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헤진 검은 구두에 진흙이 잔뜩 묻었다. 누구 방금 신발을 벗었던가. 구두끈은 느슨하게 풀려있는 상태다. 노란색 배경에 지저분한 검정 가죽구두 한 켤레가 화변 한가운데 놓여 있을 뿐이다. 헌 구두를 표현했을 뿐인데도 신발 주인이 겪었을 삶의 쓸쓸함과 고단함의 무게에 가슴이 아려온다. 이명옥의 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를 고민 없이 덥석 집어 든 건, 표지에 그려진 낡은 구두 그림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봤던 아빠의, 막 퇴근하고 돌아온 고단한 남편의, 학원일정을 소화하고 터덜터덜 귀가한 딸아이의 그리고 행복을 미래로 유예한 채, 허덕이듯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내 구두를 보는 듯했다. 아련히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는 넉넉지 않는 살림에도 철마다 내 신발은 사주시면서도 당신은 사시사철 낡은 보라색 슬리퍼 하나로 버티셨다. 슬리퍼 차림으로 학교에 온 엄마를 창피해하며 ‘커서 돈 많이 벌면 엄마, 아빠 신발 좋은 거 사줄 거라고 다짐했던 일기장 구절도 생각났다. 물론 그 약속은 지켰지만, 지금껏 자식을 위해서 뭐든 양보하려는 부모님의 마음씀씀이에 늘 마음이 아련해진다. 이렇듯 한 장의 그림은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생을 생각하고 나를
오늘날 우리나라 학교교육과 관련하여 가장 큰 도전은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수 급감이다. 세계 최저 합계출산률로 연간 신생아 수는 40만 명대로 떨어졌고, 이 추세대로라면 2060년에는 약 20만 명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읍·면지역, 농·산·어촌 지역의 출생아 수는 아주 적어 지역 생활 및 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하다. 최근에는 도시에서도 도심 공동화 및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소규모학교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소규모학교가 생기는 근본 원인은 출생아 수 급감에 있으나, 인구 유출과 전출생 증가, 관할 경계지역 학생들의 학교선택권 제한, 학구 설정의 경직성, 민선 교육감들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소규모학교 유지 정책, 지역주민과 동창회의 학교 통폐합 반대, 학제와 교원양성 운용제의 불일치 등 인위적인 요소도 적지 않다. 2013년 우리나라 초·중·고 학교 수는 11,408개인데, 전교생 60명 이하 초등학교는 1,200개교, 100명 이하 중등학교는 700개가 넘는다. 지난해 전국 6,203개 초등학교 가운데 입학생이 1명도 없는 학교는 121곳이었다. 초등학생 1인당 연간교육비를 비교해보면 서울의 경우 508.2만 원인데 반해 소규모학
일지 #1 2014년 4월 ○○일 ○요일 우리 반 철수가 의외로 반 아이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철수와 1학년 때부터 친하게 지냈다는 학급 회장을 불러서 이야기를 해 보니 그렇지 않아도 철수가 요즘 거칠어 보이는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어 학급 회장도 걱정을 하던 중이라고 했다. 그런 데다 철수가 반 아이들에게 괜히 시비를 걸어 싸움이 나게 되면,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철수를 문제아라고 하니까 그 말을 들은 철수가 더욱 더 아이들과 멀어지고 제멋대로 행동한다고 한다. 오늘도 아이들과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는 교실에서 나가 버렸다고 한다. 행동이 좋지 않은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그 아이들의 행동을 따라 해서 철수의 행동이 더 거칠어진 걸까? 1학년 때 담임 선생님 말로는 가정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고 부모님이 철수에게 신경을 쓰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행실이 바른 아이였다고 하던데, 철수가 왜 점점 변하는 걸까? 아무래도 중간고사 이후에 진행하려고 했던 개별 상담을 당장 시작해야겠다. 그런데 철수를 어떻게 상담하면 좋을까? 일지 #2 2014년 5월 ○○일 ○요일 중간고사 성적이 나
공자는 말은 어눌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는 사람을 선호했다. 때문에 말이 어눌하다는 의미를 가진 ‘눌언(訥言)’이란 단어는 꼭 나쁜 뜻만은 아니었고 오히려 칭찬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공자가 무조건 과묵한데다 일만 부지런히 하는 사람을 선호했던 것은 아니다. 비록 말수는 적고 어눌하더라도 요긴한 말은 해야만 했는데, 그 말의 내용이 사리에 적중하는 것을 높이 쳤다. 그렇다면 공자가 『논어』에서 언급한 ‘言必有中(말을 하면 반드시 사리에 적중한다)’은 어떤 뜻이었을까? 그건 우선 군더더기 없는 말을 의미할 것이다. 내용과 무관한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전달하려는 취지만을 간결하게 제시하는 담백한 말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적중한다는 표현에는 과녁의 중심을 꿰뚫는다는 뜻이 전제되어 있다. 상대방이 마음속에 그려놓은 과녁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말, 그것은 듣는 사람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말, 사태의 핵심을 들춰 그 아래편에 감춰진 문제를 속 시원히 해명하는 말일 것이다. 결국 상대 마음의 중심을 관통하는 간결한 말이란 상대가 처한 상황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그럼에도 그 상황을 이리저리 에둘러 향유할 의도가 배제된 진실한 애정
최근 사회과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개념 중에 거래비용이라는 개념이 있다. 통상적으로 거래비용이란 시장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일컫는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재화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생산비용에만 초점을 맞추었지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재화의 생산 외에 교환 당사자를 찾아 거래가 이루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 발생하는 모든 비용이 바로 거래비용이다. 여기에는 생산자나 소비자가 적당한 거래 당사자를 찾는 데 소요되는 비용, 사고 싶은 적당한 물건을 찾는 데 들어가는 비용, 거래 당사자들이 협상을 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 계약 체결 후 이를 어기지 못하도록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다. 우리가 거래비용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거래비용이 높은 나라는 경제발전에 성공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도 부쩍 많이 사용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이란 신뢰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러한 신뢰는 궁극적으로 한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거래비용을 낮춰주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이렇듯 한 나라의 발전에 있어서 거래비용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거래비용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
새색시의 녹의홍상(綠衣紅裳)을 닮은 선홍빛 꽃무릇 숲속 곳곳마다 유난히 짙은 선홍빛 꽃이 피었다. 꽃무릇. 잎사귀 한 장 없이 가녀린 연초록 꽃대 위에 붉은 꽃송이만 달랑 피워낸 모습이 마치 녹의홍상(綠衣紅裳)을 입고 서있는 새색시같다. 레드카펫을 깔아놓은 듯 무리지어 피어있는 꽃무릇도 황홀하지만, 홀로 바위틈에 피어있는 모습 또한 매혹적이다. 꽃이 말라죽은 뒤에야 비로소 잎이 돋아나 꽃은 잎을, 잎은 꽃을 그리워 한다는 꽃무릇의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젊은 스님이 불공드리러 절을 찾은 아리따운 처녀를 본 후 짝사랑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 피를 토하고 죽은 자리에 피어났다는 꽃무릇의 전설 역시 애틋하다. 선운사 숲길 곳곳 어김없이 피어오른 꽃무릇 선운사에서 꽃무릇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매표소 앞, 개울 건너편이다. 산불이라도 난 듯 주변이 온통 꽃무릇으로 넘실거린다. 선운사 가는 길옆으로 흐르는 도솔천 주변에도, 선운사 절집 앞에 펼쳐진 녹차밭 사이에서도, 대웅전을 지나 도솔암에 이르는 숲길 곳곳에도 어김없이 꽃무릇은 툭툭 피어있다. 그 중 절정의 아름다움은 그림자를 드리워 물속에서도 붉은 꽃을 피워낸, 도솔천 물길을 따라 핀 꽃무릇이다. 울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걸 후손들은 알까?’ 영화 명량의 물음에 답하듯, 대한민국은 끝내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정도전과 이순신, 두 영웅에 빠져있다. 조선을 세우고, 조선을 구해낸 이 두 영웅은 묘하게 닮았다. 유배에서 돌아와서도 관직에 복귀하지 못한 채 떠돌이로 살던 정도전은 ‘민본이 중심’ 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실현시킨 조선을 건국했고, 궤멸된 수군에다 12척의 배밖에 남지 않았던 이순신은 ‘백성에게 충성’하기 위해 필생즉사(筆生卽死),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전투에 뛰어들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무엇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기적을 현실로 만들었을까? ‘자신의 신념에 대한 믿음’과 ‘백성을 위한 충심’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2014년 여름, 정도전과 이순신이라면 능히 우리를 힘들게 하는 많은 현안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이 두 영웅에게 우리는 열광하고 있다. ‘나를 따르라’는 말보다 행동으로 앞장 선 이순신 리더십 조선의 역사인물 중 흥행불패 신화를 갖고 있는 영웅답게 이순신은 이미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 김훈의 ‘칼의 노래’ 등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 ‘이순신 열풍’과는 그 성질이 다르다. 과거의 이순
그라우어 스쿨 교장이자 소규모학교연맹(Small School Coalition)의 설립자인 스튜어트 그라우어 박사는 그의 고향 캘리포니아 엔씨니타스 (Encinitas, CA)에서 ‘지역의 전설’로 통한다. 1991년 그라우어 스쿨을 세운 그는 소규모학교 운동을 전개해 디스커버리 채널, 뉴욕타임즈 등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소규모학교 분야의 권위자로서 그라우어 박사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작은 학교의 장점을 알리고자 자문에 응하고 강연에 나서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소규모학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재까지 대규모학교의 효율성을 입증하는 연구가 전무하며 매년 1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예산이 대규모학교 연구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소규모학교 운동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다. 파벌 없는 부족사회처럼 그라우어 박사는 소규모학교가 ‘진정한 공동체’라고 말한다. 그는 4년여에 걸친 연구로 150명에서 최대 230명 정도의 그룹에 속했을 때 사람들이 더욱 연대감을 느낀다는 것을 밝혀냈다. 7개 학교에서의 교직생활과 소규모학교연맹 회장으로서 수년 간 학교 설립 인가를 내주는 작업을 통해 그는 소규모
문제1 1. 다음은 ‘서울특별시교육청 공무원행동강령’에 관한 내용이다. 틀린 곳을 바르게 고치시오. 가) 공립학교 교원이 학부모로부터 스승의 날, 졸업식 등의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제공받는 꽃, 케이크 등 간소한 선물은 허용된다. (○) 나) 공무원은 직무관련자나 직무관련공무원에게 경조사를 알려서는 아니 되며, 5만 원을 초과하는 경조금품 등을 주거나 받아서도 아니 된다. (○) 다) 공무원은 직무관련자와 직무관련공무원으로부터 금전ㆍ부동산ㆍ선물 또는 향응의 수수를 금지한다. 다만, 직무수행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제공되는 1인당 10만 원 이내의 간소한 음식물 또는 통신·교통 등 편의는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10만 원→3만 원) 라) 행동강령책임관은 교육ㆍ상담ㆍ점검 및 신고 접수ㆍ조사 처리 등 업무를 담당하며 공립 각급학교의 행동강령책임관은 교장이다. (교장→교감) 추가해설[PART VIEW] 1. 행복서울교육을 위한 정책방향은 5가지가 있다. 그 중 4번째 정책방향을 정확하게 쓰고, 그에 해당하는 특별배려학생의 종류(대상)를 3가지만 쓰시오.(9월호) (해설) - 그늘진 곳의 아이들도 꼼꼼히 챙기겠습니다 (학습부진학생, 정서장애 학생, 학교 밖 청소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장정일 김춘수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 장정일의 시에서는 ‘라디오의 단추를 누르는 행위’로 변주하였고 김춘수의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 것이 장정일에게서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김춘수의 시를 변주했다고 하여 김춘수에서 장정일로의 전이적 해석을 해서는 안된다. 장정일의 시는 해체와 전복의 산물이다. 즉 ‘이름’이 ‘라디오의 단추’로, ‘꽃’이 ‘전파’로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즉 인간을 물화(物化)시키는 자연과학적 사고방식에 대한 경계이다. 이런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Post Modernism)적이다. Post Modernism은 탈 문화적이고 탈 정전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