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태어나는 출생아 수가 간신히 20만 명대에 머무르는 시대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처럼 극단적인 출산율 감소로 유소년 인구가 급감한 전례는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 부닥쳤음에도 교육계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믿기 어렵다. 우리에게 있어 학령인구 감소는 유례없는 위기이자, 고질적인 체제 개선을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현실이며 막을 수 없다. 미래에는 더 심각해질 뿐이다. 지금이라도 이 흐름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계의 미래는 물론 한국의 장래도 밝지 않다. 학생수가 급감하면 학교 통폐합이 활발해진다. 이는 비단 지방에 국한한 얘기가 아니다. 이미 서울의 학교도 매년 통폐합이 이루어지고 있고 올해는 처음으로 일반계 고등학교 1개 교가 폐교되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학령인구 감소가 고등학교 정원에도 드디어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다. 서울의 학교 통폐합 속도는 점차 빨라질 것이며, 지방에서 관찰되는 학교 통폐합보다 더 큰 사회·경제적 문제를 수반할 것이다. 학생수와 학교수가 급감하면 교원 채용 역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교직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사학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의 안정적 수혜인데, 신규교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분쟁을 시작하거나 경고할 때, 우리는 흔히 상대방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라는 말을 쓴다. 그리고 이러한 법적분쟁을 마무리할 때에도 합의문에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고 적는다. 법을 잘 몰라도 이를 보면 불법행위에는 크게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 불법행위자는 자신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고(민사책임), 그 행위가 범죄인 경우에는 국가로부터 형벌을 받을 수 있다(형사책임). 얼마 전 건물 8층에서 소화기 두 개가 연달아 아래로 떨어져 건물 앞에 서 있던 고등학생과 50대 행인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3.3kg와 1.5kg의 소화기를 건물 밖으로 던진 범인은 놀랍게도 만 12세의 초등학생이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 같은 사실에 매우 황당해했다. 가해자가 초등학생이므로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렇듯 연소자로부터 불법행위를 당하면 피해자는 난감하다. 아무리 가해자가 연소자라도 손해배상은 받아야 할 터인데, 피해자는 누구에게 어떻게 민사책임을 물어야 할까? 이는 학생을 보호·감독하는 교원과도 관련될 수 있으므로 이번 호
코스모스·국화·쑥부쟁이·구절초 등 가을꽃과 붉게 물든 단풍으로 눈길 머무는 곳마다 가을이 내려앉은 10월엔 기념일도 많다. 10월의 대표적 계기교육인 국군의 날·개천절·한글날 이외에도 학생들과 함께 생각해볼 날들이 많다. ● 국군의 날(10월 1일) 국군의 날이 되면 학교에서는 위문편지를 쓴다. 위문편지의 역사는 길다. 조선총독부가 1937년 학생들에게 쓰도록 한 게 시작이다. 지난 1월 서울의 한 여고생이 쓴 위문편지로 시끌벅적했다. 시대착오적 문화라는 지적도 있지만, 여전히 국군 장병을 위로하고 국방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시간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쓰는 사람의 자발성이며, 이것을 끌어내는 것은 계기교육의 힘이다. ● 노인의 날(10월 2일) 최근 젊은층에 확산된 틀딱·연금충·할매미 등 ‘혐로(嫌老;노인혐오)’ 정서가 심상치 않다. 혐오행동은 노인이 아닌 그 어떤 세대가 하더라도 불쾌감을 준다. 만약 노인들의 어떤 행동들이 혐오스러운지 이야기하면서 노인과 혐오행동을 분리할 수 있다면, 경로효친·노인공경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아냥거리며 혐오하는 갈등은 조금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 개천절(10월 3일) 개천절하면 단군신화만 떠올
인터넷 미디어를 활용한 교원의 활동이 확대되면서 교육부가 2019년에 마련한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을 ‘교원 인터넷 개인 미디어 활동 지침’으로 변경해 2022년부터 적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침에 대한 사항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적용 대상 : 유·초·중등 모든 교원 ● 인터넷 개인 미디어 활동 : 본인이나 다른 사람의 콘텐츠(영상·음성·사진·글 등)를 네이버 TV나 블로그, 아프리카 TV, 유튜브, 다음 브런치 등 인터넷 플랫폼의 개인 계정에 탑재해 불특정 다수의 인터넷 이용자와 공유하고 상호 소통하는 일체의 행위 ※ 유의사항 - 원격수업 등 수업활용 목적의 콘텐츠를 제작해 공개 범위를 제한해 탑재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음. - 업무의 일환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인터넷 플랫폼 공공 계정에 탑재하는 활동은 해당되지 않음. ● 준수사항 : 국가공무원 복무·징계관련 예규 등에서 교원에게 적용되는 사항 동일 적용 가. 직무상 알게 된 비밀 누설 금지 나. 공무원으로서 품위 유지 다. 정당 결성이나 가입,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 대한 지지·반대 행위 금지 라. 직무능률을 떨어뜨리거나 공무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거나
한양도성을 병풍으로, 부암동을 정원으로 안도 타다오(Tadao Ando)나 알바로 시자(Alvaro Siza) 같은 건축가가 선사하는 미친 공간감, 수십억 대 미술작품을 영접하는 흐뭇함, 이제라도 알게 될 작가들을 학습하는 지적 호기심, 곁들여서 교양미 충만 등등이 아마도 우리들이 박물관과 미술관에 기대하는 몇 가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이곳은 기대할 것이 없다. 이곳에 유명한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냥 사람. 문인과 무인, 그들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와 어린아이, 김돌석과 박을녀가 저승 갈 때 타고 간 상여. 그들의 길에 함께 가는 친구 꼭두. 부록으로 재앙을 막아주던 해태 한 마리 등등. 이들은 지금 한양 도성 성곽의 호위 하에 부암동의 가가호호를 내려다보며 평화를 누리고 있다. 목인박물관 ‘목석원’가는 길엔 운동화가 필참이다. 길이 오르막이기도 하거니와 올라가다 석파정과 ‘유금와당 박물관’을 기웃거릴 수도 있고 목석원 관람 후 ‘윤동주문학관’이나 ‘청운문학 도서관’으로 떠돌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목인박물관 ‘목석원’은 2018년 개관하였다. 태평양에서 녹차사업을 전담하던 김의광 회장이 퇴직 후, 박물관 건립에 전념하여 인사
윤흥길의 단편 기억 속의 들꽃은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 ‘쥐바라숭꽃’이라는 꽃 이름이 나온다. ‘해바라기를 축소해 놓은 모양의 동전만 한 들꽃’이다. 먼저 그 대목을 보자. 거대한 교각 바로 위 무너져내리다만 콘크리트 더미에 이전에 보이지 않던 꽃송이 하나가 피어 있었다. 바람을 타고 온 꽃씨 한 알이 교각 위에 두껍게 쌓인 먼지 속에 어느새 뿌리를 내린 모양이었다. “꽃 이름이 뭔지 아니?” 난생처음 보는 듯한, 해바라기를 축소해 놓은 모양의 동전만 한 들꽃이었다. “쥐바라숭꽃….” 나는 간신히 대답했다. 시골에서 볼 수 있는 거라면 명선이는 내가 뭐든지 다 알고 있다고 믿는 눈치였다. 쥐바라숭이란 이 세상엔 없는 꽃 이름이었다. 엉겁결에 어떻게 그런 이름을 지어낼 수 있었는지 나 자신도 어리벙벙할 지경이었다. “쥐바라숭꽃…, 이름처럼 정말 이쁜 꽃이구나. 참 앙증맞게두 생겼다.” 이 소설은 6·25 때 만경강 부근 피난민들이 지나는 마을이 배경이다. ‘나’는 피난민들이 떠나고 남겨진 고아 명선이를 우연히 집으로 데려온다. 어머니는 명선이를 박대하다가 명선이가 금반지를 내밀자 반색하면서 우리 집에서 살게 한다. 명선이는 영
학생들에게 “토론이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면 말로 싸우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자료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검색창에 질문을 이야기하듯이 적고 찾아진 결과를 맨 앞부터 읽어본다. 그리고 대부분의 수업은 선생님이 앞에서 설명하고 학생들은 듣는다. 컴퓨터나 태블릿을 수업시간에 사용하면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으로 수업흐름을 놓치기 쉽다. 학생들이 살아있는 신나는 학교도서관 수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살펴보자. 교과융합 중학교 2학년 1학기 도덕교과에는 3개의 단원, 즉 ‘Ⅰ. 타인과의 관계에서’와 ‘Ⅱ 사회·공동체와의 관계에서’라는 대단원에서 평화적 갈등해결, 폭력과 사회문제, 도덕적 시민, 사회 정의를 배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교과를 융합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다. ● 교과융합하기 ● 수업구성하기 1단계: 토론주제 정하기[PART VIEW] 이렇게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뉴스에서 사회적 쟁점을 찾아 ‘가치찬반토론’을 위한 교과·미디어 융합수업을 8차시로 구성하여 진행한다. 찬반토론주제는 학생들의 개별적 특성과 지역별로 다르다. 학생이 주도하고 참여하는 수업을 위해 학생들이 직접 뉴스를 검색하여 토론주제를 정한다. 광고성 기사와 자극적 댓글이
좋은 기획안을 벤치마킹하는 습관 알차고 모범적인 기획안을 보게 보면,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르듯이 문맥과 단어가 적정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호흡이 끊어지지 않고 한 번에 편안하게 읽게 되고, 더불어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됨을 느낄 수 있다. 좋은 기획안은 손으로 쓰는 것이지만, 눈으로 보고, 머리로 정리되어 있을 때 완성된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글이 나오듯이, 알찬 기획안을 곁에 두고 반복적으로 독해·분석하는 습관을 갖게 되면, 어느 순간 기획안 작성의 노하우(know-how), 비법(recipe)을 터득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피카소의 말대로 ‘모방과 훔침’을 통해 벤치마킹하는 노력의 지속적 반복, 그리고 맥락의 이해와 기본 아이디어의 체계적인 아웃라인(outline) 작업이 필요하다. 눈이 아닌 손으로 직접 작성해 보면서 독수리 눈과 같은 프레임의 시각으로 재조정·수정하는 작업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훌륭한 기획안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 호에 소개한 국민경제자문회의의 ‘동반 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 보고서(2006.01.)에서 교육과 관련한 부분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이를 정독해보고, 나름대로 시사 받을 수 있다고
전 세계적으로 유아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정치적 의제로 부각되곤 한다.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일은 잘해야 할 가치도 있다. 국가마다 상황에 따라 저소득층 유아에 집중할 것인가, 모든 유아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 의무교육으로 할 것인가, 보편 무상교육으로 할 것인가를 비롯하여 유아를 위한 교육과정과 방법, 교사양성체제, 행·재정적 구조문제 등을 검토하여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당기거나 늦추는 것도 그러한 시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학교체제를 활용함으로써 추가예산이 크게 들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 정책자문 집단이나 정치인들에게는 매력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수많은 학부모와 교사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삶과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로, 충분한 숙고와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지난 7월에 발표되었던 ‘만 5세 초등학교 조기입학 교육정책(2022.7.29.)’은 비민주적인 절차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유아기 발달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 경제 논리에 의존한 교육의 본질 간과, 돌봄공백과 사교육 증가로 인한 교육격차 심화 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로 철회되었다. 그렇지만 동일한 문제가 거듭되지 않도록 하기
패션은 옷으로 하는 ‘자기소개’이다. 상황·장소에 어울리는 옷차림부터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나타내는 유니폼·제복까지, 옷은 단순히 ‘입는 것’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세그루패션디자인고등학교(이하 ‘세그루’)는 전국에서 유일한 패션 디자인 분야 특화 학교이다. 특히 의상패션디자인·제품디자인·미디어디자인·VMD디자인마케팅 등 디자인 분야가 총망라된 학과구성과 교육과정으로 경쟁력 있는 실무 디자이너를 양성하고 있다. 의상·핸드백·슈즈·주얼리 등 패션의 모든 것을 배우는 학교 세그루에 들어서면 마치 패션디자인센터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학교 곳곳에 전시된 학생들의 의상·핸드백·슈즈·주얼리는 물론 패션 디스플레이 디자인까지, 패션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학과별 디자인 체험도 가능하다.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수요 진로체험과 매년 여름방학 때 중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디자인스쿨’은 조기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층별로 마련된 학과 실습실 역시 학교라기보다 산업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세그루에서 압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의상패션디자인과 실습실엔 형형색색의 옷감·실, 마네킹과 재봉틀이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