 굳히고 노력하여 부모에게 큰 기쁨을 드리고 있다. 마치 아이는 물 만난 고기처럼 승승장구하고, 부모는 가뭄 끝에 단비를 맞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 어젠 퇴근길에 한 졸업생 어머니를 만났다. 그 분은 아이가 중3때 몇 십 년 동안 몸담았던 교직도 사양하고 뒷바라지 했었다. 아이가 집중 괴롭힘으로 학과 공부에는 마음이 멀고 아주 우울한 중학시절을 보냈다는 얘기, 대학을 마치고 공군에 입대하여 지금은 직업군인의 길을 걷고 있는데 며칠 전에 집에 왔다갔다는 얘기를 들려주셨다. “우리 환이 많이 어른 되었죠. 사람 되었어요!”라며 마음이 놓인단다. 스스로 선 모습이 대견하다는 생각에 함께 기뻐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뭐 대단한 일이라고 겨우 그 정도 가지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엄마로서는 아이 스스로 역경을 헤치고 우뚝 선 기분은 탯줄이 잘려지고 개체로의 아이가 울음을 터트릴 때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저 녀석 저래가지고 사람 구실 할까?’ 걱정했는데 사십이 다 되어 만나보면 사회인으로서의 몫을 우리보다 더 잘하고 있는 것을 본다. 성경에도 있지 않은가. 기쁠 때가 있으면 슬플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다면 부술 때가 있다고‥‥‥. 부모들의 욕심이 앞서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조급증에 시달리게 되고 아이들을 몰아치게 된다. 그러면 아이에 대한 긍정적 지지가 아주 미욱해지게 마련이다. 혹 내 아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 조금 뒤처진다 해도 인내를 갖고 지켜봐 주어야 한다. 삶의 성공은 얼마만큼 인내하는가가 결정짓는 것이 아닐까? 오랜 기간 교단에 선 교사로서 생각하면 젊어서 기다려주지 못했던 후회가 많다. 아이들에게 침묵과 지지로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기만 했어도 힘을 주고, 기를 돋우며 미래를 보장할 수 있었을 텐데, 다그치고 몰아붙이며 낙인찍힌 아이를 만든 것은 아닌지, 지난 시간만큼 아쉬움이 커진다. 그래서 철들자 망령이라고 했던가?
윤재열 | 경기 수원 장안고 교사·수필가 새학기가 시작되면, 나는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김영랑의 이라는 시를 읽어준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영랑의 모든 시가 그렇듯이 이 시도 섬세하고 영롱한 음악적 서정의 표현이 돋보여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다. 나도 이 시를 좋아한다. 세련된 우리말 구사와 은근하고 부드러운 정서 등의 조화가 마음에 와 닿는다. 특히 이 시의 마지막 구절 ‘찬란한 슬픔의 봄’은 되뇌면 되뇔수록 깊은 영혼을 울리는 매력이 있다. 나는 올해도 아이들에게 시를 읽어주고 ‘모란’은 여러 가지 꽃 중의 하나이면서 지상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꽃이라는 설명을 했다. ‘봄’은 황량한 겨울의 불모성을 극복하고 대지에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북돋우는 계절의 신비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시를 읊조리면서 가슴 속에 소망과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그러나 올 봄은 소망도 희망도 없는 슬픈 날이 시작되었다. 개학과 함께 언론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기사로 도배를 했다. 현직 교사가 일진회라는 조직이 있다고 폭로하면서 전국이 들끓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의 유형이 제시되고, 피해에 대한 구체적 사례도 속출했다. 이에 편승해 언론에서는 학생들이 술집에서 공개 성행위를 즐기는 성적 일탈까지 하고 있다며 선정적인 보도까지 했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었다. 무엇보다도 학교에 폭력 조직이 있다는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에 어두운 폭력 조직이 있다는 현실보다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학교폭력 신고 실적이 우수한 학교장과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발표를 했다. 학교폭력 실적이 뭐 그리 칭찬할 일이라고 상을 준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몇 년 전에도 ‘촌지를 받은 교사들이 자진 신고를 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 촌지 신고 센터를 설치한다.’며 부산을 떤 적이 있다. 그때 이 일이 결국 전국에 있는 교사가 모두 촌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떠드는 꼴이 되었는데, 지금 학교폭력 신고 센터 개설도 전국에 있는 학교가 모두 폭력 조직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이것뿐이 아니다. 작년에 교육부가 사교육을 잡고,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EBS 교육방송 제도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학교에 있는 교사들은 황당했다.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면 당연히 학교교육에 대한 대책이 수립되어야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사교육을 잠재우기 위한 차선책이라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올해는 학교교육이 중심이 되고, EBS 수능 강의는 보조 역할만 할 수 있는 정책으로 결정되기를 바랐건만 정반대로 가고 있다. 답답하고 슬픈 현실은 언론도 거들고 있다. 신문에서 어느 교수가 쓴 칼럼을 읽었다. ‘강당에서는 조회 대신 미팅이 있었고, 학생들은 제멋대로 앉아 심지어 다리를 꼬고 거의 눕다시피 의자에 앉아 그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반장도, 학년 간 서열도, 줄서기도, 체벌도 없는 곳. 아, 인간집단이 제식 훈련 없이도 이렇게 자유와 질서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구나!’ 위에 옮긴 글은 대학 교수가 유학 시절 미국의 학교에서 보았던 풍경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글에서 교수는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글을 읽는 나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부럽다. 미국이라는 사회가 부럽고 자유와 질서를 누리는 학교의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다. 우리의 학교 모습은 언제나 저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자괴감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자괴감은 금방 분노로 변했다. 교수는 미국의 모습에 이어 우리나라의 상황을 ‘여전히 학교에서는 일제 잔재인 애국조회, 사랑의 매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 서열화, 복장 및 머리에 가해지는 규격화된 신체적 억압 등을 비롯한 크고 작은 인권피해 및 비리가 매일 일어난다.’라고 적고 있다. 교수가 앞에 표현한 한국의 상황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다 바른 상황의 표현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우리 학교의 모습도 아름다운 면이 많다. 우리는 아직 교실에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자기 욕심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래서 때로는 나의 권리를 포기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우리의 교실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모습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얽매여 학교의 기능과 역할을 왜곡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학교의 모습은 탓잡기 시작하면 한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잘 보려고 하면 학교만큼 아름다운 곳이 없다. 올해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특수반이 만들어졌다. 이를 두고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은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막상 개학이 되니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누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서로 도와주고 있다. 특수반 아이들이 몸이 좀 불편한 것 외에는 학교생활을 하는 데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오히려 서로가 즐겁게 뛰어노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사실 난 이 뜨거운 광경을 보고 싶어서 요즘 쉬는 시간이면 슬그머니 교무실에서 나와 복도를 서성거린다. 학기 초라 어수선한 가운데, 학교는 다시 교원평가제가 도입된다고 술렁거리고 있다. 교원평가제를 하지 말자는 주장은 하고 싶지 않다. 교육의 핵심이 되는 교원평가야말로 교육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1년에 한 번 수업공개를 통해서 교사들을 평가하겠다는 발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1년에 한 차례 하는 반짝 수업 연구로 교사를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랑은 가장 사랑하는 꽃의 소멸은 곧 모든 보람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영랑은 또다시 봄을 기다린다. 물론 영랑은 다시 돌아오는 봄도 지나가는 것이며, 새로 피어날 모란도 곧 떨어진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그 봄은 슬픔의 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름다움을 삶의 가장 높은 가치로 삼는 그에게 봄은 삶의 유일한 보람이다. 앞에서 돌이켜본 것처럼, 최근 교직 생활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나는 늘 3월이면 설레는 마음을 버릴 수 없다. 모란이 지듯이, 나의 기대와 희망이 곧 시들해지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은 나에게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랑이 ‘찬란한 슬픔의 봄’을 기다린 것처럼, 나는 오늘도 나를 향한 선한 눈망울을 보면서, 찬란한 슬픔의 봄을 보낸다.
안병우 | 한신대 교수·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공동운영위원장 머리말 한국 역사를 심각하게 왜곡한 일본의 후소샤 발행 역사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여, 충격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2001년에 이어 두 번째 검정을 통과한 이 교과서는 이미 당시에 위험한 교과서로 판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 동안 이 교과서를 만든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은 조직을 개편하고 채택 환경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성하면서 올해에 대비해 왔다. 그리고 에히메 현과 도쿄의 중고일관교(中高一貫校)에서 채택되는 성과도 거두었다. 검정 결과 밝혀진 개정판 후소샤 교과서의 내용은 이전보다 교묘하게 개악되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그 내용은 이미 언론과 학계의 발표 등을 통해 상세히 밝혀졌다. 간단히 말한다면 이 교과서는 두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한국사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를 보는 관점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이 두 측면에서 후소샤 교과서를 살펴보려고 한다. 1. 후소샤 교과서는 한국사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가 1) 한반도 위협론 새역모의 한국사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읽을거리 칼럼으로 제시된 ‘조선반도와 일본’이다. 근대사의 전개과정에서 일본이 왜 한국을 침략하고 지배했는지, 그리고 한국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이번 개정판에 새로 추가된 것이다. 이 칼럼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부분은 ‘일본의 독립과 조선반도’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아시아의 지도를 보자. 일본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조금 떨어져, 바다에 떠있는 섬나라다. 이 일본을 향해서 대륙에서부터 팔처럼 조선반도가 돌출해 있다. 양국의 이와 같은 지리적 관계는 오랜 역사 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고래로 조선반도로부터 중국 등의 선진 문명이 일본에 전해졌다. 그러나 동시에 조선반도에 일본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이 미친 적도 있다. 일본은 중국과 조선반도의 동향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일본이 고대 율령국가를 형성한 것도 동아시아 속에서 자립을 지향했던 것이다. 가마쿠라 시대에 원구(元寇)의 거점이 되었던 것도 조선반도였다. 반대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반도에 군대를 보낸 일도 있다. 에도시대에는 쓰시마번을 통하여 도쿠가와막부와 조선 사이에 좋은 관계가 계속되었다(검정신청본, 163쪽. 이하 쪽수는 모두 검정신청본). 지정학적으로 한반도가 유라시아 대륙의 끝부분에서 일본을 향해 팔처럼 돌출해 있고, 이 반도를 통해 중국 등의 선진 문명이 일본에 전래되기도 했지만, 몽골처럼 일본에 위협을 가한 세력이 한반도를 지배한 적도 있다는 것이다. 도요토미처럼 명을 정벌하기 위해 한반도를 침략한 사실도 지적했다. 요컨대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대륙과 일본 사이의 통로였고, 대륙 세력이나 일본의 침략 대상이었으며, 대륙세력이 한반도를 지배하면 일본의 안전이 위협받았다는 초역사적인 지정학적 역사결정론에 입각하여 한반도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한 한반도관은 이어지는 칼럼에서 노골적으로 표현되었다. 검정신청본에서는 ‘조선의 근대화를 도운 일본’이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었는데, 검정과정에서 ‘조선의 근대화와 일본’으로 수정된 두 번째 부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메이지유신 정부는 정권 수립 후 바로 조선과 국교를 맺으려 했다. 그러나 중국 청나라에 조공을 바치던 조선은 외교관계 맺는 것을 거절했다. 조선을 개국시킨 1876(明治 9)년의 일조수호조규는 그 제1조에서 ‘조선은 자주국’이라고 선언했다. 이것은 청의 영향에서 조선을 분리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 청 이상으로 무서운 대국은 부동항을 찾아 동아시아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1891년에 시베리아철도 건설에 착수하여, 그 위협은 바짝 다가왔다. 조선반도가 동방으로 영토를 계속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의 지배하에 들어가면 일본을 공격하는 아주 절호의 기지가 되어, 섬나라 일본은 자국의 방위가 곤란하게 된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일본은 개국 후 근대화를 시작한 조선의 군제개혁을 원조했다. 조선에서도 시찰단이 와서 메이지유신의 성과를 배우려고 했다. 조선이 다른 나라에 침범당하지 않는 국가가 되는 것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했다(163쪽). 강화도조약은 청에 복속되어 있던 조선을 분리 독립시킨 것이라고 평가하고,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하는 한편 조선의 군제개혁이라는 근대화를 일본이 원조했다고 서술하였다. 당시 조선은 국가적 자주와 독립을 추구하고 있어서 청에 조공을 바치던 이전의 상황과는 매우 달랐는데, 이러한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강화도조약을 통해 마치 일본이 조선을 해방시킨 것처럼 서술한 것이다. 이 교과서는 다른 곳에서도 갑신정변 등을 통해 근대화를 지원했다고 서술하였으나, 일본의 지원이 조선을 지배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는 사실은 은폐하고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 나타나지도 않은 러시아의 위협을 내세워 러일전쟁과 한반도 병탄을 합리화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은 ‘조선을 둘러싼 일청의 대립’이다. 여기서는 오랜 동안 청에 조공을 해 온 유구(琉球)가 1879년 일본의 영토로 편입되고, 청불전쟁에 패하여 베트남이 프랑스의 지배하에 들어가자 동아시아 질서 붕괴의 위기를 느낀 “청이 최후의 유력한 조공국인 조선만은 잃지 않으려고 해서, 일본을 적으로 간주하게 되었으므로, 일본이 일청·일러 두 전쟁을 하게 되는 배경에는 이와 같은 동아시아의 국제관계가 있었다.”고 하였다. 일본이 청과 러시아와 전쟁을 하게 된 까닭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 야욕 때문이 아니라, 부동항을 찾아 한반도에 진출할지 모르는 러시아의 위협과 조공국을 놓지 않으려는 청의 욕심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결코 한반도를 침략하거나 지배할 적극적 의사가 없었는데, 청과 러시아가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이렇게 지정학적 결정론에 입각하여 침략전쟁을 합리화하고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는 것이 새역모 교과서가 한국사를 바라보는 가장 큰 특징이다. 2) 식민지 지배의 미화 후소샤 교과서는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고, 지배로 인해 고통받고 저항했던 사람들의 모습은 철저히 무시하였다. 병합 후에 조선총독부가 철도와 관개시설을 정비하고 토지조사사업을 개시하여 조선의 근대화에 노력했다고 서술했다가 검정 과정에서 ‘식민지정책의 일환’으로 이러한 일들을 한 것으로 수정 당하였다. 그러나 ‘팔전댐’을 만들어 대만 남부의 가남평야를 개발한 사실은 핫타 요이치의 인물 칼럼에서 상세히 소개하였다. 식민지에서 일본이 벌인 경제활동이 일차적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필요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한국을 근대화시켰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의 입장에서 식민지 개발을 미화하는 입장을 새역모는 가지고 있다. 또 일제의 지배에 대항한 한국인의 저항을 무시하고 있다. 3·1운동 이후 한국인의 저항에 관해 전혀 서술하지 않고,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실시된 동원정책에 저항했던 한국인의 움직임을 이전에는 조금이나마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빼버렸다. 더구나 전시동원정책에 관한 서술에서 강제성을 약화시켜 마치 한국인이 일본의 침략정책에 호응한 것처럼 묘사하였다.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는 서술은 검정과정에서 약간 수정되었지만, 새역모의 역사관이 바뀌지는 않았다. 한국만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각국의 식민지배 과정에서도 일본어교육 및 천황숭배와 신사참배에 대한 현지인의 반발, 베트남인 아사 사건처럼 불리한 사실은 기술하지 않고, 패전 후의 배상과 대동아공영권론에 대한 비판도 싣지 않았다. 마치 식민지 인민들이 식민지배에 순응한 것처럼 서술한 것이다. 3) 타율성과 종속성의 강조 후소샤 교과서는 한국사의 타율성과 종속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서술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고조선의 부정, 대방군의 위치, 임나일본부설에서 볼 수 있다. 후소샤 교과서에 고조선은 없다. 한국사 전체의 발전과정을 볼 수 있는 것은 부록으로 실은 연표인데, 연표에서는 낙랑군을 제일 첫 머리에 적어 한국역사가 낙랑군에서 시작한 것으로 기술하였다. 이러한 연표 작성은 한국 역사가 중국이 설치한 군현의 지배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한국민족사의 기원을 부정하는 것이다. 본문에 등장하는 최초의 한국 관련 기사 역시 중국 군현과 관계된 것이다. 일본 고대국가의 형성을 설명하는 가운데 별로 관계가 없는 대방군을 ≪삼국지≫ 위지 동이전 왜전의 각주에서 설명하면서, 그 중심지를 서울 근처라고 하였다. 대방군의 중심지는 황해도 봉산으로 보는 것이 통설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대방군에 대한 설명이 중요한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서술한 것은 낙랑군과 마찬가지로 한국사가 중국의 지배에서 시작하였음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라고 하겠다. 이러한 입장에 서 있으므로 지도에서는 낙랑군이 한반도 서부 한강 남쪽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26쪽) 그려놓았다. 타율성과 종속성을 강조하는 입장은 임나일본부설에서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한반도 남부에 야마토조정의 거점인 임나가 있었다고 여러 곳에서 서술하였는데, 검정과정에서 ‘야마토조정의 거점’이라는 표현은 삭제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임나일본부설을 바탕에 깔고 있다. 임나에 관한 서술은 분량이 늘고, ‘신라의 대두와 임나의 멸망’, ‘백제를 도와 고구려와 싸우다’라는 항목 이름으로까지 등장하였으며, 내용도 보강하였다. 지도에서는 가야의 전 영역과 마한까지(전라도)를 임나로 표시하고 있다(32쪽). 종속성을 표현한 또 다른 서술은 한국의 국가들을 중국의 조공국으로 표현한 것이다. 본래 신청본에서는 신라는 당의 복속국(42쪽), 조선은 중국, 청의 복속국으로(148, 163쪽) 서술했었는데, 검정과정에서 조공국으로 수정되었다. 2001년에도 조선을 복속국으로 표현했다가 자체 수정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새역모의 속내를 또 한 번 드러낸 것이다. 표현은 비록 복속에서 조공으로 바뀌었지만, 지칭하는 내용은 별반 차이가 없다. 후소샤 교과서는 조공을 ‘신하의 국가’가 중국 황제에게 보내는 의무로 이해하기 때문이다(27쪽). 요컨대 새역모 교과서에 따르면 한반도의 북부는 중국의 지배 아래서, 남부는 일본의 지배 아래서 역사가 시작되었고, 한국은 대대로 중국의 조공국, 즉 속국이었다. 이러한 입장은 일제시기 식민사관의 타율성론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사를 서술하는 것은 한국이 외국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국가임을 강조하여 일제의 한국 지배를 정당화하고, 식민 지배를 통해 조선을 중국에서 해방시켜 주었다고 강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4) 조선의 비하와 예속 암시 새역모 교과서는 특히 조선을 비하하는 서술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한 모습은 정식 국호인 조선 대신 이조(李朝)로 표현한 데서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조선을 오늘날 일본의 일부인 유구(오끼나와)나 에조치(북해도)와 함께 서술하고 있는 점도 문제이다. 즉, 26절 ‘오닌의 난과 센고쿠 다이묘’라는 장에서는 느닷없이 ‘조선과 유구’ 항목을 설정하여 14세기에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이씨조선)을 건국한 사실과 일본과 무역을 시작한 사실 등을 기록하고, 유구왕국이 건립된 사실도 서술했다(87쪽). 또 34절 ‘쇄국하의 대외관계’라는 장에 ‘조선 유구 하이지(朝鮮 琉球 蝦夷地)’라는 항목을 설정하고, 막부가 임란으로 인해 단절되었던 국교를 회복한 사실과 장군이 바뀔 때마다 통신사가 온 사실 등을 서술하였다(106쪽). 일본의 일부인 유구나 에조치와 같은 항목에서 조선을 기술한 것은 마치 조선이 오늘날 일본의 일부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뿐 아니라, 당시의 조선이 유구나 에조치 정도의 위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통신사를 조공 사신인 것처럼 서술한 것과 맞물려 조선이 일본의 속국이었던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결국 이러한 서술은 조선의 위상을 낮추고, 유구나 에조치처럼 조선도 명치유신 후에 일본 영토가 되리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서술이라고 하겠다. 2. 후소샤 교과서의 역사관 후소샤 교과서가 한국사를 이렇게 왜곡하고 있으면, 일본 역사는 제대로 서술했는가? 여기서는 일일이 일본사 서술을 검토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본사를 보는 관점이 올바른가 하는 점을 살펴보려고 한다. 관점, 즉 역사관이 제대로 잡혀 있으면 역사는 제대로 서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소샤 교과서를 집필한 새역모의 역사관은 기본적으로 자유주의사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태평양전쟁을 총괄한 자민당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자유주의사관은 2차 대전은 일본의 자위와 자존을 위한 전쟁이었고, 전쟁 과정에서 일본은 아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패전 후 미국을 비롯한 승전국이 일본에게 죄의식을 심어주었다고 비판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1) 생각과 집단 중심의 역사관 후소샤 교과서의 역사관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머리말과 맺음말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역사관을 살펴보자. 머리말에 해당하는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에서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에 일어난 일들 중에서 과거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고민했으며, 어떻게 문제를 극복했는가를 배우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지 모르지만, 이것이 반드시 옳지는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의 사실을 배우기보다는 과거 사람의 생각과 고민, 그리고 문제의 극복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주장은 일견 매우 그럴 듯해 보이지만, 역사적 사실 자체를 경시하고 ‘과거 사람의 생각’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고, 동시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역사적 사실보다는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배우는 것이 과연 역사교육인가? 수많은 역사상의 인물 가운데 누구의 생각을 배울 것인가는, 역사에서 가치판단의 기준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어떤 기준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편의에 따라 어떤 사람의 생각이든 인용하고, 마치 그것이 주류이고 사실인양 내세우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는 위험한 발상이다. 실제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러시아가 한반도를 지배하게 되면 일본의 안보가 위협당할 것이라고 생각한 결과 러일전쟁을 하게 되었다고 서술하였다. 러시아가 실제로 한반도를 지배할 계획이 있었는지 하는 사실보다 그러리라고 한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새역모 교과서는 서술한 것이다. 이것이 어찌 올바른 역사 서술일 수 있는가?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에서는 일본역사를 배우는 것에 관해 설명하면서 ‘조상’을 유달리 강조하였다. 다음은 소항목의 제목이 ‘조상이 살았던 역사’라는 부분 내용의 일부이다. 지금부터 배우는 역사는 일본의 역사다. 바꾸어 말하면 이것은 여러분과 피가 이어지는 조상의 역사를 배운다는 말이다. 여러분의 가장 가까운 조상은 여러분의 부모다. 부모의 앞에는 네 사람의 조부모가 있다. 이렇게 세대를 거슬러 올라감에 따라 여러분의 조상의 숫자는 계속 증가한다. 이 일본열도에 살았던 사람들은 현재 교실에서 책상을 맞대고 있는 여러분의 공통의 조상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일본의 역사는 어느 시대를 잘라보아도 모두 우리들의 공통의 조상이 살았던 역사인 것이다(6쪽). 이렇게 일본사가 배우는 학생들과 피가 이어지는 조상의 역사임을 감성적으로 강조하였다. ‘피로 이어지는 조상’의 역사라는 관점은 혈연집단을 강조하는 것이고, 곧 가족과 그에 기초한 집단, 궁극적으로는 국가를 강조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머리말과 맺음말에 해당하는 ‘역사를 배우고’에서는 한결 같이 일본 문명의 전통과 독자성을 강조하였다. 일본이 외국의 문화를 배우면서도 독자성을 상실하지 않았다는 점을 힘주어 강조하였다. 맺음말에서는 2차 대전 후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 유수의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아직 어딘가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독립심을 잃어버린 믿을 수 없는 국민이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그리고 자기를 분명하게 갖기 위해 더욱 깊이 자국의 역사와 전통을 배워야 한다고 요구하였다. 어느 나라나 자기 나라와 민족의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고, 그를 통해 민족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갖게 하려고 노력한다. 자국사 교육의 목적을 이런 데서 찾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민족이나 국가를 위해서만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민족과 국가 못지않게 개인의 지적 성장과 인격 형성에 도움을 주는 데 역사교육의 목적을 둔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는 역사를 배우는 목적으로, 과거의 사실을 토대로 현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역사를 통해 삶의 지혜를 습득하며, 역사적 사고력과 비판력을 기르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역사교육이 잘잘못을 가려 정당한 평가를 내리는 비판력을 기르는 데 가장 적합한 과목이라는 점을 개인과 민족의 정체성 확립이나 미래에 대한 전망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강조하고 있다. 이 교과서에서는 역사교육에서 문제 해결 능력의 함양을 중시하고 있다. 역사를 배울 때 중요한 것은 각 시대 조상들이 직면한 문제를 알고, 그 문제를 자신의 일로 상상해보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방향이나 문제 해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개인의 인격적 성장이나 비판능력 제고 같은 효과에 관하여는 언급하지 않았다. 개인의 판단력이나 비판력을 길러준다는 목표는 제시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다만 머리말의 맨 마지막 구절에서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미래를 향해 열린, 과거 사람들과의 대화’라고 추상적으로 제시하였을 뿐이다. 2) 천황 중심의 역사관 새역모 교과서의 중심에는 천황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한 사실은 초대 천황이라고 일컬어지는 진무(神武)천황의 동정(東征) 전승을 칼럼으로 실은 데서 출발한다. 칼럼은 이 전승이 야마토조정이 성립될 때 뛰어난 지도자가 있었던 사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진무천황은 고대 일본인이 이상을 담아 그려낸 인물상이라고 하였다. 정복군주 진무천황이 일본인에게 이상적 인물상이라고 하는 이 칼럼의 서술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복자 찬양은 일본이 국내의 정복전쟁은 물론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이나 19세기 말 이후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서술의 기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천황이라는 칭호가 수나라에 사신을 파견하는 과정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하고, 천황 호칭 사용이 수나라와 대등한 관계에 서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서술하였다. 천황 칭호는 일본의 자립 자세를 나타내는 것이며, 오늘날까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천황은 권위를 지녔고, 때로는 실권을 막부에 넘겨주었지만, 막부는 천황을 존중하는 자세를 유지했다고 한다. ‘아무리 막부가 정치적 힘을 떨치고 있어도 조정의 권위가 상실되어 버리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막부정치 시기에 천황의 권위는 형식적인 것에 그쳤음에도, 천황의 권위를 강조하는 것은 일본의 중심으로 천황을 설정하고 있는 역사관의 표현이다. 메이지유신 과정에서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정부를 조직한다고 왕정복고의 대호령을 발표한 사실과 신정부군이 천황의 군대임을 나타내는 비단 깃발을 선두에 세워 관군으로서의 권위를 배경으로 에도를 점령한 사실, 제국헌법은 우선 천황이 일본을 통치하지만 천황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우지 않게 하였다는 사실 등을 서술하였다. 그리고 2차 대전에서 항복할 때에도 성단(聖斷)을 내린 사실과 ‘한 사람이라도 많은 국민이 살아남아 그 사람들이 장래 다시 일어서는 것 외에 이 일본을 자손에게 전할 방법은 없다’는 그의 발언을 특기하였다. 이렇게 천황을 중심에 놓고 역사 교과서를 서술했으므로, 교과서의 대미 역시 천황으로 장식해야 했다. 인물 칼럼 ‘쇼와천황’이 그것이다. 이 칼럼에선 ‘인품’ 항목에 1931년 규슈의 가고시마에서 군함을 타고 귀경할 때, 멀리 어두운 해안에 천황의 군함을 배웅하기 위해 주민들이 피웠다고 생각되는 불의 행렬을 향해 혼자 거수의 예(禮)를 하고 있었다는 일화를 서술하였고, ‘쇼와천황과 그 시대’에서는 일본이 큰 위기를 맞았던 시기에 천황은 각국과의 우호와 친선을 마음으로부터 바라고 있었지만, 시대는 그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서술하여 일본의 전쟁 책임에서 천황을 면제시켜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민과 함께 걷다’라는 항목에서 종전 직후 ‘자신을 당신이 대표하는 제국(諸國)의 재결(裁決)에 맡기기 위해 방문했다’고 하여 맥아더를 감동시킨 일화를 소개하고, ‘패전 후 천황은 일본 각지를 순행하시며 부흥에 힘쓰는 사람들과 친히 말씀을 나누고 격려하셨다. 격동하는 쇼와라는 시대를, 일관해서 국민과 함께 걸으신 생애였다.’라고 칼럼을 맺었다. 일급 전범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쇼와를 전쟁에는 책임이 없는, 격동의 시대를 국민과 함께 걸은 위대한 천황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천황을 중심에 놓는 역사관은 황국사관이라고 하겠다. 그것은 일본 역사의 전개 과정에 천황이 중심이 되어 왔다는 역사관이므로, 당연히 그 연장선상에서 19세기 후반기 이래 일본이 자행한 침략과 식민지지배 활동의 중심에 천황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새역모는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전쟁 범죄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곧 천황의 오류와 범죄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3) 침략전쟁의 미화와 왜곡 앞에서 본 것처럼 후소샤 교과서는 침략전쟁을 방위전쟁으로 왜곡할 뿐만 아니라 전쟁 자체를 미화하고 있다. 러일전쟁에 대하여 ‘근대국가로 탄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유색인종의 나라 일본이 당시 세계 최대의 육군 대국 러시아를 이긴 것은 식민지 민족에게 독립의 희망을 안겨주었다.’(168쪽)고 평가하면서 무려 4쪽에 걸쳐 전투상황을 상세히 서술하였다. 일본이 제국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은폐하고 러일전쟁을 인종간의 대결, 식민지 해방전쟁인 양 묘사하여 전쟁을 미화한 것이다. 태평양전쟁도 일본에 대한 미국과 서구의 경계와 압박, 인종차별 때문에 일어난 ‘자존자위’의 전쟁으로 규정하였다. 미국은 문호개방, 기회균등을 외치면서도 일본이 독자적인 경제권을 만드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고, 중일전쟁에서는 장개석을 공공연하게 지원하였다. 일본은 석유 수입처를 찾아 인도네시아를 영유하는 네덜란드와 교섭했지만 거절당했고, 미국·영국·중국·네덜란드의 4개국이 일본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ABCD 포위망을 형성한 것이 태평양전쟁의 원인이라고 하였다(201~3쪽). 그러므로 자위를 위하여 출격하는 가미가제를 환송하는 여학생 사진을 당당히 게재하여 전쟁을 찬양하였다(209쪽). 더 나아가 일본의 승리가 동남아시아나 인도의 많은 사람들에게 독립의 꿈과 용기를 북돋워주었고, 구미 세력을 배제한 아시아인에 의한‘대동아공영권’의 건설을 전쟁의 명목으로 내걸게 되었다고 호도하였다. 현지의 독립운동 지도자들이 구미 각국으로부터 독립을 달성하기 위해 일본의 군정에 협력했다는(206~7쪽) 서술도 빼놓지 않았다. 침략전쟁의 왜곡과 미화는 근대의 전쟁에만 그치지 않고, 중세에도 그대로 관철되었다. 그리하여 임진왜란은 여전히 침략이 아니라 ‘출병’으로 표현하였다. 군대를 보냈을 뿐이지, 침략은 아니라는 뜻이다. 심지어 왜구도 일본인으로 구성된 게 아니고, 고려인과 중국인이 많았다고 하였다. 일본은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괴롭힌 적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왜구도 일본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침략전쟁을 왜곡하고 미화하다 보니, 전쟁과정에서 일본은 잘못을 범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피침략국의 민중들이 당한 피해에 대하여는 고려하지 않았다. 남경대학살 같은 전쟁범죄를 저질렀을 리가 없고, 종군위안부 같은 사실이 있었을 리 없다는 것이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조선 사람들이 입은 피해에 관한 서술도 검정신청본에는 모두 삭제하였다가 검정과정에서 할 수 없이 다시 살려냈다. 맺음말 후소샤에서 발행한 일본 역사교과서는 이웃 국가인 한국의 역사를 심각하게 왜곡하였다. 지정학적 결정론에 입각하여 한반도를 일본에 위협적인 존재로 상정하고, 한반도를 러시아가 지배하면 일본의 방위가 위태롭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러일전쟁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조선을 지배하게 되었다는 서술이 극단적이고 대표적인 왜곡이라고 하겠다. 이 교과서는 또한 한국의 역사가 중국과 일본의 지배를 받으면서 시작되었다는 타율성론에 입각해 있으며,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고 조선을 비하하였다. 이 교과서에서 역사를 보는 관점은 보통 역사가들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 사실보다는 ‘생각’을 중심으로 역사를 보고, ‘생각’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였다. 그리고 집단을 중시하며, 천황을 역사인식의 중심에 두었다. 또한 침략전쟁을 왜곡 미화하여 일본이 벌인 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라 자위와 자존을 위한 전쟁이었다고 강변하였다. 이러한 역사관은 과학성을 결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침략을 미화하고 있어 매우 위험한 역사관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교과서로 역사교육을 받게 되면, 어떤 역사인식을 갖게 될 것인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곽해선ㅣ 경제교육연구소 소장(www.haeson.net) 지하경제란 ‘지하경제(underground economy)’란 거래 내용이 세무 당국에 포착되지 않아 세금 부과 대상에서 빠지고, 국민경제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경제 활동을 말한다. ‘공식경제(official economy)’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는 경제 활동이라고 해서 다 불법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파출부가 노임을 받는 활동은 세금을 내지 않는 한 지하경제에 속하지만 불법은 아니다. 그래도 지하경제에는 불법 활동의 비중이 크다. 밀수, 마약 제조나 판매, 매춘, 사설 도박장 영업, 불법 부동산 투기 같은 것이 가장 전형적인 지하경제 형태이기 때문이다. 뇌물이나 촌지라는 이름의 음성적 자금 거래도 불법 지하경제의 일부다. 기업 활동과 관련해서는 비자금이 불법 지하경제의 대표적 형태로 손꼽힌다. 비자금이란 출처와 용도가 가려진 돈을 말한다. 보통 기업들이 회계장부에 수입액을 실제로 번 것보다 적게 기록하거나 지출 액수를 부풀려 장부 밖으로 빼돌려 조성한다. 장부에 없는 돈이니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고 주로 뇌물이나 촌지에 충당하므로 부정부패를 낳는다. 그렇기는 해도 지하경제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부분적으로는 소비를 늘려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가 물건을 팔아 소득을 얻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는다고 하자. 말하자면 탈세를 하는 것인데, 해당 자영업자로서는 세금으로 나가지 않는 만큼 소득이 늘어 소비를 더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지하경제로부터 득을 보는 이들은 탈세를 하고 국민경제의 성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탈세와 지하경제가 커지면 정부로서는 정당하게 거둬들여야 할 세금을 걷지 못한다. 자영업자들의 탈세가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 정부의 세수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생긴다. 세수가 부족해지면 정부는 흔히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한다. 세금을 더 내는 사람들로선 소득이 줄어드니 그만큼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비가 줄고, 소비 위축에 따라 기업의 판매가 줄고, 경기가 위축된다. 결국 지하경제가 커지면 부분적으로는 탈세자들의 소비를 늘리는 효과도 있지만, 공식 부문 경제로 자금이 흘러 국내 경제 자원이 생산적으로 쓰이는 것을 막고, 소비 증가 → 판매 증가 → 생산 및 고용, 투자의 증가 → 소비와 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막아 국민경제의 성장세를 낮추고 공식 부문 경제를 좀먹는다. 그 결과는 공식 부문 경제의 성장률 하락으로 집약된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 얼마나 되나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밝힌 연구에 따르면, 지하경제 규모까지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실제보다 훨씬 높아진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4.8%로 추정되는데, 지하경제를 감안한다면 5.4%로 올라선다. 2003년에도 우리 경제는 전년 대비 3.1%의 저성장을 보였지만 지하경제를 합하면 5.1%로 훌쩍 뛴다. 이런 식으로 따지고 보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997년 이래 지하경제로 인해 연평균 1.4%p씩 줄어들었다. 근년 국내 경제가 연평균 3%대의 저성장 늪에 빠진 데는 지하경제가 커진 탓도 한몫 단단히 한 셈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종합투자계획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 계획이 경기 부양 효과를 낸다면 약 0.2~0.3% 가량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데, 지하경제의 경우 경제성장률을 1%p 이상 줄였다는 것이므로 지하경제가 경제성장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2003년 현재 150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2003년 국내총생산(GDP)의 21% 정도 규모다. 1998년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 대비 약 16.6%로 선진국보다 약 1.6%p~7.7%p 높다. 미국은 GNP 대비 지하경제 규모가 1970년 2.6~4.6%에서 1998년 8.9%로 약 168% 증가했고,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은 지하경제 규모가 1960년대 GNP의 5% 미만에서 1998년 들어 GNP의 약 13%를 넘는 수준이다. 정확한 규모 파악이 어려운 지하경제 속성상 대략적인 추산으로는 2000년 이후 미국,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선진국의 경우 지하경제의 GDP 대비 비율이 10% 미만이고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필리핀, 태국, 멕시코, 페루 등은 지하경제 비중이 매우 커 GDP 대비 50% 안팎인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지하경제가 커지는 이유는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약 14%에서 19%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다 1993년 이후부터 규모가 꾸준히 줄어 1999년 GDP 대비 16%대까지 됐다. 그러나 1999년을 기점으로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추세다. 지하경제가 감소했던 1994∼1999년 사이에는 금융실명제 도입, 외환위기, 코스닥의 IT 주식 붐(Boom)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1994년 금융실명제 도입으로 지하경제에서 움직이던 자금이 공식경제로 많이 유입됐고,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소비가 줄면서 주로 소비 부문에서 많이 움직이는 지하경제로의 자금 유입이 줄었다. 1999년 IT 붐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가 뛸 때는 지하경제 자금이 공식 부문인 주식시장으로 많이 유입되었다. 이 기간 동안 지하경제 규모는 약 18%에서 16%로 줄었다. 그러나 2000년부터 2003년 사이엔 지하경제 규모가 약 19.6%에서 약 21%로 증가했다. 한동안 줄어들던 지하경제 규모가 최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편 경제정책에서 빚어진 부작용이 꽤 기여했다. 첫째, 지난 1998년부터 정부가 부동산 부양정책을 편 것이 지하경제 자금을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게 해 단기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줬다. 1998년 이래 정부의 주택경기 활성화 정책은 간단(間斷)없이 이어졌다. 1998년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한 자금 지원 방안으로 국민주택 중도금 5조 6400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1999년엔 주택자금 지원조로 중도금 4조 원, 그리고 추가 지원금 1조 7522억 원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주택구입 자금 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했고 주택구입 자금 대출 금리를 낮췄다. 2000년엔 11조 7000억 원 상당의 국민주택기금 지원 방안을 내놓았고 분양중도금 대출 한도를 올리는 한편 대출 금리는 내렸다. 지방 건설 활성화를 위해 사업비의 50%까지 지원하고, 재개발 조합원에게는 이주 전세금을 신규 지원하기로 하는 한편 건설자금 융자 이율을 내렸다. 2001년엔 신축 주택 구입 때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며, 부산, 대구, 천안 등 6개 신시가지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1998년~2001년간에 걸쳐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 규모가 약 23조 원에 달한다. 이런 부양책을 거쳐 전국의 지가는 2002년에 전년 대비 16.4% 올랐고, 서울 강남의 지가는 27.4%나 올랐다. 둘째, 역시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금융정책 당국이 금리를 내리고, 낮게 가져간 정책이 지하경제 자금을 공식경제로 흘러가는 길목을 막는 데 한몫했다. 1990년대 말 연 8~9%이던 실질 이자율은 지속으로 하락해 2003년 약 1.8%대로 떨어졌다. 일부 지하경제 자금은 정부가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재정지출을 늘려 주택 경기를 띄우는 것을 보고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지가 상승에 따른 단기 시세차익을 봤다. 셋째, 정부가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신용카드 발급 남발을 방치한 정책 등이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면서 불법 사채시장을 키웠다. 신용카드 발급 남발은 신용불량자의 양산과 사채시장 규모의 확대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지하경제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신용불량자 수는 2000년 약 284만 명에서 2003년 약 370만 명으로 약 78.5%나 급증했다. 정부가 신용불량자 문제에 대응한다며 2002~2003년 현금 서비스 한도를 줄이자, 돌려막기 등으로 신용불량을 면하려 했던 사람들이 대부업체나 카드 할인을 이용하는 사금융으로 몰리면서 이 기간에 사채시장과 지하경제는 규모가 한층 커졌다. 지하경제를 줄여나갈 대책은 최근 늘어나는 지하경제를 줄여나갈 대책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정부가 진정한 의지를 갖고 단기적으로 경제이득을 취하려는 경제 주체들의 투기적 경제 활동을 근절해 나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장기적으로 지하경제의 양지화를 촉진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성장은 공식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전체 경제성장 정책을 수단 삼아 임시방편으로 부동산 시장 띄우기를 앞세우는 경기 대책은 자제해야 한다. 지하경제를 축소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경제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부동산 투기는 이를 저해하므로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사금융 시장의 양지화와 관리감독 강화도 필요하다. 신용카드 남발에 따른 불법 사금융 시장 발달로 인해 지하경제 규모가 커진 예에서 보듯이 건전한 사금융 업체 양성화가 필요하고 불법 사금융에 대한 규제,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건전한 사금융 업체에는 과감한 세제혜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양성화 방안과 함께 고리대금업체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개혁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선 최근 실업률을 줄일 목적으로 근로시간 감축이 추진되고 있는데, 그 결과 비정규직 근로자 고용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 수(임시직+일용직)는 1999년 652만 9000명이던 것이 2002년엔 731만 9000명으로 약 12.1% 늘었다. 그 결과 실업률을 줄이는 쪽으로는 영향이 미미한 대신 불완전고용자들이 가난한 가계를 사금융에 의지해 메워나가는 성향은 높아져, 결국 지하경제가 더 커지는 결과가 빚어졌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는 축소하고, 노령인구를 위한 일자리 창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노동시장 구조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특히 노령인구를 위한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 인구 노령화로 인해 노령 노동자들의 지하경제 참여가 가속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지하경제 참여 억제를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고령자 일자리 창출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학생과 성인을 상대로, 지하경제를 타기(唾棄)하는 방향으로 경제 규범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탈세와 체납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세금과 경제에 관련된 교육도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신동호ㅣ코리아 뉴스와이어 편집장 급할수록 신중한 생각 적어져 우리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 ‘급할수록 천천히 가라.’는 말이 있다. 영어에도 ‘천천히 서둘러라(Make haste slowly)’ ‘급할수록 돌아가라(The longest way round is the shortest way home)’라는 속담이 있다. 급할수록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움직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서나 전해져 내려오는 격언이다. ‘급하면 서둘러야 하는데 왜 돌아가라는 것일까?’ 하고 의문을 가져 본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처럼 어리석은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라고 생각했던 분이라면 박남준 시인의 아래 글을 보면 아마 조금 이해가 갈 것이다. “약속 시간이 가까워져서야 뒤늦게 그걸 기억해 내고는 부랴부랴 옷을 차려 입고 집을 나선 날이 있었다. 한참 산길을 내려가다가 문득 생각해 보니, 정작 그 약속은 내가 어떤 물건을 전해 주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책상 앞에 꺼내 두고는 다급한 마음에 미처 가지고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그걸 챙겨서 내려갔다. 으으 저런, 버스 정류장이 가까워져서야 또 한 가지 빠뜨린 것, 이번엔 주머니 속이 텅 비어 있었다. 옷을 갈아입으며 꺼내 둔 지갑을 집어넣지 않은 것이다. 시간은 이미 늦고도 늦었다. 시간을 좀 줄이기 위해 아랫마을 아는 분께 들러 사정을 이야기하고 차비를 꾸며 전화를 걸었다.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 진땀을 흘렸던 날이었다. 비로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급히 서두르는 경우 늦어지는 것은 단지 심리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서두르는 경우 전체의 속도가 늦어지는 사실은 실험을 통해서도 증명이 된다. 운동장, 공공시설, 지하철 등에서 군중들이 먼저 빠져 나가려고 몸부림치다가 밟혀서 목숨을 잃는 일이 흔히 벌어진다. 1990년에는 이슬람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보행자 터널에서 무려 1426명이 깔려 죽는 최악의 참사가 일어났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공공시설이나 지하철 등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통행자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부상자가 생기지 않도록 복도와 비상구를 잘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서두를수록 더 느려지는 이유 독일 드레스덴 기술대학 디르크 헬빙 교수와 헝가리 에트보스 대학의 타마스 비첵 교수는 위기 속 개인의 행동을 계산해 집단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겁에 질려 도망치는 군중들의 행동을 컴퓨터로 모의 실험할 수 있는 것으로, 공공시설을 안전하게 설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 동안 과학자들은 사람이나 교통의 흐름을 유체로 파악해 모의 실험을 해왔기 때문에 예측 결과가 정확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빨리 출구로 도망치려고 몸부림칠수록 사람들이 빠져 나가는 속도는 실제로 느려진다. 왜냐하면 빨리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고 넘어진 사람이 장애물이 돼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모의 실험을 한 결과는 이렇다.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45초 동안 초속 1미터로 방을 빠져 나갈 때 바깥으로 나가는 사람은 90명이다. 하지만 초속 5미터로 나가려고 하면 서로 몸이 부딪쳐 65명밖에 나가지 못한다. 천천히 움직여야 더 빨리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화재가 일어난다든지 하는 공포 상황이 되면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치열한 몸싸움 속에 200명 중 5명이 쓰러진다. 쓰러진 부상자는 장애물이 된다. 따라서 이 경우 문 밖으로 빠져 나가는 사람의 숫자는 44명으로 줄어든다. 군중이 많으면 비극은 더 커진다. 400명이 나가려고 몸싸움을 하게 되면 24명이 깔려 죽게 되고 부상자들 때문에 45초 동안에 3명밖에 빠져 나가지 못한다. 연구팀은 비상구 바로 앞에 둥근 기둥 하나를 놓으면 몸싸움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압력이 두 갈래로 분산돼 빠져 나가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복도의 너비가 일정해야 탈출에 효율적이란 사실도 알아냈다. 복도가 좁았다가 넓어졌다가 하면 사람들이 앞사람을 제치려 하다가 좁아진 곳에서 더욱 격렬히 충돌하게 돼 탈출구로서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 같은 사람을 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때 흔히 ‘세상 참 좁다.’고 말한다. 이런 경우 ‘우연한 일이겠지’ 하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인간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만일 60억 명의 세계인 가운데 어떤 한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려면 중간에 몇 사람이 이메일을 중계해야 그 사람에게 전달될까?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이 필요할 것 같지만 정답은 6명이다. 세상은 매우 넓은 것 같지만 도처에 지름길이 존재한다. 세상 어디에나 지름길은 있다 2003년 콜롬비아 대학 수학자인 던컨 와츠 교수는 전 세계 수만 명을 상대로 서로 아는 사이를 통해 전혀 모르는 몇 명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실험을 실시해 결과를 발표했는데 대부분 5∼7명을 건너 메일이 전달됐다. 6명만 건너뛰면 누구하고나 연결된다는 이른바 ‘6단계 분리’ 이론은 1960년대에 하버드 대학 사회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 교수가 체계화했다. 1967년 밀그램 교수는 네브래스카 주의 오마하에 사는 사람을 임의로 추출해서 160통의 편지를 띄웠다. 그 편지를 최종적으로 받아야 할 사람은 보스톤에 사는 한 증권 브로커였다. 편지 내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편지는 보스톤에 사는 증권 브로커에게 전달되어야 할 편지입니다. 이 증권 브로커의 이름을 참조해서, 귀하가 알고 계시는 분 중 가장 이 사람에 근접한 사람 한 분을 골라서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편지는 보스톤의 그 증권 브로커를 향해 아는 사람에서 아는 사람으로 전달됐다. 160통의 편지 중 최종적으로 증권 브로커에게 전달된 편지는 42통이었다. 전달된 편지가 몇 사람을 거쳐서 도착했는지를 조사해 보니 평균 5.5명이었다. 그 뒤 밀그램은 아무리 넓고 복잡한 세상도 대체로 6단계를 거치면 모두 연결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일컬어서 ‘6단계 분리’라고 한다. 6단계 분리에서 힌트를 얻은 미국 코넬 대학의 스티븐 스트로가츠와 콜롬비아 대학의 던컨 와츠 두 수학자는 복잡한 네트워크가 어떻게 ‘좁은 세상’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모형을 만들어 1998년 과학 잡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모형실험 결과 세상에는 지름길이 있었다. 두 수학자는 전력 송전망과 생물의 신경망 그리고 2만 3500명의 배우를 수록한 인터넷 정보은행 등 3개의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몇 안 되는 지름길이 ‘좁은 세상’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좁은 세상 효과(small world effect)’라고 한다. 지름길이란 어떤 조직이나 시스템에서 고착된 영역을 뛰어넘어 통신이 이루어지게 해주는 사람이나 부품을 말한다. 부서 간, 계층 간 장벽을 넘어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게 해주는 사람이 대표적인 지름길이다. 어떤 조직이나 기업이 비슷한 사람끼리만 모여 있으면 발전이 없다. 그래서 집단은 다양한 외부의 세계와 연결된 사람들이 모일 때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다. 또한 관료적 조직에서는 지름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회사마다 건의함을 만든다. 의사소통의 마비가 자칫하면 엄청난 파국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1986년 우주 왕복선 챌린저 호의 사고이다. 이 사고는 매우 낮은 온도에서 견디지 못하는 고리가 부서지면서 일어났다. 조사 결과 우주왕복선 수리를 맡은 기술자들은 이 부품이 온도에 민감해 폭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이런 우려를 정책 결정자에게 알릴 수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두 수학자는 만일 기술자와 미국 항공우주국 최고 관리들 사이에 지름길이 있었다면 이런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네트워크는 어디에나 있다. 뇌는 신경세포의 네트워크다. 조직은 사람의 네트워크다. 세계는 국가 간의 네트워크이다. 경제는 시장의 네트워크이다. 시장은 공급자와 소비자의 네트워크다. 미국의 네트워크 판매회사가 국내에서도 막대한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것도 ‘좁은 세상 효과’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네트워크로 생각하는 사람이 앞서 간다 전염병의 확산에도 지름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사스도 한 명의 환자가 바이러스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스 발생 초기에 중국 광동성에서 사스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된 한 명의 중국인 의사가 2003년 2월 21일 홍콩 메트로폴 호텔에 투숙한 뒤 이 호텔에서 12명의 외국 투숙객이 감염됐다. 이들은 비행기를 타고 홍콩,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베트남, 아일랜드로 퍼져 3월 26일까지 249명에게 사스를 감염시켰다. 단 한 명의 의사가 사스를 순식간에 세계로 퍼뜨린 것이다. 따라서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에는 이런 지름길을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인터넷 망의 정보 흐름도 선이 굵을수록 통신량이 많다. 인터넷망은 두뇌의 신경망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망은 거대한 두뇌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침팬지 행동을 연구해 온 미국 에모리 대학 프란스 드 왈 교수는 “침팬지 사회에서는 무엇을 아느냐보다 누구를 아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침팬지 사회에서도 혼자서 잘난 체하는 것보다 네트워크가 강한 침팬지가 잘 나가는 것이다. 하물며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일을 하다가 장벽에 부딪치면 인맥을 동원해 문제를 푼다. 세상에서는 인맥이 두터운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으로 꼽힌다. 학연과 지연을 타파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세상 어디에도 학연과 지연이 없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연과 지연도 인터넷의 등장으로 점차 낡은 네트워크가 되어 가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지구촌에는 상상할 수 없이 복잡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네트워크 사이에서 광속으로 흘러가는 정보는 과거의 인적 네트워크와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르다. 게다가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순식간에 지름길을 찾아내는 서치엔진은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인터넷은 전 세계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통합하고 있다. 지식의 통합은 필연적으로 지능을 낳는다. 전 세계의 인터넷 망을 보면 1000억 개의 뉴런이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된 뇌와 모양이 매우 흡사하다. 지구적 규모의 인터넷 네트워크는 발전되면 될수록 어마어마한 능력을 갖는 뇌가 될 것으로 보는 과학자들이 벌써부터 생겨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맥이 두터운 사람이 잘 나갔지만 앞으로는 인터넷을 잘 쓰는 사람, 세상을 네트워크로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 나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박경민 | 역사 칼럼니스트 cafe.daum.net/parqueM/ 아시리아 인, 오리엔트 최초 통일 내륙 교역의 중심지로서 변화무쌍한 메소포타미아 지역, 그리고 아라비아를 가로질러 조용하게 딴 살림을 차리고 있는 이집트에 이르는 지역을 호시탐탐 노리는 세력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아시리아 인이었다. 그들은 소아시아에서 활발한 무역활동을 전개하면서 상대방이 강하거나 힘이 비슷하면 정상적인 교역을 하지만 만약에 세력이 약한 도시를 만나면 힘으로 정복하는 셈어계의 유목민이었다. 메소포타미아와 소아시아 지역은 민족수 만큼이나 생각하는 것도 다른 모자이크 형 지역이어서 아시리아 인들은 교역과 정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과정에서 막강한 전투력과 우수한 철제 무기와 전차, 그리고 기병 등을 확보하여 기원전 7세기 중엽에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포함한 오리엔트 세계를 최초로 통일하였다. 그런데 아시리아가 정복한 그들의 영토 내에 서로 다른 이질적 민족을 떠안았지만, 무조건 힘으로만 억누르는 강권통치로 피정복민의 목숨을 건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게 되었다. 특히, 이때 유일하게 일신교를 믿고 있던 이스라엘 민족들은 종교적으로 혹독한 탄압으로 신음하였고, 살마네셀 왕 때 많은 이스라엘 민족들이 포로로 끌려가 수많은 고초를 당하였다. 이스라엘은 기원전 11세기에 다윗 왕이 대 이스라엘 왕국을 세우고 영화를 누렸으나 솔로몬 왕이 죽자 나라는 북부의 이스라엘과 남부의 유다 왕국으로 나뉘어져 기원전 722년 아시리아에 의해서 멸망하고 말았다. 마침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던 민족들이 들고일어나 무자비한 정복자 아시리아에 대한 무장반란을 일으켜 기원전 612년 아시리아 통일제국을 무너뜨린다. 이는 피지배 민족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게 만든 결과였다. 유대왕국을 멸망시킨 신바빌로니아 기세등등했던 아시리아가 붕괴되자 오리엔트는 네 나라로 분열되었다. 통일 이전에는 여러 민족과 도시가 난립하였으나, 이제는 크게 네 나라로 구조조정이 되었다. 즉, 이집트의 신왕국, 소아시아 지방의 리디아, 메소포타미아의 신바빌로니아와 메디아였는데, 신바빌로니아는 칼데아라 부르기도 한다. 이때 남부의 유다 왕국은 북부 이스라엘 왕국이 멸망한 후에 한동안 아시리아에 예속되어 왕국 자체는 명맥을 유지할 수는 있었으나 이제는 그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되었다. 신바빌로니아의 네브가드네사르 2세가 기원전 586년 오갈 데가 없는 유다 왕국을 멸망시키고, 대규모의 유대인들을 그들의 수도 바빌론으로 끌고 갔는데 이를 ‘바빌론의 유수’라 한다. 그는 부왕이 추진하였던 거대한 태양신의 성탑을 세웠는데 이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의 재건이었으며 19세기에 독일의 탐험대에 의해서 발굴되었다. 신앙을 종교로 승화시킨 헤브라이 인 그럼 아시리아에 정복당한 북부 이스라엘, 그리고 신바빌로니아에 멸망당한 남부 유다 왕국의 백성들, 즉 지금의 유대 인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그들이 이룩한 종교가 서양문화의 뿌리가 되는 그리스도교의 모태가 되니 말이다. 고대에는 유대 인을 헤브라이 인이라 불렀다. 셈어계 유목민에 속하는 그들은 기원전 1850년경 아브라함의 영도 하에 ‘약속의 땅’을 찾아 나섰는데 그들은 주변 각지를 전전하다가 심한 기근을 피하여 이집트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들어갈 때는 이집트 조정에서 봉직한 요셉 덕분에 환영을 받았지만, 나올 때는 노예의 신분으로 갖은 박해를 받다가 모세의 영도로 목숨을 건 민족의 대탈출이 이루어졌다. 이때가 기원전 1250년 무렵이었다. 모세의 뒤를 여호수아가 이어받아 기원전 1220~1200년 사이에 야훼가 약속한 땅 ‘가나안’을 정복하였다고 하는데, 여호수아가 죽은 뒤인 기원전 1200~1025년의 시대적 상황은 고대국가 형성 이전의 부족동맹 체제가 확립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이스라엘의 역사도 다른 민족과 같이 부족 동맹체에서 발전하여 고대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을 밟게 되는데, 이때가 기원전 1025~586년까지의 이스라엘 왕국의 흥망사이다. 원래 부족동맹 체제였던 이스라엘이 서부 해안의 블레셋 족과 동부 요르단 산악지대의 암몬 족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력한 지도력을 원함에 따라, 이웃나라의 왕정체제를 도입하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왕이 된 다윗은 기원전 1000년경에 예루살렘을 정복하여 그곳을 통합왕국의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로 삼고 통일 이스라엘 왕국을 건설하였다. 부왕(다윗)이 죽자 왕위를 계승한 솔로몬은 기원전 970~933년까지 통합 이스라엘 왕국을 다스렸지만 여러 가지 실정으로 인심을 잃어 그가 죽자 통일왕국은 남·북, 두 왕국으로 분리되었다. 북 왕국은 ‘이스라엘’이란 국호로 기원전 933~721년까지 유다와 베냐민의 일부 지파를 제외한 10지파가 모인 왕국을 이루고 후에 ‘사마리아’가 수도가 되었으며, 정통 다윗 왕가를 계승한 남 왕국 유다는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여 다윗의 손자이며 솔로몬의 아들인 르호보함으로부터 약 346년간 20명의 왕들이 통치하게 된다. 당시 팔레스타인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완충지대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리엔트 세계의 패권다툼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앞에서 말한 참담했던 바빌론의 유수, 그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유대인들은 그들의 성전을 재건하는 한편, 신앙 차원에 머물러 있던 것을 종교로 업그레이드 하기 시작하면서 유대교 경전의 뿌리가 되는 모세 오경이 태동하기 시작하였다. 모세 오경이란 ‘창세기·출애굽기·레위기·민수기·신명기’를 가리키며 천지창조로부터 이집트 탈출과 40년간의 방랑생활 가운데 야훼의 백성이 되기 위한 모든 규범과 율법이 기록되었으며, 모세 이후의 여러 예언자의 예언서와 역사서·교훈서가 합쳐져 구약성서를 구성하고 있다. 즉, 유대교는 그리스도교의 모체가 되었으며 마호메트가 창시한 이슬람교에게도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주었다. 쉽게 말해서 유대교의 경전인 구약성서에 신약성서를 추가하여 성전으로 삼은 종교가 그리스도교, 구약성서의 많은 부분에 크리스트교의 영향을 받아 독자적으로 편집한 ‘코란’을 성전으로 삼은 종교가 이슬람교이다. 이렇게 성립된 유대교는 유대인의 생활을 근본부터 규정하고 있는 독특한 사고방식이고 인생관 그 자체이며 신앙생활의 중심은 모세를 통해서 유대 인에게 계시된 율법(토라)이다. 유대 인들은 모세 오경을 중심으로 오래된 율법을 각 시대적 상황에 적용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해석과 주석을 달아 왔는데 이것이 ‘미슈나(반복)’이며, 다시 미슈나의 해석을 정리한 것이 ‘게마라(보완)’이고, 이 두 가지(미슈나+게마라)를 집대성한 것이 바로 ‘탈무드(연구)’인데, 보통 유대인의 생활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탈무드이다. 탈무드 정신으로 이스라엘 공화국 재건 헤브라이 판 명심보감이 바로 탈무드이며 세계인들은 유대인을 일컬어 ‘가장 교육적인 민족’이라 하였다. 때문에 3000여 년의 핍박과 2000년의 무국적 민족, 심지어는 아돌프 히틀러의 민족말살정책(홀로코스트)의 대상물이 되었지만 말이다. 유대인의 비극은 이미 서기 70년대 티투스(Titus Flavius Vespasianus; AD 79~81)가 로마 황제에 즉위하기 전에 시작되었다. 티투스는 로마의 통치에 거세게 반발하는 유대 민족주의자들과 그의 잔당들을 소탕하기 위해서 대대적인 말살작전을 감행하였고 그 이후 유대 민족은 디아스포라, 즉 나라 없는 유랑민족이 되었다. 유대인들은 ‘바빌론의 유수시대’를 거치고 헬레니즘이라는 이민족의 침략을 극복하기 위해서 전개한 시오니즘 운동을 근세기에 이르러서는 제2의 건국운동으로 전개하여, 결국 서기 1948년 옛 이스라엘의 영광을 구현하기 위해 다윗의 별을 그들의 국기에 그려 넣고 이스라엘 공화국을 탄생시켰다. 무려 2000여 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유대인들은 멸시와 탄압을 받으면서도 독자적인 그들의 언어와 문화 그리고 그들의 종교를 지켜왔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주변을 포위한 절대 열세의 아랍 민족들과의 수차례의 중동전쟁을 치르면서도 꿋꿋하게 영토를 지켜내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이 거듭되자 오히려 가자·골란 지역 일대로 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유대인의 저력은 그들의 교육, 다시 말해서 ‘탈무드’에 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탈무드를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을 거듭하면서 다음 세대에 물려줌으로써 교육과 행동규범의 지침으로 삼았던 것이다. 아마 유대교 랍비들이 경전의 시대적 해석을 게을리 했더라면 나라 없이 떠돌던 유대인들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해 그들은 수용소 가스실에서 모세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절규했을 것이다. 페르시아의 오리엔트 재통일 기원전 7세기 무렵에 인도·이란어족에 속하는 민족이 페르시아만(걸프만) 동부에 흩어져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메디아(Media)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메디아는 기원전 8세기 말에 이란 고원의 북서부에 메디아 인들이 세운 왕국이며, 신바빌로니아와 함께 아시리아를 멸망시키고 이란 전토에 걸친 땅을 차지했던 나라다. 기원전 500년경 키로스의 지도하에 반란이 일어나 메디아를 멸망시키고, 새로 나라를 건국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페르시아(Persia)이다. 사실 페르시아 인들은 그들의 나라를 페르시아라고 하지 않았다. ‘페르시아’란 이름은 고대 그리스 인들이 이란의 서부지역을 ‘페르시스(Persis)’라 한데서 유래되었다. 즉 ‘페르시아’란 말이 그리스인들이 붙여준 이름이라 한다면, ‘이란’이란 그들 스스로 이름을 붙인 ‘고귀한 사람’이라는 의미의 ‘아리안’에서 유래한다. 페르시아는 리디아와 신바빌로니아를 정복하고 기원전 525년에는 제26 왕조의 이집트도 멸망시켜 오리엔트를 통일한 최대 최후의 통일국가였다. 페르시아는 무자비한 철권통치를 했던 아시리아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복지의 관습을 존중하고 자치를 인정하는 관대한 정책을 폈다. 덕분에 바빌론에서 집단적 포로생활을 하고 있던 유대인들이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특히 아케메네스 왕조의 다리우스 1세(BC 522~486)의 치세에 화폐의 주조와 교통망의 정비로 광범위한 교역과 문화교류가 이루어지는 한편, 수사에서 사르데스에 이르는 ‘왕의 길’을 닦고 새 도읍지로 페르세폴리스를 건설하는 등 전성기를 맞았지만, 나중에 알렉산드로스 3세(알렉산더 대왕)의 군대와의 ‘이소스-가우가메라 전투’에서 패하여 멸망함으로써 역사의 축은 오리엔트에서 서방세계로 넘어가게 되었다. 조로아스터교와 유대교 고대 페르시아 인들의 종교에 대한 지식은 주로 ‘젠드 아베스타’, 즉 페르시아 인의 경전으로부터 얻은 것이며 창시자인 조로아스터(짜라투스트라)는 탁월한 종교 개혁가였다. 그가 살았던 시대가 분명하지는 않으나 조로아스터교의 교의가 키로스 시대(BC 550년)부터 알렉산드로스 3세의 페르시아 정복까지 서아시아 지방의 주된 종교가 되었음은 확실하다. 마케도니아 왕정 치하에서 외국의 여러 사상이 들어왔기 때문에 조로아스터의 교의도 많이 변질되고 퇴색하였지만 나중에는 다시 교세를 회복하였다. 조로아스터교 역시 원래 하나의 창조주를 가르치고 있지만 다른 두 신을 창조하고 자신의 본성을 그들에게 나눠주었다는 이원론적 교리를 전개하고 있으며, 우주의 역사는 ‘창조·혼합·분리’라는 3단계로 구분되는데, 현재의 세계는 ‘혼합기’에 해당되기 때문에 선신과 악신의 싸움이 천국과 지옥의 중간인 이 우주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대의 조로아스터교는 유대인들이 집단적으로 바빌론으로 끌려갔던 바빌론의 유수시대에 유대교에도 많은 영향을 줌으로써 신학적인 발전과 조직화에 공헌하기도 하였다.
조현호ㅣ 울산 옥현초 교사 다리 이야기 ‘다리’에 관한 기억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가 봅니다. 어머니가 대뜸 ‘막내 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웃으며 이야기 하시길래 그 말이 진짜인 줄 알고 얼마나 섭섭해 했는지 모릅니다. 나만 주운 자식이라서 차별하는 것 같아 길을 걸어가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요. 다리 밑으로는 수많은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퐁네프의 다리’나 ‘오작교’와 같이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가 흐르기도 하고 ‘콰이강의 다리’ ‘자유의 다리’처럼 시대적 아픔이 흐르기도 합니다. 다리에는 다리 밑에서 주웠다는 탄생에서부터 ‘선죽교’의 참변과 같은 죽음도 있습니다. ‘삽교’, ‘벌교’ ‘석교’ 등 다리와 관련한 지명도 많습니다. 가장 원시적인 징검다리에서부터 태백산맥을 가로질러 건설된 엄청난 높이의 영동고속도로 다리도 있고 서해대교, 광안대교와 같이 바다를 횡단하는 초현대식 다리도 있습니다. 다리는 이곳에서 다른 저곳으로 옮겨주는 통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과거로부터 이 시대를, 나아가 미래까지 엮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전설과 설화, 그리고 기록 속에 남겨진 옛 다리를 찾아가고자 합니다. 효인가 불효인가 - ‘효불효교(孝不孝橋)’ 모 방송사의 프로그램 중에 ‘솔로몬의 선택’이 있습니다. 다음의 이야기를 읽어 보시고 솔로몬이 되어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경주 효불효교(孝不孝橋)와 관련한 전설입니다. 신라시대 한 여인이 남편을 일찍이 잃고 칠형제를 키우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 여인이 밤만 되면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밤에 아이들이 자고 나면 살짝 집을 빠져나가 남천(南川)의 찬 물살을 맞으며 건넛마을로 넘다드는 것이었죠. 어머니에게 새 남자가 생겼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의논 결과 개울에다 돌다리를 놓아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밤새 후다닥 서둘러 멋진 돌다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동트는 새벽에 집에 들어오던 그 여인은 개울에 다리가 놓여 있음을 알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는 이 다리를 놓은 사람은 후세에 하늘나라에 가서는 별이 되었으면 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죠. 아니나 다를까 이 아들들이 뒤에 죽어 하늘에 올라서는 북두칠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밤하늘 별이 되어 어둠을 밝히며 세상의 어머니들을 지켜준답니다. 아들들이 만들어준 그 다리를 ‘칠성교’라고도 함은 일곱 아들이 다리를 놓았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어머니에게 다리를 놓아 드렸으니 효는 효인데, 죽은 아버지를 생각하자니 불효입니다. 그래서 이 다리를 ‘효불효교’라 하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 효입니까, 불효입니까? 전설 속의 다리는 경주박물관 인근 일정교지라고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기록에는 ‘궁의 남쪽 문천상에 춘양월정 두 다리를 놓았다’라는 기록이 보이는데 춘양교가 바로 효불효교이자 일정교라고 추측하는 것입니다. 인근의 월정교는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이 싹튼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정교와 월정교는 그 형태나 축조법이 매우 흡사하며 현재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교각의 형태는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배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발굴 결과 교각이 모두 3개소이고 불탄 목재와 기와가 수습되어 누각형 교량이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효인가, 불효인가’, ‘중이 파계하여 결혼을 했다’는 당시 신라에서 떠들썩했을 법한 이야기들이 지금도 남천 바닥 석부재에 묻혀 있습니다. 몸뚱이로 만든 놋다리 어너 연에 청계상에, 놋다리야 놋다리야 / 이 터전은 누 터이고? 나라님의 옥터일세 / 이 제애는 누 제애로? 나라님의 옥제일세 / 손이 왔네, 손이 왔네. 정상도에 손이 왔네 / 무슨 곳에 쎄애 왔노? 여기 곱게 쎄애 왔네 / 멧 대간을 밟고 왔노? 쉿댓 간을 밟고 왔네 / 무슨 옷을 입고 왔노? 백마사주 구두바지 고벡 니비 입었드네… (下略) 놋다리는 경상북도 일대에서 음력 정월대보름날 밤에 행해지던 부녀자들의 놀이로 기와밟기 또는 사람다리[人橋]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기와밟기’란 줄줄이 앞 사람의 허리를 껴안고 머리와 허리를 수그린 모습이 마치 기와지붕의 기와를 깔아놓은 듯 겹쳐져 있으며 그 기와지붕 같은 위를 밟고 지나간다는 데서 유래합니다. 울산지방에서는 ‘재넘자놀이’라고 부릅니다. 첫 구절을 공주님이 부르면 뒤 구절은 다른 여인들이 일제히 목청을 모아 노래 부릅니다. 놋다리는 사람 몸뚱이로 만든 다리입니다. 때는 공민왕 10년(1361)으로 10만의 홍건적이 고려를 침범한 뒤 왕과 왕비가 몸을 피해 안동으로 내려온 12월 15일이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먼 길을 오느라고 고생한 공주를 위로하기 위해 마을 여인들이 중계천(中溪川)에 줄줄이 늘어서서 놋다리를 만들어 공주를 밟고 지나가게 하였습니다. 이 놋다리가 마침내 안동 지방의 놋다리밟기 전통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놋다리밟기’는 지금도 축제 때나 학교 운동회 할 때 많이 즐기는 놀이입니다. 애달픈 연인들의 사랑이 흐르는 오작교 고주몽 편에는 주몽이 강을 건널 때 어별(魚鼈, 물고기와 자라)이 다리를 만들어 주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동물들이 다리를 만들어 준 최초의 사례라 하겠습니다. 동물들이 만들어준 다리는 오작교(烏鵲橋)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옥황상제의 딸 직녀와 소몰이 견우가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하고 후에는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일 년 중 칠월칠석날 단 하루만 은하수에서 만나는 처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다리가 없어 서로 만나지 못하고 눈물바다를 이루자 그 사연을 안 까막까치들이 모두 은하수로 올라가 다리를 만들어 만날 수 있게 해 준다는 이야기지요. 천상의 직녀와 지상의 견우가 만나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함은 곧잘 남원부사의 아들 몽룡과 전직 기생의 딸 춘향이 사랑한다는 춘향전에 비견됩니다. 그래서 두 청춘이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남원 광한루 앞 호수에는 오작교라는 돌다리가 있습니다. 호수의 물은 은하수요, 오작교는 까막까치들이 만들어주는 다리를 형상화 한 것이죠. 이렇듯 오작교는 젊은 연인들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가 오늘도 흘러갑니다. 그리고 사랑을 확인하고픈 현대판 견우들과 직녀들이 끊임없이 찾고 있습니다. ‘다리 밑에서 주운 아이’의 본적은 전다리 오늘날 경상북도 영주에 속하는 순흥 지역은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 있는 곳입니다. 주세붕이 안향의 영정을 모시고 있던 사묘에 학사를 세우고 ‘백운동’이라는 이름의 서원을 만들었고 풍기군수로 부임한 퇴계가 임금인 명종에게 새 이름을 지어줄 것을 건의하여 ‘소수’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지요. 학문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까닭입니다. 사방에서 글 읽는 소리가 쟁쟁하던 학문의 고장이요, 그 학문이 현실에 반영된 충절의 고장인 이곳에 청다리가 있습니다. 지금은 콘크리트 다리로 변했지만 이 다리가 바로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이야기의 진원지입니다. 이곳에서 학문에 전념하던 이들에게도 인간적인 고뇌가 많았을 터입니다. 이론과 현실에 대한 격리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유생들 사이의 불협화음도 있었을 터이고 혹자는 과락 판정을 받고 괴로워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학문에 정진하기 위해 고향을 버리고 이곳까지 왔건만 도중에 낙오자도 있었을 터이고, 술로써 학문을 논하던 주당파도 있었을 터입니다. 학문이야 불변의 진리에 가깝지만 그 학문을 쫓는 이들은 인간인지라 나름대로 고뇌를 많이 했을 것입니다. 한창 피 끓는 청춘에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서 있다 보면 현지 여인들과 정이 들어 덥석 아이를 낳게 되기도 했겠지요. 하지만 어느 누구도 키울 입장이 못 되는지라 이 아이들을 다리 밑에 내버렸다는 데서 청다리가 유래합니다. 혹자는 다리 밑에 버린 자신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데도 ‘다리 밑에서 주운 아이’라며 데리고 가 양육하기도 했을 겁니다. 한편, 이곳에는 금성단이라는 제단이 남아있는데 이곳이 충절의 고장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세조 때 이곳 순흥에서 금성대군과 순흥부사 이보흠 등이 단종복위 계획을 도모하다 들통 나는 바람에 순흥도호부 전체가 몰살되는 엄청난 희생이 있었습니다. 그 피가 죽계수 10여 리를 붉게 물들였다고 하는데 ‘피끝마을’이라는 지명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 순흥사람들은 단종복위를 도모하다가 실패하고 참절당한 후 죽계수 아래 시체더미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몇몇 어린 아이들을 보고 관군들이 ‘이 어린애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하여 죽이지 않고 데리고 가 키웠다고 해서 청다리가 유래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배를 엮어 만든 배다리 잘 아시다시피 정조는 효성이 지극한 왕이었습니다. 그는 을묘년(1795)에 어머니 혜경궁 홍 씨의 회갑연과 아버지의 묘를 참배하기 위해 8일간 행차를 떠납니다. 이 을묘원행길은 한강에 이르러서는 배를 잇대어 만든 배다리[舟橋]로 이동하였습니다. ‘노량주교도섭도’를 보시면 당시 상황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배다리는 폭군으로 알려져 있는 연산군도 애용하였습니다. 그는 사냥을 좋아했는데 특히 청계산을 자주 들렀습니다. 청계산으로 가려면 한강을 건너야 했으며 그 때마다 배다리를 만들었는데 그때 동원된 배가 8백 척이었습니다. 또한 한 번 사냥을 가면 5만 명의 인원이 동원되었습니다. 를 보면 연산군 11년 10월 25일에 좌의정 박숭질로 하여금 군사를 감독하여 사냥을 하라고 보냈는데 박숭질이 돌아와 임금에게 바친 것은 꿩 한 마리였습니다. 이에 임금은 정승으로서 5만 명을 동원해 겨우 꿩 한 마리를 잡았다며 화를 내는 장면이 있습니다. 꿩 한 마리 잡으러 좌의정이 산을 타고 5만 명이 짐승을 몰러 다니고 한강에는 8백 척으로 만든 사냥 전용 배다리가 놓였던 것입니다. 물 위에 흙길이 떠 있는 섶다리 겨울철에 강원도 산간 지방에 가면 섶다리를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보기 어려워졌고 그나마 다리로서의 기능보다는 전시용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섶다리야말로 ‘가장 다리 같지 않은 다리’라고 봅니다. 이 말은 가장 흙길에 가까운 다리란 의미입니다. 강원도 영월 주천면으로 떠나 봅시다. 섶다리는 나무와 흙으로 만든 다리이지만 흙으로 다져 밟고 지나기 때문에 흙다리입니다. 수량이 적고 강물이 얼어 배를 이용할 수 없는 겨울철에 한 때 사용하는 임시 다리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다리를 지나가면 흙이 주는 부드러움과 나뭇가지들이 만들어 내는 탄력감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그 기분이란 풍선을 밟고 지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출렁거림이 미묘한 반동을 부추겨 기분 좋은 일이 막 생길 것 같습니다. 그 반동이 주는 느낌이란 콘크리트 다리에서 느끼는 기계적인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정감이 넘칩니다. 장날 술이 얼큰하게 된 마을 어른들이 섶다리를 건너오다가 도랑에 빠지기도 하였다는데 섶다리를 한번 밟아보신 분은 충분히 그 이유를 아실 터입니다. 그 푹신함에 일부러라도 자빠지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다리입니다. 자연에서 얻은 나무와 흙으로 자연에 얼기설기 엮어 만든 다리, 그 자연산 다리는 여름철 물살이 사나와지면 휩쓸려져 다시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바다 밑으로 걸어가는 해저다리 통영은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곳으로 예로부터 군사적 요지였습니다. 통영시내 아래 남쪽으로는 미륵도라는 섬이 있는데 통영과 미륵도 사이에 판데목이라는 좁은 지형이 있습니다. 이 목은 풍수학상으로 통영의 목구멍에 해당된다 하여 이곳을 틔우면 길하고 막히면 흉하다 하여 제208대 홍남주 통제사때 막혔던 목을 틔우고 그 위에 다리를 놓았습니다. 그러다 1927년 일제는 다리가 있던 자리에 해저터널을 팠습니다. 다리를 바다 밑에 설치한 것입니다. 1931년 7월에 착공하여 1년 4개월 만에 완공한 동양최초 해저터널은 길이 483미터, 너비 5미터, 높이 3.5미터이며 바다 양쪽을 막고 그 밑을 파서 콘크리트 터널로 만들었습니다. 터널 입구에는 ‘섬과 육지를 잇는 해저도로 입구의 문’이란 의미로 용문달양(龍門達陽)을 써 놓았습니다. 1967년부터는 철근 콘크리트 교량인 충무교가 개통되면서 해저도로를 통한 차량통행을 금지되었지요. 비록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다리이지만 우리나라에 유일한 해저터널이며 지금도 미륵도 사람들과 통영 사람들이 바다 밑으로 걸어 다니며 왕래하는 해저다리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사라지는 다리들 낙산사가 화마에 휩쓸리는 가슴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할지라도 수십 년, 수백 년을 이어온 문화재는 다시는 원상대로 회복할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이뤄 놓은 시간의 때는 복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옛것이 사라지고 새것이 득세하는 요새, 옛다리 또한 주위에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전국의 돌다리를 찾아갑니다.
5월 31일 오전 11시. 구룡포읍 병포리 방파제에서 경북 황성길 정무부지사, 이상득 국회의원, 정장식 포항시장, 경북도의회의원, 포항시의회의원, 해양수산유관기관장, 어업인, 학생 등 500여 명이 참석해 바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진취적인 해양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행사가 열렸다. 구룡포 여중·고생 90명과 교사 8명도 바다의 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바다의 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해양 개척 정신을 함양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기념식을 마치고 넙치, 조피볼락 등 수산종묘 5만 마리를 방류하여 풍어를 기원하기도 하였다. 여름을 방불 하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린 여학생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바다 주변의 환경 정화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땀 흘리며 휴지도 줍고 오물도 제거하여 바다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나니 학생들도 보람을 느끼며 즐거워하였다. ‘바다의 날’은 1996년 5월 31일에 제정되어 금년에 10회 째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반도국으로 바다와 함께 5천 년의 역사를 살아온 민족이다. 바다는 보이지 않게 인간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다량의 산소를 공급하여 주며, 수많은 어족과 해초류를 제공한다. 그리고 해저에는 석유를 비롯한 다량의 광물자원이 매장되어 있다. 또 바다는 사람과 물자를 이동시키는 운송 길이 되어 주며, 시인 묵객들에게는 사색의 정원이 되어주고, 여름철에는 사람들의 더위를 식혀주는 해수욕장이 되기도 한다. 미래 사회의 자원개발 영역은 바다라고 한다. 이미 선진국은 해양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다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 바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바다를 가꾸고 보호하며 개척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는 1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영유아보육과 유아교육 등 육아지원 정책개발을 위한 '육아지원 정책기획단'을 발족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기획단장은 이경숙(李景淑) 이계안(李啓安) 의원이 공동으로 맡고, 유승희(兪承希.간사) 김현미(金賢美) 이인영(李仁榮) 김형주(金炯柱) 이기우(李基宇) 김우남(金宇南) 홍미영(洪美英) 의원 등이 참여한다. 기획단은 저출산 해법의 우선과제가 육아지원정책이라고 보고 올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입체적인 육아지원정책에 대한 감사를 추진하고 내년 예산확보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또 여성경제활동 참여 및 출산율 제고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등 실효성 높은 육아지원 정책을 개발하는 한편 육아지원 '옴부즈맨'을 구성해 현장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농어촌 육아문제, 방과후 아동보호 문제, 취업여성에 대한 육아지원 문제 등에 대한 간담회도 추진할 예정이다.
수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 하는 2006학년도 수능시험 첫 모의평가가 1일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1932개 고교와 240개 학원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이번 모의수능은 시험 성격과 출제방향, 출제 영역, 문항수 등이 오는 11월23일 치러지는 본수능과 같은 형식으로 실시돼 수험생에게 시험 준비도를 스스로 진단하고 보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되는 것. 또 모의평가 출제, 시행, 채점과정에서 문제점을 파악, 개선점을 찾아 보완하고 채점 및 문항 분석 결과를 본수능 출제 및 난이도 조정에 반영하게 된다. 특히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교육방송(EBS)의 수능강의와 긴밀히 연계하겠다고 밝혀 이번 모의평가가 연계방법이나 반영률 등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험은 영역별로 본수능과 똑같이 ▲1교시 언어(오전 8시40~10시10분) ▲2교시 수리(오전 10시40 ~낮 12시20분) ▲3교시 외국어(영어,오후 1시20~2시30분) ▲4교시 사회/과학/직업탐구(오후 3~5시6분) ▲5교시 제2외국어/한문(오후 5시35~6시15분)의 순으로 진행된다. 평가원은 "언어ㆍ외국어영역은 범교과적 소재를 바탕으로, 수리영역과 사회/과학 /직업탐구영역 및 제2외국어/한문영역은 개별 교과의 심화선택과정을 중심으로 출제했다"며 "교육방송(EBS) 수능강의와의 연계 내용 또는 정도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모의고사나 본수능과 마찬가지로 EBS 수능방송 및 인터넷강의에서 영역별로 80~85%의 문항이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가원은 시험 직후 정답을 공개한 뒤 6월5일까지 이의신청을 접수해 심사를 거쳐 14일 정답을 확정하고 24일까지 성적표를 수험생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성적통지표에는 영역 및 과목별 표준점수, 표준점수에 의한 백분위와 등급이 표기된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본수능과 마찬가지로 수정용 테이프를 사용한 답란 수정이 허용되고 지난 3월말 확정 발표한 '수능 부정행위 방지 종합대책'에 따라 매교시 답안지에 일정한 길이의 시나 금언 등을 자필로 기재하도록 하는 필적확인란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본수능부터 조직적인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해당 시험을 무효로 하는 것은 물론 향후 2년간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등 '강도높은' 부정방지 대책이 시행된다고 강조했다. 평가원이 주관하는 2차 모의수능은 오는 9월7일 실시된다.
이번 수능 모의평가에 지원한 수험생은 언어영역을 선택한 지원자를 기준으로 재학생 51만4천826명, 재수생 9만2천639명 등 60만7465명이다. 따라서 올해 수능시험을 치르는 대부분 수험생이 응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7차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반영했으며 언어와 외국어(영어)는 범교과적 소재를 바탕으로, 그리고 수리 및 사회/과학/직업탐구와 제2외국어/한문은 개별 교과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 선택 경향 = 제7차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된 지난해 수능시험부터 수험생들은 계열 등에 관계없이 자신의 능력이나 흥미, 진로, 필요 등에 따라 모든 영역과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영역별로 언어(60만7천465명)와 수리(59만5천805명), 외국어(60만6천663명), 탐구(60만8천182명) 등의 영역은 대부분 수험생이 선택했다. 탐구영역을 선택한 수험생이 60만8천182명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이번 모의평가에 지원한 수험생은 이 숫자를 넘어서는 것. 수리영역 수험생 가운데 수학Ⅰ 및 수학Ⅱ, 그리고 미적분을 포함한 선택과목까지 출제 범위에 포함되는 '가'형을 선택한 수험생이 17만9천893명(30.2%)인 반면 수학Ⅰ에서만 문제가 나오는 '나'형을 고른 수험생이 41만5천912명(69.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회/과학/직업탐구 중 1개만 선택할 수 있는 탐구영역은 사회탐구를 고른 지원자가 32만858명(52.8%)으로 절반을 넘었고 과학탐구 20만2천399명(33.3%), 직업탐구 8만4천925명(14%)이었다. 제2외국어/한문을 치르겠다고 신청한 수험생은 10만2천242명으로 전체의 6분의1 정도였다. 전통적으로 쉽다고 여겨지는 영역이나 과목으로 수험생들이 쏠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 수험생 중 특별관리 대상자는 약시 21명, 청각장애 87명 등 108명으로 이들에게는 확대 문제지나 듣기평가 대본이 제공됐다. ◆출제 기본방향 = 모의수능 출제위원단은 "7차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충실히 반영해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언어 및 외국어(영어)는 범교과적 소재를 바탕으로, 수리 및 사회/과학/직업탐구, 또 제2외국어/한문은 개별 교과의 특성을 바탕으로 사고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 학교수업에 충실한 수험생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출제했다고 출제진은 강조했다. 아울러 편중되거나 지엽적인 내용의 출제를 지양함으로써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는 것. 이와 함께 단순 기억에 의존하는 문항보다 주어진 상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추리ㆍ분석ㆍ탐구하는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를 위주로 출제했으며 각 문항은 교육과정상의 중요도와 난이도, 사고 수준, 소요 시간 등에 따라 차등 배점했다. 출제진은 또 사회탐구 11과목, 과학탐구 9과목, 직업탐구 17과목, 제2외국어/한문 8과목 등 선택과목간 문항을 상호 비교하고 검토함으로써 난이도가 영역별로 서로 비슷하도록 애썼다고 밝혔다. 이전 수능시험에서 나왔던 기출문제라도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핵심 내용은 문항의 형태, 발상, 접근 방식 등을 다소 수정해 출제했으며 출제위원의 40%를 고교교사로 구성했다. 수험생들이 EBS 수능방송 및 인터넷 강의와의 연계 내용 또는 정도를 체감할 수 있게 했으며 그 방식으로는 영역 및 과목별 특성에 따라 지문을 확장 또는 축소하는 방법, 도형ㆍ삽화ㆍ그림을 이용하는 방법, 상황을 활용하는 방법, 중요 지식ㆍ개념ㆍ원리ㆍ어휘를 사용하는 방법 등이 동원됐다.
2006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대학들은 계열별ㆍ모집단위별로 다양한 수능 반영 방법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지원을 희망하는 모집단위의 수능반영 비율과 반영 영역 수, 탐구영역 반영 방법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 준비해야 한다. 다음은 주요대 수능 반영 방법.(가나다순) ▲건국대 = 전체 모집정원 중 56.6%인 1천881명을 뽑는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은 모두 표준점수로 반영된다. 정시 '가'군은 의상ㆍ텍스타일학부(수능 60%ㆍ학생부 40%)를 제외하면 수능만으로 선발한다. 예능계열만 선발하는 정시 '나'군은 수능 30%ㆍ실기 70%를 반영해 뽑는다. 정시 '다'군은 인문사회, 영화예술전공(이론연출), 소비자주거학과, 자연과학, 공학, 수의예과 등 주요 학과 대부분이 수능을 50∼70% 반영하며 예체능 및 사범계열 일부 학과는 30∼50% 반영한다.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은 인문계는 언어, 수리, 외국어, 사회탐구가 각각 25%씩, 자연계는 언어, 수리, 외국어, 과학탐구가 각각 25%씩이며 예체능계는 언어 35%, 수리 30%, 사회탐구 35%다. ▲ 경희대 = 서울캠퍼스 인문계열은 언어와 외국어, 수리 ㆍ(택1), 사탐ㆍ과탐(택1)이며 한의학과, 의예과, 한약학과 등 자연계 주요 학과는 수리, 외국어, 과탐을 반영한다. 탐구영역은 4과목 가운데 상위 3개 과목을 반영하며 한의예과는 반영 3개 영역중 2개영역 이상이 1등급이어야 지원 가능하다. 자연계열 모집단위 지원자 중 수리 및 과탐 선택시 각 2%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단, 수학과, 물리학과, 화학과, 생물학과, 정보ㆍ디스플레이학과 및 한의예과, 약학계열은 제외한다. ▲고려대 = 외국어 능력 우수자를 뽑는 '글로벌 인재' 특별전형(수시2)과 '과학인재' 특별전형(수시2)에서 수능은 최저학력 기준으로 활용된다. 글로벌 인재 특별전형은 2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 과학인재 특별전형은 수리(가)와 과탐 모두 2등급 이내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역인재' 특별전형은 수능을 고려하지 않는다. 정시모집에서는 인문계 수능 50%ㆍ학생부 40%ㆍ논술 10%를 반영하며 자연계는 수능 55.5%ㆍ학생부 44.5%를 반영한다. 수능의 경우 인문계는 언어, 수리, 외국어, 사탐을, 자연계는 언어, 수리, 외국어, 과탐을 반영한다. 다만 수학ㆍ과학 우수자 선발을 위해 신설된 자연계 우선 선발 정원 143명은 수리(50%)와 과탐(50%) 성적만으로 뽑는다. ▲부산대 = 지난해 정시모집에서 수능 3개 영역을 반영했지만 올해는 4개 영역을 반영한다. 인문 및 사회계열은 언어, 수리, 사회탐구, 외국어 영역을, 자연계는 언어, 수리, 과학탐구, 외국어 영역을 반영한다. 다만 예체능계는 언어ㆍ외국어 등 2개 영역을 반영한다. 정시 '가'군의 경우 인문ㆍ사회, 자연계는 수능을 50% 반영하고 예체능계는 학과에 따라 각각 30∼50%를 반영한다. 정시 '나'군은 1순위에 수능 100%를, 2순위에 수능 60%를 각각 반영한다. 탐구영역(사회ㆍ과학ㆍ직업탐구)은 선택 3개 과목을 반영하게 된다. 탐구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은 모두 표준점수를 사용한다. ▲서강대 = 정시 모집인원의 20%를 수능 3개 영역 합산 성적 우수자로 뽑은 뒤 나머지 80%는 인문계의 경우 수능 40%ㆍ학생부 50%ㆍ논술 10%로, 자연계는 수능과 학생부 각각 50%씩 반영해 선발한다. 인문 및 사회계열은 언어와 수리, 외국어와 사탐(제2외국어ㆍ한문 포함 3과목)을 보며, 자연계는 언어와 수리, 외국어, 과탐(3과목)을 반영한다. ▲서울대 = 지역균형선발 전형과 특기자 전형에서 수능은 최저학력 기준으로만 활용되며 4개 영역 중 2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가운데 탐구영역 2등급 인정 기준은 사탐ㆍ과탐 각 4과목 중 2과목 이상이 2등급 이내면 된다. 단 특기자 전형 자연계(의예ㆍ수의예과 제외)와 예체능계 음대는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정시모집에서는 1단계에서 수능과 교과영역 점수를 각 100점씩 반영해 선발하며, 2단계에서는 1단계 점수(200점)에 논술과 면접ㆍ구술고사 점수 50점을 추가한 250점 만점을 기준으로 선발한다. 모집단위별 수능영역 반영비율의 경우 인문계는 언어, 외국어,수리, 탐구영역 각 100점을, 제2외국어ㆍ한문 20점 등 420점을 반영하며 자연계는 언어, 외국어, 탐구영역 각 100점에 수리영역 120점 등 420점을 반영한다. ▲성균관대 = 전체 모집인원의 55%를 뽑는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위주로 선발하며 인문계의 경우 수능 성적 상위 50%는 논술고사를 치르지 않고 선발한다. 수능은 언어, 외국어, 수리에 사탐ㆍ과탐을 선택하는 '3+1'체제로 건축학과를 제외한 자연계는 수리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인문계는 제2외국어ㆍ한문을 선택하면 탐구영역 1개 과목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예체능계는 언어와 외국어 영역만을 치르면 된다. ▲숙명여대 = 정시모집은 '나'군까지 확대해 '가'군ㆍ'나'군ㆍ'다'군으로 분할 모집하며 '가'군에선 인문ㆍ자연계의 경우만 논술고사 성적을 3% 반영하고 '나'군ㆍ'다'군은 수능 성적 100%로만 선발한다. 수능성적 반영은 백분위로 반영하며 전년도와 달리 반영 교과목은 '3+1'체제로 전환해 인문계는 언어 40%, 수리 또는 10%, 외국어 40%, 사탐 또는 과탐 10%, 자연계는 언어 10%, 수리 40%, 외국어 40%, 과탐 10%로 반영한다. 정시 수능에서 인문계는 수리, 자연계는 언어를 각각 제외한 3개 영역을 반영하던 것을 4개 영역을 모두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수시에서도 학생부와 심층면접ㆍ일반면접만으로 선발한 전년도와 달리 심층면접을 폐지하고 논술을 부과해 선발키로 했다. ▲연세대 = 정시모집에서 인문계는 제2외국어를 포함해 5개 영역 모두 봐야 하며 나머지는 제2외국어를 뺀 나머지 4개 영역만 반영한다. 점수는 각 영역을 200점 만점으로 합산한 뒤 전체를 400점 만점으로 다시 환산한다. 자연계는 수리와 과탐을 각각 300점 만점으로 한다. 탐구영역의 경우 인문ㆍ사회 계열은 4개 과목을 선택해 볼 수 있으며 이학ㆍ공학ㆍ의학 계열 등은 과학ⅠㆍⅡ와 자유선택 2과목을 본 뒤 3과목만 점수를 반영한다. ▲이화여대 = 인문ㆍ사회계열 정시 모집정원의 50%를 수능 성적순으로 1단계에서 우선 선발한 뒤 2단계에서 논술과 면접을 통해 나머지를 선발한다. 자연대와 공대는 모집인원의 20%를 수능 수리 및 과탐 영역 순으로 선발하고 30%는 수능 전체성적으로 선발한다. 인문계는 언어, 수리 가ㆍ나, 외국어 3개 영역과 사탐ㆍ과탐 각 3과목씩을 반영한다. 자연과학대ㆍ공대ㆍ약대 등 자연계는 수리 , 과탐을 필수로 하고 언어, 외국어 가운데 하나를 택한다. 간호과학ㆍ생활환경학부는 수리 ㆍ, 사탐ㆍ과탐 2개 영역과 언어, 외국어 중 하나를 본다. 수학교육과는 수리, 과학교육과는 과탐에 가중치를 둔다. ▲전남대 = 지난해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은 표준점수를 반영하고 탐구영역은 백분위 점수를 반영했으나 올해는 전영역을 표준점수로 반영하며 탐구영역 선택과목은 2과목에서 3과목으로 늘어난다. 탐구영역은 지원자가 선택한 3과목 평균점수를 반영한다.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은 인문ㆍ자연계열 일반학부 및 불어ㆍ윤리교육과와 교육학과를 제외한 인문계는 언어(27.5%), 수리 ㆍ(25%), 외국어(27.5%), 탐구영역(20%)씩 반영한다. 의예과ㆍ약학부 등 자연계는 언어(25%), 수리(27.5%), 외국어(27.5%), 과학탐구(20%), 건축학부ㆍ생활과학계열 등 일부학과는 언어영역을 반영하지 않는 대신 수리ㆍ(37.5%), 외국어(37.5%), 과학ㆍ직업탐구(25%)씩 반영한다. ▲충남대 = 정시모집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은 인문계 언어영역을 40%에서 32%로 줄이고 수리영역을 8%에서 16%으로 높였다. 자연계는 반대로 언어영역을 8%에서 16%으로 높이고 수리영역을 40%에서 32%로 낮췄다. 예체능계는 수리영역은 반영하지 않고 언어 40%, 외국어 40%, 탐구 20%를 전형요소로 삼았다.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은 표준점수를 활용하며 지난해 의예과만 적용했던 탐구영역 백분위 점수가 모든 계열로 확대됐다. 탐구영역은 2과목을 선택해 반영한다. 어문계열의 경우 제2외국어ㆍ한문 영역의 표준점수 중 5%의 가중치를 부여한다. ▲포항공대 = 전체 모집정원 300명 중 70명을 뽑는 정시모집에는 수능성적만 반영된다. 기본 지원자격은 수리 1등급 혹은 과탐 1등급(과탐 2과목 이상 1등급)으로 수리 형에서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중 1과목을 택해야 한다. 과학탐구 영역에서는 I과목 3개와 II과목 1개를 선택하든지 I과목 2개와 II과목 2개를 선택해야 한다. 과학탐구 I, II 과목간 가중치는 없다. 언어ㆍ외국어 영역은 표준점수의 100%, 수리 영역은 표준점수의 150%를 반영하되 과학탐구는 백분위 점수를 대학 자체의 표준점수로 환산해 100%를 반영한다. ▲한국외대 = 정시 서울 '나'군 인문사회 계열의 경우 수능에서 언어(29.9%), 수리(22.4%), 외국어(32.8%), 사탐ㆍ과탐(14.9%)을 각각 반영해 사실상 계열별 가중치를 뒀다. 국제학부의 경우 언어(28.6%), 외국어(38.6%), 수리(18.6%), 사탐ㆍ과탐(14.2%)로 환산 적용해 영역별로 수능점수에 가중치를 부여했다. 수능과 학생부 등 반영 비율은 정시 '나'군의 경우 수능 67%ㆍ학생부 30%ㆍ논술 3%이며 '다'군은 수능 70%ㆍ학생부 30%로만 뽑는다. ▲한양대 = 전체 모집정원의 60.1%인 3천285명을 뽑는 정시모집은 '가'군ㆍ'나'군ㆍ'다'군으로 나뉘어 이뤄지며 수능은 표준점수만 사용한다. 이중 '가'군 인문계, 자연계는 수능 반영 비율이 100%인 1차 선발과 수능 반영비율 55~60%인 2차 선발을 거쳐 합격자를 결정하며 '나'군ㆍ'다'군은 실업계고교 특별전형과 예체능계를 제외하면 수능성적으로만 입학생을 선발한다. 정시모집 영역별 수능 반영 비율은 인문계는 언어(30%), 수리(25%), 외국어(30%), 사회탐구(15%), 자연계는 수리(40%), 외국어(35%), 과탐(25%), 예체능계는 언어(35%), 외국어(35%), 수리ㆍ과탐ㆍ사탐(택1ㆍ30%) 등이다.
부산지역 초.중.고 교사들로 구성된 작은 연주단이 병환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위한 '작지만 의미있는 음악회'를 마련한다. 부산핸드벨콰이어(지휘 송재월)가 2일 오후 4시 부산시립의료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찾아가는 핸드벨 음악회'를 개최한다. 찾아가는 핸드벨 음악회는 병환으로 고통받는 이웃에게 선율의 아름다움을 통해 완쾌와 재활에 대한 희망과 기쁨을 주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지난 2002년부터 부정기적으로 열고 있는데 이번이 5회째다. 부산핸드벨콰이어는 이번 음악회에서 핸드벨 독주, 2중주, 4중주 등 다양한 연주 형태로, 그동안 바쁜 교직생활중 틈틈이 갈고 닦은 주옥같은 음률을 선사할 예정이다. 부산핸드벨콰이어는 부산사상중학교 한정화 교사 등 음악을 사랑하는 초.중.고교 현직교사 12명의 교사으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12월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또 매년 6월 여는 '시민과 함께 하는 음악회'를 비롯해 부산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 찬조출연, 부산시교육청 행사 특별출연 등 왕성한 활동을 벌여왔다. 지난 2001년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개관을 기념해 창단된 부산 최초의 핸드벨연주단인 부산핸드벨콰이어는 친목을 목적으로한 교사들의 순수한 취미활동 공간으로 시작돼 지금은 부산지역 최고의 핸드벨 연주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될 경우 해당 시험이 무효가 되는 것은 물론 향후 최장 2년 간 수능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런 내용의 고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관련 절차를 밟아 11월23일 치러지는 2006학년도 수능시험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능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면 해당 시험을 무효로 하고 그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최대 2년 간 시험 응시자격을 정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시험장에서의 휴대전화 소지 등 단순 부정행위는 해당 시험만 무효 처리하되 ▲2명 이상이 공동으로 부정행위를 한 경우 등은 해당 시험을 무효로 하고 이후 1년 간 ▲2차례 이상 수능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경우 해당 시험 무효 처리는 물론 이후 2년간 수능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주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행 법령이 모든 종류의 수능시험 부정행위에 대해 해당 시험만 무효 처리하도록 하고 있어 지난해와 같은 휴대폰 등을 이용한 부정행위와 도덕적 불감증이 만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경남 밀양지역의 중.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환자의 원인이 지하수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경남도내 학교의 먹는 물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1일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140여명의 집단 환자가 발생한 밀양 S중.고교의 경우 식당옆 세면장과 운동장 식수대 등 2곳에서 대장균이 검출돼 학생들이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하면서 집단 복통과 설사증세를 보여 병원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집단 환자 발생은 해당학교가 도교육청의 학교 먹는 물 관리지침만 잘 따랐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일선 학교의 먹는 물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실제 밀양 S중.고교는 상수도시설이 설치돼 있는데도 학교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수인성 전염병 등의 위험이 있는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도교육청의 물 관리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지난달초에 이미 학교 먹는 물 '주의보'를 내려 상수도가 설치된 학교는 지하수를 식수용도는 물론 양치 또는 세면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상수도 사용시 세균오염가능성이 있는 저수조(물탱크)를 거치지 않고 직결수로 사용할 것을 지시했으나 이같은 지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밀양 사태를 계기로 도내 966개 초.중.고교에 긴급공문을 보내 물탱크 청소, 분기별 수질검사, 학교 먹는 물 담당자들의 위생적인 물관리 여부 등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으나 실효를 거둘 지는 의문이다.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에 학교 먹는 물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1명씩만 배치돼 있어 실제 일선 학교를 직접 방문해 먹는 물 관리실태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이번 조사에서 물탱크 청소 확인 사진 등을 첨부하도록 해 정확한 실태조사를 한다는 방침이지만 일선 학교에서 형식적으로 조사결과를 올린다면 밀양 S중.고교처럼 상수도 설치학교로 분류해놓고도 지하수를 사용하는 학교를 가려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내의 경우 순수하게 지하수만 사용하는 141개교에서는 최근 수년간 집단 환자 발생사례가 없었다"며 "밀양 S중.고교처럼 허위보고를 하는 경우가 문제인데 이 경우 어떤 형태로든 학교장에게 책임을 묻는 등 강력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학교 먹는 물 관리에 필요한 직원을 현실성있게 충원하고 지하수 사용학교 전체에 상수도 시설을 갖춰야 한다"며 "광역상수도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이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미래진로를 탐색해보는 '진로탐색 엑스포'가 마련됐다. 부산시 교육청과 부산시 청소년상담센터는 1일부터 3일까지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청소년의 진로결정능력 신장을 위한 진로탐색 엑스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청소년들에게 자기적성과 능력에 알맞은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체험중심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3일동안 부산 만덕고등학교 등 19개교 3천10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행사장은 희망초 및 미래명함 만들기 등을 통해 자기적성을 탐색해 볼 수 있는 자기탐색관, 푸드스타일리스트 등 다양한 직업탐방을 위한 정보탐색관 등으로 구성됐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라며 "학생들이 각종 체험을 통해 자기주도적으로 적성 및 진로 탐색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충북도교육청은 학교운영위원 보궐 선출 기한을 없애기로 하는 등 관련 규정을 손질키로 했다고 1일 밝혔다. 도교육청은 20일 이내로 규정한 학교운영위원 보궐 선출 기한을 없애고 잔여 임기가 3개월 미만일 경우 위원 정수가 4분의 3을 유지하면 보궐 선출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키로 했다. 도교육청은 오는 4일 열리는 도의회 임시회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운영위원 선출 관련 조례 개정안을 제출키로 했다. 현행 학교운영위원 선출 조례는 위원이 자격 상실 등으로 궐원되면 20일 이내에 선출토록 하고 있으나 학교운영위원 자격 상실의 대부분이 자녀의 졸업에 따른 것이어서 현행 규정을 따를 경우 신입생 학부모의 학교운영위원 참여가 어렵다. 또 잔여 임기가 3개월 미만인 경우에도 보궐 선출토록 하고 있으나 학부모들이 잔여 임기가 짧다는 이유로 입후보를 꺼리고 있어 궐원을 채우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도교육청은 학부모위원 및 교원위원의 연임을 제한하는 바람에 소규모 농촌학교나 사립학교들이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연임 제한 규정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