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학전형 기본방향은 수능 성적을 지원자격 기준으로만 활용하고 전형 방식을 다양화해 창의적인 학생을 선발하는 한편 수능ㆍ내신 등에 대한 수험생 부담을 완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현 체제에서는 수능이 매우 쉽게 출제되고 변별력 있는 전형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학생 선발에 문제가 있으며 내신성적이나 수능성적을 약간 낮게 받은 학생들은 다른 능력이 있더라도 이를 만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문제가 크다는 것이 서울대의 인식이다.
서울대는 이를 위해 내신 성적에 중점을 두는 '지역균형선발전형', 특기 능력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 '특기자전형', 교과통합형 논술고사가 변별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시모집' 등 현재의 입학전형 제도의 골간을 유지하되 모집 정원은 3개 유형이 대체로 비슷하도록 조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모집정원의 17%를 뽑는 특기자 전형과 21%를 뽑는 지역균형선발전형의 비중은 각각 30% 내외로 늘어나며 정시모집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내신성적 위주 지역균형선발제 = 지역균형선발전형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고교 교과 성적을 위주로 평가받게 되며 비교과 영역과 면접고사는 보완적 전형요소로 활용된다.
서울대는 지역적, 사회ㆍ경제적 교육환경의 격차가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 잠재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많이 선발하기 위해 전체 입학정원 중 지역균형선발의 비중을 올해 21%에서 2007년 25%, 2008년 30% 내외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교육환경의 불균형 완화와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서울대의 자평이다.
▲특기적성 강조하는 특기자 전형 = 모집단위와 관련된 분야의 탁월한 재능과 경력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로, 학생생활기록부 등 제출서류를 종합 검토하는 1단계와, 모집단위에 따라 1단계 성적과 함께 면접 및 구술고사, 논술고사 또는 실기고사를 보는 2단계로 전형이 진행된다.
현재 서울대 자연계 특기자 지원 자격은 특정 '기준'을 적시해 이 기준에 부합하는 학생들이 아니면 아예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08학년도 서울대 입학전형에서는 이를 고쳐 인문계 특기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예시'된 특기적성 사항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서울대는 현재 17% 수준인 특기자 전형의 비중을 2008학년도에는 30% 수준까지 늘리기로 했으며,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 특목고 학생들에 대한 특별전형은 별도로 도입치 않기로 결정했다.
특목고 학생들에 대한 전형을 따로 둘 경우 '차별' 논란이 일 수 있으므로 다른 학생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특기자 전형을 통해 특수 분야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을 선발하겠다는 것이 서울대의 설명이다.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비중 높아지는 정시모집 = 정시모집에서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가 가장 변별력 큰 전형요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교과목들을 영역별로 묶어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볼 경우 '본고사'라는 비난을 비켜 가면서도 창의적 사고력, 분석력, 종합적 사고 능력을 측정하자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서울대는 기대하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수능 시험이 너무 쉬워져 우수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서는 사실상 변별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로 변별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와의 조율 여지 남아 = 서울대가 2008학년도 정시모집과 특기자전형에서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출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본고사'논란의 소지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개별 교과별로 지식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고 통합교과 영역으로 창의력을 테스트하는 것은 교육부가 절대 금지하고 있는 '본고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서울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수준 높은 문제가 출제될 경우 교육부가 이를 '위장된 본고사'로 규정하고 제동을 걸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수년 전 모 유명 사립대가 교과서에 실린 기초적 내용을 설명해 보라고 수험생들에게 구술ㆍ면접고사에서 요구했다가 교육부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문제의 수준이 높아진다고 해서 무조건 교육부가 절대 금지하는 '본고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상식 수준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서울대의 발표에 대해 일단 "대학측을 믿는다", "논의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등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표시, 불안감을 완전 해소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박융수 교육부 학사지원과장은 "지금도 논술고사를 대부분 통합교과형으로 치르고 있고 서울대가 국ㆍ영ㆍ수 위주 지필고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힌 만큼 대학측을 믿는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어떤 대학이 제시하는 논술고사 형태가 본고사냐, 아니냐를 미리 따지기는 어려우며 향후 교육부-대학교육협의회-대학-고교간 논의 과정에서 가이드 라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