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첫 고교선택제 시행을 앞두고 애초 방침을 뒤집고 강남 등 특정지역에 대해 `거주자 우선 배정'을 적용키로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는 강남과 목동 등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 학부모 사이에서 제기돼온 고교선택제에 대한 불만을 교육당국이 전격 수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4일 일선 학교 등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애초 일반 고교에 지망하는 학생이 가고 싶은 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3단계 선택권'을 부여할 방침이었지만 2차 배정에서 교통편과 거주지를 고려해 인근 학생을 우선 배정키로 방침을 변경했다. 이렇게 되면 인기가 높아 학생들이 대거 몰리는 강남, 목동, 중계동 등 소득수준과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 있는 학교의 경우 같은 학군에 속하더라도 상대적으로 통학거리가 먼 학생들은 원하는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예컨대 같은 구에 거주하더라고 조건이 좋은 동네에 거주하는 A학생과 조건이 비교적 뒤처지는 지역에 사는 B학생이 선호도가 높은 고교에 동시 지원하면 B학생보다는 A학생이 배정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강남, 목동 등에서 이른바 명문고로 알려진 학교는 대부분 조건이 좋은 지역에 자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충남 사곡중 서미라(도덕) 수석교사는 맞춤형 멘토링 활동 사례다. “8명뿐인 교사들이 서로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3학급 중학교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대안을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각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아보고 일대일로 지원하거나, 모둠활동을 하게 됐지요.” 3월 교내자율연수 때, 교사들에게 수석교사제의 취지와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소개한 서 수석. 그런 그에게 제일 먼저 SOS를 요청한 건 올해 이 학교로 부임한 특수학급 최은경 교사. 교직 3년차인 그는 낯선 학생, 학부모와의 상담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서 수석은 ‘그림으로 아이 마음 알아보기’ ‘그림으로 말문 열기’ 등 미술 심리상담․치료법을 코칭하고, 학부모 상담을 위한 가정방문에는 직접 동행했다. 부모 모두 정신지체인 가정, 성 충동 자제가 어려운 손자를 키우는 조손 가정 등에서의 상담은 이론, 지식만으로는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서 수석은 “초임 시절을 돌아보면 단편적인 정보 제공이나 조언보다는 시범을 보이며 동행해 주는 선배가 절실했다”고 말한다. 특수학급 학생들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개발에도 머리를 맞댔다. 공부만큼 자활도 중요하니까 우
지난달 30일 현안보고에 이어 1일부터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 여야는 외고 대책과 국립대 법인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등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어 향후 일정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자칫 정쟁의 재연으로 교육자치법, 학교급식법, 유아교육법 등 산적한 현안 처리마저 늦어져 교육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까 우려도 높다. 이런 교과위를 생산적이고도 합리적으로 이끌어야 할 이종걸(민주·안양만안) 위원장의 어깨가 그래서 더 무겁다. 예산과 현안 법안에 대한 그의 소신과 처리방향을 들어봤다. -내년에 지방교육재정이 줄어 걱정입니다. “부자감세에 따른 내국세 감소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내년에 8247억원이나 줄어 파탄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정부는 교부금법을 개정해 내국세분 교부율을 20%에서 20.27%로 조정한다지만 이는 2010년부터 도입되는 지방소비세로 인한 내국세 감소분(2.28조원)을 보전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지방교육재정의 파탄을 막고 교육투자를 늘려 공교육을 내실화하려면 교부율을 더 상향해야 합니다. 교부율을 20.27%가 아니라 23%까지 올려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입니다. -산적한 처리 법안 중 교원평가법이 있는데요. 6자 회담을 제안하시면서 논의가
1일 열린 교과위의 내년 교육예산 심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에 정부 예산을 늘려 저소득층에 피해가 없도록 재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현 설계대로라면 소득 5분위 이하 대학생의 혜택은 기존보다 30~50% 줄어든다”며 정부의 관련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그는 “대부분의 정부 정책금리가 3% 이하인데 ICL만 5.8%로 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며 “3%가 넘는 이자는 예산에서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은 “기초생보자, 차상위계층 자녀들은 무상장학금을 기존처럼 유지해야 한다”며 “관련 예산 1100억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1-3분위까지 재학중 이자 지원액 147억원도 편성하고, 5분위 이하 학생에 근로장학제를 집중 지원하는 한편 상환기준소득액도 지금보다 120% 올려야 한다”고 재설계를 요청했다. 같은 당 김선동 의원은 “병역의무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규정한 헌법조항에 따라 군복무 중 대출이자는 면제해 줘야 한다”며 예산 반영을 지적했다. 한편 최근 미래기획위원회가 제시한 만5세 초등 취학에 대해서도 여야는 “타당성이 없다”며 “만5세 유아무상교육
30여 년간 지속돼온 평준화를 보완이 아닌 전면 폐지해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고혹 평준화 해부(한국경제연구원)’를 통해 1974학년도부터 시행된 평준화 정책의 내력, 현황, 폐해 등을 분석하고 “현행 평준화 정책이 국가경쟁력은 물론 교육경쟁력의 제고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평준화 정책의 폐지 논거로 ▲정책 목표와 여러 명분이 하나같이 실현되지 못했거나 정반대 결과를 초래한 점 ▲도입과정의 절차적 부당성 ▲국가통제와 정부개입의 합리화 산물 ▲‘사교육’ 등 각종 병폐 현상 증후군을 가져온 점 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김 교수는 평준화 정책의 명분인 평등교육 실현이 오히려 거주지간 격차를 벌려놓았으며 학생선발권 등 자율권을 포기한 대가로 연간 2조원을 넘는 사립학교 재정결함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양한 교육욕구 충족에 실패해 사교육 수요을 증대시켰으며 수업의 이질화 등 여러 가지 폐해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학교선택권 회복을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7조 1항과 2항 개정 ▲내신제와 3불정책 폐지 ▲고교등급제 허용 ▲사립학
고교 1학년때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했던 학생이 실제로 대학전공을 이공계열로 선택한 경우는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이공계열 진학도 대부분 급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의 경우 어머니의 취업 여부가 학교적응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달 27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제6회 한국청소년패널 학술대회에서 밝혀졌다. ‘이과계열 전공선택 결정 요인’을 주제발표한 김정숙 우석대 교수가 2003년 시점의 중2학생 3449명의 6년간 변화(6차년까지 최종 응답자 2459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1 시점에서 전공계열로 이공계열을 희망한 학생수는 전체학생 가운데 17.9%를 차지했지만 고2 시점에는 19.0%, 고3 시점에서는 27.9%를 보여 대학 전공으로 이공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수가 해가 갈수록 증가했다. 이는 비교적 안정된 비율을 보이고 있는 인문계열과는 대조적인 현상으로 이공계열로의 진학이 대부분 급작스럽게 이뤄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원래 희망했던 계열로의 진학이 어려워 이공계열로의 진학을 희망하거나 더 이상 진로 결정을 미루지 못해 내려진 불가피한 결
한국교총과 교과부는 3일 교과부 대회의실에서 ‘학교회계시스템 보완’ ‘학력평가정책 개선’ ‘보직교사 배치기준 개선’ 등 총 36개초 65개항의 2009년도 상·하반기 교섭·협의를 위한 제1차 본교섭·협의위원회를 개최했다. 교총은 본 교섭을 통해 지난 8월 교과부에 전달한 교섭 요구안을 놓고 협의를 벌인다. 이원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교섭에서 합의한 ‘근평기간 단축’이 이뤄져 일선 교원들에게 큰 선물이 됐다”며 “이번 교섭·협의도 현장과 소통한다는 자세로 임해 달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교과부의 사교육비 경감 노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수능에서 영어를 빼고 생활영어 중심의 정책을 펴는 등의 획기적인 개선이 있어야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안병만 장관도 “교총과의 교섭·협의가 일선 초·중·고 교육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진솔하고 진지한 자세로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나가자”고 당부했다. 교총은 지난 4월부터 회원 대상 공모절차를 거친 이번 교섭안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학교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의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내년 전면시행을 앞두고 교원들의 업무 부담 가중 및 행정처리의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쉽고 친근한 명칭으로 바꾸기로 하고 내년 1월15일까지 새 명칭을 공모한다고 3일 밝혔다. 입학사정관제는 입시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이 학생의 성적뿐 아니라 잠재력, 소질, 창의성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선발하는 제도로 최근 대학들이 앞다퉈 도입하거나 선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라는 용어가 다소 어렵고 `관'이라는 말이 권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친근하면서도 참신한 용어로 바꾸기로 한 것. 새 용어는 이해하기 쉽고 학생의 잠재력, 소질, 창의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선진형 대입이라는 의미가 충분히 담겨야 한다고 대교협은 강조했다. 대교협 입학사정관제 홈페이지(http://uao.kcue.or.kr)를 통해 공모에 응하면 되고, 최우수상 1명에게는 500만원, 우수상 5명에게는 각 100만원, 장려상 10명에게는 각 50만원의 상금을 준다.
강우방의 ‘한국미술의 탄생’은 문양학(文樣學)을 지향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한국미술의 정신적 위대성과 예술적 탁월성을 호방한 구도와 곰살궂은 솜씨로, 도해를 곁들여 서술한 책이다. 나아가 한국미술사의 원형을 고구려에 두고 여기서 신라, 고려, 조선으로 이어오는 미술전통으로서의 영기문양을 구명하고, 동아시아 서아시아는 물론 세계미술사의 출발점을 한국미술사에서 모색하는 야심찬 기획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작품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작품을 보고 감명을 받아야 합니다.” 저자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면서, 예술 활동을 하듯이 감동으로 써나간 이 책의 결론에서 그는 말한다. “매일 매일 드라마가 일어난다. 너무 오래 지속되는 드라마여서 내 존재를 잊어버리고 세월을 잊어버리는 때가 많다.” 저자의 연구태만으로도 이 책에서 영기가 솟아난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존재의 이해와 자아성장을 도모하는 과정이다. 학생이 교사가 보여주는 삶의 자세를 배우고 지혜를 얻는 것처럼, 교사는 학생에게서 생명의 의지와 그 발양을 감지하고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터득하게 된다.
바쁘다고 생각할 때는 책을 들지 않는다. 시간에 쫓기다보면 읽기를 중단하고 그러다보면 맥이 끊기기 때문에 집중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때는 글 읽기 근처에도 안 간다. 그런데 김훈의 ‘공무도하’는 달랐다. 바쁜 것과 상관없이 출간 소식을 접하고 바로 달려들었다. ‘남한산성’, ‘현의 노래’ 등에서 이미 벅찬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신작이 궁금했다. ‘자전거 여행’, ‘바다의 기별’ 등 그의 산문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일상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는 언어 표현이 기다려졌다. 책의 제목 ‘공무도하’(公無渡河, 문학동네 펴냄)는 옛 고조선 나루터에서 벌어진 익사 사건이다. 봉두난발의 ‘백수광부’는 걸어서 강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죽었고, 나루터 사공의 아내 ‘여옥(麗玉)’은 그 미치광이의 죽음을 슬퍼하며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를 불렀다. 설화 속의 백수광부는 말 그대로 미치광이였다. 그래서 강을 건너다 빠져 죽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미치광이라고도 할 수 없다. 백수광부는 강의 이편이 혹독한 현실 세계라고 믿었던 것은 아닐까. 저편이 피안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죽음을 무릅쓰고 강을 건넌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제목은 이러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졌다. 김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